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215화-준비(1)
그날밤 벤하르트는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벤하르트의 실력은 이전과는 비교할 바도 못되었기 때문에 잠을 자고 있다 해도 왠만해서는 쉽사리 방심하는 일이 없었지만, 깨어 있을때와 잠들어 있을때 느끼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의식이 없을때보다 의식이 있는것을 더 믿기 쉽다는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역시 그때 무리를 해서라도 잡았어야 했나."
잠들지 못한채 그는 벽을 기대고 앉아 밤이 지나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 어느샌가 자고 있었군."
깨어났을때는 이미 밝은 빛이 내리 쬐는 낮이었다. 자신의 의지력에 다시 한번 긴 한숨을 내쉬고 그는 즉시 일어나 레니아의 상태를 살폈다.
"일어났어?"
침구에 앉아 느긋하게 책을 읽고 있는 레니아는 평상시와 다름없는 모습이어서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식의 불안한 상태로 계속 바오윈에 머문다는것은 불가능했기에 그는 한시라도 빨리 털어 버리고자 레니아에게 당장 페이렌으로 가자는 제안을 했다.
"왜?"
"휴. 사실은.."
벤하르트는 전날 있었던 일을 레니아에게 이야기 해 주었다. 다시 생각해보면 정말이지 한심한 일이 아닐수 없었다. 두번이나 그런 행동을 보였다는것은 실제 당하지는 않았지만 벤하르트를 분명 노린 움직임이었기 때문이었다.
벤하르트에게 그 이야기를 듣고 레니아가 말했다.
"바보 아냐? 어째서 잡지 않은건데?"
"그러니까,"
요셉이나 리스가 지적한것은 다른게 아닌 이런점을 지적한 것이었음을 알고 있었기에 괜히 말로 뻔지르르하게 변명한 한것 같아 더욱 할말이 없었다.
"그런 사정이라면 어쩔수 없네. 사실 바오윈에 더 머물 이유도 없으니까, 되려 잘됐다고 생각하고 빠르게 가는것도 나쁘지 않겠지. 하지만 벤. 그럴때는 확실하게 행동 하라구. 괜히 쓸데 없는 생각을 할 필요는 없어. 뒷일을 생각하거나 누군가를 생각하기 보다 지금 당장의 일을 생각하는건 다른 사람이라면 모를까 너에게는 정말 중요한 일이니까,"
"할말이 없다. 어쨋든 결정 된거지?"
"그나저나 너를 노린 이유가 뭘까? 아무리 봐도 벤이 누군가에게 원한을 사거나 할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지."
"그거야 모를 일이지. 원한이라는것은 개인적인 일이니까, 보편적인 시선으로 보면 안되는 것이기도 하고,"
"그건 그렇네. 그런데 그녀석 잡을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아마 힘들것 같아. 나도 그녀석이 가까히 접근해올때까지도 몰랐고 첫번째는 공격을 했다는것 조차도 몰랐거든. 두번째에 이르러서야 확실하게 살기를 느낄수 있었지만, 다시 찾으려 했을때는 어디로 갔는지 알수도 없을 정도로 그쪽으로는 굉장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것 같아. 하지만 길을 따라 걷는 여행이라면 따라올경우 확실하게 잡아 낼수 있을테니까,"
"꽤 자신있어 보이는데, 기분 탓인가?"
"아니 자신이라기 보다 시험을 할수 있을것 같을것 같아서."
벤하르트가 자신있게 말하는것은 상당히 드문 일이었기에 궁금해진 레니아가 물었다.
"무슨 시험?"
"너는 마법을 나는 기를 배웠지? 그 응용을 말야. 조금 확인해보고 싶었는데 그럴 기회가 없었거든."
"솔직히 말이야.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사람이 있는데 그것을 기회랍시고 좋아하다니 이해할수가 없는걸."
벤하르트는 조금 상기 되어 있었다. 가렌더부크에 머물때 단련했던 자신의 실력을 조금 확인해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던 것이다. 불안함도 있었지만 그 못지 않게 현재 자신의 힘을 확인하고 싶은 욕구도 존재 하고 있는 것이다.
"네 말대로 나는 제멋대로니까, 좋게 좋게 생각하면 좋겠는데 이부분은 내친김에 페이렌으로 향할수 있게 되었잖아?"
"내가 말한 제멋대로는 그런 제멋대로가 아니야. 하지만 이번에는 어울려 줄수 밖에 없으니까, 따라가 줄게."
"그래."
여행의 준비를 위해 바오윈을 돌아다니며 벤하르트와 레니아는 그들을 노렸던 상대가 살인마라는것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죽은 녀석들처럼 우리도 무작위로 걸렸던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는것도 좋겠지만 그녀석은 무술을 하는 사람들을 노려서 접근해왔으니까, 한번으로 끝나지 않을지도 몰라. 나는 무술가가 아니지만 무술을 하는 사람들은 은근히 자신의 실력에 자신을 가지고 있거든. 그래서 꼴사납게 습격을 당했다 이야기 하지는 않아. 하지만 그정도의 살인마라면, 솔직히 누구라고 해도 굉장히 위험해."
