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129화-K(6)
"한가지 생각해본게 있어."
검을 지키고 서있는 벤하르트에게 네냐가 말을 걸었다. 그런 그녀에게 벤하르트가 궁금하다는듯 시선을 옮겼다.
"이런 신종 사기가 있을거라고 생각할수 있지 않을까? 일부러 그런 초대장을 보내 두고 보상금을 챙기려 하는 것. 같은것 말야."
"글세."
솔직하게 그녀의 말에서 느낀 자신의 생각을 입밖에 내었다. 그녀의 말 대로 일 가능성도 제로는 아닐것이라고 생각할수 있었지만 마음속으로는 그것이 아닐거라고 거의 확신 하고 있었다.경매장내의 사람들은 일종의 전문가들이었다. 가짜인지 진짜인지 구분정도는 기본적인 사항이었을 것이다. 2시 30분 훔치는 예상 시간이 얼마인지는 알수 없었지만 슬슬 주위의 공기가 달라져 오는것이 느껴져왔다. K때문이 아닌 호위를 맡은 사람들의 집중이 달라진 것이었다.
'아직까지는 검에 이상이 있는것 같지는 않아.'
벤하르트는 트레이야와 레니아에게 시선을 돌려 손짓했다. 그녀들도 벤하르트를 보고 이상이 없다고 손짓으로 말했다. 시간이 흘렀다. 10분이 지나는것이 마치 한시간이 지나는것만 같은 긴장감. 마치 엄청난 시험을 눈앞에 둔 학생처럼 벤하르트와 주위의 사람들은 바짝 긴장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또 다시 10분이 지났다. 앞으로 5분후 물건은 위층으로 옮겨지고 경매가 시작하게 되는것. 5분만 지키면 된다라고 하는 생각과 긴장이 팽팽하게 늘여져 그들의 신경을 긁고 있었다. 그들을 섭외한 검은 양복의 남자가 성큼성큼 검으로 다가 와서 말했다.
"검에 이상이 없는가 마지막 점검을 하겠다."
훌쩍 두개의 검이 있는곳까지 올라가 그는 검을 만져 보고 검의 주위릘 둘러 보더니 다시 내려왔다.
"역시 숫자가 있으니 오지 못한건가. 의외로 K라는 녀석도 별것 아니로군."
그 남자가 K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긴장을 했던 무리들은 그 말을 듣고 약간 안심하게 되었다.
"그럼 가져가 볼까. 5분 후에 경매가 열리니 이제 슬슬 옮겨야지."
남자가 손짓하자 몇명의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들이 내려와 검이 걸려 있는 조각상 자체를 들고 위층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무게가 엄청날텐데도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듯 그들의 걸음은 사뿐하기만 했다.
"저게 오늘의 특상품인가?"
"어느정도의 금액에 낙찰이 될지 기대가 되는군."
"그런데 소문에 의하면 도둑이 훔치겠다고 예고를 했다더군."
"하지만 저기 버젓히 있다는것은 실패했다는것 아닌가?"
"그렇겠군."
도시의 전통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경매에서 조각째로 이동하는것은 일종의 쇼를 보여 주는것과 같았다. 한눈에 끌기 쉬운 그 행동에 벤하르트는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검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한가지도 놓치지 않을 생각으로 그는 조각상을 따라 걸으면서도 전 신경을 검에 집중했다. 경매장에 도착하자 수많은 사람들을 확인할수 있었다. 각각 어디에서는 대부호로 통할 거부들. 서서히 다가오는 검을 보고 제각각 무엇인가를 말하고 있었다.
"수고 했다. 여기서 부터는 우리의 영역이라고 할수 있으니 나설 필요는 없을거야. 그래도 주의는 해주었으면 좋겠군. 호위는 경매가 끝날때 까지 였으니까 말야."
"이렇게 쉽다니 김이 새는군."
"대기만 하고 10 마크닐을 벌었잖아. 하하."
몇마디씩 하며 긴장을 푸는 사람들을 보고도 안색 하나 바뀌지 않은채 벤하르트는 검을 직시했다. 그 순간이었다.
'앗!'
"뭐지!?"
경매장의 천장은 투명했다. 낮에는 해가 그 투명한 유리를 통해 들어 오기 때문에 딱히 조명이 필요 없었기 때문에 지금의 어둠은 그들에게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당한건가.'
벤하르트는 사람들을 밀치면서 검을 향해 달렸다. 아직도 검이 있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었다. 느낌에 의지해 검에 거의 도착했다고 생각한 순간 다시 경매장안이 밝게 변했다.
"음?"
"밖에 어떤 천이 유리를 덮고 있었습니다. 그때문에 어두워진.. 아아앗!"
