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115화-이색(異色)(2)
"이거 꽤나 수완이 좋으신데 그래?"
상인에게서 챙긴 마도구를 주섬주섬 줏고 있는 트레이야를 보면서 청년이 말했다.
"당신들 여행객인가? 그렇다면 그것들을 가지고 가 봐야 무리 일텐데,"
"무슨 소리야? 그건."
"아 그보다 먼저 나한테 10 크닐을 주지 않겠어? 아까의 일에 대한 보상으로 말야. 혹시 무상으로 도와 주었다고 생각하는건 아니겠지? 정보료로 이정도는 받아도 상관 없다고 생각하는데 말야."
"....."
청년이 말해주지 않았다면 돈의 문제가 아닌 트레이야에게 문제가 생길수도 있었기 때문에 벤하르트는 순수히 감사의 표시로 10 크닐을 건네 주었다.
"당신들 이쪽에는 처음 와보지? 라군델에서 이곳으로 올때에는 가이드를 읽어라 라는 말이 북쪽에서 꽤나 유명한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니었나?"
"전혀 들어본적도 없어."
여행에만 급급해서 죽을 곳을 찾아 떠났던 벤하르트나 노시엘트에 박혀 살았던 레니아 대르나드에서 처음 여행을 떠나보는 트레이야가 그런 사실을 알 턱이 없었다.
"뭐 나는 너희들같은 사람들 덕분에 먹고 살지만 말이지. 30크닐만 주면 이곳에서 필요한 것들을 전부 말해줄게. 안내책으로는 쉽게 알수 없는 부분도 말야. 아 참고로 안내책자라고 해도 꽤나 값비싼 편이라서 20크닐 정도는 하니까 그다지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렇게 까지 말하는것을 들으니 자신이 지금껏 살았던 곳과 이곳은 상당히 많은 차이가 있을것 같아 벤하르트는 그의 말에 동의했다.
"그럼 저쪽에 찻집으로 가볼까. 서서 이야기 하기도 뭐하니. 물론 요금은 그쪽에서.."
싱글싱글 웃으면서 청년은 붙힘성 있게 말했다.
"돈이 아깝긴 하지만, 어쩔수 없군. 지불한 만큼 성심성의것 알려달라고,"
"문제 없지. 아 내이름은 퍼플이라고 해."
"벤하르트."
"레니아."
"트레이야야."
짧게 각자 자신의 이름을 소개하고 그들은 바로 찻집으로 들어갔다.
찻집안의 건물 내부도 약간 어둑어둑 한것이 샤이 한이나 라군델과 비교하면 상당히 낯선 느낌이었다.
"아. 매주마다 너희같은 여행객들이 오곤 하지. 여행을 하면서도 이곳이 어떤 곳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말야."
"그런건 아무래도 좋으니까 우리가 여행할때 필요한 것들이나 말하는게 어때?"
"아 그랬지 참. 우선 선불로 요금부터 받고."
당당하게 퍼플은 손바닥을 내밀었다. 그에 벤하르트는 30크닐을 그에게 건네 주었다. 고작해야 설명하는것 하나에 30크닐이라는 돈이 빠져나가는게 꽤나 마음에 걸린 까닭에 벤하르트의 표정은 그렇게 밝지만은 않았다.
"좋아. 그럼. 우선 내 소개부터 하지. 나는 이곳 파투나에서 마법을 가르치는 선생으로 일하고 있는 퍼플이라고 합니다."
"선생이라고?"
트레이야는 선생이라는 말에 반응하며 말했다. 누구나 마법에 대한 동경은 있는 법이었지만 실제로 마법을 배울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기에 약간의 동경을 가지게 되는데 트레이야는 그게 조금 더 했다.
"그렇지. 우리 머물고 있는 땅 어니스의 남쪽 섬. 아니 섬이라기 보다는 대륙이지만 현재 당신과 제가 있는 이 대륙은 말이지. 30여년전 일어난 마법혁명 덕분에 많은 삶이 변화되었어. 아까 보았던 그 마도구들도 그런것들중 하나고,,"
"이것들?"
"그래. 그거 다행히 공짜로 얻었지만 사실 이 마도구는 마을 밖으로 나가면 사용할수 없게 되는 반쪽짜리야."