"저 봐 현상금도 걸려 있어. 아 그렇게 돈이 필요 했으면 그때 잡았으면 좋았잖아. 벌써 50마크닐이네."
"후우.."
현상금수배서를 보고 벤하르트는 괜히 더 후회감이 몰려 왔다.
자신을 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굉장히 판단의 범주가 애매했기에 굉장히 심적인 낭비가 심한 것이었다. 차라리 확실히 누군가에게 노림을 당한다면 그에 대비하고 있다는 것이 당연하게 생각되겠지만, 올지 안올지 모르는 누군가를 상대하는건 무언가 손해를 보는 듯한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조금 불만스럽기도 했지만 곧 레니아도 벤하르트의 심적 고통을 이해할수 있을것만 같았다.
자신을 누구도 보고 있지 않는다고 생각하면서도 누군가가 보고 있다는듯한 생각을 지울수가 없었던 것이다. 아무행동을 하지 않아도 스스로 기운이 빠져 버리는 것이다.
슬쩍 벤하르트의 얼굴을 보니 왠지 얼굴에 미소가 서려 있어 조금 퉁명스레 그녀가 물었다.
"뭐가 그렇게 즐거워?"
"어? 아.. 아까 잡화점에서 이걸 샀거든."
말린 두루마리 종이를 보여주었다.
"그게 뭔데?"
"새로 만들어진 지도야. 사실 저번에 사용하던건 오래전에 만들어진 것들이라 맞지 않는것들도 여럿 있었거든. 꽤 그럴싸하지?"
"하아. 그런가? 내가 보기에는 그게 그거 같은데,"
"그렇지 않아. 잘 봐 이 매끈한 종이를 랍퓨 라고 불리우는 기술을 이용했다고 하는데 물에 젖어도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하더라. 얼마나 굉장한 발명이냐고."
아무리 장황하게 설명을 해도 레니아의 눈에는 그저 단순한 지도 종이일 뿐이었기에 벤하르트처럼 흥분할수는 없었다. 지도를 보는 일은 언제나 벤하르트가 하는일이라고 뇌리 깊숙한 곳에 박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간단하게 점심의 식사를 끝내고 둘은 타리노에게 들러 간단한 인사를 하고 바오윈을 나섰다. 벤하르트의 말과는 달리 별 이상도 없이 하루가 지나가자 레니아는 의아함과 약간의 짜증을 섞어 말했다.
"아무 일도 없네?"
"네 말대로 무작위였는데 포기했다거나 하는 경우일수도 있겠고, 여러가지의 상황을 생각해볼수 있겠지."
"그런데 네가 시험을 해보고 싶다는것은 뭐였는데?"
"아 그거. 지금 알려줄게. 앞으로 한 10분 정도 지나면 여행객이 우리쪽의 방향으로 올거야."
길을따라 걸은지 10분후 한 귀족이 여행을 하는듯 그들의 옆을 지나갔다.
"뭔데 어떻게 한건데?"
"레니아 너도 눈을 마력으로 강화할수 있지? 한번 해볼래?"
"끔찍한 기억이 떠올라 정말 싫은데,"
머리위의 마계충이 꿈틀거리는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게 그녀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투덜거리면서도 그녀는 곳 마력을 눈에 집중해 강화했다.
"오.."
그녀의 눈에 비친것은 벤하르트의 앞과 뒤 전후를 잇고 있는 기의 길이었다.
"기는 여러방면으로 응용을 할수 있으니까 나도 요셉처럼 무언가 다른것을 생각해 보았지. 앞뒤로 늘려 놓은 이 기의 길은 공간처럼 넓게 작용하는게 아니어서 직선의 적은 범위에만 속하지만 500딜 정도는 속하게 할수 있거든. 길게 늘리면 1000정도 까지는 가능할까? 잘 모르겠지만,, 미행을 한다 해도 이정도면 충분히 감지 해낼수 있겠지? 하지만 이런건 역시 마을 이나 도시에서 실험하기에는 너무 난잡하거든. 나는 아직 좀 미숙해서 누가 적이고 누가 아군인지 잘 알수 없으니까,"
"그래서 우리 뒤로 다라오는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을 해본것이었구나. 어쨋든 어차피 적아를 구분할수 없으면 별로 실용성 있는 능력은 아니겠네."
"그건 그렇지. 말 하자 마자 문제점을 잡아 내는구나."
바오윈을 나오기 전 마을 사람들을 몇번인가 확인했던 벤하르트를 떠올리며 그녀가 말했다. 적과 아군을 구별하지 못하기에 누군가가 따라오는가 따라오지 않는가의 차이로 미행을 구분하는 단순한 구조의 방식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기나 마법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우리가 생각하는것보다 많을텐데. 상대방도 그런쪽이면 이런건 간단하게 알아낼수 있지 않을까? 벤의 기가 미치는 곳을 따라 걸으면 되려 미행을 하기 쉽게 만들어 주는 꼴 아냐. 대놓고 미행을 경계한다고도 생각할수 있고,"
"....."
