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207화-재개(5)
"할말이 있다면 냉큼 해보도록. 벤하르트군."
"소문 말입니다. 요셉이 낸 겁니까?"
"하하 그렇게 생각하다니 별일인데? 누구나 단 말 한마디면 머리를 들이 밀며 믿어 주는 녀석이 아니었던가?"
"당신이 그렇게 생각할 정도면 정말 제 연기력이 대단하다 할수 있겠군요. 그 반대 입니다. 누군가를 의심하는것은 제 특기중의 특기에요. 그나저나 부인은 하지 않는겁니까?"
기세 좋게 요셉은 웃으며 말했다.
"하하하하.. 부인할리가 없잖아? 소문을 낸 장본인이라는것은 분명한 사실이니까, 사실 이렇게 붙을것도 만나는것도 다 짜여진 이야기라고 하면 믿어 주려나?"
"정말 마음에 안든다구요. 그 뭐든 안다는듯 예상하고 있다는듯한 말투는.."
"그래? 하지만 마음에 안드는것은 피차 일반이지. 이쪽도 네 그 이상할정도의 이질적인 사고는 마음에 안들어. 아니 거부감이 든달까, 그보다 조금 더 난잡한 원인도 있기는 하지만 여기에서는 이야기 하지 않도록 해야겠군."
요셉은 옥상중에서도 난간끝에 아슬아슬하게 앉아 있었다. 설사 떨어진다고 해도 상처를 입을리는 없었지만 매우 아슬아슬한 상황이어서 벤하르트는 좀처럼 눈을 떼지 못했다.
"왜 소문을 낸겁니까?"
"거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지. 물어봐 주어서 다행이야. 지금부터 어떻게 설명을 시작할까 조금 난감해 하고 있었거든."
"어차피 묻던 안묻던 상관 없이 말할거였으면서.."
"기분의 문제라고, 물어봐 주면 수월하게 편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시작할수 있을것 아냐. 안그래?"
무슨 차이인지 벤하르트로써는 알턱이 없었지만 더 대꾸해봐야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질것 같은 느낌이었기에 입을 다물었다.
"어이 벤하르트. 어찌 되었든 너는 가렌더 부크에 머물러 있을 생각은 없지?"
"그야 뭐."
"여기서 첫번째 이유. 네가 떠날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누가 그런 계기 만들어 달라고 하더이까? 그런 계기를 안만들어 줘도 저희끼리도 알아서 여행을 떠날수 있단 말입니다."
쓸데없다 못해 짜증만 일어나는 오지랖이라 생각하며 그는 짜증섞인 말투로 말했다.
"아니 네쪽이 아니지. 여황님쪽으로 말야. 벤하르트 너는 잘 모르겠지만 레니아의 그 신기(神技)는 그녀이기에 만들어 낼수 있는 것이었지만 그녀가 아니라도 만들어 낼수 있는 보물이라서 이쪽에서는 내어주고 싶지 않은 모양이야."
"하? 그렇다면 어째서 환마왕이 레니아를 데리고 갔을때에는 가만히 있었던 겁니까?"
기가 찬다는듯 말하는 벤하르트에게 요셉은 여전히 싱글벙글한 얼굴로 말을 이어 나갔다.
"레니아의 약에 대한 기술은 있으면 도움이 되는 있으면 좋은 것이고, 환마왕 루그벨트의 경우는 조금 다르지. 들어주지 않으면 이쪽은 막대한 손해가 나게 되는거야. 득실의 수준이 아닐정도로 말이지. 그리고 그가 사라진 지금 조금 더 레니아를 두고 싶다고 생각하는게 여황의 생각인것 같아."
"그렇다고 해도 그것을 왜 우리에게 말해주는겁니까? 당신은 여황의 부하잖아요. 가렌더 부크에 득이 되는 일을 해 주는게 아닙니까?"
요셉은 껑충 뛰더니 벤하르트의 앞에 착지 했다.
"영차. 그럼 여기서 질문. 루그벨트와 싸웠을때 한명의 조력자가 있었습니다. 그 조력자는 누구였을까요?"
"요셉 이었겠죠?"
"땡땡. 수수께끼의 남자 X 였습니다. 라고 하지만 그게 바로 나지."
"그럼 땡이 아니잖습니까."
