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230화-패길(1)
그로부터 5일후 그들은 패길에 도착했다. 항구마을이라 불리우는 패길은 대륙적인 차원에서 보면 정확하게 서쪽에 있는 마을은 아니었다. 도시가 아닌만큼 마을 자체가 그렇게 크지는 않았지만, 해업을 하면서 생계를 꾸려나가는 마을이었다.
"드디어 도착했다."
"따뜻한 방에서 누워서 쉬고 싶어."
오는 도중에도 두어번인가의 습격을 받았지만 게레모스보다 더 강하거나 하는 추격자는 없었기 때문에 쉽사리 물리칠수 있었다. 겨울 바다의 모습은 여름에 보았던 바다와는 또 달라서 레니아는 바닷가에 시선을 빼앗겼다.
"어쨋든 바로 쉬고는 싶지만, 이제 돈이 올려서 말해도 500크닐 밖에 없어. 진짜 바닥을 드러내 버렸다구."
"그럼. 이럴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건데? 일인가. 역시?"
"물론 일을 해야 겠지."
기술 팔이를 해볼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항구마을이다 보니 무기를 위한 제철소는 없을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만든다고 해도 무기를 취급하는 상인이 없다면 의미 없는 행동이나 다름 없는 것이다.
마을의 내부는 전체적으로 소박하고 정겨운 느낌이었다. 도시인 페이렌과는 또 다른 느낌을 자아내고 있었다.
벤하르트와 레니아는 여관을 찾아 방을 잡았다. 방을 잡자 마자 짐을풀어 넣고 얼마 쉬지도 않아 벤하르트는 일어나 레니아에게 말했다.
"그럼 레니아 잠시 나가자."
"어? 어딜?"
따뜻한 방에 누워 잠을 만끽하려던 레니아는 벤하르트의 말에 의아해 하면서 물었다. 왠만하면 바로 쉬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았기에 꼬투리를 잡아 거절할 생각으로 그녀는 벤하르트의 대답을 기다렸다.
"마을의 퇴로를 알아 보러 갈거야. 원래는 나 혼자 가면 되는 일이지만, 지금은 위험하기도 하니까 너도 같이 가야겠어."
"으."
페이렌에서 벤하르트의 활약을 보았던 레니아였기에 하지 말라고 딱 잘라 말할수는 없었다. 거기에 자신이 홀로 남았을 경우도 굉장히 위험한것도 사실이었기에 그녀는 안좋은 얼굴로 양쪽을 저울질했다. 곧 벤하르트의 말에 승복해 그녀는 그를 따라 나섰다.
꽤 오랜만에 맡아 보는 바닷내음을 느끼면서 둘은 마을 안을 순찰했다.
"이쯤이면 됐어. 역시 작은 마을이라 빨리 끝나는 것 같네."
"추워. 눈이 왔을때 보다 더 추운것 같은데, 왜 이런거야?"
"그런 정확한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고, 들리는 바로는 원래 겨울 바다는 춥다고 하더라. 빨리 들어가도록 하자."
패길은 작은 마을이었지만 매주마다 나라 사이를 오가는 배들이 있었다. 처음에는 벤하르트도 그것을 노리고 패길쪽으로 온것이었지만, 지금의 자금사정으로는 무리라 할수 있었다. 한창 돈이 많았을 때에는 괜찮았겠지만 지금 만약 그런 배에 탑승한다고 말한다면 비웃음 당하기 딱 좋은 것이었다. 그 뒤 벤하르트는 몇일간 수소문해 그는 정보를 모았다.
"그래서. 일단 같이 할수 있는 일을 구해서 돈을 조금 모아야 겠어."
"일단이라니 그 뒤에는 어떻게 하는건데?"
"그 뒤에는 모은 돈으로 어선에 타는거야."
"어선?"
"우리가 탔었던 배를 생각하지 마. 고기잡이 배를 말하는건데, 네가 생각하는것보다 훨씬 크니까,"
벤하르트는 나룻배를 기준으로 이야기 했지만 정작 레니아가 비교한것은 그와는 전혀 다른 하나의 배였다.
