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211화-재개(9)
에시오르와의 면담후 다시 하루가 지났다. 벤하르트는 선물을 주기 위한 검을 다섯자루 만들었고, 한명씩 선물을 전해주기 위해 가렌더 부크를 돌아다녔고 레니아는 다음날 있을 여행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만든 검은 총 다섯자루로 각각 인 판치스 나우스 요셉 리스에게 전해주려고 마음먹고 있었다. 부단히도 노력을 해 만들었던 터라 검의 예리함은 그가 만들었던 검들중에서도 상당히 질이 좋은 편이었다.
처음 준것은 인이었는데 인은 상당히 검을 휘둘러 보고 싶었던지 받자마자 어린아이처럼 밝게 웃으며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서 벤하르트는 자신이 잘못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했지만 로엔에게도 말을 해뒀기에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검을 손에 들고 다음 찾아간 곳은 나우스의 숙소였다.
"아. 벤하르트님 왠일이십니까?"
언제나와 같이 나우스는 공손하게 벤하르트를 맞이했다.
"어 애늙은이네? 왠일이야?"
"할이야기가 있어서 한번 와봤는데, 잠시 시간좀 내어 줄수 있을까?"
"물론입니다. 없어도 만들어서 내겠지만 사실 저희는 아직 아무런 일도 없는지라 심심할정도로 일이 없지요. 우선 앉으시지요."
벤하르트가 자리에 앉자 나우스는 안으로 들어가 간단한 마실것을 내왔다. 봉지에 담아가지고 온 검들을 놓자 덜그럭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그건 뭐야?"
"선물."
벤하르트의 선물이란 말에 판치스는 눈을 반짝이며 봉지를 유심히 쳐다보았다.
"일단 선물을 주기 전에 해야 할 이야기부터 하도록 할게. 나는 내일 가렌더 부크를 떠날거야."
"예?"
"뭐?"
둘은 동시에 놀랐다. 벤하르트가 언제고 떠날것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 시간이 너무 빨랐기 때문이었다.
"왜 내일 가시는 겁니까?"
"그게 말이지. 요셉이 쓸데 없는 소문을 내 버려서 가렌더 부크에서 계속 머무르고 있을수가 없게 되었거든."
"소문이라니 어떤 소문을?"
딱히 숨길 필요도 없는 이야기였기 때문에 벤하르트는 사실대로 그간 있었던 이야기를 해 주었다.
"죄송합니다."
벤하르트의 말을 다 듣고 나우스가 처음 한 말은 사죄의 말이었다.
"아니 죄송하다고 말하지 마. 네가 죄송해야할 일은 아무것도 없었고, 거기에 나는 그런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앞으로 죄송하다는것을 너무 가볍게 내지 말아줬으면 좋겠어."
"그래. 애늙은이의 말이 맞다고, 나우스는 너무 심하다니까,"
나우스는 벤하르트와 판치스의 말을 수긍하지는 않았지만 벤하르트의 부탁을 거역하기는 싫었기에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만 내일이라니 너무 빠릅니다."
"그렇게 됬어. 사실 나도 안것은 어제 였거든. 이번에는 쫓아온다고 하거나 하지는 않겠지?"
"네. 그 뒤로 생각해 보았지만 역시. 저희가 끼어들 자리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둘이 아니어도 여행은 할수 있었다. 셋이어도 상관은 없다. 하지만 철저하게 부하로 남고 싶은 나우스와 판치스를 데리고 여행을 할수는 없었다. 그들의 여행에 자신들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에 나우스는 더 이상 고집을 피우지 않았다.
"이미 주인의 명령을 몇번이나 어겼으니 더 어겼다가는 부하실격이 되겠지요."
"뭐 너는 여기서 판치스와 함께 요셉이나 도와 주라고, 요셉에게는 정말 신세를 많이 졌으니까, 나 뿐만 아니라 너희들도 말야."
"네. 맡겨 주십시오."
"자 그럼 아까부터 옆에서 계속해서 신호를 보내는 판치스의 소원대로 선물을 공개하도록 하겠다."
가지고 온 검은 봉지 안에서 두개의 검을 꺼내들었다.
"그것은."
