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158화-아스포에라(5)
K와 만났을때 보다는 덜 했지만 역시 한때 싸웠던 자와 얼굴을 대고 마주 하는것은 묘한 기분이었다. 군트리온도 나름대로 벤하르트의 경계를 느끼고는 있었지만 부드럽게 흘려 버렸다.
"저를 보자고 한 이유가 뭡니까?"
가급적이면 빨리 그들을 돌려 보내고 싶었던 그는 빠르게 본론부터 파고 들었다.
"그러니까, 내가 저번에 만났을때 많이 당황하기는 했지만 사실은 꽤 진지하게 싸우고 있었단 말이지. 그런데 자네. 아니 아 그러고 보니 통성명도 하지 않았군. 내 이름은 군트리온이라고 하네. 이미 보아서 알고 있겠지만 마법사라네. 내 입으로 말하기는 뭐하지만 꽤나 실력도 가지고 있지."
"스승님의 실력이야 온 사람들이 인정하는 바이죠."
"그래 그래."
만족스러운 미소를 띄우고 그는 메시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째 그 모습이 고양이를 대하는 주인과 같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리고 난 메시아. 여기 있는 위대하신 스승님의 하나뿐인 제자이지."
"메시아야. 적이라면 모를까 지금의 상황에서 말을 놓는건 별로 좋지 않은것 같구나."
"하 하지만,"
그녀는 그녀의 눈에는 영 허약해 보이는 벤하르트에게는 별로 말을 높히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하지만 스승의 말도 일리는 있었고 그녀는 스승을 존경했기 때문에 심하게 고민 할수 밖에 없었다. 그런 그녀에게 벤하르트는 손을 저으면서 말했다.
"별로 그쪽에게 높힘말을 받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 뭐 저도 그러기는 싫지만, 그냥 이정도의 관계로 그치기로 하죠."
"뭐 당사자가 괜찮다니 상관 없겠구나."
"네!"
'그렇게 나를 높혀 부르기 싫었던 건가.'
확 돌변하는 메시아를 보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때 군트리온이 물었다.
"그래 자네 이름은 무엇인가?"
"제 이름은 벤하르트 하르크입니다."
"벤하르트라, 어디선가 들어 본적이 있는것 같은데,"
"그럴리가요. 저는 일개 평범한 여행가일 뿐이니, 저와 비슷한 이름이 있었나 봅니다."
군트리온은 아무리 생각해도 생각나지 않자 고개를 저으며 포기하고 말했다.
"평범한 여행자가 아스포에라를 탈수 있단 말인가? 여긴 인간이 오기에는 너무도 힘겨운 곳인데, 자네 말대로 평범 하다면 말이야."
벤하르트 본인도 잠시 생각해보니 평범함을 주장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기에 살짝 웃어 넘겼다.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서 사실 난 자네의 검을 보고 싶다네."
"제 검?"
"그래 저번에 보아하니 우리의 마법을 가볍게 짓이기더군. 그리 강한 마법은 아니었네만, 그래도 그렇게 맥없이 사라질 정도의 마법도 아니었기 때문에 사실 굉장히 그 검이 가지고 싶었다네, 애석하게도 실패로 돌아갔지만, 가지고 싶은것은 사용하기 싶어서가 아니고 연구하고 싶어서라네. 역시 스스로 말하기는 뭐하지만 나와 메시아는 굉장한 연구광이기 때문에 여행을 하면서 마법을 성장 시킬 경험을 찾고 있지. 그러다 그 검이 눈에 들어온 것이고, 사실은 자네를 여기서 만날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지만, 만났으니 어쩌겠는가. 최대한 검을 얻기 위해 노력 해야지."
그렇게 말하고 있는 와중에도 군트리온의 시선은 흘끗흘끗 벤하르트의 검을 향했다.
"그렇다고 해서 순순히 보여줄수는 없는 문제 입니다."
"그렇겠지. 그렇다면 어떤가. 한 100 마크닐 정도에 거래를 하는것이?"
"이 검은.."
"오해하지는 말게나. 하루 정도만 빌려주면 된다네. 그정도에 100 마크닐이라면 오히려 싼편이 아닌가? 가질 생각은 결코 없으니 안심하게."
