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209화-재개(7)
레니아를 만나러 가기 위해 여관으로 가던중 벤하르트는 갑작스레 날아오는 공격을 느끼고 고개를 숙였다. 기습아닌 기습. 살기를 짙게 하여 확실하게 공격을 느끼게 해준것에 그는 고마워 해야할지 미묘한 고민을 했는데 그 사이에 몇차례나 공격을 가해왔다.
"으아."
목을 노리고 들어오는 공격을 피하며 벤하르트는 가렌더부크의 거리를 내달렸다. 공격을 하는 쪽은 어제 만났던 뱀 여인인 루루나였다. 어떻게 그리 쉽게 발각이 되었는지 벤하르트로서는 알 도리가 없었지만 슬슬 인파가 몰리려 하는 도시에서 난동을 피울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검을 휘둘러 달려 드는 뱀의 머리를 쳐냈는데 날카로운 금속음과 함께 뱀의 머리가 살짝 젖혀질뿐 잘리지는 않았다. 벽을 타고 사람의 눈을 피하려고 했지만 그 길을 차단하려는듯 그녀는 계속해서 벤하르트의 진로를 차단했다.
"저기 인적이 드문곳으로 가면 안될까?"
"....."
대답도 없이 그녀의 손이 움직였는데 아까보다 더 빨라지고 위험한 공격이었다. 그녀는 다소 여유롭게 이야기하는 벤하르트가 자신을 봐주고 있는듯한 착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거리의 사람들이 싸우는 그들을 바라보았다.
"뭐야 저건?"
"대단한데?"
거진 공중에서만 싸우는것처럼 보일정도로 벽을 타며 싸웠기 때문에 싸움에 문외한인 자들은 곡예를 하고 있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가렌더 부크의 토박이들 정도의 반응은 그러했으나 실제 가렌더 부크에 들어온 여행객들은 무언가의 달인이상의 실력자들이었기에 그들이 싸우고 있다는것을 깨달았다.
"벤하르트다!"
한명이 벤하르트의 얼굴을 알아보고 그리 외치자 별반 관심이 없었던 다른 시민들도 발걸음을 돌려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저게 벤하르트라고?"
"그 마왕을 물리친?"
'뭔가 소문이 이상하잖아. 왜 내가 마왕을 물리친것처럼 생각하고들 있는거야!?'
루루나와 싸우다가는 더 시선을 모을것이 뻔했기 때문에 그는 결사적으로 달아나려 애썼다. 하지만 실력이 비등비등한 그녀의 발을 따돌리는것은 무리였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거지?'
한 뱀이 빠르게 달려 들어 그의 팔을 스치고 지나갔다.
"읏."
"멈춰."
깨닫고 보니 인적 드문 골목이었다. 정신없이 그녀에게서 멀어지려고만 생각했던지 현재 자신의 위치를 파악하지 못한것이다.
"저기 말야 이야기를 좀 하자구."
"이제 도망칠수 없어."
키리돈이 말했듯 그녀의 말투는 말수가 적은 듯한 인상을 느끼게 해주었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 거리는 벤하르트를 보고 그녀가 말했다.
"이 뱀의 이에는 독이 있어. 해독제는 이것 뿐이지. 제한시간은 30분. 30분 후에 넌 죽어."
"....."
그녀가 기르는 뱀의 독은 그녀 스스로가 제조한 것이었는데 굳이 시간을 30분씩이나 유지될수 있도록 독을 제조한 것은 그녀 스스로가 상대와의 대련을 원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5분이나 10분같이 굉장히 한정된 경우에는 그만큼 위축된 만큼의 부담을 가지고 싸워야 하는 일이었지만 30분이라는 다소 넉넉한 시간은 살기위해 최대한의 역량을 낼수 있게 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시간의 경우 그녀의 개인적인 생각이 가미되어 있기는 했지만 수많은 대전을 통해서 수정에 수정을 반복한 시간이었던 것이다.
벤하르트는 검을 세워 잡았다. 복부를 완벽하게 비운 척 보기에도 빈틈 투성이의 자세였지만 루루나는 쉽사리 달려 들지 못했다. 다가갔을 경우에 대응해올 그의 움직임에 반응할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먼저 승부를 걸어온 자존심이 있었기에 그녀는 먼저 달려들었다. 그때 붉은 무언가가 그녀를 휘감았다.
"너무 돌아오지 않길래 찾아 나섰더니 또 무슨 이상한 일에 휘말린거야?"
한손에는 종이조각을 한손에는 붉은 불구덩이를 들고 레니아가 나타났다.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터라 벤하르트는 다시한번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찾아온거야?"
"그보다 저녀석은 뭐야?"
위협용의 마법이었기 때문에 곧 열기가 사라지고 다시 루루나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빠르게 레니아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움직임은 너무도 쉽사리 벤하르트에게 막혀 버리고 말았다. 벤하르트에게 걷어 차여 멀리 날아가 벽에 달라 붙어 착지한후 그녀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
"독을 치료하고 싶으면 혼자서 덤벼."
