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159화-가렌더 부크
"뭔가 방법이라도 있는건가?"
"물론. 간단한 방법이 있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레니아가 말했다. 그에 군트리온이 궁금하다는듯 묻자 그녀가 대답했다.
"결국 요점은 그쪽에서 규칙에 사용되는 도구를 만지기 때문에 안된다는 이야기잖아. 그럼 우리쪽에서 그것을 만들게 되면 문제가 없다는 뜻이지."
"그렇지만 어디 만들수 있겠나. 저쪽의 청년은 물론이고 자네도,,"
마법사라면 마법사를 감지하는것 정도는 기본중의 기본이었다.
"나라면 그 마도구를 만들수 있을거야. 얼마나 걸릴지는 몰라도 확실하게. 너무 기한이 걸린다면 그쪽에게 하루간 벤의 검을 빌려주지. 그런 조건이라면 무리가 없을거라고 보는데,"
"하지만 마법을 다루지 못하는 자가 마도구를 만들수 있을리가 없지 않은가."
"마법을 쓰지 못하기는 하지만 마법 자체를 모르는건 아니야. 거기에 시간이 남는다면 분명 그쪽에게 유리한 상황일텐데 뭐가 문제라는거지?"
생각해 보면 그랬다. 군트리온은 레니아가 계약서를 만들던 기한을 어기던 그에게는 별 상관이 없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검을 연구하기만 하면 과정이야 무어이 문제 겠는가?
"그것도 그렇군. 그래 나는 자네에게 이 마도구를 만들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면 된다는 말이지?"
"그래."
"거기에 너무 오랜 기간을 허비하면 무상으로 빌려 주겠다는 말이지? 저 검을?"
레니아가 고개를 끄덕인다. 벤하르트는 그녀에게 무슨 말이냐고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그녀가 가로막자 말하지 못하고 주저 앉았다.
"그럼 내일 우리가 있는 방으로 오게나. 107호실로 오면 될터이니."
"좋아."
그 말을 끝내고 군트리온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긴 시간을 뺏어 미안하네. 그럼 내일 보도록 하겠네."
"레니아 왜 그런 조건을 제시 한거야?"
"다 생각이 있으니까 좀 참도록 해. 아무렴 내가 네 검을 잃어 버릴까봐 그러는거야?"
"무슨 생각인지나 말해."
조금 단호한 그의 표정에 그녀도 순순히 대답을 해주기 시작했다.
"알고 있겠지? 어느 순간에서 부터인가 나는 너와 격이 벌어지기 시작했다는걸. 사실 바오윈에 가기 전 네가 했던 말은 어떤 의미에서는 정곡과도 같은 말이었어. 그때 느꼈지. 나에게도 벤 못지 않은 실력을 낼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말야."
"그게 마법이냐?"
"너도 알고 있겠지? 고작해야 반쪽을 손에 넣었을 뿐인데 나의 힘은 비약적으로 향상 되었어. 마법 하나를 부릴수 있을 뿐인데도 그정도. 방해가 되는 차원이 아니라 벤 너를 비웃어 줄수 있을 정도의 힘을 손에 넣었지. 그때 나는 생각했어. 밖으로 나가도 마법을 사용할수 있다면 짐이 되지 않을것이라고,"
그런것을 상관할 필요는 없다 라고 확실하게 말해 줄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그가 그런 말을 하기에는 자신의 힘이 너무도 부족했다.
"그래서? 고작해야 계약서를 만드는 법만으로 마법을 익힐수 있다고 생각하는것은 아니겠지?"
"물론. 그정도로 쉽게 보고 있었다면 지금도 나는 마법을 잘 부릴수 있었겠지. 그 군트리온이라고 하는 자는 자신을 대마법사라고 했는데 그냥 허황된 말은 아니라고 생각해. 이곳 아스포에라를 탄것만 가지고도 알수 있는 사실이지. 거기에 지금의 우리에게는 거래를 할 소중한 검이 있잖아?"
