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81화-연극(1)
유슬딘의 수업은 4시에 전부 끝이 나게 된다. 벤하르트와 레니아 트레이야도 처음 받아 보는 수업으로 인해 약간 피로함을 느끼면서 교실문을 열고 나갔다.
"인간의 문화를 안것 같아 썩 나쁘지는 않았지만, 수업의 내용은 조금 시시했어."
"어련하시겠어."
"아 그런데 말이야. 이렇게 교사들에게 신임을 받은건 좋지만 만약에 정말 장학생으로 이곳에 들어가게 되면 어떻할건데?"
트레이야의 말에 벤하르트는 손을 저으면서 부정 하려 했지만 레니아를 생각하면 딱히 절대 아니라고 대답할수도 없는일이었다. 세상의 불합리라는것에 예를 들기 딱 좋은 모법답안인 레니아를 보면서 벤하르트는 생각에 잠겼다.
"아 여기 있었구나!"
루나가 계단에서 내려오는 그들을 맞이했다.
"자 어제는 미처 보여주지 못했지만 오늘은 우리의 연극을 보여 주어야 겠지. 도와 주려면 알아 둬야 하니까 말야."
그들은 루나를 따라 어젯밤에 들렀던 교실의 안으로 들어갔다. 어젯밤에 보았던 아이들이 환히 웃으면서 그들을 맞이했다. 이쉬에르도 불만어린 얼굴로 힐끗 벤하르트를 바라보고는 시선을 내리 깔았다.
"자 그럼 모두 준비를 시작하자고!"
루나의 지시에 연극부의 아이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책상과 의자를 전부 뒤로 밀어 넣고 넓은 공간을 확보해 놓은 후 교탁위에 있던 봉지를 풀기 시작했다.
"자 이것들이 연극 소품."
"오오 꽤나.."
"꽤나 라니 실례인 말을 하는군 실제 기사가 입는 옷이다. 말이 소품이지 저건 실제 루나의 집에서 가져온거니까."
"기사라 기사가 등장하는 연극인거야?"
레니아가 트레인에게 물었다. 기사란 이미 오래된 유물과도 같은 직업이나 다름 없었다. 현재에도 기사는 존재했지만 이미 과거의 영광을 입을수 없는 귀족이었다. 시대는 흘러 과거의 기사도보다 세상은 전쟁을 위한 방법을 더욱 선호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일어나 크게 성장한 제국이 바로 라군델이었던 것이다.
"그래. 쉬에뜨의 눈물이라는 소설을 연극으로 만들어서 할거야."
"뭐 뭐라고!?"
벤하르트와 레니아는 쉬에뜨의 눈물이라는 말에 깜짝 놀랐다.
"어 알고 있어? 신기한걸 이런걸 읽는 녀석은 글란 녀석 밖에 없을줄 알았는데,"
"어이 나밖에 라니 이게 얼마나 굉장한 소설인데,"
"그래 그건 나도 인정하지만 이런 제목을 보고 남자가 선뜻 손이 가긴 하냐?"
"제목만으로 책을 판단 하는것은 하류의 짓거리지. 거기에 결과적으로 연극에 사용할 좋은 소재거리를 얻은거잖냐!"
"그래. 연극을 만드는데 이것만큼 좋은 소잿거리는 없지."
모두가 알고 있는 내용으로 연극을 만드는 것 보다는 아직 알지 못한 모래속에 묻힌 진주와도 같은 소재가 그들에게는 필요 했다. 그것이 바로 글란 새퍼드였다.
"원래는 말이죠. 제가 이 연극의 주인공 여자를 맡을 생각이었지만 생각이 바뀌었어요."
루나는 팔랑이는 드레스를 들고 입가에 불길한 미소를 띄우고 있었다.
"설마하니.."
"그래요. 저보다 더 어울리는 여자가 나타난 이상 이 연극에 나서야 할 주인공은 바로 레니아언니가 되어야 해요!"
"싫어."
루나의 희망찬 제안을 레니아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왜요! 이 소설에 나오는 여자의 이미지는 아무리 봐도 언니 밖에 없어요."
"절대 싫어. 연극따윌 할것 같아? 그건 광대라구."
신이라는 자존심이 그녀의 가슴속에서 꿈틀 거렸다.
"아니 연극을 하는 사람들은 광대가 아니에요. 그런 말은 우리들에게 있어 모독이나 다름 없어요."
