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103화-오지랖(2)
"후우."
짙은 담배연기가 한 남자의 입에서 올라왔다. 빈트닌이란 거대한 항구도시에서 가장 높은 자로 군림하고 있는 자. 마을의 시장 바라톤은 거만하게 앉아 눈앞에 무릎 꿇고 있는 한 남자를 쳐다 보았다. 그것은 사람이 사람을 보는 눈이 아니었다. 비유하자면 경멸 어린 시선의 극치라 할수 있을 것이다. 그는 마치 사람을 동물 보듯 보고 있었다. 살로 뒤덮혀 작고 가는 눈으로 동물 중에서도 싫어하고 보기 싫은 동물을 보는듯 경멸을 담아서 바라 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시선과 달리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있었다. 심지어는 흥얼거리기까지 하면서 시장 바라톤이 물었다.
"도시 내에 쫙 깔린 소문이 정말인가?"
"물을것도 없겠지. 이미 그 잘난 정보통으로 확인한 사실 아닌가?"
무릎을 꿇고 있는 남자 오르칸도 상대를 벌레 이하라는 듯한 시선으로 노려 보았다.
"이봐 이봐. 그렇게 나오면 곤란하지. 이 몸의 사업은 신용이 가장 큰 문제라네. 신용과 함께 가장 소중시 되는것은 바로 비밀이지. 그런 일을 했는데도 너를 살려 뒀다는 거냐? 아니겠지. 그게 아니라 오르칸 자네가 그녀석들을 놔준것 아닌가?"
"말이 되는 소리를. 그럼 이제껏 잘 바쳐 온 노예들은 무어라 설명할건가. 처음부터 내가 거절을 했다면 모를까."
"이번에 네가 잡으려 한 여자는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될만큼의 미녀라 들었네. 자네도 혹한게 아닌가? 그게 아니라 해도 자네가 살아 돌아와서는 안되지. 사생결단을 내어서라도 네가 노예를 판다는 사실을 알려선 안된단 말이다. 차라리 죽어 주면 그것으로 좋지. 악한 하나가 사라지는 거니까. 마을의 이목도 집중 되고 말이지. 빈트닌이라는 마을에 노예상이 있다는것을 세상이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될지는 알고 있겠지?"
바라톤이 묻는것은 그 후의 상황을 묻는것이 아니었다. 오르칸은 그 말뜻을 알아 듣고는 말했다.
"좋다. 내가 죽든 상대방이 죽든 사생결단을 내어 주도록 하지. 그것이 네가 원하는 바라면 말이다."
"그래 그래. 그 자세지. 그런데 네가 잡지 못한 그 여자는 어느정도의 미모를 가지고 있을까? 기대되는군."
'더러운 놈.'
속으로 그렇게 욕하면서도 오르칸은 더 이상 그를 속으로 조차 욕하지 못했다. 정말 더러운건 눈앞에 있는 그가 아닌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번 더 기회를 주는건 이걸로 마지막이다. 알겠지? 그 뒤에 기다리고 있는게 무엇인지 이곳의 가장 높은 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나의 성격이 어떠한지 잘 숙지하는게 좋아."
"....."
[끼익]
거대한 문이 열리고 오르칸은 문을 통해 밖으로 나왔다. 등과 팔의 부상은 적다 할수 없었지만 지금의 그에게는 그 부상조차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진중하고 있었지만 마치 화산이 폭발하기 일보 직전과 같은 모습이었다.
"그럼. 조사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레니아를 혼자 두게 하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아까의 소년이 신경 쓰였던 벤하르트는 정보를 조사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하지만 누군가에 대해 조사한다는것은 엄청나게 힘든 일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벤하르트는 본래가 소심한 편이었기에 남에 대해 캐묻는데에 소질이 없었고 결정적으로 한번도 그러한 일을 해 본일이 없다는것에 있었다.
"아.."
"어이 거기 당신. 무언가를 찾고 계십니까?"
