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141화-타리노(2)
"크윽.."
말타의 존재를 알았을때 벤하르트는 이미 날아가고 있었다.
단순한 몸통 박치기에 멀리 날아간 벤하르트는 간신히 균형을 잡고 착지했다. 뼈 마디마디의 아픔을 참으며 벤하르트가 물었다.
"뭐야.. 너는."
"타리노님을 찾는 악당은 이몸이 처리한다."
"타리노?"
여유롭게 말하고 있을 틈은 없었다. 고통에 배를 움켜쥐고 있었던 벤하르트였지만 정면으로 날아오는 말타의 공격을 피하지 않을수는 없었다. 쿤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에는 작은 구멍이 난다.
"괴물같은."
그 광경에 벤하르트는 창백한 얼굴로 거리를 벌렸다. 세상의 볼거리로 불구경과 싸움구경이 있다고 했던가. 조금씩 늘어나는 관객들을 보면서 벤하르트는 눈살을 찌푸렸다.
"잠깐 타리노를 안다고 했지?"
"타리노님이다."
"저기 조금 안내해줄수 없을까? 아니 없을까요?"
"악당은 안내할수 없어."
"누가 악당.."
쓰러져 있는 코엔을 보고 벤하르트는 입을 다물었다. 상황을 설명한다 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행동. 코엔이 잘한게 없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잘못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말이 없는것을 보니 역시 악당이로군."
"악당은 아니지만, 변명은 하지 않겠다."
거대한 주먹이 벤하르트에게로 날아왔다. 벤하르트가 피하기 어려울정도로 예리하고 빠른 공격이었고 무엇보다 주먹이 컷기 때문에 벤하르트가 전부 피한다는것은 불가능해보였다.
'잡았다.'
회심의 일격을 잡아 말타가 벤하르트의 복부를 가격한다. 공중에 붕 떠오른 벤하르트는 처음과 달리 안정적이게 바닥으로 착지 했다.
"뭐?"
벤하르트의 주위를 뒤덮고 있는 백색의 빛이 예사롭지 않다는것을 느낀 말타는 벤하르트와 대치한지 처음으로 자신의 싸움의 자세를 잡았다. 그는 싸움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기때문에 평소에는 되도록이면 싸우지 않는 주의를 택하지만 일단 한번 주먹을 들었다 하면 어설픈 잔정은 버리는 전투가였다. 수백년간 단련해온 몸과 타고난 힘을 바탕으로 인간을 상대할때에는 자신의 전투자세를 취하지 않는것이 기본이었지만 벤하르트가 주는 위압감은 보통의 인간과는 거리가 멀었다.
"뭔가의 오해가 있는 모양인데, 내가 잘못을 한건 사실이지만 악인 까지는 아니라고,,"
다시 거대한 주먹이 벤하르트의 머리를 향해 날아왔다. 그 일격을 피한 벤하르트는 백광을 쏘아 날렸다. 단순한 견제의 공격이었지만 그 공격은 견제의 의미조차 먹히지 않았다. 강철같은 말타의 육체에는 조그마한 찰과상도 나지 않은것이다.
"우어."
자세를 잃고 한쪽팔을 의지해 한바퀴를 돌면서 벤하르트는 말타에게서 멀어지려 했지만 말타는 그런 벤하르트의 심정을 읽기라도 한듯 접근해 공격해 왔다. 벤하르트도 그간 많은 일이 있었기에 말타의 공격을 막아내서 어느정도 팽팽한 싸움이 되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말타나 벤하르트나 양쪽다 본 실력은 전혀 내지 않고 있었다. 말타의 경우는 본실력을 들어낼경우 마을사람들에게까지 피해가 가기 때문이었고 벤하르트는 말타가 자신에 대해 잘못 생각하는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쉽사리 손을 쓰지 않는 것이었다.
"그만둬!"
순간 벤하르트는 말타의 공격을 피하지 못하고 얼굴을 정통으로 맞고 말았다. 말타는 싸움이 한번 시작되면 다른것들보다 싸움에 집중을 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벤하르트는 그와 성격부터가 달랐다. 싸움을 하는 와중에도 어떻게 하면 달아날수 있을까를 중심적으로 생각하며 살아왔던 벤하르트는 싸우면서도 주위를 살피는 것에 능했던 것이다. 그는 쓰러졌던 코엔이 일어나 무언가를 준비한것을 보고 소리쳤던 것이다.
