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166화-수련(4)
전날의 소란에 어질러진 방은 하루가 지나자 거짓말처럼 전날 아침의 방으로 복귀했다.
"신기하네."
마침 잠에서 깬 벤하르트에게 레니아가 말을 걸어왔다.
"괜찮아?"
"뭐. 그럭저럭. 너야말로 괜찮은거야?"
마계충의 일에 대해서 그가 묻자 묘하게 표정을 일그러 트리며 그녀가 말했다.
"뭐 그때는 내쪽이 너무 과잉반응 한거니까,"
볼을 긁으며 그녀가 얼굴을 붉힌다.
"오늘 검 받으러 오는 날인데 같이 가자."
낮에 별로 할 일도 없었던 터라 그는 레니아의 권유에 방을 나섰다.
"그런데 레니아. 너는 어느정도 마법을 익힌거야?"
"비교할 대상이 없잖아."
"군트리온으로 하자. 나는 군트리온과도 한번 붙은적이 있으니까,"
"그녀석의 실력을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아마 네가 싸웠을때도 전력을 다한게 아닐거야. 중요한 연구재료가 상하는 꼴을 보기는 싫었을테니까,"
그녀의 말을 듣고 생각해보니 또 그런것 같은 기분에 잠겼다.
"그래 내 검을 통해 알아낸건 있대?"
"표정을 보아하니 꽤 버거운 모양이더라. 어느 정도는 알아낸것 같긴 한데, 워체 그런건 이야기를 안해서 말이지. 다 왔다."
돌을 따라 한 조용한 분위기의 술집에 들어서자 군트리온과 메시아를 발견할수 있었다.
'이른 낮에 왠 술집.'
그런 생각을 하며 레니아를 보니 그녀는 별 이상을 못느끼는 듯 자연스레 그들에게 걸어갔다. 여기저기서 레니아에게 집중하며 휘파람을 날리는 사람에게 손짓을 하는 그녀를 보니 처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3일 빼고는 같이 다니질 않았으니,,'
"레니아 매일 여기에 다닌거야?"
"한 3일쯤? 군트리온은 이곳 분위기를 좋아하거든. 나도 조용해서 마음에 들고."
정작 그말을 듣는 벤하르트의 심정은 편하지 않았다. 조용하고 어두운 분위기가 마음에 즐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끈적한 남자의 시선은 그로서는 별로 환영하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불만을 내세우는것도 우스운 일이었기에 그는 입을 다물고 그녀를 따라 군트리온에게 다가갔다.
"왔군."
조금 수척해진듯한 그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해 보였다.
"어라 오늘은 그쪽도 함께네?"
"잠시 따라와본것 뿐입니다."
짧게 대답하고 그는 검을 받아 들었다. 살짝 쥐어본것 뿐이었지만 그것만으로 검의 상태를 아는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그는 허리춤으로 검을 가져갔다.
"난해한 검이야. 여러가지 약한 마법은 자연적으로 막아 버리고 강한 마법을 쓰자니 애매하단 말이지. 그래도 조금의 성과는 있었지만,"
말끝을 흐리며 그가 웃었다.
"그럼 오늘의 수업을 시작해볼까?"
수업이라고 해봐야 레니아와 군트리온이 눈을 감고 한참을 대치하는 시간 뿐이었다. 이따금씩 무언가가 끝날때마다 레니아의 숨찬 소리가 들리는것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변화를 느낄수 없는 곳이어서 벤하르트는 상당히 무료해하고 있었다.
"어이."
"음?"
말을 걸어온것은 군트리온의 하나뿐인 제자인 메시아 였다.
"으음."
그의 대화는 언제나 군트리온을 중심으로 돌아갔기 때문에 어려 보이는 메시아는 약간 거북한 대상이었다. 기본적으로는 높혀 말해주고 있었지만 조금 경박한 구석이 있는 메시아에게 겉으로보나 속으로보나 연장자인 자신이 말을 높힌다는게 거부감이 드는 것이었다. 새삼 옛날 자신의 모습을 생각하며 그는 쓴웃음 지었다.
'더 어린 사람에게도 굽실댈때도 많았는데 뭘 이제와서.'
겉모습이 달라지고 속이 달라지면서 그 옛 자신의 모습이 사라지는것 같아 못내 아쉬운 마음마저 들 정도였다."
"무슨일이십니까?"
"아 그 말투 말야. 나이도 얼마 차이 안나보이는데 그렇게 높히는건 스승으로 좋지 않아? 물론 이쪽이 그쪽을 높혀 부르는건 사양이야"
"....."
벌써 몇번이나 겪는 이 사태에 그는 속으로 몇번이었지? 하는 생각과 높혀 부르는것을 자제할까? 라는 생각외 여러가지를 떠올리며 말을 받았다.
"그럼 이제 부터라도 말을 놓지."
그것을 말하면서도 참 많이 바뀌었다고 그는 생각했다. 이전이었다면 그런 행동 자체를 꺼려 했을 것이 틀림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말야. 한가지만 물어 봐도 될까?"
"뭘?"
"검 말야. 그거 네가 만든 것이라면서?"