벤하르트에게는 이보다 달콤한 말이 있을리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최대 걸작이자 주 무기인 검을 선뜻 넘기자니 불안한 마음이 없는것도 아니었다.
"조금 생각해 봐야 할것 같습니다. 방금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았는데 만약 검을 주었을 다음 날이 사실은 도착하는 위치여서 제가 군트리온을 놓칠수 있다는게 첫번째이고, 그 외에 검을 주었을때 제압을 당해 주도권을 빼앗기는것도 가능하겠지요. 검을 가지고 자신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방법도 가능할겁니다. 그 외에 사실은 정말 진실로 빌려간 것이었지만 살피던중 제 검이 망가질 경우도 배제할수는 없지요."
"생각보다 훨씬 의심이 많은 사람이었군. 하지만 상대를 잘못 잡았다네. 분명 나 외에 다른 사람이라면 그런 주장은 타당하다 할수 있겠지만 나는 다르다네, 단순히 믿고 안믿고가 아니라 훨씬더 믿을수 있는 것으로 증명해주지."
"??"
"헌데 그것을 보여주면 그 검을 빌릴수 있는 기한을 늘려 줄수 있겠는가?"
"....."
군트리온이 허공에 중지와 엄지 약지를 이용한 소리를 내자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종이 한장이 나오게 되었다.
"이것은 내가 만든 계약서라네. 절대 어길수 없는 계약서로 일종의 마도구지만, 1회성이지. 물론 종이 한장만 있으면 만들수 있지만, 여기에는 상대의 허락과 자신의 동의가 필요한데 그것을 만족 시킨다면 이 글귀에 적힌 대로 안하게 될시 극한 벌에 처해진다네. 심하면 죽기도 하겠지. 그것도 규칙을 설정할때 조정할수 있겠지만 말야. 우선 이것을 실험해 보도록 하지."
그는 벤하르트에게 펜을 건네주었다.
"규칙을 적는것 부터가 먼저라네. 우선 확인을 해야 하니 자네가 먼저 내가 그 다음 그리고 서약의 서명. 단 서명은 자신이 하는것이 아니면 의미가 없다네. 규칙을 적는것에도 일방적인것은 안된다네. 예를 들어 빌린적도 없는 돈을 10만마크닐을 가져 오라는것에 설사 동의를 했다 해도 효력은 생기지 않는거지. 빌렸다면 이야기는 다르지만, 그러니 일방통행이 아닌 서로의 상호교환의 형식을 취한 규칙을 만들어야 하는걸세."
"그럼.."
벤하르트는 펜을 끄적이고는 군트리온에게 보여주었다.
"좋군. 그럼 한번 그것을 지키지 않아 보이겠네."
군트리온이 그 계약서에 서명하자 벤하르트는 군트리온에게 1마크닐을 건네 주었다. 곧 군트리온은 1마크닐을 다시 돌려 주었는데 그의 몸에서 서서히 열기가 피어 오르기 시작했다.
"이크 여기 100크닐 더 있네."
"음."
벤하르트가 적었던 것은 10초에 이자 10%를 요구한 계약서였다. 1마크닐을 빌려 주었으니 10초가 지난 후에는 1마크닐 하고도 100크닐을 더 주어야 했던 것이다.
"지키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여러가지가 있지만 보통은 불에 타서 죽게 되지. 사람의 역량 따라 다르다고 할수 있는데 아무리 버틴다 해도 결국에는 죽음을 피할수가 없다네, 애초에 했던 서명 자체가 자신의 목숨을 거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지. 생물의 목숨이라는 것은 굉장히 까다롭게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설사 동의가 있다고 해도 복잡하게 얽히게 할수는 없다네. 그렇기에 여기에 적을수 있는 규칙은 6가지. 각자가 3가지씩 적을수 있지. 만약 한쪽이 2가지를 적었다고 해도 다른 사람이 4가지를 쓸수는 없다네."
거기까지 들은 벤하르트는 손으로 그의 말을 가로 막았다.
"하지만 이 종이가 계약서인지 알수 있는 방법은 뭡니까. 결국 맨 종이에 하고 제 검을 가져가도 아무 관계가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렇구만, 생각해보면 내 쪽에서 빌려주는 형식으로 사용한적은 많지만 빌리는 쪽으로 사용하는것은 처음인것 같구먼,"
"....."