"으으.."
정신을 가누지 못하고 있는 벤하르트를 말타는 공격할수 없었다. 분명 상대는 실력을 숨기고 있었고 막으려고만 한다면 충분히 막을수 있는 일격이었는데 무언가를 보고 자신의 공격을 그대로 맞아 버린 것이다. 그렇게 뒤를 보았을때 그는 단번에 표정이 일그러졌다.
"하하. 꼴불견이군. 이 내가 이기지 못하는건 없다."
코엔은 손에 무언가를 들고 있었다. 폭탄이라고 불리우는 그 무기가 사용되지 않는 이곳 마법의 도시에서 그것의 위력을 알리가 없었다. 폭발한다고 하면 주변 사람들중 몇몇은 다칠정도의 크기를 지닌 폭탄을 들고 코엔은 비릿한 웃음을 날리고 있었다.
"감히 나를 꼴사납게 만들다니,"
"그건 뭐지?"
말타도 오랜 시간 동안 마법도시를 벗어난적이 없었기 때문에 폭탄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코엔은 웃음을 띄우고는 폭탄의 심지에 마도구로 불을 붙혔다.
"궁금하면 받아 봐라."
'안돼.'
정신이 오락가락한 상태에서도 벤하르트는 검을 들어 올렸다. 자신은 그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지만 이곳 마을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말타조차 저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는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날아오는 폭탄을 백광이 덮쳐 공중으로 올려 버리고 거대한 폭발과 함께 마을사람들의 비명이 들려왔다. 벤하르트의 검에 대한 것은 마법검이라고 생각할수 있는 사실이었지만 동그란 폭탄은 그들로서는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었기 때문에 공포에 혼비백산해 하는것이다.
"휴우"
"한발가지고 안심하다니 아직 하나 더 있는데 말야."
비틀 거리면서 그는 한개의 폭탄에 불을 붙히며 미소 지었다. 이미 제정신이라고는 생각할수 없는 행동에 벤하르트가 소리쳤다,.
"미친짓 그만하시지. 안알려줘도 이젠 상관 없으니까, 여기서 좋게 끝내자고,"
"헛소리 그만해!"
벤하르트의 검이 움직였다. 말타의 일격에 의해 완전한 상태라고는 할수 없는 그 몸으로도 벤하르트는 이보다 더할수는 없을 정도로 집중하고 있었다. 백색의 섬광은 불붙은 심지의 아래를 절단하고는 그대로 코엔을 덮쳐 버렸다.
"크아아악"
백광에 둘러쌓인 코엔은 그대로 기절해 버렸고 그 모습을 말타는 이해할수 없다는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
말타는 더할나위없이 혼란해 하고 있었다. 그는 지금까지 사람을 상대할때 실수를 한 적이 단 한번도 없었다. 타리노에게 명령을 받은것이 적은것도 이유중에 하나였겠지만 사람을 보는 눈썰미가 좋았고 잡는 사람마다 족속 잘 맞았기 때문에 이런 일은 생전 처음 있는 일이었던 것이다. 처음 봤을때의 벤하르트는 약자를 괴롭히는 악당과도 같은 모습이었는데 지금의 그는 여럿을 지키기 위해 움직인것 같아 보였기에 그는 어떻게 해야 할지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저깁니다."
마을의 한차례 소동이 일어났으니 수습하기 위한 병사가 투입되지 않을리 없었다. 멀리서 달려오는 위병들을 보고 벤하르트는 서둘러 골목으로 들어갔다. 잡히는 날에는 여러가지 취조를 받는데다가 이번에는 떳떳하지도 않은 상황이었다는것이 더 큰 이유였을것이다.
"아.."
정신을 차린 말타도 서둘러 그곳을 빠져나가고 결국 잡힌것은 그곳에 쓰러져 있었던 코엔 뿐이었다.
"잘 모르겠다구요?"