"중요한건 그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어쨋든 내 경우 본래대로라면 지켜야 할 약속을 어긴 셈이 되어 버린거라고, 금기시되는 일을 해버린거지. 애초에 약속을 하지 않았다면 모를까 약속을 해놓고 그 뒤를 치는 행위는 결론적으로 보면 나만 이득을 본 셈이 되는 거거든. 그것도 압도적으로, 이런 규칙을 한번 깼다는 사실이 드러나게 되면 세상을 살아가기 참 힘들게 되어버려. 그런 이유에 두번째 이유가 생겨납니다. 네쪽으로 신경을 집중 시켜서 제 3의 존재 즉 수수께끼의 남자 X의 존재를 잊게 만드는거지."
"그 수수께끼의남자 X라는거 굉장히 마음에 든 모양이죠? 들을때 마다 오싹오싹 하거든요. 자기 입으로 그런말 하면 괜찮아요?"
"젊었을 적의 습관이라 별로 아무렇지도 않은데 말이지."
그렇게 말하는 요셉의 표정은 왠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일부러 난처하게 만들었다는 것은 알겠는데, 역시 이해하기 힘드네요. 잘못하면 목이 달아날것 같단 말입니다. 아까도 보셧죠?"
"그래 사사(四蛇)의 루루나였지? 그녀석은 요염하면서 귀여운데 말이지. 꽤나 고전 하고 있었지만 검을 들고 있다면 꽤나 좋은 승부가 되었을것 같지 않아?"
벤하르트와 뱀여인 루루나가 싸우는 상상을 하며 그는 조금 즐거운듯이 미소 지었다.
"승부는 별로 하고 싶지 않다구요. 음? 그런데 왠지 아는 사람인것 같은 말투인것 같습니다만."
"그녀석들에게 먼저 소문을 내 뒀거든. 그녀석들은 말이지. 강함을 추구하기위해서 모인 집단인데, 개인개인이 꽤 괜찮은 실력을 가지고 있지. 그렇다고는 해도 그 집단이 모여 강함을 추구할수 있느냐 하는 것을 보면 썩 괜찮아 보이지는 않는데,,"
뱀여인의 날카롭게 들어오는 뱀을 상상하며 벤하르트는 용케 살았구나 하고 생각하며 얼굴을 퍼렇게 질렸다. 요셉이 괜찮은 실력을 가졌다고 말할 정도라면 그들의 실력은 벤하르트가 느끼기에는 굉장한 것이나 다름 없었기 때문이었다.
"너와 이야기하던 녀석이 키리돈이라는 녀석으로 그들의 수장격인 존재지."
"키리돈?"
문득 나오기전 요셉이 지나가듯 말한 말이 떠올랐다. 술을 마신게 키리돈인지 카리돈인지 헷갈린다 하는 농담 섞인 변명..
"아 그때.. 그 변명."
"그녀석들은 말야. 가렌더 부크의 예비 수비대원이라고, 이미 목록에도 올려 놨지만, 어찌나 승낙을 해주지 않던지 말이지. 가렌더 부크에 꽤나 오래 머무를 생각처럼 보이던데 어째서 제안을 받아주지 않는건지 알수가 없더라고, 수비대원으로 있으면 사고를 말리면서 그녀석들이 원하는 경험도 많이 쌓을수 있을텐데 참 아쉬운 노릇이지."
"꽤나 일방적인 제멋대로의 사고로군요."
"그냥 단순한 바램이야. 들어주지 않는다고 강요할 생각은 없어. 제안은 하지. 그 차이는 꽤나 대단하다고,"
"그건 그렇고 저는 어떻게 하면 되는겁니까?"
"아스포에라를 타는 패는 가지고 있지?"
벤하르트는 품속을 뒤져 쌍용이 그려져 있는 패를 꺼내들었다.
"아스포에라는 말이지. 한대가 아니야. 즉 한번 떠났다고 해서 그 뒤에 돌아올 시간이 반년 후라던가 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 어딘가의 외진곳 잘 가지 않는곳 정말 특별한 곳이라면 모를까 대부분은 반년도 지나지 않아 또 다른 배가 지나가게 되어 있어. 가렌더 부크 같은 경우는 그게 상당히 잦은 편이지. 이래뵈도 상당히 연결된 곳이 많아서 말야. 다른 곳에서 가렌더 부크로 가는 아스포에라를 구하기는 힘들지 몰라도 가렌더 부크에서 타는 배를 구하기는 쉽다는 말이야. 앞으로 3일 후에 이곳을 지나가는 아스포에라가 있을거야. 그것을 타도록 해. 그 전에 너희들이 바라는 '답'은 듣고 가야 겠지. 그것을 위해 이 먼 가렌더 부크까지 오게 된 것이니까."
"3일이라.."