"어째서?"
아쉬운듯 트레이야는 가지고 온 마도구들을 흘끗 쳐다보았다.
"그보다 우선 마법혁명에 대해 설명할까? 당신들과 내가 사는 곳은 대륙을 경계한 나라와 나라지만 사실 몇십년전까지만 해도 저희도 당신들과 비슷하게 살아 왔다고 전해지고 있지. 그것이 바뀌게 된 계기가 된것이 바로 마법혁명이고. 마법혁명이란것은 백색의 현자라고 불리웠던 트리올이 이룩해낸 혁명이야."
"트리올?"
"지금은 아쉽게도 어디에 계신지 아무도 모르는 전설의 현자. 각 땅마다 현자로 취급 받는 사람은 많지만 그 만큼 전설적인 인물은 아직 없다고 생각하고 있어. 내가 가장 존경하는 현자중에 하나고,"
"그래 그래서 무슨 혁명이 일어났는지나 말해봐."
레니아도 약간 흥미가 동했는지 이야기를 재촉했다.
"트리올님은 마력을 다루지 못하는 일반인들도 마법을 사용할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한 모양이야. 그래서 현재와 같은 환경을 만들게 된것이지. 무조건은 아니지만 대부분 이곳 파투나 정도의 크기 정도가 되는 마을에는 하나의 주도(主導)마법사가 존재하고 있어. 주도마법사라는것은 자신의 마력을 빌미로 해서 타인의 마법을 돕는 마법사들을 말하는거야. 마력공구를 만드는것은 그 밑의 마법사가 하지만 마을에서 마도구를 사용할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건 바로 주도마법사의 마법이 있기 때문이지."
"잘 이해가 안가는데,"
이해가 안간다는듯 벤하르트가 고개를 갸웃 거리며 말하자 퍼플은 다시 말을 이었다.
"사람은 배우면 모두 마법을 사용할수는 있다고 해. 천부적인 재능은 필요하지만 말이지. 누구나 힘을 가지고 있는건 사실이라는 것이지. 마도구를 통해 마을의 곳곳에 퍼져 있는 주도마법사의 마력은 마도구를 통해 소유자의 마력을 끌어내주는 역할을 하게 되지. 윤활류 같은 존재랄까, 하지만 그것을 하려면 엄청난 마력량이 있어야 하고 또 마을에 마력을 공급하게 되면 자신의 마법은 사용하지 못하게 되어 버리지."
"그럼 누가 주도마법사를 하겠다고 하는데?"
레니아가 물었다.
"주도 마법사가 되면 막대한 양의 재산과 부 명예가 주어지게 되어 있어. 그 돈으로 부족한 마법의 연구도 할수 있고 떵떵거리면서 평생을 힘 안들이고 살수 있지. 주도 마법사가 되려면 마력양이 많아야 하지만 그것은 주도 마법사의 일이 힘들다는건 아니거든. 마을 곳곳에 마력을 보내기 위해서는 집중력이 필요한데 그 집중력 때문에 자기 개인의 마법은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거야. 마력양만 충분하다면 누구든 주도 마법사가 되고 싶어하기는 하지."
"에이 재미 없겠다. 자신이 쓰는 마법이 아니면 뭔 재미야 그게?"
트레이야가 넌지시 말하자 퍼플이 그녀에게 말한다.
"그렇지도 않아. 마법사라는것은 만능같이 보여도 대단히 이단적인 신분이라서 원래는 천대를 당했거든. 그런 면에서 보면 권력과 부 명예까지 챙겨주면서 마을 사람들에게도 인기만발이 될수 있는 주도마법사는 마법사의 꿈중 하나지."
"그런데 그렇게 마력량 충분한 마법사가 이곳에는 많은거야?"
'오늘 따라 레니아가 상당히 많은걸 묻네.'
마법이라는 분야 때문일까 레니아가 평소보다 말을 더 많이 하는것 같다고 벤하르트는 생각했다. 레니아의 물음에 퍼플이 답한다.
"트리올님은 말이지 이 혁명을 만들었을때 마법학교를 설립했었지. 트리올님에게 제자는 없었지만 가르침을 받은 사람은 꽤나 많았거든. 그리고 트리올의 뒤를 이은 마법사들은 아직도 인재양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어. 그게 아니어도 요즘은 마법사 입문서 같은게 돌아다니고 있기는 하고 그런걸로 마법사가 되는 사람도 적지 않지. '적어도' 이곳에서는 말야."