말타에게서 그런 말을 듣는것은 까마득할 정도로 오랜만의 일이었던 터라 놀란듯 그녀가 물었다. 사정을 전부 들은 타리노는 난처한듯한 얼굴로 말타에게 말했다.
"하아, 또 우리의 기억을 지우는 마법을 사용해야 겠군요."
"죄송합니다."
우직하게 사과하는 말타에게 그녀는 그를 안심시키기 위해 싱긋 웃어 보였다.
"그나저나 잘 모르겠다라. 시기상으로 보면 이제 곧 올때가 되었다고 보는데,"
타리노 본인도 말타는 충분히 실수를 할수도 있다고 생각하고는 있었지만 실제 말타자신은 그의 종족에게서 '축복의 달에 태어난 축복받은자' 라고 불리웠던 자였다. 신빙성 없어 보여도 지금껏 말타가 무언가의 행동에의해 손해를 본것은 하나도 없었다. 그런 그였기에 그녀는 일을 안심하고 맡길수 있었는데 그가 악인이다 라고 생각했던 남자가 실은 악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말은 상당히 솔깃하게 타리노에게 느껴진 것이다. 어딘가의 예언가가 살짝 그녀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으음. 이래저래 문제가 많은데, 결국 타리노에 대해서 얻은것은 하나도 없었고, 그 사람이 어디로 가는지도 알지 못했으니,,"
걱정이 한두가지로 끝났다면 좋았으려만 이미 얼굴이 팔린데다가 코엔의 증언 때문에 졸지에 쫓기는 신세가 되어 버린 벤하르트는 골목에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래서야 조사를 하기도 힘들겠군."
차라리 싫어하는 코엔을 두고 다른 사람을 찾았으면 어땠을까 라고도 생각해 보았지만 이미 물건너간 뒤의 일이었다.
"찾았다!"
"싸움판이 벌어졌을때는 아무도 없더니 왜 끝난 후에 이러는 거냐고!"
제 할일을 하는 위병들에게 무력을 사용할수는 없는 일이어서 벤하르트는 가로막는 자들만 간단하게 처리하고 달려 나갔다. 바오윈의 위병들은 훈련이 잘 되어 있는 병사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손쉽게 포위를 풀고 달아날수 있었다.
"저쪽이다!"
"으아아!"
골목길을 도는 순간 벤하르트는 울렁 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 느낌은 길리어스를 따라 플라닌족의 성으로 들어갈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어?"
분명 골목을 돌았는데 그가 서있는곳은 어느 집의 안이었다. 곧 이성적으로 벤하르트는 이 집이 타리노의 집이라는것을 깨달을수 있었다. 그렇게 생각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벤하르트는 방금까지만 해도 반쯤 목숨걸고 싸웠던 말타의 얼굴을 볼수 있었다.
"당신은.. 아까."
"타리노님이 안에서 기다리고 계신다. 무기는 빼두고 들어가라."
말타를 보면서 벤하르트가 느낀것은 충실한 종 이라는 느낌이었다. 그의 말에 악의가 없다는것을 알았던 벤하르트는 검을 아래에 내려놓았다. 허리에 두른 영검들도 전부 내려 놓고 그는 손을 들고 말타에게 다가갔다. 잠시 검사한 말타는 이상이 없다는것을 알고 손으로 안내했다. 집 안은 가정집과 비슷한 어디에서나 볼수 있는 집이었다. 하지만 벤하르트는 남쪽의 나라의 가정집에 들어온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위와는 다른 양식에 두리번 거리면서 말타를 따라갔다. 그리고 도착한 방에서 그는 타리노를 볼수 있었다. 한눈에 봐도 아름답다고 생각할만한 미녀가 다소곳하게 앉아 벤하르트를 보고 싱긋 웃었다. 인간들과는 달라 보이기에 벤하르트는 그녀가 타리노라는 것을 짐작할수 있었다.
"자. 그렇게 서 있지만 말고 차라도 한잔 하시는게 어떻습니까?"
"아.. 네."
타리노가 자리에 앉기를 권하자 어색하게 그는 의자에 앉았다. 찻물 소리가 또르륵 하고 주위에 울려 퍼졌다.
"자 드세요."
"저기.. 타리노씨 되십니까?"
