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226화-수배(3)
"이렇게 운이 좋은적은 참으로 드문 일인데, 현상금이 걸린 셋을 전부 만나게 되다니."
"하. 운이 좋다니 제대로 헛소리를 지껄이는군. 그런건 운이 나쁘다고 하는거야!"
"어이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다시금 들린 굉음. 몸으로 경험해 봤기에 더더욱 그 위력은 확실하게 느껴져 왔다.
"어떠냐."
헤일프는 바로 벤하르트와 레니아를 흘끗 쳐다보고는 다리를 움직여 그곳을 빠져 나가려 했다. 하지만 그녀는 달아날수 없었다. 쇠 끌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주변에 들려 왔다.
"간신히 발견했는데 놓칠수야 없지."
그녀의 발에는 어느샌가 쇠사슬로 묶여 있었다. 남자가 힘껏 잡아 당기자 무서운 속도로 그녀는 그에게로 빨려 들어가듯 잡혀버렸다.
"으윽."
"으음. 꽤 잘 단련 되어 있군. 하지만 그런 상처를 가진 채로 나를 상대할수는 없는 노릇이지."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어 남자는 쇠사슬 하나를 더 꺼내 들었다. 마치 살아 있기라도 한듯 쇠사슬은 헤일프의 몸을 휘감으려 했지만 쇳소리와 함께 행동에 이르지는 못했다.
"음?"
"하아 하아."
"벤. 뭐하는 거야 지금이 기회였는데,"
"아니 저 사람에게는 애초부터 기회고 뭐고 없었어. 발각된 그 순간 기회를 박탈 당한것이나 마찬가지지. 내가 막아 낼테니까 너는 일단 도망쳐."
뒤통수에 강렬한 충격이 느껴져 왔다. 그 충격은 한방으로 끝나지 않고 잇달아 계속 되었다.
"뭐하는거야?"
"이런 장난도 못피하면서 혼자 막아 보겠다고? 이미 그런 이야기는 할 필요도 없는거 아니었어?"
"고집부리기는.. 이번에는 진짜 죽을지도 몰라."
"언제는 아니었다는듯 말하고 있네."
남자는 쇠사슬을 검처럼 만들어 서서히 접근해 들어왔다. 그때까지만 해도 벤하르트의 시선은 다른곳을 향하고 있었다.
"어딜 보는거지?"
쇠사슬검이 벤하르트의 머리를 향해 날아 왔다. 위험 천만한 공격이었지만 살기라고는 쥐톨만큼도 느껴지지 않는 공격이었다. 그것을 검을 뽑아 막으며 벤하르트가 외쳤다.
"쇠사슬을 쓰는게 당신만은 아니지!"
반대쪽 손으로 벤하르트는 풍령검을 던졌다. 검의 손잡이 끝에는 언제나와 같이 얇은 쇠사슬이 걸려 있었다. 예리한 섬격이 사이를 비집고 지나갔다.
"음?"
상황을 깨달음과 동시에 남자는 물러 날수 밖에 없었다. 바로 지척에 까지 날아온 마폭탄 때문이었다. 남자가 피해 날아온 폭탄을 벤하르트는 한쪽의 검으로 쳐내 남자 쪽으로 보냈다. 다시 폭탄을 되돌릴 틈도 없이 남자는 폭발에 휘말렸다.
"크윽."
남자가 화염에 휘둘리는것을 확인하고 벤하르트가 말했다.
"도망치자."
남자는 더 쫓아오지 않았다.
얼마정도를 걸었을까 둘은 마치 숨바꼭질이라도 하는 듯한 기분으로 패인 문틈 사이에서 쉬고 있었다.
"으윽."
중년 남자가 더 쫓아올수 없었던것은 그만한 충격을 입었기 때문이었다. 헤일프는 처음 던졌던 폭탄이 상처를 입히지 못한것을 알았기에 그보다 더 강한 폭탄을 던졌다. 그런 폭탄에 아무리 정면으로 맞지 않았다고 해도 충격을 입는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벤. 설마 하니 노리고 그렇게 행동한거야?"