"그래 내가 너희들을 위해서 만든 검이야. 이건 판치스것. 이건 나우스 네가 쓰도록 해라. 아 헷갈리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다 같은 검이 아니니까 꼭 자신에게 준것을 사용하도록 해줘. 그리고 판치스는 내가 빌려 주었던 검을 줄래?"
"큭."
아쉽다는듯 소리를 내며 그녀는 장작이 쌓여 있는곳으로 걸어갔다. 조심스레 나무를 치우고는 안에서 풍령검을 꺼내왔다.
"어이. 왜 그런곳에 풍령검을 둔거야?"
"헤헤.. 그냥."
"앞으로는 이걸 쓰도록 해. 풍령검에 못지 않은 검이니까 검의 성능쪽으로는 걱정하지 말고,"
"아.. 고마워."
주인에 대한 막연한 상상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어려서 부터 그들의 세계에서 그들의 상식으로 주인을 생각하고 있었기에 설마 주인에게 의미있는 선물을 받게 될줄은 생각치 못했었던 그녀였다.
"잠깐만,"
그는 패를 들고 만져 보았다.
"내일 4시쯤 가렌더 부크를 나서게 될것 같으니까 마중. 나와줄래?"
"물론입니다."
"나도, 꼭 갈게."
받은 검을 꼭 쥐고 판치스가 말했다. 왠지 대우가 팍 달라진듯 해서 괜히 기분이 좋아진 벤하르트는 남은 검을 들고 그들에게 말했다.
"그럼 내일 보도록 하자. 푹 쉬어."
그 후 찾아간 곳은 바로 어제 들렸던 에시오르의 거처였다. 아직도 이름을 알지 못하는 말타와 닮은 요정에게 요셉의 위치를 물었다.
"분명 여기 였지?"
"하아압!"
기합소리가 들려온다.
'수비대장이라고 했었지..'
요셉의 옷은 기본적으로 푸른색과 흰색이 섞인 천옷이었다. 지금까지 벤하르트는 그것이 요셉의 기본 복장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수비대원들의 옷을 보니 그것이 아니라는것을 깨달을수 있었다. 그들은 완전히 같다고는 할수 없지만 요셉과 비슷하게 생긴 옷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벤하르트가 나타난것을 보고 수비대원중 하나가 연습을 멈추고 그에게 다가갔다.
"무슨일로 오셧습니까?"
"어 요셉을 만나러 왔는데,"
"요셉대장을?"
"여어 벤하르트 여긴 무슨일로 온거지? 네가 나를 찾아서 올줄은 몰랐는데, 무슨 중대한 용무라도 있는건가?"
평상시와 다름 없는 어조로 그는 어슬렁 거리면서 눈앞에 나타났다. 막상 요셉이 오고 나니 벤하르트는 망설이는 마음이 일었다. 친하다고 하면 친하다고 할수는 있었지만 어떻게 생각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아 보였다. 언제나 요셉이 자신을 대할때는 대충대충인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고 또 그런 관계속에서 벤하르트는 요셉의 말에 반박하는 어쩐지 가벼운 관계 처럼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간단한 이유로 그는 요셉을 위해 정성을 다한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다. 요셉이 자신을 도와 줄때 그랬던 것체 반발심이라도 인 듯이.
"안녕하세요."
꽤나 늦게 그는 때 놓친 인사를 했다.
"그래 화창한 날이지? 여행을 떠나기에는 좋은 날이야. 내일 가렌더부크를 나간다 했었지? 원하는 답은 찾았나?"
"대충 찾기는 찾았습니다. 어떻게 될지 아직 제쪽에서 확신은 내릴수 없지만,"
"어찌됐든 그건 그렇고 여기 온 이유는 뭐지?"
흥얼 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요셉은 너털 걸음으로 벤하르트의 주위를 어슬렁 거렸다. 요셉 정도가 되면 소리만으로도 사물을 어느정도 파악할수 있을 터였고 하물며 그게 검이라면 더더욱 그러했다. 실상 다 알면서 놀리듯 벤하르트에게 묻는 것이었다. 그런 태도를 보여주었기에 벤하르트는 한숨을 내쉬면서 내용물을 꺼내 들었다.
"이것 받으시지요."