"좋아. 그럼 연극을 하는 사람들 그 무대에 나가서 하는 그것들은 뭐지? 사람들에게 보이기위해 사람들에게 웃음 주기 위해 그런걸 뭐라고 설명할수 있는건데?"
"당연히 예술이죠. 한명 두명으로 가능한것이 아닌 여러명이 한 호흡이 되어 사람들의 영혼을 사로잡는 그런게 예술이 아니면 뭐라는거죠? 단순한 웃음만을 추구하기 위함이 아니라구요!"
레니아는 말을 멈추었다.
"대단하네. 그래 사람마다 견해는 제각각이지. 하지만 나도 연극이 단순히 광대같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어. 다만 진심을 보고 싶었을 뿐이었지."
"진심?"
루나가 물었다.
"그래. 단순히 주인공을 하기 싫어서 귀찮기 때문에 넘길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되면 곤란해."
레니아의 표정이 한순간에 싸늘하게 굳었기 때문에 루나는 잠시 멈칫했다. 자신이 하기 싫기에 남에게 넘긴다. 자신이 어울리던 안어울리던 넘길사람이 있다면 넘긴다. 그런것을 받아 레니아가 그 연극을 맡게 되면 결과적으로 그녀는 인간에게 우롱 당한 셈이 되어 버리는 것이었다. 설사 남은 신의 힘이 있던 없던 수천년을 신으로 존재 했던 그녀에게 그것은 엄청난 치욕이 아니라 할수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연극에 최선을 다하고 신념을 가지고 있는것을 받는것은 오히려 그 반대나 다름 없었다. 자신이 그렇게 소중히 여기고 있는 것을 자신이 아닌 그녀에게 요청하는 것은 레니아가 오랫동안 받아 왔던 것. 신으로서 행해왔던 누군가를 위한 행동에 필적하는 것과 다름 없었다.
"그럼 도와 주도록 할까. 하지만 연극은 앞으로 얼마 안남았잖아."
"축제는 3일후에 시작해요. 저기를 보세요."
이미 수업이 끝났는데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학생들은 축제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 주고 있었다.
"3일 안에 가능할까요?"
"지금 까지는 루나 네가 주인공이었지?"
"네."
"한번 보여줘. 너희들이 만들어낸 연극을."
루나와 연극부가 보여준 쉬에뜨의 눈물은 정말 대단했다. 왜 루나가 예술이라고 표현 했는지 왜 트레인이 그렇게 트레이야의 곡을 원했는지 왜 연극에 그렇게 온 힘을 쏟아내는지는 연극의 결과가 말해주고 있었다.
"대단한데. 고작해야 8명인데 이정도라니.."
벤하르트는 리드를 떠나 여행을 할때 읽었던 쉬에뜨의 눈물과 비교하면서 그 연극을 보았다. 소설이 더 나은지 연극이 더 나은지 그것을 비교할수는 없었다. 어느 부분에서는 소설이 더 나았고 또 연극밖에 보여 줄수 없는 무언가도 분명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에헴. 대단한데. 그런데 나는 어디에 곡을 넣어 주면 되는거야?"
"물론 마지막 부분. 쉬에뜨가 죽는 장면에서에요."
"그렇구나. 이 이야기의 끝에 아버지의 곡이 쓰이는 건가."
연극을 관람한 탓인지 트레이야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가슴을 쓸어 내렸다.
"좋아. 저정도라면 할수 있겠어. 하지만 한가지 루나에게 묻고 싶은게 있어."
"네 뭘요?"
"정말 쉬에뜨의 역을 내가 맡아도 좋은지야."
"걱정 없어요. 연극이 빛나는데에는 꼭 주연이 아니어도 되니까요. 조연이 빛나야 주연이 살아나는 연극이 있는 법이니까요."
"그래. 그럼 조금만 기다려. 대본을 외우고 올테니까."
"레니아 저 긴 대본을 어떻게 외우겠다는 거야?"
"조용히 좀 해. 벤 외울수 없다면 외우겠다고 말했겠어?"