"응? 저 말입니까?"
"행색을 보니 꼭 무언가를 찾고 계시는듯 한데, 뭐 필요한 것이라도 있는지요?"
옷의 모자로 자신의 얼굴을 감춘 한 남자가 벤하르트에게 접근했다.
"그렇게 찾고 있는것 처럼 보였나. 혹시 이 도시안의 정보를 빠르게 얻을수 있는곳 어디 없을까요?"
"정보를 빠르게 얻을수 있는 곳이라. 바로 눈앞에 있잖소."
"에?"
"원래 큰 도시에는 하나 둘씩 마을의 정보통이라 부를수 있는 존재가 있는 법. 그리고 전문가의 눈에 당신은 무언가를 찾고 있는것처럼 보였으니 바로 도움겸 일을 하러 온것이외다."
정보통인 남자가 은근히 자신을 전문가에 빗댄것을 눈치채고 벤하르트가 살짝 웃었다. 아마도 그런 반응을 위해 넣은 말이었을 것이라는 까닭에서 속아 넘어가 준 것이다.
"정보통이라면 이 도시에서 일어난 일들의 대부분을 알수 있는 것이겠지요?"
"아마도, 이지만 장담은 할수 없지. 쥐구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내가 어찌 알겠나."
"그렇다면 서쪽 구역의 오르킨이라는 아이를 아십니까?"
"아아 그 철면 오르칸의 동생 말이군. 그런데 그게 왜?"
"그 아이에 대해서 알고 싶습니다만,"
정보통인 남자는 난처한듯이 몸을 슬슬 꼬듯 움직였다.
"그러니까 정확하게 어떤걸 알고 싶냐는 말일세. 내가 그 꼬마의 뒤만 쫓아 다니지는 않았을것 아닌가. 그러니 중요한 요점을 물어야지. 하지만 그 전에. 돈부터 받아 내야 겠네. 우선 위험 수당으로 50마크닐."
"잠깐 50 마크닐이라니 그게 말이 됩니까?"
"정보통은 말이지. 정보를 파는 대신 자신의 몸을 굴리는 것이라네, 더 싼값에 놀아줄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쪽으로 가보게. 싸면 쌀수록 정확도는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것을 명심하고 중요한 정보라는건 곧 자신의 목숨과 직결되는것과 다름 없으니, 그만큼 비싸지는 것이지. 믿고 말고는 당신이 결정할 사항이지만 적어도 나는 이바닥에서 만큼은 상당히 알려져 있는 자라서 이정도의 돈을 못 받아 낸다면 일말의 정보도 알려 줄수 없네."
"그럼 그만 둬야 겠군요. 사실 알아도 몰라도 그만인 일이기 때문에,"
아무리 벤하르트가 타인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고 해도 50 마크닐 정도를 내어 가면서 까지 자신에게 득이 될 이야기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정보를 얻고 싶지는 않았다.
"잠깐 잠간 지금이라면 30마크닐에도 가능하네."
"됬어요 30 마크닐이 적은 돈이라면 모를까 1마크닐이어도 고민할까 말까인데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립니까."
남자는 으 하고 길게 늘여 신음하더니 벤하르트에게 말했다.
"그럼 1 마크닐만 내주게. 용돈이라도 벌어야지 이건 뭐 요즘 하도 어려워서."
'50마크닐이 1마크닐이 되다니.'
그런 가격 차이를 보게 되자 정말 눈앞의 남자가 제대로 된 진실을 말해줄지 벤하르트는 걱정이었다. 자칫 잘못 하다가는 1마크닐이라는 거금만 날릴것만 같았다.
"저기 그냥 그만둘."
"그러지 말고 어서 물어 보게. 아니 물어봐 주세요."
얼굴에 철판을 깔고 들어오는 사람을 막지 못하는게 또 벤하르트라는 인간이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구걸을 하고 다녔는지.. 해서."