"오호 멋진걸. 역시나 벤하르트 전설의 대장장이다운 실력이야."
"전설취급은 어디서도 받은적 없습니다."
"이제부터라도 불러주도록 하지. 네가 죽더라도 이 검은 길이길이 네 이름을 남겨주도록 노력해볼게."
"노력하지 않아도 되요. 그냥 제가 할수 있는것중 가장 간단하고 뜻있는 선물을 준것 뿐이니까,"
요셉은 벤하르트에게 검을 받아 들고는 뽑아 몇번을 휘둘러 보았다. 날카롭게 바람을 가르는 소리는 귀를 아플정도로 자극해 왔다.
"고맙다."
"네?"
"못들었지? 그럼 됐고."
흥얼 거리면서 벤하르트에게서 고개를 돌린 요셉은 연거푸 검을 휘둘렀다.
"아니 그냥 다시 듣고 싶어서요. 다시 한번 말해주세요."
순간 그의 머리 위로 무언가가 스치듯 지나갔다. 그 뒤 떨어지는것은 자신의 머리칼 몇가닥.
"듣고 싶지?"
"됐습니다."
"꽤 많군요 수비대원은."
"아무리 나라도 가렌더 부크 전체를 혼자 감시할리가 없잖아. 대부분의 일은 내 선에서 해결하곤 하지만 이녀석들도 꽤 실력있는 녀석들이지. 하지만 역시 인원이 충분하지는 않아. 가렌더 부크는 그저 한 도시일 뿐이지만 도시이자 나라. 적어도 나라에 필적할 정도의 힘은 가지고 있어야지. 이번일도 힘이 없기에 이렇게 되어 버린 사건이니까,"
"네."
한창 검을 움직이고 있는 모습을 보며 실없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때 멀리서 한 수비대원이 그들을 향해 뛰어 왔다.
"스쿠미츠 무슨일로 그렇게 헐레벌떡 뛰어 온거지?"
"하아.. 저기 요셉님 그쪽의 인간과 한번 싸워 보고 싶습니다."
"아니 저기.."
"그거 재밌겠는데? 벤하르트 이런 선물보다도 사실 이런게 더 선물 다운 거거든. 어서 가서 놀아주고 와라."
"어..어?"
벤하르트는 요셉의 힘에 떠밀리듯 그들에게 갔다. 한참동안이나 그들의 대련은 계속 되었다.
"하아 하아. 지쳤다."
수십명의 수비대원과 돌아가면서 최소 두번여는 싸운 벤하르트의 몸은 이미 만신창이였다. 하지만 쓰러지더라도 오늘의 마지막 선물만은 주고 쓰러져야 했다. 얼마나 오랜 시간을 싸웠는지 오후에 만나러 갔던 요셉에게서 나올때는 이미 해가 지고 있어 어둑해지고 있었다.
'슬슬 해가 지는걸 보니 일어났으려나.'
미리 들고온 인형을 꺼내 들었다. 주춤 거리면서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마음을 먹고 인형에게 말을 걸었다.
"어이 리스."
순간 당황하며 그는 달렸다. 서있었던 거리의 몇몇 사람들이 자신의 모습을 보고 수군 거린 것이다. 으슥한 골목진곳으로 들어 와서야 그는 다시 인형을 꺼내 들었다.
"벤쪽에서 나를 부르다니 오늘은 꽤나 운이 좋은 날이라고 할수 있을까?"
어느샌가 옆에서 그녀는 벤하르트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붕붕 떠 있는 모습을 봐도 이제와서는 별로 놀랄일도 아니었다.
"이틀 정도 지났었나?"
"그래. 생환을 축하하는 자리였나. 거기서는 나에게 별로 말도 안걸어줘서 너도 같은 인간일거라고 생각했었지."
"같은 인간?"
"의심 정도의 수준이지만 쓰고 버린건가? 하고도 생각해봤어."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게 되는건데? 이해가 안가는데 물론 지금도 썩 좋게만 보고 있는건 아니지만, 감사하고 있고 솔직히 말하면 그다지 나쁘게 보고 있지는 않다고,"
리스는 그건 하고 입에 손을 가져가며 말했다.