레니아는 신이었다. 하지만 신이기 때문에 천재인것은 아니었다. 약신인 그녀가 수천년간 연구하고 배우고 학습하면서 자신을 향상 시키는것을 노력했기 때문에 지금의 그녀가 있을수 있는것이었다. 레니아의 눈이 바쁘게 대본을 오가고 있었다. 방해할수도 없었기 때문에 벤하르트는 연극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연극부는 분주했다. 루나가 새로운 역할로 변경되어서 레니아를 뺀 나머지가 연극을 다시 연습 하고 있었다. 트레이야 조차 그들에게 합류해서 자신의 곡을 연습하고 있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자신이 맡은 역을 해내는 아이들을 보면서 벤하르트는 묘한 느낌을 받았다. 살면서 자신에게 자식은 없었다. 저런 마음을 나눌수 있는 친구도 없었다. 벤하르트의 과거에는 남은것도 남긴것도 없었다. 그래서 그는 아이들이 부러웠다. 아직 청춘에서 꿈을 꿀수 있는 학생들이 그는 너무도 부러웠다. 그는 표정을 다잡고 그들에게 접근했다.
"저기..루나."
"네? 벤하르트 오빠 왜요?"
"아 그러니까 혹시 내가 맡을 역은 없어? 보니까 중복되는 역할도 여럿 있는 모양이던데."
"음. 역할이라. 주연이 아니어도 괜찮을까요?"
"주연은 무슨 당연히 조연 아니 잠깐 나왔다 사라지는 것도 좋아. 다만 한번 참여해보고 싶어져서 말야. 너희들의 연극에."
"저희 연극에 나오는데 잠깐 나왔다 사라지게 할수는 없죠. 그럼 잠깐 만요."
루나는 연극부원들과 상의 하고는 벤하르트에게 돌아 와서 말했다.
"좋아요. 오빠의 역할은 귀족의 자제의 밑에 있는 주인공을 막는 집사A의 역할이에요."
레시아스라는 집사의 역할은 명령을 받아 실질적으로 주인공을 막는 작전을 실행하는 악역이었다. 소설에서도 다소 등장 빈도가 높은 역할이었다.
"아 그 레시아스 말이구나."
"잘 아시네요?"
"뭐 소설을 읽었기 때문에.. 그런데 내가 맡기에는 너무 빈도가 높은데,"
"아니 빈도는 상관 없어요. 오빠는 그 역할이 잘 맞을것 같기 때문에 시키는 것이거든요. 자 시작해."
루나의 두번의 박수 소리에 연극부원이 일제히 움직였다.
"으 조금 답답한데,"
"정말 최고에요. 완벽하게 레시아스의 환생이나 다름 없어요!"
"오오 대단한데,"
"레시아스를 본적은 없지만 뭔가 비슷해!"
벤하르트는 자신의 얼굴을 확인하고자 거울의 앞에 섰다. 검은색으로 치장한 것이 뭔가 벤하르트다운 어두움을 잘 표현하고 있는것 같았다. 사실 이 레시아스라는 역할은 자신이 모시는 주인공의 적인 귀족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모든것을 팔아가면서 헌신하는 역할이었다. 죄없는 사람을 죽이고 태연하게 많은 악행을 저질렀지만 무작정 미워할수만은 없는 악역이 바로 레시아스인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악역이라는 것이나 얼마나 어렵는가 하는 것은 벤하르트에게 아무런 제약이 되지 않았다. 지금의 그에게는 젊었을때 이루지 못했던 무언가를 이룰수 있다는 충만함을 느끼고 있었다. 거울을 보고 벤하르트가 중얼거렸다.
"뭐 조금 비슷하려나."
"비슷하긴 비슷하군 어차피 내 검의 희생양이 되어 버릴게 뻔하지만 말이지."
거울을 보고 있는 벤하르트에게 트레인이 거만한 웃음을 뿌리면서 말했다. 저런 말투만 없다면 정말 트레인은 주인공처럼 잘생기고 멋진 사람이었을 것이다.
"아 그렇지 트레인 네가 주인공이었지."
"그래 이제 알겠지? 넌 여기 4-18부분에서 나한테 죽게 되어 있지."
낄낄 대면서 트레인이 웃었지만 벤하르트는 작게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
"아무래도 상관 없지만 말이지."
분위기 라는 것이 있다면 그런것일 것이다. 평상시와 다름 없는 벤하르트의 말이었지만 트레인은 쉽게 그 말을 듣고 놀리기 어려웠다. 놀리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지게 만들었다는게 옳은 표현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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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제 궤도에 오른것 같습니다. 저는 소설을 하루하루 쓰는게 더 잘 써지는 것 같네요. 하루 이틀 쉬면서 쓰는것보다 이렇게 빡 허리띠를 졸라메고 쓰는게 저에게는 더 약이 될듯 합니다. 너무 오랜만에 써서 좀 마음에 안드는 연참대전 참가 당시의 부분을 수정하고 싶은 욕구를 참으며, 오늘도 무사히 클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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