"아니.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원래는 힘을 합쳐서 견제를 할 생각이었는데, 그 여자 정말 인정사정 없더구만, 그나저나 진짜 큰일 났어. 이제 샛길쪽도 샅샅히 뒤지기 시작할텐데,"
"그 의도만으로 구해준건 아니지? 뭐 동정을 했다던가."
"별로 중요한게 아니잖아. 그것 외에 방법이 없었을것 같았을 뿐이야. 으음."
"벤. 생각해 봤는데.."
"뭐를?"
"그러니까 이 변장 말야. 내 머리를 이걸로 둘렀잖아. 변장을 이용해서 빠져 나가는건 어떨까?"
"변장은 그렇다치고 괜찮겠어?"
일부러 생각하지 않으려한 음식에 대한 생각을 거론하자 레니아의 얼굴이 찡그러졌다.
"뭐 어쩔수 없잖아. 투정만 부릴수도 없는 노릇이고,"
"생각은 나쁘지 않지만, 과연 속아 줄까."
"아니아니 어차피 적은 많으니까, 먹힐거야. 여기서 몸을 조금만 쉬도록 해."
"어이 찾았어?"
"젠장. 아직이야. 한놈은 실력이 굉장하다니까 조심해서 찾도록 하라고,"
"그나저나 아까 그 소리 폭탄에 의해 루가프님의 창고가 가루가 되었다면서?"
"어이 그 일은 꺼내지 않는게 좋아. 그 일때문에 루가프님의 기분이 많이 안좋으신 모양이니까,"
그 말에 상대방쪽은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둘은 확실한 목표도 없이 찾는게 지루한 까닭에 서로 시시덕 대고 있었다. 그러던 차 두명의 수하가 더 지나간다.
"음? 어이 거기 너희들 뭔가 발견하지 못했어?"
지나가던 검은 양복의 남자 둘을 보고 그가 물었다.
"아까 저쪽에서 폭음이 들린것을 빼고는 별다른것을 발견하지는 못했는데,"
"아 그래? 하여간 그녀석들은 어디에 있는건지. 음? 너희 그런데 두명이서 뭘하는거야. 인원수가 부족하니까 개개인으로 돌아다니라는 류슈반님의 명령이 있었잖냐."
"그러는 류슈반님도 뭉쳐서 다니더만, 너희처럼 잠시동안 협력하고 있는것 뿐이야. 서로 너무 따지고 들지 말자고,"
"쳇. 걸리지 않게 조심해라."
둘은 미끄러지듯 그자리를 뒤로 한채 말했다.
"하아. 정말 걸리지 않았네."
"뭐 그렇지."
"그나저나 레니아 혹시 그쪽도 남자인것은.."
"그런것을 묻지 말라고!"
꽤나 강력한 발차기가 남자의 복부를 가격했다.
"어쨋든 서둘러야해. 급조한 거니까 버텨 봐야 몇분 정도가 한계일거야. 이대로 출구까지 가서눈치를 보고 바로 달리는거지."
"작전 자체는 좋... 지만, 몸이 더 아파졌어."
배를 움켜 쥐고 벤하르트는 우는 소리를 했다. 둘은 변해 있었다. 가렌더 부크에서 나올때 여러가지 비약을 제조 할수 있는 간단한 재료를 가지고 왔던 레니아는 변화의 비약을 만들었던 것이다. 다만 레니아의 경우는 여자였기때문에 남자처럼 보일 필요가 있었기에 특별한 약을 더 먹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작게 레니아가 말했다.
"오해 할까봐 말해두는 거지만 말야."
얼굴은 홍당무보다 더 새빨갛게 달아 올라 있었다.
"응?"
"그쪽은 여자라고,"
"으으윽."
묻기는 했지만 레니아에게서 그런 말을 듣자 벤하르트도 고개를 푹 숙인채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 출구 쪽으로 향했다.
