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164화-수련(2)
"저쪽도 이제 슬슬 물오르기 시작하는군. 다 먹었으면 시작해볼까?"
낮에서 밤으로 도시는 탈바꿈 하고 있었다.
"아 네."
음식을 치우고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음? 왜 그러고 있어?"
약간 경직되어 싸울 준비를 하고 있는 벤하르트를 보고 그가 말했다.
"대련 하려는것 아닙니까?"
기본적으로 단련과 수련을 하는것은 다른 사람과의 대련하는것 밖에는 없었기에 다른 것은 생각하고 있지 않은 그의 말을 듣고 요셉은 낄낄 거리면서 웃었다.
"그렇군. 뭔가 기본은 다 빠지고 요점만 배운듯한 느낌이 들더라니 그렇게 습득 한건가. 내가 오늘 부터 가르칠 것은 그런 기술이 아니야. 지금은 대련보다는 설명을 들을 때라는 것이지. 자 앉아 앉아."
엉거주춤 앉으면서 그가 말했다.
"설명이라니 무슨?"
"아까 한번 붙었을때 엉망이지만 너는 분명 기본이 잡혀 있는 검술을 구사하고 있었다. 실전용이라고 단단히 말해도 좋을 정도의 검술이었지. 아마 싸울때 약간의 비겁한 짓 정도는 습관적으로 할 정도로. 그런 고로 기본부터 내가 잡아 줄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야. 내가 지금부터 너에게 알려줄것은 기(氣)의 사용이다."
"기!?"
카도스에서 루에인에게 들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우선은 기 라는게 무엇인지 부터 설명하는게 좋겠군. 흔히들 마법사가 마력이라고 부르는 그런 신체의 힘이라고 생각하면 편하지만 그건 수박 겉핥기 식으로만 아는것이니 찬찬히 설명해주지. 기 라는 것은 몸에 흐르는 보이지 않는 힘을 일컫는다. 누구나 가지고 있고 노력한다면 누구나 사용할수 있지만 실제 사용하는것은 백명중 한명 정도. 의식적으로 사용할수 있는 사람은 그보다 훨씬 적지."
"의식 하지 않아도 사용할수 있는 것입니까?"
"그래 물론 그만큼 많은 효용을 거두기는 힘들지만 존재하지 않는것은 아니지. 흔히들 어느 분야에서든지 달인 이라고 부르는 족속들은 십중 팔구 정도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게 좋다. 그것이 어떤 분야던 말야. 기는 여러 용도로 사용할수 있다. 익혀만 놓아도 불노장생하고 단련 방법에 따라 아주 다양한 활용을 구사할수 있지."
벤하르트는 손을 번쩍 들었다.
"뭐지?"
"아까 기나 마력이 같다고 하셧는데 그럼 기도 마법인겁니까?"
흐음 하고 요셉은 조금 생각하고 입을 열었다.
"그 부분은 헷갈리지만 조금 다르지. 각자 사용하는 힘은 같지만 둘은 솔직히 말하면 많이 다르지. 형질 변화와 형태변화 라는 것이 있는데 마법은 그쪽에 특화되어 있다. 예를 들어서.."
요셉은 자신의 손을 벤하르트의 머리에 가져갔다. 후끈 거리는 열기를 느끼고 벤하르트는 고개를 확 뒤로 젖혔다.
"이런 차이. 기는 보이지 않는 힘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눈에 보이지도 않고 형태나 형질을 부여 하는것이 꽤나 힘들지. 불가능한것은 아니지만, 반면에 마법의 경우는 달라서 화염구라던가 눈에 보이는 힘을 만들어 낼수가 있고 그 활용 범위도 기보다는 훨씬 많은 편에 속하게 된다. 일단 전체적인 역량이 발전하게 되면 주문이나 상상이 가능하다는 조건 하에 어떤 마법이든지 부릴수도 있게 되고,"
"그럼 기가 훨씬 않좋은 것이군요."
"꼭 그렇지만도 않아. 기를 단련한 사람들은 기를 느끼고 심지어는 눈으로 볼수도 있고 자신을 강화 시킬수 있지. 방금전의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단편적으로 비교한 예 였을 뿐이야. 어느정도의 수련이 끝나면 기로도 얼마든지 형질변화와 형태변화를 이룰수 있지. 그러니까 7:3 이라고 생각하면 돼. 기를 익히는 자는 형질과 형태를 변화 시켜 구현하는데 3정도의 능력을 얻는다고 한다면 마법은 변화에 7의 능력을 신체강화나 그 밖의 기로만 다룰수 있는 능력을 다루는것에 3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지."
말을 끝내며 그는 손으로 화염을 만들었다. 이글거리는 불을 삭 꺼버리고 그는 다시 말을 시작했다.
