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137화-자극(3)
스팅에게서 마도구를 산 그들은 바로 다음날 떠나기 위해 식료품과 여행을 위한 도구를 준비하였다. 그리고 다음날 출발에 앞서 그동안 쌓여있었던 피로를 떨어 내려는듯 이른 밤부터 그들은 잠을 청했다. 다음날 아침 밝은 햇살에 레니아와 트레이야는 물론이고 벤하르트까지 일찍 일어나 페이렌을 나왔다.
"왠일로 아침에도 팔팔하네?"
"여행의 첫날 마저 게으르고 싶지는 않으니까, 매번 이랬는데 눈치 채지 못했어?"
페이렌에서 바오윈까지 가려면 빠른 걸음으로 간다고 해도 일주일 이상은 걸리기 때문에 레니아나 트레이야는 조급하지 않고 천천히 가려 했지만 벤하르트의 발걸음은 묘하게 빨랐다.
"벤. 왜 그렇게 빠르게 가는거야?"
"아 미안. 빨랐나. 뭘좀 생각하느라고,"
트레이야는 의심스럽다는 눈으로 벤하르트에게 물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데?"
"그냥 여러가지. 그 눈은 뭐냐. 설마 생각도 못하게 하려는건 아니겠지?"
과장스러운 움직임으로 벤하르트가 말하자 레니아는 고개를 돌리고 묵묵히 걸어갔다. 완만한 길에 온통 초록으로 뒤덮혀 있는 단순한 길이었지만 그 단순함이 레니아의 마음에는 들었던 터라 곧 기분은 누그러 졌다. 다소 누그러진 마음을 추그리고 레니아는 메고 있던 베낭을 열어 책을 꺼내 들었다.
"뭐야 책을 샀었어?"
벤하르트가 물었다.
"당연하지. 벤은 안가봐서 모르겠지만 페이렌은 서점이나 도서관도 수준급으로 많은 책이 있었다고, 이건 그것들중에서도 일품인 책이지."
레니아의 말을 듣고 벤하르트는 도서관 같은곳에 안간것을 살짝 후회 했다. 그가 고민하고 있는것은 앞으로 있을 일의 대책이었다. K가 말한 의도를 그는 확실히 깨달을수 있었다. 그가 왜 왔는지도.. 그의 말투나 성격도 대충은 파악할수 있을것만 같았다. 요컨데 그는 자신보고 강해지라고 경고 한 것이다.
'이제와서 생각해봐야 어쩔수는 없는 일이지.'
벤하르트는 진지한 눈으로 트레이야에게 접근했다.
"트레이야."
"음? 뭐?"
"그 말야. 네 그 기술 말인데, 더 잘 사용할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갑자기 그건 왜?"
트레이야의 반문에 벤하르트는 쑥스럽다는듯이 머리를 긁으면서 말했다.
"그 수정에 나온 결과가 너무 충격적이어서 말야. 내가 너보다 그렇게 약할줄은 몰랐거든. 이왕이면 더 노력할수 있으면 좋을것 같거든."
그 말은 어느정도는 사실이었지만 정확히말하면 거짓이었다. 그런쪽으로의 중요한 문제의 거짓말은 벤하르트의 특기중 하나였다. 평소에 가벼운 사실에 대한 거짓말을 잘 못하는 것처럼 보여 주면서 정작 중요한 진실을 은폐하는것. 오랜 세월동안 살아오면서 배운 거짓말은 마치 어린아이가 익힌 습관처럼 자연스럽게 그의 입에서 위화감 없이 튀어 나올수 있었다. 이 말에 조금의 사실이 섞여 있다는것도 그것을 돕는데 일조하고 있었기 때문에 트레이야는 별다른 생각없이 대답했다.
"흐음. 내가 가르쳐 준것은 하루 아침에 이룰수 있는게 아니니까, 꾸준히 하는 방법 밖에는 없어."
벤하르트가 약간 실망한 기색을 내보이자 트레이야가 어쩔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이어 말했다.