도시의 출구는 한군데가 아니었음에도 지키는 루가프의 수하는 굉장히 많았다. 루가프는 자신의 장래를 위협할만하다고 판단했을경우 거기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었기 때문에 이미 찍혀버린 레니아와 벤하르트 그리고 헤일프를 놓칠수는 없었던 것이다. 자연스럽게 주변을 감시하는 척 하면서 넌지시 벤하르트가 레니아에게 물었다.
"그 여자는 나갔을까?"
"뭐야 그런 녀석이 어떻게 되든 상관 없는 일이잖아."
"아니 이정도로 일을 벌렸으니까 아마도 잡히면 정말 죽는다는 이야기가 되잖아. 걱정하는건 아니지만 서도."
"어이 거기 무슨 잡담을 하고 있는거냐. 여긴 인원이 충분하니까 도시 안을 뒤지도록 하라고,"
고래고래 소리치는 남자를 보고 벤하르트와 레니아는 눈을 맞춰 질색 했다.
"하필이면 저녀석이 이곳을.."
"아니 내가 배를 타야 한다고 이야기 했으니까, 아마도 알고 이곳을 지명한 것일거야. 하지만 나도 저녀석만은 보기 싫다."
"이것들이 뭘 그리 숙덕거리고 있는거야! 못찾으면 내 목숨은 없는것이나 다름 없다고 개미 하나도 지나가지 못하도록 확실하게 막아 내란 말야."
류슈반은 소리치면서 벤하르트의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너희들 어디 소속이냐."
"아 저희들 말입니까."
'소속이 뭐야 소속이!'
벤하르트는 레니아의 쪽으로 시선을 살짝 돌려보았지만 레니아라고 알수 있을리가 없었다.
"소속 말이야. 소속. 그런것도 기억 못하는거냐? 요즘 애들은 왜 이렇게 교육이 안되어 있어?"
"죄송합니다."
"기억 못하는걸 보니 슐파궤란 블라케네츠의 수하지? 헤헤. 그녀석 이름 정말 이상하지 않냐?"
"아 네 그겁니다. 정말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덧붙혀서 시원시원한척 하는것도 정말 마음에 안들어. 아니 지금 그런것을 따질때가 아니지. 못찾으면 정말 죽을 지도 몰라. 으흐흑 내 전문은 이런 분야가 아닌데, 어째서 이렇게 일이 흘러가 버린건지.. 이게 다 그녀석 때문이다. 벤하르트인지 뭔지 하는 녀석. 그녀석은 만나게 되면 즉결 사형이다. 너희 지금 한 이야기 어디가서 떠벌리거나 하지 마라!"
"네.. 네."
굽신 거리면서 류슈반을 보내면서 이렇게 만난것이 류슈반이라 정말 다행이라고 그들은 생각했다.
"어떻하지."
"다른쪽도 이것과 다를건 없을거야. 차라리 그 루가프라는 고용주의 수하들만 있으면 강행 돌파라도 할수 있을것 같은데 지금 저기에는 다른 녀석들도 숨어 있거든."
척 보기에도 다른 사람들과 달라 보이는 사람들이 주변에서 웅성 거리고 있었다. 몸이 성할때라도 돌파할수 있을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벤하르트는 문앞까지 천천히 걸어갔다.
"아까 내가 뭐라고 했는지 잊은 모양인데, 이곳은 충분하니까,"
"어어어어!! 저게 뭐죠?"
벤하르트가 큰 소리를 내면서 손으로 가리켰다. 가리킨쪽에는 아무도 없어서 다시 벤하르트쪽으로 모든 사람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저기 뭔가가 있었던것 같았습니다."
"뭐가 있었던것 같아? 어이 가서 뒤져 봐라."
"저희들이 살펴보고 오겠습니다."
"그건 안되겠는데,"
처음만났을때의 여우 같은 눈을 하면서 그는 둘을 흘겨 보았다. 레니아는 갑자기 벤하르트의 등을 툭툭 치기 시작했다.
"왜?"
귀엣말로 그렇게 말하고 있는데 레니아의 얼굴이 점점 달라지고 있었다. 머리색도 이미 어느정도는 은청색으로 변해가고 있었고 머리길이도 서서히 길어져 가고 있었다.