"아스포에라 정도는 되는거야?"
기준의 대상이 나룻배와 아스포에라 밖에 없는 레니아는 나룻배쪽은 생각도 못한채 아스포에라와 비교해 말했다.
"그럴리가 있겠냐! 알아주는 크기를 가진 배도 아스포에라 만큼 크지는 않아. 비교 대상이 그렇다면 아주 후줄그레하게 보일거다. 어쨋든 이전에 탔었던 그런 배보다는 훨씬 크다고 할수 있지."
패길 마을 근방에서는 잡히지 않는 고기를 잡기 위해 어선을 이끌고 먼 바다까지 가서 고기를 잡아 온다고 하는 마을사람들의 말에 벤하르트는 값싸게 어선을 타고 로터스강을 따라 갈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그 있잖아. 그때 그 아넷테르타는 어떤데?"
"괜찮아. 지금은 아넷테르타가 나오지 않는 시기니까, 시간에 따라 나오거나 안나오거나 하거든."
"다행이네."
"하지만 본론은 여기서 부터 시작돼."
"본론?"
"그냥 간단한 어선을 타는 일이지만 그것조차도 우리는 굉장히 빠듯할정도로 자금 사정이 순하지 않아. 결국 일을 해야 하는거지."
'그냥은 넘어가지 않는 다는 말이군.'
이제는 레니아도 1년차에 접어드는 세상살이에 돈이 얼마나 중요한것인지는 뼈저리게 알수 있었다. 그 옛날 벤하르트가 광석 하나에도 놀랐는지 그때는 몰랐었지만 지금은 알수 있을 정도로.. 알게 되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날 도망칠때 광석 하나만 챙겨 나왔어도..'
이루어 질수 없는 바램이었지만 만약 가능했다면 지금쯤 이런 고민보다도 어떻게 여행을 즐길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이루어 지지 않기에 '만약' 인 것이라는것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일을 어떻게 할건데?"
"일단 몇가지 일을 찾아 봤어. 작은마을이어서 그런지 일자리도 굉장히 한정적이거든. 고기잡이 라던가 식당일을 돕는다던가. 하는 일이 있지만 이런 일은 별로 하고 싶지 않겠지."
"별로 그런 생각을 하지는 않았어."
"어? 이런 일들은 시키는 일들을 다 해야 하는거라고, 지금처럼 막무가내나 안하무인으로 살수 없다는 말이야. 그런데도 괜찮다는거야?"
"안하무인이라니.. 지금까지 날 그렇게 생각했다는 이야기군?"
"어.. 하하.. 뭐 대충 그런 분위기는 있었잖아."
"최근에 생각해 봤는데 점점 나도 적응을 해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그런 일들도 할수 있을것 같은 그런 것 말야. 거부감이 줄어 드는것 같다고 할까. 그런 느낌이야."
차분한 그녀의 말에 벤하르트가 물었다.
"그럼 한번 해볼래?"
기다렸다는듯히 레니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
"하루도 못버텼잖아!"
벤하르트가 소리를 치는 광경은 좀처럼 보기 어려운 광경이었지만, 레니아는 딱히 강경하게 대꾸하지 않았다.
"하지만 말야. 그정도로 막 부릴줄 누가 알았겠어?"
"그게 바로 인생이라는거야. 전직 신에게 그런 것 까지 바랄수는 없는 노릇이었나. 그러니까 애초에 시작하지 않았으면 좋았잖아."
"벤. 나는 한번 당한건 절대로 다시 실수하지 않아. 다음에 이런일은 없다 이거지. 오늘은 단지 처음이어서 당황했을 뿐이야."
'과연 그럴까.'
최근의 행동을 보면 꼭 그럴것만도 같고, 언제라도 폭발해버릴것 같기도 해서 판단을 내리기는 어려웠다. 한시라도 빨리 돈을 벌어 패길을 뜨는것이 좋았기 때문에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할수는 없었다.
