엔쿠라스 266화-신등장(神登將)의 제(祭)(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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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守)가 좋겠다."
루크는 벤하르트와 대련을 하던중에 갑자기 말을 꺼냈다. 대련중에는 대화를 거진 하지 않는 루크이기에 벤하르트는 루크의 공격을 막아내면서 물었다.
"수 라니. 무슨 소립니까?"
"네 일섬 말이다."
"굳이 이름을 붙힐 필요는 없을것 같은데,,"
"안일하군."
루크의 기술에 팔이 튕겨져 나가자 재빠르게 몸을 굴리면서 그는 자리를 벗어났다.
"보통의 기술에는 이름을 붙힐 필요가 없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일섬류는 일격에 의미가 없으면 전달되지 않는 검술이다. 이름을 가지는것은 물론이고 입으로 내뱉는 것만으로도 그 위력이 향상된다. 기합을 주면 더 강한 공격을 하는것과 비슷한 이치지."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면서 벤하르트는 루크의 말을 가볍게 받아내었다.
"실제로 해보면 알게 될거다."
"그건 그렇다 치고 왜 '수'라는 이름을.."
"네가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검술이니까, 그것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뭐 더 나은것이 있다면 스스로 생각해서 짓는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그 기술은 내가 사용하는것이 아닌 네가 사용하는 기술이니까,"
'단순히 루크 형님이 왜 그런 이름을 지었는지가 궁금했을 뿐이었는데,'
루크가 지어준 기술명은 썩 나쁘지 않아서 벤하르트는 그것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수.. 라."
벤하르트는 실용성을 어느정도 추구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이름을 짓는다라는 자체에는 부정적이었지만, 막상 자신이 고안해낸 기술에 이름을 붙힌다는것은 뿌듯하게 느껴져 왔다.
헤실헤실 웃고 있는 벤하르트를 보고 루크는 기분나쁜 표정으로 검을 휘둘렀다.
"으억."
"이름을 정했다면 실험해봐야겠지. 어떻게 달라졌는가는 네 스스로가 판단해라."
"네."
신등장의 제가 시작하는것도 3일로 좁혀졌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도시는 평소와 같이 돌아가고 있어서, 축제를 벌인다는 느낌은 별로 받지 않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챠프나 기단에서 싸우는 사람들이 줄어 든 점 정도로, 다들 신등장의 제를 통해서 디레인이 되고 싶은 야심을 품고 있었다.
도시인들이 들뜨지 않는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신등장의 제는 한달에 한번. 짧게는 사흘에서 나흘 길게는 일주일이면 끝이 났다. 그럼 남은 3주 뒤에는 또 다시 신등장의 제가 시작되는 것이다. 물론 막상 축제가 시작되면 그에 따라 분위기가 들뜨는것은 확실했지만, 그 전에 시큰둥한 분위기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인 것이다. 그들이 환호할때는 새로운 '디레인'이 나올때 뿐이었다.
헤이로카의 사람들이 어느정도 덤덤하다고 해서 다른 곳도 마찬가지인것은 아니었다. 신등장의 제에 참가하기 위해 먼곳에서 온 무술가들 부터 시작해서 구경을 하러 온 이웃도시들의 사람들도 꽤 많이 도착하기 때문에 신등장의 제가 시작할 때가 되면 자연히 도시는 어느정도 붐비기 마련이었다.
"하아."
"왠 한숨?"
축제가 임박했기 때문에 자연히 디레인인 루크도 조금 분주해져서 집을 비우기 일수 였다. 그 밖에도 로오나가 차리해야 할 일도 있는지라 벤하르트는 오랜만에 레니아와 산책할 시간을 가질수 있었다.
"아니 몸을 치료할때가 다가와서 말이지."
"그때 그..?"
심정을 표현하자면 끔찍하다고 밖에는 설명할수 없는 그 느낌을 상기했다.
"그 내 문제는 그렇다 치고 레니아."
"뭐?"
"요즘 뭘 하고 있는거야?"
"뭘 하고 있냐니?"
레니아는 시치미를 뚝 떼며 전혀 표정의 변화도 없이 대꾸했다. 그런 점을 보면 그녀도 굉장히 달라져서 순수하게 놀라고 싶었지만, 그것보다도 벤하르트에게는 그녀가 무엇을 하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먼저였다.
"로오나와 함께 나가서 하고 있는게 뭐냐고 묻는거야. 최근에는 아침과 저녁을 제외하면 말도 별로 한적이 없잖아. 네가 그런것을 모를리가 없을테니 방금전의 말도 시치미를 뗀 것이겠지만,"
"뭘 한다고 한들 벤 너랑 무슨 상관이 있어?"
"왜 상관이 없어?"
"아니 뭐든 말해줄 필요는 없으니까, 나에게도 숨기고 싶은 비밀 한둘쯤은 있어. 굳이 숨길 만한 내용은 아니지만, 그냥 알리고 싶지 않을 뿐이지."