"읍."
"음?"
"아무것도 아닙니다. 하하."
"자세하게 살펴봐라."
'다행이다 저쪽으로 신경을 집중하고 있어서. 하지만 이대로는'
아직 눈치챈 사람은 없었지만 이대로는 시간 문제일 뿐이었다. 그때였다. 폭음이 연발로 들리기 시작한것은..
"있는것 같습니다. 폭탄이 벌써 크아아악."
"무슨 소리냐? 아무도 없었잖아. 젠장 어서 가서 잡아라!"
번잡하게 그들은 몸을 움직여 폭발음이 들린쪽으로 달려갔다.
"무슨 일이지?"
"몰라 걸리기라도 한 모양이야. 어쨋든 기회다. 빨리 나가자."
길을따라 한참을 걸어 페이렌이 보이지 않을 정도까지 오고 나서야 벤하르트와 레니아는 주저 앉았다. 주저 앉자마자 바닥이 시려 벌떡 일어나면서 레니아가 말했다.
"후우 정말 큰일 날뻔 했다."
"작전은 단순했지만 좋았는데, 약이 못 버텨 주었네."
"그 탓하는 듯한 말투는 뭐야. 도대체가.. 그것때문에 얼마나 많은 재료가 날아갔는지 알아?"
애초에 누군가로 변하게 되는 약을 필요로 할 일이 있을리가 없었기 때문에 제조 할 생각조차도 하지 않았었고 무리하게 제조한 까닭에 괜한 재료만 축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쫓아오지는 않을까?"
"이제 쫓아 오겠지. 아까 까지는 쫓아 올수 없었을거야. 도망을 쳤을지 안쳤을지 확실하지도 않은데 가뜩이나 넓은 영역을 더 넓게 수색할수는 없었을테니까, 하지만 이제는 놓쳤다는것을 알게 되었을테니까, 읏!"
바로 검을 잡아 들고 벤하르트는 놀라면서 뒤를 바라 보았다.
"흥. 버러지들이. 뭘 그렇게 놀라는거냐? 폭탄 소리를 들었다면 당연히 나라고 생각했을텐데,"
레니아는 도끼눈을 하면서 헤일프를 쳐다 보았다. 벤하르트가 폭탄을 막으려다 가로 막은 장면이 생각난 것이다.
"나는 빚지고는 절대로 못 사는 성격이거든. 아까의 그것으로 빚은 갚았다고 해도 되겠지?"
"....."
헤일프는 벤하르트나 레니아가 추적마법을 걸었던 것처럼 그들의 위치를 알수 있는 독자적인 기술을 사용해 두었었다. 그 기술로 지금껏 도둑질도 해왔던 것이었기에 몸을 붙힐수 있었던 기회도 있었던 까닭에 쉽게 벤하르트에게 사용할수 있었다. 그녀는 쇠사슬 남자에게 잡혔을때의 구해준 벤하르트에게 빚을 졌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그랬기에 둘을 적당히 미행 했던 것이다.
"빚을 갚았다고 갑자기 폭탄을 던지거나 하는건.."
"아쉽게도 그렇게 쉽게 구할수 있는 물건은 아니어서.. 완벽하게 다 떨어졌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공격하고 싶지만, 그건 다음으로 미뤄 두도록 할까. 그건 그렇고 너희들 갈거면 좀더 서두르는게 좋을걸. 그녀석들 나를 놓친 까닭에 길을 따라 추적하고 있을테니까,"
십중 팔구 고의로 유인한 것이라고 벤하르트는 확신했다. 하지만 본래 그런 여자였던 것이다. 빚이 사라진 지금 무엇을 하던 그녀의 마음대로라고 해도 과연은 아니었다.
"그럼 아무쪼록 즐거운 여행길 되라구."
마른 웃음을 흩뿌리며 그녀는 그들을 뒤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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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차.. 잘 보시면 알겠지만 50초 남기고 세이프.. 입니다. 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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