벤하르트도 레니아가 말하고자 하는것은 이해할수 있었다. 그녀가 계약서를 만들고 나면 다음에 요구할것은 마법수련인 것이다.
"돈과 마법 둘중 어느것이 더 중요할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한가지 문제가 있다면 벤 너의 검이 얼마나 버텨 주느냐 하는거야."
"뭘 버텨?"
"그들은 연구 한다고 했잖아. 검을 파손시킬생각은 없겠지만 검에 대한 연구가 끝나게 되면 분명 너에게 반납하고 나의 수련도 끝나게 되겠지. 최소 체계적으로 배우기 위한 시간으로 2주 많게는 한달정도가 필요해. 하루 이틀 정도로는 이야기가 안되거든."
"그건 내 영역을 벗어난 선이잖아. 아무리 나라고 해도 그들이 연구하기 어렵게 검을 조종할수는 없어. 이곳에는 공방도 없고, 설사 있다해도 무리라고.."
"아니 딱히 조정할 필요는 없어. 네가 마법사들에게 들키지 않게 조율 하는게 무리듯이 마법사가 도공의 기술을 이해하는데에는 무리가 있으니까, 가만히 있어도 아마 하루 이틀 정도로는 끝나지 않을거야. 하지만 나에게도 시간은 중요한 것이니까 지금 계약서를 만들때 어느정도의 기초를 확립시켜 놓으려 해."
그녀는 작은 손을 꽉 쥐며 말했다.
"뭐 결국 내가 할일은 없다는 이야기 아냐?"
"오늘부터 벤 너는 검을 꼭 끌어 안고 자도록 해. 무슨일이 있어도 뺏기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무슨 소리야?"
"지금껏 보아 왔는데 벤 너의 검은 말야. 너 자신과 관계가 있어 보였어. 네 심리에 따라 천차만별로 달라졌지. 그러니까 이번에는 절대 그들이 검의 비밀을 알아 채지 못하도록 힘을 좀 써보라는 이야기야."
벤하르트나 레니아나 별로 추상적인것을 믿고 싶어 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미 몇차례나 검을 보아왔던 그들이었기에 자연히 그녀의 의견에 납득할수있었다.
"하지만 역시 이상하긴 이상한 일인데,"
불평하면서도 그는 검을 품안으로 끼어 안았다.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앞으로 남은 시간은 2일도 되지 않는 시간 뿐이었다. 레니아는 레니아대로 군트리온은 군트리온대로 각자는 원하는것을 힘의 원동력으로 삼아 잘 해내가고 있었다.
"하아. 끝났군."
"참고로 말해두지만 보름의 시간동안 만들지 못하면 그 검을 연구할테니 잘 알아 두도록 해라."
나이가 나이였기 때문에 자연히 하대를 했지만 그런 군트리온이 그녀는 못마땅 하기만 했다.
'대마법사가 신인지 신이 아닌지도 구분하지 못하나?'
인간의 경우에는 실력을 막론하고 신을 본다는것 자체가 신비한 일이었지만 신비를 찾기 위해 돌아다니는 군트리온의 경우 레니아를 보고 신기를 느끼지 못했다는 것은 그만큼 레니아의 지금 모습이 인간에 가깝다고 말할수 있는 것이었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일주일이나 있으면서 그것을 눈치채지 못할 그녀도 아니었기 때문에 괜한 화풀이를 할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역시 실력이 뛰어나긴 뛰어나군.'
기초적인 정리 수준인 설명이었지만 그녀는 어느새 마법을 사용할수 있게 되었다. 물론 그 일을 아직까지는 군트리온에게 이야기 하고 있지 않았다. 그녀의 현재 수준이라면 이미 마도구를 만들수 있는 수준이었기 때문이었다. 조금 더 시간을 끌어 마법에 대해 알아내는 것이 그녀의 목적이었지만 군트리온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다.
"이상하군."