"그래서 각 마을마다 주도마법사라는게 있다고?"
"대부분. 처음에는 별로 없었지. 수도 파라케우스의 주변에만 주도마법사를 파견했다고 전해지니까, 현재는 주도 마법사가 될만한 사람들도 많고 주도마법사의 일을 하면서도 자신의 마법을 부릴정도의 능력을 가진 사람도 많다고 하더군. 그리고 참고로 말하자면 나도 주도마법사정도는 할수 있지."
"정말?"
"물론이지. 그래도 명색이 마법강사인데 그정도는 할수 있어야 되지 않겠어? 단 나는 아까 트레이야가 말했듯이 내 자신이 마법을 쓰지 못하는게 마음에 들지 않아서 주도 마법사가 되고 싶은 마음은 없지만 말야. 이렇게 돈도 벌수 있고 이런 생활도 나쁘지는 않거든."
퍼플은 즐거운듯이 웃으며 말하고는 앞의 차를 들어 홀짝 마셧다.
"자 이제 이곳의 마법은 대충 이해 했겠지? 마을에 나가면 다른 사람도 마법을 쓰는 사람이 종종 눈에 보일거야. 많지는 않지만 대충 마을사람중 30~40명중에 한명 꼴은 마법을 쓸수 있다고 생각하면 되지. 간단한 부양마법이나 불을 다루는 마법 정도랄까, 심화되는건 아니지만 일단 사용할수 있는 사람도 라군델만큼 적지는 않을거야."
"그럼 마법이라는것도 이곳에서는 별로 놀라울것도 없겠군."
라군델에서는 샤이한을 공격하기 위해 마법사 군단 까지 만들고 마법사라고 불리우는 사람들에게 엄청난 해택을 주었을 정도로 마법사라는것이 희귀했지만 이곳에서는 일상적인 생활인 모양이었다.
"일단 이곳 브레이버 왕국에서는 이정도가 기본이지. 아랫쪽으로 내려가 데리아스에도 비슷하긴 하지만."
"데리아스."
점쟁이가 머물러 있는 나라의 이름이 나오자 벤하르트의 몸이 흔들렸다. 흥분과 기쁨이 약간씩 뒤섞인채 벤하르트는 입가에 미소를 잡았다. 그리고 슬쩍 레니아를 쳐다보았다. 여행의 시작을 떠올린것이다.
'그때는 존댓말을 썼었나. 이제와서는 엄청 생소한 일이군. 레니아님. 이라니.'
마치 까마득한 먼 옛날의 일처럼 뿌옇게 느껴지는 기억을 한껏 떠올리던 벤하르트는 곧 퍼플의 이야기에 다시 관심을 돌렸다.
"거기까지가 기본. 하지만 당신들은 오늘도 한번 걸릴뻔 했지? 보통 여행객들을 노리고 물건을 팔러 오는 상인들이 있어. 마을 밖으로 나가면 사용하지도 못하고 일상생활을 제외한곳에는 잘 사용하지도 못하는 마도구들을 팔려고 애쓰는 상인들이 말야. 그중에서도 아까의 상인은 최악. 재앙과 행운을 부르는 상자 같은 가짜를 만들다니, 그게 진짜 마도구라면 주도마법사중에서도 손을 꼽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만드는게 불가능 할 정도라고, 조건을 충족 시키기가 매우 껄끄럽지. 반반의 확률 거기다 사람에게 큰 행운과 큰 재앙을 맞게 하려면 어느정도의 마력이 필요할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수 있겠지? 그 상인이 내민건 행운은 쥐꼬리 재앙은 산더미 거기에 확률도 최악인 가짜. 그렇기에 이곳에서 대부분의 마도구는 사지 않는게 좋아. 아 그래 윗쪽에는 '부채'라는게 있었지? 그것과 비슷한 보조 도구가 바로 이곳에서의 마도구라고 생각하면 편하겠지. 그런 보조 도구 외의 마도구는 믿지 않는게 좋아. 아까 같은건 눈에 확 뛸 정도였지만 사실 전문가가 봐도 애매한 물건들도 있으니까."