"그래서 다음 방법으로 가보도록 하자. 우리한테 딱 맞는 일. 마수퇴치야."
"마수퇴치?"
"최근들어서 마수가 증가했는데, 그걸 마을사람들만으로 대처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는 거야. 철새와도 비슷하게 철이 지날때쯤이면 오는 마수가 있대. 그걸 처리해 달라고 하더라고, 마리당으로 계산해서 쳐준다니까 아마 짭짤하게 벌어들일수 있을거야."
"뭐 분명 아까 보다는 맞기는 할것 같은데, 뭔가 석연치 않은데, 왠지 간접적으로 나는 못할것 같다 라고 말하는듯한 느낌이 들어서."
"그럴리가.. 어쨋든 그럼 이 일을 맡도록 하자."
마수가 위험하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일반인 수준의 실력일때의 일이었다. 마수라고 전부 약한건 아니지만 그간 강해진 벤하르트나 레니아에게는 못미치는 저급한 마수들이었기 때문에 둘은 쉽사리 마수들을 퇴치할수 있었다.
"벤. 돈은 받았어?"
"물론. 3마크닐 정도는 될것 같아. 다행히 이번년에는 마수가 더 많았다지 뭐야."
"하아. 고작해야 3마크닐을 벌기위해 저만큼의 생명을 소비한 셈이군."
"....."
벤하르트는 레니아의 마음을 이해할수 없었지만 그녀가 무엇을 뜻하고자 하는지는 어렴풋하게 느낄수 있었다. 인간이나 동물이나 아무 구애 없었던 그녀의 기준에 이정도의 사욕을 위해 그정도의 마수를 잡아 들였다는것은 찝찝한 것이었다. 마치 벤하르트가 무의식적일 정도로 사람을 죽이지 않는것과 비슷하다 할수 있었다.
"3마크닐 정도면 아마 패길 마을을 떠나서 호라반으로 가기에는 충분하니까, 슬슬 떠날 준비를 해볼까?"
"뭐 벌써?"
떠날 시기가 되었다는것은 어느정도 레니아도 느끼고 있었지만 그녀는 당장에는 떠나고 싶지 않았다. 전의 여행으로 인해 추위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아 버린 까닭이었다. 패길마을에서 바닷마을을 맞은지도 벌써 수일. 이상태로 여행을 떠났다가는 엄청난 고생을 할것이라고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던 것이다.
"조금만 더 있다 가자."
"그러고 싶어도.."
벤하르트는 준비해뒀던 종이를 가방안에서 꺼내들었다.
"뭐야 이건."
"뭐긴 뭐야 수배서지. 이게 그제부터 나돌기 시작했어. 지금은 얼마 되지 않아 걸리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배를 타기도 못할정도로 소문이 퍼질텐데, 그때는 너무 늦는다구."
"쳇. 그놈의 수배서. 그 고용했던 녀석. 우리하고 무슨 원한이 있다고 이런 짓을 벌인거야."
"글세. 세상에는 여러가지 사람이 있으니까,"
"요 사이에 만난 그 노인같이?"
"그렇지."
샬할르만은 분명히 독특한 인간이었다. 돈에 미친것 같으면서도 정말로 지켜야 할것은 천금이 들어와도 거절하는 남자였다.
"그럼 나는 배시간을 알아볼게."
어선을 한번 띄워서 패길을 떠나 먼 나라 근처에서 고기잡이를 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시간도 딱 맞아 떨어질리는 없었다. 벤하르트는 항구쪽에서 정보와 사정을 말하고 적당히 운을 띄워 놓았다.
"2일 후에 돌아와 3일 후에 출발합니다."
딱부러진것도 너무 흐물흐물한것도 아닌 목소리로 항구청년이 이야기했다.
그에 맞춰 벤하르트는 다시 계획을 세워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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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서울을 올라가는 바람에 글을 못쓸것 같아 새벽강행으로 올려 두고 자는군요. 으아 빨리 자야겠습니다. 너무 피곤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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