"그쪽은 생각 안했지?"
"개량 하도록 해야지. 어쨋든 늘이거나 줄이는건 내가 조율하는것이니까 레니아가 말하는것처럼 간단한 문제는 아니지만, 분명 여러가지 문제점이 있기는 있구나."
벤하르트는 레니아의 지적을 생각하면서 손으로 기를 이용한 몇가지 연습을 했다.
"그나저나 무슨 바람이 불어서 그런 노력을 하는거야?"
"아. 레니아 너도 내가 없을때 마법을 다루는 법을 많이 알아 냈지? 이런 저런 방법으로.."
"뭐 그렇지."
제아무리 머리 좋은 레니아라고 해도 생각한것만큼 간단하게 마법을 완벽하게 배운다거나 하는 기염을 토해낼수는 없었지만 어느정도 기본과 응용까지는 그녀 스스로 노력해서 만들어 내고 연구하기도 했다. 레니아와 다시 만난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런 노력을 그는 잘 알수 있었다.
"내가 이런 실험을 하고 싶었던 이유 말인데, 우리는 은근히 적이 많잖아. 그날 이후로 한번도 본일은 없지만 두보엔이라던가 무슨 조직인지는 모르지만 아오이스라던가 마계에 있기는 하지만 환마왕도 있고,, 그러니까 조금 더 유용하게 수련을 해두는게 좋을것 같아서 실제 이런 생각을 했던건 어젯 밤 부터였지만,"
"뭔가 멋있다고 말해주고 싶은데 결국 요약하자면 뒤늦게 깨달았다는 이야기잖아."
"그렇지."
"하지만 늦어도 못깨닫는 인간들은 널리고 널렸으니까, 늦게나마 문제는 깨닫는것은 멋진 일일거야. 서우로의분단이라는 책에서 라우프트라는 한 적이 나오는데 그녀석은 모든 일을 완벽하게 처리 했지만 단 한가지를 등한시 했어. 그 등한시한것을 알면서도 그는 자신의 여유를 바탕으로 등한시 했는데 결국은 그 한가지에 의해 대패하고 말게 되거든."
"그 한가지가 뭔데?"
"그럼 너무 이야기가 길어지잖아. 기껏 생각해서 간추려 설명해줬더니. 그런 예도 존재한다는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 뿐이야. 그리고 나는 그런 이야기를 해주는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거든 정 알고 싶다면 책을 보여줄테니 스스로가 확인해도 좋은데."
"정중하게 사양하도록 할게. 지금은 다른것을 생각하는것만으로도 머리가 아프거든."
"소설과 비교해서 완벽한데 중요한 곳에서 실수를 하는 인간보다 실수뿐이고 인간으로서 문제가 많아 보이는 사람이 점차 나아지는것중 어느쪽이 나은가? 하고 물으면 나는 후자쪽을 선택할거야. 성장하는 쪽이 보기 좋거든. 인간이 완벽해 보이는건 별로 보고 싶지 않는 광경중하나고 말이지."
"그런문제야?"
그런 말을 하며 걷던 벤하르트는 짧게 생각한뒤 걸음을 멈추고 레니아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잠깐 인간으로서 문제가 많아 보인다니, 그건 무슨 소리야? 아무리 봐도 나를 지목한거잖아."
"뭘 그렇게 새삼 놀라고 그래?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는것 아니었어? 뭐 개인적으로 내 입장에서는 그런 벤이 좋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다른 쪽의 입장으로 보면 특히나 벤 너와 정 반대의 사람이라고 한다면 그저 정신병자로 볼수도 있는 문제라고, 정상과는 어딘지 거리가 멀지. 너도. 너무 치우친건 문제가 되지만, 내 입장에서 보면 꼭 너를 나쁘다고 할수는 없는 처지거든."
레니아 본인도 어느정도 벤하르트를 닮아 갔다고 생각한 이유에서 말한것이었지만 벤하르트는 눈치채지 못했다.
"그런가. 어쨋든 좋은게 좋다고 받아 들이면 되는거지?"
"그래. 발전하는 인간은 멋있어. 하고 나중에 칭찬해줄게."
"지금해. 아니 뭐 별로 딱히 듣고 싶은건 아니지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하루 하루 페이렌으로 가는 여행중 결국 끝내 코엔이 나타나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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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저러.. 눈 깜박 하니 페이렌으로 도착! 이라는 스토리 구성을 잘 못하는 제가 한심스럽습니다.
코엔은 코엔떡밥은~ 괜히 뿌려 뒀나하고 후회가 되네요 생각해둔건 있지만 왠지 난잡해질것만 같은.. 지금뿌려둔 떡밥만 몇개인데,, (드러나지 않은것까지 포함하면 꽤나..)
자 어쨋든 오늘 연참대전도 무난하게 클리어 했습니다. 최근 2주간 단 하루도 쉬지 못해서(일을..) 몸이 꽤나 피곤하네요. 여러분도 일하시는분들은 무리하게 일하지 마시고 쉬엄쉬엄 하세요. 병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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