"레니아를 봤기 때문이겠지. 너만 보고 있었을때는 별로 상관 하지 않았지만 그 여자는 다르거든. 너희둘은 보통의 사이가 아닐뿐더러 너는 레니아의 말에는 무조건 찬동하고 들것 같았으니까,"
실제로 벤하르트는 레니아의 말에 무조건 찬동하거나 하지 않았지만 리스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야."
그래서 그녀는 벤하르트에게 따로 접촉을 시도 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만약에라도 이대로 아무일이 없었다는듯 지나가버린다면 그것으로 속았다는것으로 생각할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역시나 그럴리는 없었군. 따로 생각할때는 죽일까도 생각해봤는데 말이지."
"거기까지 가다니! 오늘 안찾아왔으면 죽을수도 있었다는 거야?"
"아무리 나라도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아. 내일까지라면 모를까,"
"거기서 거기잖아. 저기 너무 다혈질이 되는건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살아가는데에는 이래 저래 말이지."
그녀는 폭탄이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폭탄. 좋게 쓰일수도 자신의 목숨을 앗아갈수도 있는 폭탄. 세계를 흔들수도 있을정도의 폭탄이었다. 루그벨트는 그 잘못 튄 폭탄에 맞아 패하게 된것이고 마왕마저 물리게 한 폭탄은 여전히 어디로 튈지 모른다고 하는 정체성을 잃지 않고 있었다. 벤하르트의 심정은 잃어 줬으면 했지만,
"생각이 가는데로 움직이는건 내 천성이야. 그녀석들을 살려둔것도 너를 부하로 삼고 싶다고 생각한것도 너를 돕겠다고 한것도 다 같은 부류라고, 뭐 그 이야기는 이쯤 해두고 나를 부른 이유는 뭐야?"
"이전의 일도 있는데 역시 그날 조금 소홀히 한것도 있고 해서..는 아니고 감사의 인사로 주고 싶었어. 자 받아라."
한손으로 가볍게 던진 검은 검을 어둠속에서도 그녀는 정확하게 받아 들었다.
"이건."
"나는 대장장이니까 내 나름대로 검을 만들어 봤어."
"멋지다."
"....."
'오늘따라 하나같이 평소의 반응을 보여주지 않는군.'
"나는 무기 따위는 쓰지 않는 주의지만, 특별히 네가 준 무기는 사용하도록 할까? 앞으로 얼마만큼의 피를 묻히게 될지 모르지만, 그래도 버텨주겠지? 나의 검은?"
"확답을 할수 없지만, 왠만하면 피를 묻히지 말아줬으면 하는데, 죄책감이 느껴질것 같거든."
"큭큭."
"응? 왜 웃어?"
"나는 죽일때는 죽인다고 말해. 누군가를 베면 피가 묻는건 당연한 건데 말이지."
그녀는 말하고 있었다. 검으로는 죽이지 않겠다고,
"보통은 그렇게 말하면 죽이는것 같잖아."
"나는 보통이 아니라는 이야기지."
에헴 하는 헛기침 소리는 그녀의 얼굴과 너무도 맞지 않아서 잠시 그는 멍한 얼굴을 했다.
"어쨋든 다시한번 고맙다고 말해두도록 하지. 태어난 뒤로 누군가에게 무엇을 받은적은 몇번 되지 않으니까, 특히나 '의미 있는' 물건 쪽은 더더욱."
차가운 눈으로 그녀는 다시한번 벤하르트가 준 검을 흘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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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올리고!!
네 1분을 남기고 겨우 올렸습니다. 4kb 를 남기고 있어서 방심 했더니 이거 참.. 본래는 뒤의 리스의 이야기도 더 써야 하는데 말이죠.
여튼 연참대전도 슬슬 중반에 접어 들고 있는데
왜 진도가 안나가는지 원.. 너무 더뎌!!!
도대체 재회만 가지고 몇화를 쓰고 있는건지.. 그냥 정리하는 것 뿐인데 가렌더부크에서는 등장한 인물들이 많다 보니(사실 세어보면 많지는 않습니다만,,) 이게 또 오래 걸리는군요..
여튼 이제 2화? 면 분명히 끝날것 같습니다... (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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