"그래."
그녀의 보라색 머리가 치렁거렸다.
'보라색이라. 오래 살았다고 생각했지만 저런색의 머리는 또 본적이 있었나?'
스쳐 지나가며 봤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그에게 그녀가 말했다.
"그럼 네가 만든 저 검처럼 하나 더 만들수도 있는거야?"
그제야 그는 그녀가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 알아 차렸다.
"아니 저 검은 아마 만들지 못할거다. 특수한 재료와 그만한 심력을 쏟아서 만든거니까, 앞으로 그 이상가는 검을 만들수 있을지 없을지는 나도 잘 몰라."
그의 말에 적지 않게 실망하며 그녀가 말했다.
"보통의 검은 어느 정도의 능력을 낼수 있는데?"
떡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그런 말을 하는 그녀를 보며 기가차 그가 피식 웃었다.
"그건 알아서 뭐하게?"
약간 비꼬는듯한 그의 말투에 기분이 상해 그녀는 말을 멈추었다. 불만인듯한 표정으로 다리를 떠는 메시아를 눈치챈 군트리온이 그녀에게 주의를 주었다.
"다리 떠는 버릇 고치라고 누누히 말하지 않았더냐."
"하지만,,"
벤하르트를 한번 노려보고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성큼 성큼 걸어가는 그녀의 행색을 보고 레니아가 물었다.
"무슨일이야?"
"조금 대화 아닌 대화를 나눴는데 꼬여 버린 모양이다."
"무슨 소리야 그건?"
그가 그녀에게 숨기는 내용은 대부분이 별볼일 없는 일이라는걸 그녀는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는 묻지 않았다. 궁금하면 돌아가 물으면 그뿐인 이야기인 것이다.
"조금 더 있으면 끝나니까 기다려."
"어."
군트리온과 레니아의 수련이 끝나고 그들은 오랜만에 같이 거리를 걷고 있었다. 낮에는 레니아 밤에는 벤하르트 아침은 여관이 정해져 있었던 그들의 생활때문에 이렇게 같이 어딘가를 돌아다니는것은 꽤 오랜만의 일이었다.
"레니아 아까는 뭘한거야?"
"아 그거? 마법 수련을 하는데 어딘가에 가서 하면 상당히 어질러질게 뻔하잖아. 내가 배우는것은 일반적인것 부터 시작해서 전투마법까지 다양하거든. 그래서 심상세계에서 열심히 받고 왔지. 못봤어? 앞에 자그마한 구슬 하나를 놓아 두었잖아. 그 안에서 배웠던 거야. 그것 때문에 오늘은 그집에서 하게 된거지. 그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그 공간을 지도하는 자의 정신이 흐트러 지면 안되거든. 물론 어느정도는 군트리온도 충분히 버틸수 있지만 역시 집중이 잘되는게 훨씬 덜 위험하지. 그래서 실전의 연습을 할때에는 그 집에 들러서 심상세계에 들어가곤 했지."
"그렇구나."
"그건 그렇게 벤 너 말야. 너무 관심이 없는것 아냐? 집요하게 물으면 화를 내겠지만 이렇게 관심없는것도 은근히 열받는다구."
"내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지마라. 집요한것과 관심없는것을 적당히 라는건 내게는 힘든 일이니까 말야. 굳이 택하라고 하면 아예 이야기를 안꺼내서 건드리지 않는게 상책이라고 본다."
그가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뭐야 그 내가 폭탄이란듯한 말투는."
"완전히 아니라고는 말할수 있어? 아닐껄. 어제 일도 그렇고,"
그 말에 그녀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가 곧 붉게 달아 올랐다.
"저 저기 맛있는걸 파는것 같은데 한번 가볼래?"
그의 손가락을 따라 그녀의 얼굴이 삭 돌아갔다. 위기를 넘겼다고 좋아라 하면서 그는 레니아와 함께 한동안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저녁이 되어 그는 가볍게 식사를 하고 신을 신었다.
"좋아."
"갔다 와. 견학 해줄까?"
"됐어. 갔다올게."
손을 흔들며 배웅하는 그녀를 뒤로한채 그는 여관을 나섰다.
'레니아도 열심히 배우는것 같고 나도 이대로 미적이는건 안되겠지.'
전날밤에 있었던 일을 생각해보고 그는 자신보다 레니아의 경지가 훨씬 위라는것을 짐작할수 있었다. 눈에 마력을 집중 시키는것 부터 그녀는 수월하게 할수 있었고 그와 동시에 마법을 날리는 일과 그러고도 충분할 정도의 저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기를 느끼고 조금 모을수 있는 자신과는 정말이지 격이 다르다고 할수 있었다.
"좋아 열심히 하자."
볼을 세게 치며 그는 힘차게 요셉이 있는곳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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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올려봅니다.
한창 열심히 쓸때는 이야기를 왠만한건 다 기억하겠는데 이건 좀 쉬고 나면 뭐가 뭔지 뒤죽 박죽 되는 제 머릿속. 으아아.. 연참대전 끝나니까 바빠지네요. 아니 느슨해진건가.. ㅇ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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