그렇게 말하는것이 더욱 궁금증을 유발시켰다.
"그렇게 빼지 말고 좀 알려주는게,"
"벤. 너도 나에게 숨기는것 정도는 있을것 아냐."
"없다고는 할수 없지만, 그래도 물어보면 대답은 해줄수 있어."
"뭐든?"
"아마도.."
"어차피 진짜 질문을 하면 대답도 못할게 뻔한데, 낭비할 필요는 없지. 이야기는 여기서 끝. 어차피 얼마 안있어 알게 될거야. 내가 무엇을 했는지는."
'헤이로카니까, 신을 만날 준비라도 하고 있는건가.'
어떻게 생각해봐도, 상상하는 대로 그녀가 못하는것은 별로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추해 낸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래 일단 그건 비밀로 해둔다고 치자."
"그건 그렇고 괜찮겠어? 저번에도 실신해서 돌아 왔잖아. 이제 슬슬 가봐야 되는것 아냐? 그 '치료'를 하러."
"나도 그렇게는 생각하는데, 루크 형님이 아직 막고 계셔서.."
"루크는 왜 자꾸 그렇게 너랑 엇나가는 건데?"
"내가 알겠어? 하지만 뭐 어떤 이유는 있을테니까,"
"이유라고 해봐야 벤의 입장에서는 터무니 없을 무언가인게 틀림 없어. 그녀석은 사람을 자신의 잣대로 평가하고 자신에게 맞춰서 다루니까, 그런 의미에서 로오나는 불쌍하다고 생각해."
그간의 루크의 이해 못할 만행을 상기하면서 그녀는 투덜거렸다.
"전자는 동의 하지만, 후자는 아마 그렇지는 않을것 같은데,"
"로오나의 일?"
"그래. 루크 형님은 그정도로 강직하시기는 하지만, 원하지 않으면 절대로 시키지 않으니까, 스스로 하지 않으면 어떤 방법이 있다고 해도 손을 쓰지는 않거든. 내가 그렇듯이 로오나도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을거야."
"그게 바로 세뇌야. 내 입장에서 보면 너나 로오나나 불쌍해. 나도 포함해서. 애시당초에 충분히 구할수 있는 힘이 있으면서도 네 수행이랍시고 손을 쓰지 않은것만 봐도.. 기가 찰 노릇이지."
"하하. 뭐.."
오랜만에 벤하르트는 레니아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거리를 거닐었다. 레니아가 말한것의 대부분은 루크에 대한 험담이나 불만 부분이었는데, 아무리 벤하르트가 루크를 존경한다고 해도 어느정도 공감할 부분은 분명히 존재 하고 있었기 때문에 수긍하며 즐겁게 이야기 할수 있었다.
"레니아 너는 루크 형님을 굉장히 싫어하는것 같다?"
"그렇지는 않아. 다만 행동의 불만이 있을 뿐이지."
'아 싫어하지는 않는건가?'
그 말을 듣자 왠지 환한 인상이 되서 레니아는 그런 그의 표정을 보고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기분 나쁜 표정인데,"
"그럴리가. 어?"
"왜그래?"
"아니 별로. 그냥 잠시 딴생각을. 아니.. 음."
벤하르트는 잠시지만 분명하게 서늘한 한기를 느꼈다. 그냥 지나갈수도 있을정도로 아주 짧은 시간의 느낌이었지만, 그런 느낌일수록 '벤하르트'에게는 무엇인가가 있을 확률이 높은 것이다. 곧장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무슨 일인데 그래? 또 뭐가 생긴거야?"
"아니 그런 말을 하는것도 무리는 아니지만, 정말 기분탓인가봐. 기를 하도 못써서 감각이 예민해진건가. 방금 조금 서늘한 기분이 들어서.."
"뭐? 고작해야 그거야? 벤 네가 그런 생각을 하는것도 다 이해는 해. 지금까지 이런 저런 일이 있기도 했었고, 위험한것도 사실은 사실이니까, 그래도 말야. 서늘하다고 해서 그런 행동을 보일 필요가 있을까?"
"조심해서 나쁠건 없어."
"혹시 저것 때문에 그런 느낌이 든것 아냐?"
레니아가 가리킨곳에는 얼음과자를 만들고 있었다.
'오랜만에 나왔는데, 이런 일로 걱정이나 하고 있기는 좀 그렇지.'
불안감을 떨쳐 내고 벤하르트와 레니아는 헤이로카를 돌아다니고 놀면서 오래간만의 자유를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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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가 신등장이다 보니 왠지 '신' 등장 같은 느낌이 드는군요.
조만간에 신등장의 제로 이름을 바꾸던지 해야겠습니다 --;
내일만 지내면 주말이군요. 내일은 바빠서 '아마' 못올릴테니, 모두들 주말 즐겁게 지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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