"본래 기라는 것은 도술계열의 기술이지. 산을 넘고 바다를 가르며 바람을 부린다. 라는 말도 있으니까,"
"도술.."
왠지 옛날 연철장의 맏형 덴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연철장에서 배우던 다섯가지에 전부 능통했던 천재.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죽었을지도 모른다 라는 생각은 만에 하나라도 없을것 같았다. 덴의 경우에는 그런 일은 상상하기도 힘들었다. 100년쯤 더 지나면 그때는 생각할수 있을까?
"지금 말하는 기는 누구나 사용할수 있다고 했었지? 흔히 기가 나타나는 것은 화가 났을때 생기는 살기. 적과 경쟁하거나 대응할때 느끼는 투기등이 가장 대표적이지. 누군가에게 지독히 분노할때는 조금 더 강해질때가 있곤 하지? 그것 외에도 자신이 경쟁 상대로 여기는 사람과의 대결에서도 들어나곤 하지. 방금 말한 예 외에도 여러가지 기를 부릴수 있을때가 있지만 그건 차츰차츰 말하도록 하고, 우선 네가 해야 할 첫번째는 기를 느끼는것. 지금부터 명상을 하도록 해."
"명상?"
"그래. 보통은 일주일 정도면 조금은 느낄수 있게 되지. 명상을 하는 도중에 해야 할것은 기를 느끼려 노력하는것과 끊임없는 생각이지."
"보통은 마음을 비우라고 하지 않습니까?"
"내 식이다. 마음을 비우는건 아무나 할수 있는게 아니야. 나도 하지 못하는것을 네가 할수 있을것 같아? 자 앞으로 날이 셀때 까지 명상을 하도록."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요셉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무책임한 선생이구만,"
수행을 시작한지도 일주일이 지났건만 벤하르트는 한톨의 기도 느끼지 못했다.
"벤 요즘 수련은 어때?"
한창 마법을 배우는것에 빠져 있는 그녀는 눈앞에서 여러가지 마법을 부리며 물었다. 약간은 놀리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그녀가 바라고 있는것은 이것으로 인해 벤하르트가 조금 더 분발하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뭐를 말이냐. 전혀 진전 없다. 으으 어지러워."
정신을 맑게 하기 위한 명상은 이제 이상한 잡음이 들릴정도로 정신을 몰아 붙이고 있었다.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됬군. 나 나갔다 올게."
"어 갔다와."
그의 뒷모습이 어딘가 패잔병 같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정도의 격투술을 안다면 이렇게 걸릴리가 없는데, 기를 낼수 없는 체질도 아니고 아직도 느끼지 못하는건 뭐냐. 혹시 누가 너보고 바보라고 하지는 않던?"
투덜거리는 요셉보다 더 투덜거리고 싶은게 벤하르트였다.
"명상만 백날 한다고 그게 느껴지면 누구나 다 사용하고 있겠지요. 안되는걸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잠깐. 아. 그렇군. 여황님이 네가 엄청난 명공이라고 하던데 정말인가?"
"엄청난지는 모르겠지만 대장장이 일을 하긴 했었죠."
"그럼 그쪽으로 가보자고."
요셉이 그를 데리고 간곳은 한 공방이었다. 내리쬐는 햇볕의 몇배는 되는 열기가 물씬 올라오고 있었다. 벤하르트는 더위를 잘 참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이곳 안에서는 신기하게도 열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언제나 어떤 공방도 자신이 사용하던 것과는 달랐는데도 친숙함마저 느껴질 정도인 것이다.
'역시 이녀석'
벤하르트의 주위를 덮고 있는 기가 좀더 팽창하듯이 커지는것을 확인했다.
"어쩐 일이십니까요? 요셉님."
"아 저기 검을 만드는 재료좀 준비해 줄수 있을까? 이녀석이 하나 정도 만들었으면 하는데, 물론 값은 지불 할테니 걱정 하지 말고,"
"에이 요셉님에게 어떻게 돈을 받을수 있겠습니까 그냥 쓰시지요 그정도는 제가 부담해도 될 일입니다."
"그정도니 이쪽이 낸다는것이지. 괜한 오기 부리지 말고 받기나 해라. 어이 벤하르트 가서 검 하나를 만들어 봐."
그의 말을 듣고 벤하르트가 화롯가의 앞에 앉는다.
"요즘은 은근히 마족녀석들이 잠잠한 편이라 참 편하게 일을 하고 있습죠."
"그러고 보니 이곳에 와본지도 꽤 된것 같네. 뭐니뭐니해도 평화가 좋은거지."