혼자 중얼거리는 소리였지만 그의 눈빛은 그녀를 의심하고 있는듯했다. 군트리온은 마력의 냄새를 맡을수 있었다. 누구나 할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 정도의 실력이 되면 방법이 다르다고 해도 마력을 느낄수가 있게 되는데 그에게는 그게 냄새로 작용했다. 최근들어 레니아에게서 달짝지근한 마력의 냄새가 나왔기 때문에 계속 되는 부진함이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뭔가 눈치챈건가?'
가급적이면 더 시간을 끌고 싶었지만 속인다는 인상을 주는것보다는 서로가 좋게 끝내는것이 검을 내주었을때도 안전했기 때문에 그녀도 마도구를 만들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도 2일 정도는 더, 아무리 그래도 가렌더 부크 까지는 데려가 주어야 겠지.'
"요즘 수련은 어때?"
"뭐 대충 계약서를 만드는것은 아마 가능할것 같고 조금의 마법도 배울수 있게 됬지. 아직은 단순한 정해진 마법언어에 대한 초급 지식이지만 그래도 희망은 보이는것 같아."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손으로 몇개의 광탄을 만들어 조종해 보였다. 사실 마법을 이렇게 빠른 시간에 사용할수 있다는것만 해도 대단한 진보였지만 그에게는 레니아가 마법을 사용하는게 낯선 느낌이 들지 않았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몇일전만 해도 이미 카도스에서 그녀의 무위를 직접 견식한 것이었을 것이다.
"굉장하네."
"네가 생각하는것보다 더 대단한거라구."
예상했던것보다 덤덤한 벤하르트의 태도에 조금 투덜거리며 그녀가 말했다.
"아 미안. 그래도 솔직히 말하자면 옛날의 너와 비교가 되서 말이지. 그때랑 비교하면,,"
"뭐 네 입장에서는 그런 의미였겠지만 조금은 내 입장도 생각해 보라고."
"알았다고, 하지만 솔직한 심정은 그랬다는 거야. 너도 거짓말을 말하면 기분 나쁠것 아냐."
조금은 일리 있는 말이었으나 그녀의 기분이 풀어질 정도 까지는 아니어서 벤하르트는 한동안이나 그녀와 이야기 할수 없었다.
"스승님. 어떤것 같아요?"
"믿겨지지는 않지만 이미 마법을 부리고 계약서도 만들수 있는 능력가지 소유하게 된것 같다."
"설마요. 아무리 빨라도 한달 이내에는 무리라고 스승님도.."
메시아는 믿기지 않는다는듯 말했지만 군트리온의 표정은 꼭 그렇지만은 아닌듯 했다.
"이전에 마법을 익힌적이 있었을지도 모르지. 아예 마법을 익힌적이 없었다면 그정도로 빠르게 마법을 배울수는 없어. 벌써 일정 수준에 이른걸로 보아 작정하고 우리와 교섭을 한것 같다."
"설마.."
"그래. 아마 레니아라는 녀석이 노리는것은 나의 마법일것이다. 계약서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때부터 아마 준비되어 있었지 싶다."
"어떻게 하실 건가요?"
"으음."
그는 수염을 만지며 한동안 그곳에 앉아 생각했다.
가렌더 부크에 도착하는 날 그녀는 완성된 계약서를 들고 군트리온을 찾아갔다.
"자. 완성 했지?"
"대단하군 일주일만에 완성할줄은 꿈에도 생각치 못했다."
"조금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이정도면 괜찮을거야."
군트리온도 이리 저리 계약서를 확인하고는 이상이 없다는것을 깨닫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서로가 서로에게 원하는 계약을 3가지씩 적는것으로 교섭하도록 하지. 이상이 없으면 서명하는 것으로.."
=============================================
오늘은 알바 하면서 조금 안좋은 일이 있어 심란하네요. 본래 조금 더 써서 끝내려 했는데 도저히 글을 잡을수가 없어서 여기 까지 쓰려 합니다. 오늘 정말 못올릴뻔했는데 뭐랄까 올리게 되서 기쁘면서도 속은 허합니다.. 후우.
Comment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