"스승님 분간이야 할수 있잖아요."
메시아는 그런 기초적인 것을 왜 말하지 않는지 이해가 가지 않아 말했다.
"분간은 할수 있지만 그것을 이 벤하르트가 믿어 줄수는 없기 때문이야. 결국 우리의 손에서 오고간 물건이니 의심하는것도 당연하지."
서로는 생각에 잠겨 방법을 모색했다. 군트리온은 정말 검에 대해 연구하고 싶은 마음 밖에 없었기 때문에 마음 같아서는 속마음을 열어 버리고 싶을 정도였지만 벤하르트의 심정도 이해를 못하는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방법을 생각했다.
한참동안 세사람은 조용히 그 자리에 앉아있었다. 벤하르트는 그들이 빨리 나가주기를 원하고 있었고 군트리온은 거래를 성립시킬 방법을 메시아는 스승의 거래가 성공하기를 기원하고 있었다. 그 정적을 깬것은 하나의 문소리였다.
"어이 벤. 있어?"
"레니아 무슨 일이야?"
그 나름대로는 용의주도 하게 검을 들고 문으로 향했다.
"아니 뭐.. 그냥 올수도 있지 꼭 무슨 일이 필요한건 아니잖아."
'여전히 안하무인이군.'
그는 슬쩍 뒤를 돌아 보았다. 고민하는 한명의 노인과 들뜬듯 앉아서 결과를 기다리는 긴 보라색 머리의 여자. 거기게 그들을 받아주면서 마치 비밀인것 마냥 레니아를 부르지 않은 벤하르트. 별로 레니아에게 보여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것 같이 보이지는 않는 조합이었다.
"벤 무슨 일 있어?"
"아니 뭐. 있다면 있지."
차마 발뺌 할수 없어 쓴 소리 들을 각오로 그는 솔직하게 시인했다.
"뭔데 라고 하기 전에 문이나 열어봐."
문이 열리기 전의 표정은 들어오는 순간 급속도로 얼어가는 물처럼 굳어져 내렸다.
"무슨일인지. 천천히 설명해봐."
"그러니까 이 사람들은 벤의 검을 연구해보고 싶은거고, 그 방법은 한쪽의 일방적인 것이기 때문에 사실상 증명할 방법이 없어서 지금껏 고민하고 있었다. 이말이야?"
"그래."
"저기 군트리온이라고 했어?"
레니아의 말에 그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렇네. 왜 그러나?"
일말의 기대를 갖고 묻자 레니아가 말했다.
"혹시 가렌더 부크에 갈수 있어?"
"갈수야 있지. 나와 메시아는 여러 가지로 여행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세례를 받으며 세상의 진리를 파헤치는 중이니까,"
"지금 목적지는 가렌더 부크가 아니지?"
"물론이네. 그런데 그것은 왜?"
레니아는 '흐음.' 하고 한숨아닌 한숨을 쉬고 군트리온에게 물었다.
"혹시 시간이 걸려도 연구를 하고 싶다면 방법이 없는건 아닐것 같아."
"그게 무슨 말인가."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넉넉히 몇주정도 시간을 낼수 있어? 고작 이 검 하나에?"
고작이라는 말에 그답지 않게 순간 울컥한 벤하르트였지만 차마 지금의 상황을 그의 불쾌함에 끊어 내리고 싶지는 않았다. 거기에 레니아도 자신의 검을 높게 평가한다는것을 알고 있었던 터라 그녀의 말이 단순한 도발이라는 것을 곧 눈치챌수 있었다.
"충분하다고 생각하네. 이런 재료는 쉽게 볼수 있는게 아니지. 조금 기다려서 연구할수 있다면 이쪽이야 말로 고마운 일이지."
"그래? 잘됐군."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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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다음주 금요일에 연참대전이 끝나네요. 쓸때는 힘든데 하고나면 쉬워 보여요. 'ㅅ' 물론 조금 찌들리는 느낌도 없지않아 있지만 서도,, 여러모로 연참대전은 즐겁습니다. ^^; 앞으로 완주 까지 7화 남았군요!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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