"내가 지금것 가르쳐 준 기술은 표면적인 힘을 증가 시키는 방법이었지. 하지만 그것 말고도 아버지가 가르쳐준것은 하나 더 있어."
트레이야의 말에 벤하르트는 약간 놀란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심층적인 심리에 대한 생각이라고 하는데, 원래는 알려주면 안되는 것이긴 하지만 너희들에게는 알려줄게."
"설마하니 나를 빼먹을 생각인가 했다."
어느샌가 벤하르트의 옆에 접근한 레니아가 퉁명스레 말했다.
"내가 가르쳐준것은 하나의 세뇌요법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조금 부족하다고 해. 예를 들어 계속해서 주먹을 쥔다. 더 세게 쥔다 라고 해서 주먹을 한계 이상으로 쥘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결국 평소보다 조금 더 강한 힘을 낼수 있다 정도의 위치 밖에 안된다는 거야."
트레이야는 더위에 약간 마른 침을 삼키면서 다시 말을 이었다.
"심층적인 면이라는것은 자신의 무의식 적인 면이라고 하는데, 평소에 우리가 사용하는 주먹은 자신의 머리에 의해서 무의식적으로 한계를 조절하고 있다는 거야. 주먹으로 바위를 치면 아픔이 느껴지는것을 알고 있기때문에 혼신의 힘을 다해서 바위를 향해 주먹을 날릴수 없는 경우와 같아. 벤하르트가 만약에 손을 보호할수 있는 장갑을 낀다면 좀더 강한 주먹을 내지를수 있겠지? 그런 무의식적인 면을 조정하는 것이 좀더 심화적인 세뇌라고 해. 이것을 끝까지 완벽하게 해낼수 있다면 나의 기술은 전부 배웠다고 생각해도 된다고 생각해."
"어렵구나."
생각보다 그것이 더 어려운 것이라는것을 벤하르트가 모를리가 없었다. 애초에 단순하게 하나만 생각하는것도 엄청나게 어려운데 자신의 무의식까지 조절하는것이 마음먹은대로 가능할리가 없었다.
"중요한것은 명상이라고 아버지가 누누히 말씀하신적이 있어. 잘 안된다고 생각되면 지금부터라도 명상을 시작하는게 좋을지도 모르지."
"아 그리고 트레이야 오늘 밤에 시간좀 내어 줄수 있을까? 조금 볼일이 있는데."
"무슨 볼일?"
대답을 한것은 트레이야가 아닌 레니아의 목소리였다.
"단순한 대련이야."
"대련?"
"나는 상관 없는데,"
평상시와 다른 벤하르트의 적극적인 태도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트레이야가 말했다.
"그럼 저녁 식사 후에 자기 전 잠시 시간좀 내줘."
하루의 길을 끝내고 벤하르트는 조리를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더 기운을 낼수 있는 재료들을 모아 나름대로의 요리를 선보였다.
"평소에도 맛있었지만 오늘은 특히나 맛있는걸? 그래 어느정도라고 묻는다고 하면 페이렌의 중양식 정도!?"
트레이야의 극찬을 듣고 벤하르트는 좋아라 웃으면서 음식을 권했다.
"레니아도 많이 먹어."
"그래."
레니아는 놓인 음식을 부지런히 자신의 입으로 밀어 넣었다. 왠지 멍해 보이는 그녀에게 벤하르트가 말했다.
"레니아."
"왜?"
"뭔가 고민이라도 있어?"
"아니 나도 생각할게 있어서. 너야 말로 생각도 못하게 그런것 묻지 말라고,"
고스란히 낮에 말했던 사실이 자신에게 되돌아 오자 벤하르트는 재빠르게 입을 다물었다. 식사가 끝나고 그들은 잠잘 준비를 시작했다. 번데기 같은 침낭 세개가 길바닥에 깔리고 벤하르트는 트레이야를 불러 내었다. 레니아가 따라 올까 벤하르트는 레니아를 설득하려 했지만 그녀는 이미 침낭에 들어가 눈을 감고 있었다. 여름이었기 때문에 벌레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 오는 풀밭의 위에서 벤하르트와 트레이야는 대치했다.