보고를 하러 온 젊은 남자의 시선은 조각상쪽에 고정되어 있었다.
"설마?"
벤하르트를 비롯해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곳에 집중 되었다. 분명히 존재 하고 있어야 할 터인 검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안돼!"
절규에 가까운 의뢰인의 목소리. 그리고 양복의 남자는 재빠르게 조각상위로 올라가서 검이 있었던 곳을 만져 보았다.
"어둡게 된지 대충 30초 정도 범인은 이안에 있을 것이다. 아무도 나가지 못하게 입구를 폐쇠 해라!"
층으로 이루어진 경매장이었지만 계단은 일방 통행이었고 구조 자체는 아주 간단한 편이었기 때문에 일일이 확인한다면 충분하다는 확증 때문이었을 것이다. 벤하르트를 비롯한 호위병들과는 다른 일사분란한 움직임으로 검은 양복의 사내들이 일시에 출구를 봉쇄하고 들었다.
"좋아. 이제부터 천천히 조사하도록 한다. 이상한 행동을 보인다면 그 즉시 구속하도록. 우선은 여기에 있는 호위부터 조사하도록 해라."
가장 안쪽에 있었던 벤하르트는 먼저 취조를 받게 되었다. 그들은 희한하게 생긴 추를 들고 있었다.
"거짓과 진실을 고하는 추. 경매품으로서는 A급으로 쳐 주는 마도구지. 거짓을 고한자는 이 추가 심하게 떨리게 된다. 물을것은 오직 한가지. 파사의검 사인의검을 훔쳤는가 와 검의 행방을 알고 있는가 하는 두가지."
훔쳤다는것은 K의 정체가 복수일경우 자신이 훔치지 않았다고 말한다고 하면 추는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행방을 아는가 하는 질문은 범인이라면 피해갈수 없는 포괄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질문인것이었다. 반대로 범인이 아니라면 사라진 검의 행방을 알고 있을리 없었다. 트레이야가 보여 주었던 진실의수정과 상당히 닮았다고 생각했다.
'거짓을 말하지 않으면 되는것이니 오히려 편하겠군.'
"거짓을 고하지 않는게 좋아. 추가 흔들리게 되니. 묻지 너는 파사의검과 사인의검을 훔쳤나?"
"아니요."
추는 흔들리지 않았다.
"다음질문을 하도록 하겠다. 파사의검과 사인의검의 행방을 알고 있나?"
"모릅니다."
그 말에는 추가 미약하게 흔들렸다.
"엇?"
"약하군. 추가 확실하게 거짓을 고한다는것을 말할때는 여기 까지 오지 않으면 안되지."
거짓과 진실을 구별한다 라고 하는것은 여러 의미에서 엄청난 보물임에 틀림 없었다. 실제로는 S에 육박하는 물건인것이 정상일 터였지만 거짓과 진실을 고하는 추는 A급. 좋은 마도구 정도의 가격에 거래가 된 물건이었다. 그 이유는 조금이라도 거짓이 있다면 그것이 자신이 아는지 모르는지는 별개로 추가 반응하게 되는것이었다. 물론 그 정도를 구별할수는 있지만 질문을 엄격하게 세워야 한다는것 구별하고 결정하는것은 인간 본인인 까닭에 거짓과 진실을 고하는 추는 불완전 했다. 그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오해로 죽기도 싸우기도 했다.
"훔치지는 않았지만 검의 위치는 알수 있을지도 모른다 라는것인가?"
날카로운눈으로 검은양복의 남자가 벤하르트를 쳐다 보았다. 섬뜩한 칼이 심장을 겨누고 있는듯한 느낌에 벤하르트는 등골이 오싹해왔다.
"행방은 모릅니다."
"알았네."
그리고 검은 양복의 남자는 다름 사람들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몇시간이나 지났을까 이미 호위를 하고 있었던 사람들의 조사는 전부 끝나고 민간인의 조사로 넘어가 있었다. 조사가 끝나기 전에는 아무도 나가지 못한다는 말에 상당한 불만이 쇄도해왔다.
"웃기지 마라. 왜 너희들의 잘못에 우리가 희생되어야 하는거냐. 빨리 내보내 줘라!"
"맞다. 잘 지켰으면 될것을 왜 못지켜서 우리가 피해를 입어야 하는거냐!"
"조용히 하거라! 멍청한 것들."
어마어마한 고함소리가 맨 윗층에서 들려왔다.