"알고 있어. 너야 말로 레니아쪽을 노리지 마라."
설사 유리한 상황에서도 일대일이라는 상황을 고집한다는 이야기는 되돌려 말하면 어떤 방법을 쓰더라도 불리할때에도 일대일의 상황을 만들려 한다는것이나 다름 없는 사항이었다. 개인적으로 움직여 벤하르트를 찾아왔기 때문에 그녀는 부득이한 방법을 사용하려 한 것이다.
"뭐야 중독 된거야?"
"어 그러니까 일단은 나서지 말,.. 읍. 이건 뭐야?"
레니아는 벤하르트의 입에 둥근 무언가의 알을 쑤셔 넣었다.
"이제 아마 독에 대한 걱정은 안해도 될거야. 독에 당하고도 싸울수 있을 정도면 그리 대단한 독은 아니었겠지."
'너의 약은 이미 그 자체가 사기적이구나.'
종류도 묻지 않고 치료 할수 있는 약이라는것은 약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벤하르트라고 할지라도 그것이 얼마나 어이 없는 일인지는 자각할수 있었다.
"그런 연유로 나는 이제 벤하르트를 도울건데, 계속 해볼까?"
"....."
루루나는 말없이 몸을 날려 그들에게서 사라졌다.
"자 그럼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 해줘."
"알았어."
요셉의 이야기만 쏙 빼내고 벤하르트는 어제 있었던 이야기를 레니아에게 해주었다. 들을때마다 점차적으로 표정이 달라져가더니 레니아는 마지막에는 어이가 없다는듯 그를 쳐다 보았다.
"그러니까 그런 소문이 돌았단 말이지?"
이미 말을 들었을때부터 몇명의 용의자와 거진 확신시 되는 범인을 그녀는 추측하고 있었다. 하지만 벤하르트가 일부러 그에 대한 이야기를 뺐다는것을 눈치챘기에 그에 대해서는 더 언급하지 않았다.
"정말 너는 조금만 눈을 떼면 어딘가에서 혹을 달고 오는 구나."
"나도 놀랐어. 그리고 이번건 나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내쪽에서 관여한것도 아닌 일로 추궁당하거나 하기는 싫어."
"어련하시겠어. 하지만 사실인걸. 웃음도 안나올정도야."
"그나저나 레니아 내가 여기에 있다는건 어떻게 찾은거야?"
"이상하네 벤. 어제도 너를 찾아서 그곳에 올라 왔었잖아? 그때는 왜 안 물었던 거야?"
"아 그러고 보니 그렇네."
그 당시에는 요셉에 대한 사실을 숨기려 노력하느라 레니아가 어떻게 그곳에 나타난것인지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여간. 나도 네가 마계에 가 있을동안 놀고 있었던것은 아니야. 마법도 마도구도 여러가지로 많은 공부를 했지. 잠깐만 벤."
레니아는 벤하르트를 향해 손을 뻗고는 무어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뭔가 규칙이 있는것도 같았지만 마법에 대해 문외한인 벤하르트는 그 말을 전혀 이해할수 없었다. 푸르스름한 빛이 벤하르트의 몸을 감싸는가 싶더니 팟 하고 찌릿 하게 몸이 저려왔다.
"으읏."
"추적마법이 걸려 있었어. 지금 해제 했는데 그 반동이 조금 느껴졌지?"
'그래서 이렇게 찾아올수 있었던 거구나.'
"추적마법이라는건 흔한 거야?"
"아니 마법을 너에게 걸수 있을 정도면 꽤 실력있는 마법사 였겠지. 원래 인간 같은 복잡한 마력을 지니고 있는 생물에게 마법을 걸어둔 상태로 있는것은 굉장히 힘들거든. 거기에 넌 그것을 인식하지도 못했던것으로 봐서 아마 나보다도 더 실력있는 마법사였을거야. 다행히 해제할수 있을 정도의 수준의 마법이었지만,"
레니아와 떨어져 지낸지 두달. 유수와 같이 술술 능숙하게 마법에 대해 말하는 레니아를 보고 벤하르트는 내심 감탄 하며 물었다.
"군트리온이 그정도로 가르쳐 준거야?"
하 하고 비웃는 듯한 한숨소리를 내며 그녀가 말했다.
"설마. 그 녀석은 네 검을 만지지 못한다는 것을 알자마자 나에게서 손을 일절 떼버렸다고, 소중한 나의 기술을 제자도 아닌 녀석에게 가르쳐 줄것 같아? 라는 말이나 하면서 말야. 정말 너구리 같은 녀석이야. 이번 일도 물론 도와주는게 이상하다고 해도 필시 고민 조차도 안했을거야."
왠지 군트리온이 그런 이야기를 하는 모습은 쉽사리 상상할수 있었다.