"그래 대련을 하자고?"
"트레이야."
벤하르트의 눈이 진지하게 트레이야를 직시했다. 그것에 트레이야도 가벼운 얼굴을 고치고 벤하르트와 대치했다. 누가 보아도 큼 싸움을 앞둔 사람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광경이었다.
"부탁이 있어."
"뭔데?"
검을 뽑아 들고 트레이야에게 겨냥하면서 벤하르트가 말했다.
"나와 한번 진지하게 싸워 주었으면 해. 나를 '죽일' 각오로."
발소리가 어둠속에서 들려왔다. 광장 정도의 넓은 공간에 발자국 소리가 반사되어 마치 작은소리를 크게 확대해놓은것만 같았다. 서툴러서가 아닌 그것을 즐기는듯 그는 일부러 발자국 소리를 내고 있었다. 순간 불이 켜졌다.
"어두운곳에서 뭘하고 있는거야? 대체. 거기에 한번 페이렌에 갔다왔었지?"
베니라고 불리웠던 여자가 K를 앞두고 말했다. 항상 K에게만 붙어 있는것은 아니었지만 K의 감시자 답게 그녀는 K가 페이렌에 갔다 왔다는것을 눈치 채고 있었다.
"부정하지는 않아 주지. 실제 사실이기도 하고.."
"무슨 짓을 하려고 갔다 온거지? 이번에는 살상자도 적어서 네 얼굴을 기억하고 있는 무리가 많다는것 다름아닌 네가 더 잘 알고 있었을텐데?"
K가 누군가에게 발각될리 없다는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베니는 납득할수 없다는 눈으로 그에게 물었다.
"누군가가 강해지기 위해서는 어떤것이 필요할까?"
평소와 다름없이 자신의 말을 대놓고 무시하며 동문서답하는 K를 보고 그녀는 무표정한 얼굴로 묵묵히 서 있었다. 안하무인의 성격이라는것을 알고 있다고 해도 그것에 대해 인내해 주는 것은 별개의 문제인 것이다. 감시자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조롱어린 말까지 들었기 때문에 상당히 기분이 상해있었던 그녀는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이 없군."
무표정한 베니의 얼굴을 보면서 K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그것은 '자극'이라는 거다."
여전히 말에 대한 대답은 없었다.
"단련도 노력도 그 무엇도 강함에 필요한것은 마찬가지지만 그것은 강함을 얻기위한 기본적인 것들. 중요한것은 일깨우는 '자극' 이라는 거지."
그 말을 듣고 베니는 K가 그곳에 왜 갔는지를 알수 있었다.
"그녀석은 바보겠지. 그 '제로' 처럼. 나의 이야기로 어디 까지 성장할수 있을지가 몹시 기대가 되는군. 알겠어? 이 소름끼치는 기분을."
한껏 도취되어 있는 그의 행동에 초를 쳐주고 싶었던 베니는 입을 열었다.
"알지도 못하고 알고 싶지도 않은 일이군. 그리고 이번에 대행자로 뽑힐 아이는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거든. 기초적인 부분은 스스로 배웠지만 검술쪽은 제온에게 배웠다고 하니까,"
그 말을 들은 그의 어깨가 더더욱 들썩인다. 역효과가 난것만 같아 베니의 무표정했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우후후후. 내가 싸우는것도 아닌데 피가 달아 오르는건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기분이군. 큭 큭.."
K의 웃음소리는 광장 안에서 끊일듯 하면서도 한참이나 계속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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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슬슬 연참대전도 막바지에 접어 들고 있네요. 진짜 요번주만 지나면 연참대전이 끝난다고 생각하니, 시간이 참 빨리 간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는군요. 아쉬운것은 오늘 글을 조금 더 써서 올리고 싶었는데 시간이 넉넉치 않다는 점이었달까요. 어쨋든 14일차 클리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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