"너희들은 현재의 상황이 어떤지 모르는 모양인데, 지금 우리가 당한 물건은 지금 너희들의 목숨보다도 더 귀중한 물건이다. 네놈들의 목숨을 판다고 해서 그 검을 살수 있을것 같은가! 5만 마크닐이라는 돈은 어떤 의미에서는 인간의 목숨보다도 더 큰 돈이란 말이다. 고작해야 하루. 그것을 버텨 준다면 도시의 위상을 되찾을수도 있다. 5만이다. 죽어라 일을 해도 얻을수 있을지 없을지 알수 없을정도의 거금이 아니더냐. 검사를 받기 싫은 사람은 5만 마크닐을 낼수 있는 사람으로 간주하겠다. 물론 그 돈을 낸다면 지금 당장 풀어 주도록 하지. 못낸다면 조용히 하고 있어!"
저렁쩌렁한 목소리가 장내를 뒤흔들었다.
"시끄러워."
"레니아 트레이야. 조사는 받았어?"
"그래. 이거 보이지?"
검사를 한 사람과 안한사람을 구분하기 위해 손등에는 붉은 인이 찍혀 있었다. 경매장을 뜻하는 표식이었지만 벤하르트나 레니아에게는 별 관심없는 내용이었다.
"그녀석 도장을 찍을때 이상한 눈을 하더라니까,"
"아아 나도 봤어. 조금 꺼림칙했지."
"그런데 언제 까지 붙잡아둘 생각인지. 검사를 다한 사람만이라도 내보내 준다면, 아 이건 아니겠군. 하여간 짜증나잖아."
순순히 실수를 정정하면서도 불평하는 것을 잊지 않는 레니아를 보며 벤하르트는 생각했다.
'역시나 레니아 답군.'
"이제 호위들은 전부 조사가 끝났지?"
어느샌가 네냐의 일행이 벤하르트일행에게 접근했다.
"조사는?"
네냐와 루루투 루루토 토놈은 손등을 보여주었다.
"그나저나 어떻게 된 일인지."
"....."
"벤 무슨 생각해?"
레니아가 물었다. 벤하르트는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다가 레니아의 말에 살짝 놀라고는 말했다.
"아니 조금 생각해보고 있었어."
"무엇을?"
"지금 생각중이야."
다시 생각에 빠진 벤하르트를 뒤로하고 네냐가 말했다.
"그보다 돈은 받을수 있는걸까? 이렇게 애매한 상태에서.. 상황을 보면 그다지 기대를 안하는게 현명할지도 모르겠는데,"
그 말에 일행의 전체가 일제히 어깨를 늘어 뜨렸다.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는 루루투와 루루토 형제조차 돈이 없으면 여행을 하기가 힘들었기에 덩달아 실망했다.
"잠깐.."
벤하르트가 멈칫 했다.
"왜그래 아까부터?"
레니아가 약간 걱정스레 물었지만 벤하르트는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잠시 윗층에 다녀올게."
그렇게 말하고 벤하르트는 윗층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뭐야 저녀석. 윗층에 뭔가 있을리가 없을텐데, 지금 가봐야 자신이 범인이라고 의심하게 할 뿐인데,"
대경매장에 모여 있었던 대부호들도 이미 아랫층으로 내려와 있었고 이미 윗층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도난 당한곳에 오래 머물거나 다시 간다는것은 자신이 도둑이라는 의심을 받기 딱 좋은 행동이었기 때문에 그곳에 다시 접근하려 하는 사람은 없었다.
"벤. 이녀석."
그대로 벤하르트를 놓아 두어서 좋은 일을 본적이 없었던 레니아는 먹고 있던 음식을 놓아두고 벤하르트를 따라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 행동에는 의심이라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나 참. 뭔일이야 저녀석들. 어이 가지 말라니까! 어?"
일어나서 살짝 허리를 돌리는 트레이야를 보고 네냐는 살짝 놀랐다.
'설마?'
"나도 가볼까. 벤하르트가 무언가를 알아낸 모양인데,"
트레이야도 망설임 없이 성큼성큼 올라가자 네냐는 머리를 헝끄러 뜨렸다.
"아아 뭔일이야. 이것들이 단체로. 윗층으로 가면 완전하게 의심받는단 말야. 도대체 뭘 알아냈다는 거야?"
"우리도 가보자."
짧게 루루투가 말하자 네냐도 투덜거리면서 발을 옮겼다.
"별일 아니기만 해봐라. 후우."
네냐일행도 벤하르트를 따라 윗층으로 발을 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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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얼추 끝날줄 알았는데 아니었군요 ㅇㅅㅇ;; 아 길다. 묶어서 3화로 줄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길다. ;;;;
전글에는 3일차라고 써놨네요. 바본가. 6일차 컴플릿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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