"그럼 마도구로 찾아온거야?"
레니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종이를 보여 주었다. 종이에는 붉은 점과 푸른 점이 찍혀 있었는데 그 사이에는 길과 벽이라는 구분을 지어 놓은듯한 선이 그려져 있었다. 작은 종이에 담아 놓은 움직이는 지도를 담아 놓은 것이다.
"내 마력으로 엮어서 손수 만들어 낸 것이지. 사실 조금 뒤에 벤에게도 주려고 했었어. 여기 보면 머리카락이 붙어 있지? 사실 신체의 다른 부분이라도 별로 상관은 없는데 머리카락이 가장 나을것 같아서. 네가 잠들어 있을때 살짝 실례 했지."
의기양양한 얼굴로 레니아는 뽐내듯 말했다. 그 모습이 오랜만이어서 반갑기도 했지만 그보다도 왠지 자신의 행적이 노출된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그가 말했다.
"..... 뭐라 해야 할지 몰라도 여기서는 불쾌해 해야 하는 거겠지?"
"웃기지마. 어디로 튈지 모르는 너를 생각해야 하는 내 입장도 좀 되어 보라구. 지금의 경우만 해도 그렇잖아. 어차피 내것도 줄 생각이었고,"
"그런가. 불쾌 까지는 심했다. 앞에 말은 무시하도록 하고 어찌되었든 고마웠어. 생각해보면 방금 상황은 꽤 위험했거든. 꽤 버거운 상대이기도 했고 설마 독까지 쓴다고는 생각하지도 못해서 말야."
일대일 이라는 상황을 언급하고 만들어 주었기에 적어도 라는 말로 상대방을 너무 믿어 버렸다고 자책하듯 그가 말했다.
"어쨋든 레니아. 잘 만났다. 그럼 에시오르를 만나러 가자."
가렌더부크에 사는 거의 대부분의 거주민들은 여황의 존재를 알고 있다. 그녀가 존재하기에 가렌더 부크가 존재하는 사실도 기적을 유지할수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여황의 모습을 보지 못한다. 실제 존재하고 있다해도 모습을 드러내는것은 극히 일부분 특정한때 뿐이며 대부분의 시간은 자신만의 은거지에서 있는듯 없는듯 주인인듯 시민인듯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를 여황이라고 말한다 해도 그것이 여황인지 아니면 지나가는 행인인지 구분할수 없을정도로 애매하게 기억되어 있는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여황이 있다는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확실시한 믿음인 것이다.
왕이면서도 그녀는 왕이 아니었다. 막연하지만 확실하게 믿어 주기에 그녀는 마치 신처럼 그곳에 군림하고 있었다.
촛불로 늘어진 어두운 길. 언제나와 같이 말타와 닮았던 그 요정이 벤하르트와 레니아를 맞이했다. 에시오르에게 가는 길을 걸으며 레니아가 말했다.
"꽤 길었지?"
그 질문에 대답하려는데 순간 무언가를 떠올린 그는 잠시 생각하고는 입을 열었다.
"그 질문은 조금 이상하지 않아? 사실 여행을 한 시간은 1년도 채 되지 않았는데, 몇백년간 만들어온 레나스트에 비하면 긴 시간이라고 말할것도 없잖아."
"뭐야. 그 말은 내가 지금껏 살아왔던 시간보다 1년도 안된 여행을 길다고 생각할 정도로 좋게 보고 있다는것을 간접적으로 생색이라도 내려고 하는거야?"
생각해보니 그렇게 들릴수도 있었던 터라 그리 생각하지 않았음에도 그는 조금 당황하며 변명했다.
"아니 그런의도는 없었는데,,"
"뭐 사실이니까 상관은 없어."
대수롭지 않다는듯 그녀가 말했다.
"너 말야. 뭔가 누군가를 닮아 가려는것 같은데,"
"기분 탓이겠지. 사실 수천년을 혼자 살아가는것도 이렇게 여행을 하면서 경험을 하는것도 각각의 장단점이 있어서 무엇이 좋고 나쁘고를 따질수는 없지만, 고작해야 1년이라는 시간도 길게 느낄수 있다는경험을 한것은 나에게 있어서는 참 굉장한 일이니까, 거기에 엔쿠라스를 찾을수 있는 에시오르도 만나게 되었고, 새삼스럽지만 고맙다고 말해줄게."
'주는거냐..'
그렇게 대화를 마치고 그들은 에시오르가 머물고 있는 곳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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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일때문에 어제 미처 쓰지 못했는데,,,,
어제는 제.. 생일이었습니다. 자꾸 하루씩 핀트가 늦네요. 정신줄을 놓아 버린것 같아요. 연참대전때는 종종 있는 일이죠. (아닌가..) 공익생활 직원 선생님들과 술을 마시고 와 매우 피곤하지만 연참대전의 오오라로 인해 글을 술술 써내고 이제 자려합니다.
모두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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