"하마터면 큰일날뻔 했지? 트레이야."
어깨를 툭툭 치면서 벤하르트가 말했다.
"그 그렇네. 하지만 마도구를 이만큼이나 가져 왔으니 결과적으로는 괜찮잖아?"
"아 맞다. 정보료 같은것을 제외하고 트레이야가 가져온 그 마도구의 8할은 내가 가져갈게. 어차피 여행 떠날 생각일테고. 필요도 없을테고 방금 들었으면 알겠지만 상당히 중요한것을 도와준 셈이니. 이정도의 사례는 감사인사로라도 받아둬도 괜찮겠지?"
손바닥을 탁 치면서 퍼플은 당연한듯 말했다.
"말도 안되. 이건 나의 기지로 받은거잖아."
"그것도 내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했고 나서지 않았다면 아마 큰코 다쳤을지도 모르지. 곰보가 된다거나 평생 외팔이 신세. 벙어리등 완벽한 저주의 상자에서 구해준거라고,"
"6분의1의 확률로 작은 행운이 올수도 있었겠지."
트레이야는 마도구를 향해 몸을 웅크리고는 마도구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집념을 보이고 있었다. 진심어린 그녀를 보고 퍼플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알았어. 그러니 반으로 타협하는게 어때? 뭐니 뭐니 해도 내 덕에 이득본게 많으면 많았지 적지는 않을거야."
"싫어. 7:3으로 해."
"....."
한참을 실랑이 하던 둘은 결국 반을 퍼플에게 주는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후우. 마력과 마법 그리고 이곳에서의 생활 정도만 알아도 그다지 여행하는데 문제는 없을거야. 혹 떠날때 얼굴을 보고 싶다면 이리 찾아와 주시길."
[마법강사 퍼플-당신도 마법을 할수 있다!]
뒷편에는 위치가 적혀 있었다.
"그럼.."
"잠깐만! 퍼플. 당신 마법사라고 했지?"
이미 마도구를 나누는것도 끝이 났고 반짝이는 눈으로 트레이야가 퍼플에게 묻는다.
"그럼 마법을 보여줘. 마도구도 그만큼 줬으니 보여주는건 상관 없겠지?"
"에. 마법사가 사적인 일에 마법을 사용하는건 원래 '낭비' 라고는 하지만 돈도 두둑하게 벌었으니 그럼 한번 보여줄까. '호아마'"
진홍색 불꽃이 퍼플의 손에서 피어 올랐다. 퍼플이 손을 들어 올리자 높은 곳으로 날아간 불덩이는 터져서 작은 불꽃으로 변해 떨어져 내렸다.
"나는 이걸 '불꽃' 이라고 부르지. 이제 됬어?"
"정말 마법이란 대단하구나."
"배우고 싶으면 배워도 좋아. 최소 2달은 배워야 겠지만,"
"그건 무리겠는데, 보시다시피 벤하르트는 상당히 깐깐해서 그정도는 기다려 주지 않거든."
"보시다시피는 뭐냐. 트레이야."
불만어린 목소리로 벤하르트가 중얼거렸다.
"그럼. 기회가 되면 또 보자구. 이건 서비스야. 원래 마법을 좋아해도 잘 사용하지는 않지만 특별히 보여 줄까. '페토'"
마법을 쓰게 되면 마법을 못쓰는 사람으로부터의 시기를 많이 받는 까닭에 마법사들은 될수 있는한 마법을 절제 했다. 하지만 보인다고 엄청난 문제가 일어나는것도 아니기에 퍼플은 보여주기 위한 마법을 사용했다.
"오.. 저런것도 가능한가."
"당연하지 마법이니까, 저정도는 기본이라고. 마법사 라면서 나는것도 못할까?"
하늘로 날아 오른 퍼플을 보면서 감탄하는 벤하르트에게 레니아가 쯧쯧 거리면서 말했다.
"레니아 꼭 마법을 잘 사용하는것처럼 이야기한다? 아 따 따 따 알았어 알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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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미처 못쓴 부분도 있을지 모르는데, 생각해둔건 많은데 메모를 안해놓는타입이라서, 설사 안썼다고 해도 모험 도중에 알아가는 방식으로,,, (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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