요셉의 말에는 반박하듯 괜한 참견을 했다는 듯이 말했지만 사실 벤하르트는 가렌더부크에서 느긋하게 출발하고 싶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요셉에게 조금 더 배워 보고도 싶었고 그간 만났던 관계도 어느정도 차곡차곡 정리 하고 싶었던 것이다. 3일이라는 시간을 들으니 왠지 초조하게 가슴이 시려 오는듯 했다.
"아무리 텀이 짧아도 그 뒤를 노리려면 10일은 기다려야 할거다."
"알겠습니다."
"하하. 마음같아서는 너도 가렌더 부크의 수비대원으로 삼고 싶지만 역시 그건 무리겠지."
"절대 극구 사양하고 싶은 제안이군요. 여행을 하고 있다는것에 감사를 하고 싶을 정도로."
"음? 이야기는 이쯤해두도록 할까? 내일 여황님의 앞으로 오도록 하라고, 내 말은 해두도록 할테니까,"
먼곳에서 들려오는 기척을 감지한 요셉은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깐만요."
"뭐지? 벤하르트."
"어쨋든 이 행동에 대한 이유는 들었지만 저는 다른 이유는 듣지 못했어요. 요셉이 왜 여황쪽의 편이 아닌 저희들의 편을 들어 주는가 하는 것을요."
그가 말한것은 행동에 대한 이유뿐이었다. 표면적인 이유. 하지만 벤하르트가 듣고 싶었던것은 그쪽의 일이 아니었다. 가렌더 부크의 수비대장인 그에게 중요했던 가렌더 부크를 건 약속을 어기면서 자신들을 도와 주었는가 하는것도 지금의 사건을 일으키게 된 생각도 그는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누구의 편도 아니야. 굉장히 치사한 이유지. 너처럼 말이야."
"예?"
"여황의 편을 들어준것도 아니야. 너희들의 편을 들어준것도 아니지. 그저 난 적절하게 내가 편할수 있도록 선택한것 뿐이야. 생각이 끌리는 대로. 단순한 변덕이지. 나는 네가 죽는것을 원하지 않았다. 여황을 배신하기도 싫었지. 그저 중요한 양쪽중 하나를 선택해 주었을 뿐이야. 참고로 지금의 소문은 약간의 사죄에 대한 나의 선물이라고 생각해도 좋아."
"사죄라면 어떤.."
"레니아를 그대로 빼앗겼던것에 대한 방관."
벤하르트를 몇번이고 괴롭혀도 놀려도 그는 요셉에 대해 무어라 불평을 할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설사 비슷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리스와 요셉은 근본적인 입지가 달랐다. 단체에 묶여 있는 요셉은 어떤 의미로는 리스보다 훨씬 더 움직임이 제한되어 있었다. 하물며 약속을 해버렸음에야 더 말할것도 없는 일.
그런 악조건에서 벤하르트를 도와준것을 가볍다는듯 아무렇지 않다는듯 말하고 있었다. 벤하르트를 위해서가 아닌 그저 본래가 그런 성격인 것이다. 벤하르트에 대해 다소 짓궂다고 말할수 있는 행동들도 그저 당연한 일인것이다. 한다해도 아무런 상관 없는 권리정도의 의미일 정도로.. 당연한것.
방관이라 해도 요셉에게는 그저 순리에 따른 행동이나 다름 없었지만 그것 조차도 사죄한다고 이야기 한것이다.
"요셉 당신은 정말 터무니 없는 요정이지 않습니까?"
"아? 그저 제멋대로일 뿐이지. 그럼 벤하르트 내일 보도록 하자고,"
말을 끝으로 그는 아래로 몸을 날렸다. 왠지 억지로 말을 끊은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가 내려감과 동시에 옥상의 출입문이 열렸다.
"벤 찾았..다. 그런데 이런곳에서 뭘하고 있는거야? 제철소에 말을 해놓으려 간게 아니었던 건가?"
"뭐 말을 해 뒀어."
"여긴 왜 있는건데?"
"가렌더 부크의 경치를 구경해 볼까 하고 말야."
그 후로도 한동안 벤하르트는 변명 아닌 변명과 거짓말을 늘어 놓아야 했다. 사실대로 말해도 그뿐인 이야기였지만, 좋은 일로 나쁜일을 덮어 줄 정도의 이해가 충분히 일치하는 사실이라고 해도 이때 만큼은 요셉에 대한 어떤 작은 안좋은 일이라 할지라도 말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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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으음... 몸상태가 가히 최악.. 목젖이 조금 터지는 바람에.. 공포에 떨며 글을 썼습니다. 'ㅅ' 아직 2일째인데 너무 힘들군요 이번 연참대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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