"아무렴요. 그런데 그것 아십니까? 두달 정도 뒤에 여황님을 뵈러 마계의 마왕 한명이 이리로 온다고 하더군요."
"뭐야? 뭐 이곳이니 별 위험은 없겠지만, 무슨일로?"
"요셉님이 모르는것을 제가 알겠습니까. 그냥 떠도는 소문을 제가 먼저 들은 까닭입죠."
'읏!'
등골이 오싹애져 오는 느낌에 그는 대화를 멈추고 급히 고개를 돌렸다. 벤하르트의 몸 주위에서 기가 나오다 못해 넘쳐 버릴정도로 주위를 덮고 있었던 것이었다.
'뭐야 저녀석.'
"요셉님 요셉님?"
"잠깐만,"
요셉이 놀란것은 그 기의 양 때문이 아니었다. 그정도는 어디에서나 볼수 있고 자신만 해도 그정도의 기를 내보내지 못하는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놀라운것은 기를 느끼지도 못하는 벤하르트가 그정도의 기를 내면서도 전혀 힘겨운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에 있었다.
'대단하군.'
폭발적이게 주변을 덮은 기가 검에 일제히 집중 되었다. 그리고 곧 살짝 맺힌 땀을 닦아 내며 벤하르트가 말했다.
"완성했다."
그의 버릇상 간단한 외형의 검. 한명은 대장장이였고 한명은 가렌더 부크의 수비대장이었으니 무기에 대해 못알아볼리가 없었다.
"대단하군요. 이건 오히려 돈을 주고 사야될 정도입니다."
"오랜만에 해서 잘 될지 몰랐는데 잘 되서 다행이군요."
"방금 검을 만들때 뭐 느낀것은 없었냐?"
그의 물음에 벤하르트는 고개를 저었다.
'너무 익숙한 나머지 느껴지지도 않는건가.'
"다시 만든다. 대신에 내가 말할때에 주위를 두르며 기를 느끼는거다. 잘 봐라."
요셉은 벤하르트를 향해 살기를 내뿜었다. 기의 양만 따지면 방금의 벤하르트보다 조금 못한 양이었지만 그것 만으로도 그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기에는 충분한 양이었다.
"느끼지 못할리가 없다. 사실 느끼지 못한게 기적이라고나 할까..."
그가 말끝을 흐렸다. 그 정도의 기를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내보내고 그것을 전혀 느낄수 없을 정도의 집중력. 자신보고 하라 몰아 세워 천년이 지난들 할수 있을리가 없었다.
'그 방면으로는 천재나 다름 없겠군.'
망치질 소리가 들려온다. 벤하르트의 기가 정점에 달한 순간 요셉이 외쳤다.
"지금!"
그의 벽력같은 소리에 흠칫 놀라며 벤하르트는 주위를 둘러 보았다. 따스하다면 따스한 무언가의 느낌을 받으며 표정이 환희로 바뀌어 갔다.
"음?"
그자리에 있던 사람중 가장 빨리 그 '이상'을 발견한것은 다름아닌 요셉이었다. 평소대로 라면 그 많은 기는 분명 순리대로 검에 녹듯이 사라졌을 것이다. 그랬을 터인 기를 벤하르트가 느껴버림으로서 검을 위해서가 아닌 기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멈춰!"
요셉이 몸을 날렸다.
[쾅]
굉음후에 정적 부스러기가 떨어지는 소리가 끝나고 한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으윽 큭. 켁켁."
뿌연 가루속에서 기침 소리와 함께 천천히 그가 걸어 나왔다.
"음?"
연기 밖에 있을줄 알았던 요셉은 없고 있는것은 대장장이뿐이었다.
"요셉은 어디에 있습니까?"
"바보 같은 녀석이."
"요셉."
"상관 하지 마라. 그 위험을 눈치 못챈 내 책임도 있으니까. 초심자라는것을 깜박 했어. 그 기의 양 때문에."
한쪽팔이 마치 무언가에 짓뭉게진듯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빨리 병원으로 가죠."
"이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니까, 나 원참. 자 이제 됬지?"
요셉은 한쪽 팔의 기를 이용해 대충의 치료를 끝냈다.
"어때 느꼈냐?"
"네."
"그럼 그 느낌을 잊지 말고 가서 명상하고 와. 숙제다. 네 말대로 치료가 좀 필요 할것 같다."
"아 네."
군말 없이 그는 자리를 피했다.
"괜찮으십니까?"
"내가 누구냐. 이곳을 지키는 수비대장인데 이정도 쯤이야. 조금만 치료하면 금방 낫는다고,"
'정말 무지막지하군. 이거 간단하게는 안끝나겠어.'
겉과 속이 다르게 고심하며 그는 공방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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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하루.. 그리고 저는 급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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