"아니 그 애는 원래는 이곳 시장의 아들이었어."
"네에?"
"그러니까 여시장이었지. 그런데 어느날 사고로 오르킨의 어머니가 돌아가신게야. 그 오르킨의 어머니는 도시를 개발하기 위한 자본에 자신의 재산까지 투자했는데 그렇게 가버리니 수습도 하지 못하고 눈치 빠른 인간들에게 전부 재산을 빼앗기고 말았지 그 후부터 저렇게 구걸을 한다고 하더군."
"그럼 오르칸이라는 그의 형은?"
"이봐. 지금 방금 이야기해준것만으로도 1마크닐의 역할은 충분히 했으니 돈을 내놓게나."
"조금 더 대단한 이야기를 해 주신다면 바로 꺼내 드리겠습니다."
남자는 있지도 않은 매끈한 턱을 매만지면서 기억을 떠올려 보았다.
"오르칸은 그 전에 어땠습니까. 그때도 지금처럼 악한이었습니까?"
"어머니가 살아 계셧을 때는 말하는 거지? 말할것도 없이 그때는 이렇지 않았지. 그때는 아주 건실한 청년으로 도시내에서 가장 잘나갈줄 알았던 사람중 최고였지. 자 이정도면 됬어?"
"마지막으로 그 오르칸이 바뀐 계기는?"
"그걸 알면 내가 신이지 정보통이겠나. 사람의 마음을 읽으라는것이나 다름 없다네 그것은. 자 이제 빨리 주게나 그 1 마크닐을."
벤하르트는 지갑안에서 1마크닐을 꺼내 정보사에게 전해 주었다. 최근 장사가 잘 되지 않았기 때문에 슬슬 위기감을 느꼈던 정보사는 1마크닐에 좋아하며 사라졌다.
"그럼 다음에 또 뵙세. 나는 이만. 우히힛"
"아 예."
벤하르트는 모든것을 알기 위해서는 역시 하나의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전 시장이 죽고 나서 변했다는 오르칸을 만나 보는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고 생각했다. 나름대로 정보통을 찾아 다니면서 정보를 수집하려 해도 오르칸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막상 오르칸을 만나려고 하니 레니아의 일과 그 거만한 태도가 마음에 걸리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나는 바보같이 그곳으로 걷고 있지. 그래 그냥 물으러 가는건데 그냥 조용히 말로 해결하면 정 안되면 그냥 도망치면 되겠지. 그래."
불안감을 떨치기 위해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면서 벤하르트는 올스레이의 기지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두목 찾았습니다 찾았어요."
올스레이의 부하중 하나가 헐레벌떡 뛰어와 오르칸에게 보고했다.
"정말인가. 수고했다."
올스레이 단원은 이해가 가지 않는 다는듯 아리송한 표정으로 오르칸에게 보고했다.
"아닙니다. 그런데 그녀석을 찾기는 찾았는데 바로 이 앞 우리의 은신처로 오고 있는데요?"
"그런가. 너희들은 챙겨서 어서 달아나기나 해라. 여기서 부터는 내가 알아서 처리할테니."
평상시와는 묘하게 다른 오르칸을 보며 부하는 고개를 갸웃 거리며 말했다.
"하지만,"
"가라. 방해된다."
"아 네."
평상시의 냉혹한 목소리를 듣자 부하는 금새 정신을 차리고 남은 동료들을 데리고 달아났다. 벤하르트를 기다리며 오르칸이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어째서 여기까지 왔는지는 모르지만 잘됬군. 찾아 다닐 수고를 덜게 되었으니 하지만 이번에는 승부나 결투가 아닌 진심으로 목숨을 가져가기 위해 싸워주겠다. 싸움꾼으로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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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바쁘게 되서 집에 늦게 돌아올것 같은 관계로 미리 새벽에 올려 두었습니다. 2화 동시지만 일수는 다른.. 그리고 졸리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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