"예. 제가 타리노랍니다. 어떻게 오셧는지요?"
타리노도 벤하르트가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대화에서 눈치챌수 있었다. 자신이 쉽게 파악할수 있었기에 그녀는 왜 말타가 헷갈려 했는지 살짝 의문이 들었지만 그렇게 떠오른 의문은 뒤로 할수 밖에 없었다.
"저는 벤하르트라고 합니다. 샬퐁이라는 사람에게 듣고 세례를 받으러 왔습니다."
"아 샬퐁. 그렇군요. 그 애가 벌써 그렇게 컷나 보군요. 세례라. 그래 당신이 그녀가 말한 그 사람이었군요."
이름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타리노가 말한 그녀라는 사람이 자신에게 예언한 그녀라는것을 벤하르트는 짐작할수 있었다.
"정말 세례를 받으러 오셧다면 비밀의 말도 알고 있으신가요?"
"물론입니다. '에뚜느사하바'지요?"
"정말 맞나 보군요. 한가지 명심해야 할것이 있습니다. 세례라는것은 그녀에게로 가기 위한 하나의 '시험'을 뜻합니다."
"젠마의 말에 의하면 요정의도시로 가는 세례라고 하던데,,"
벤하르트의 말을 들은 타리노가 살짝 웃고는 말했다.
"그 요정의도시 가렌더부크의 지배자가 바로 그녀랍니다. 가렌더부크로 가는것은 곧 그녀를 만나러 간다는것을 뜻하지요. 그런데 이 세례라는것은 매우 위험한 것입니다. 그녀가 그녀를 위한 일을 세례라는 것을 명목으로 삼아서 시키는것. 가벼운 시험이 아닌 자신의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지요."
"....."
"그래도 하시겠습니까?"
이미 예견되어 있는 일을 다시 확인하려는듯이 혹시라도 다른 답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며 그녀가 물었다.
"예 하겠습니다."
"목숨을 잃을수도 있어요."
"그래도 이것은 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하지 않으면 지금까지의 여행의 의미가 없습니다.'
타리노는 벤하르트의 망설임 없는 눈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을 보내는 곳은 '카도스' 라고 하는 이곳과는 다른 '정신계'입니다. 그곳은 예전에 도시이자 한 나라였던 곳이지요. 카도스는 큰 도시지만 중앙에 거대한 탑이 있습니다. 그 탑의 최상층. 하나의 검이 있다고 합니다. 그 검을 없애고 오는게 벤하르트씨가 하게 될 일. 즉 세례입니다."
"검을 없애는 일?"
타리노는 손을 휘저으면서 무어라 중얼 거렸다. 곧 벽에 균열이 일어나더니 쩍 하고 검은 통로가 만들어 졌다.
"제가 말할수 있는것은 세례의 내용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말해줄수 없습니다. 판단하는것은 벤하르트씨의 몫. 이것은 시험이랍니다. 하지만 한가지 충고해두자면 그녀는 절대적으로 일어날 일들은 세례로 내지 않는다는점. 아마 그녀 자신도 모르는 결과를 세례로 낸다고 합니다. 벤하르트씨가 그곳에서 시험을 이겨낼수 있을지 없을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지요."
벤하르트는 검은 통로의 앞에 섰다. 일렁이는 입구를 보니 오싹한 느낌이 전신을 엄습했다.
"한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말해보세요."
"제 동료가 있습니다. 레니아와 트레이야라고 하는 여자입니다. 한명은 신 한명은 인간입니다. 그들이 이곳에 들어오지 못하게 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말타는 벤하르트에게 검을 주었다. 검을 받아 들고 벤하르트는 타리노의 대답을 기대했다.
"참고 하도록 할게요."
그 말을 들음과 동시에 벤하르트는 '카도스'로의 입구에 발을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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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을 남기고 세이프!
우오오 연참대전에 살아남았습니다.
Leshay님 ANU님 푸른동산님 곤란하거든님 시온칼리프 키리샤님 댓글 감사합니다. 댓글 덕에 힘을 얻을수 있었습니다~
그 밖에도 댓글을 남겨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꼭 쓰고 싶었는데 연참대전을 완료하는날에야 감사의 인사를 올리네요.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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