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155화-아스포에라(2)
"자 그럼 그들이 돌아갔으니 다시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요?"
"저기 죄송하지만 잠시만 쉬고 와도 되겠습니까?"
"그러시지요."
타리노는 흔쾌히 수락했다.
"벤. 무슨 일인데?"
"잠시 생각할게 있어서."
방으로 돌아와 벤하르트는 생각에 잠겼다. 적어도 주위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도록 표정을 가장했다. 하지만 실상은 그도 트레이야가 가 버린것에 대해 상당한 혼란을 겪었던 터라 잠시 머릿속을 정리할 시간을 가지고 싶었을 뿐이었다. 머리로 트레이야가 선택할 길을 인정할수 있어도 가슴에 남는 아쉬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좋아 됐다."
그의 상황은 아직은.. 이라고 말할수 있을 정도의 심정이었지만 적당히 수습했다고 생각했는지 자리에서 일어났다.
"레니아. 가자."
"무슨 생각을 한거야?"
"별로 중요한 생각은 아니었어."
"아아.. 그래?"
그녀의 눈이 마치 알고 있다는 듯이 자신만만하게 느껴진 벤하르트는 조금 걸음걸이를 빨리 해 타리노에게 걸어갔다.
"헌데 어디 까지 이야기 했었죠?"
"으음."
"아스포에라를 타고 가렌더 부크에 가라는 이야기 까지 했어."
생각을 거슬러 올라가는 벤하르트 대신에 레니아가 빠르게 답했다.
"그렇군요. 실제 타보면 알겠지만 그 배는 특별합니다. 인간이 아는 어떠한 배와도 다르며 가는 곳 또한 인세에는 경험하지 못하는 곳이 열려 있지요. 그 길을 원하는건 인간들 뿐만은 아니랍니다."
레니아는 타리노의 눈이 자신을 향해 살짝 이동한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우선 두사람에게 이것을 드리겠어요. 세례를 통과 했다는 패 에요."
그녀가 구릿빛 동화를 그들에게 전해 주었다. 안에는 아스포에라를 뜻하는 쌍용의 무늬가 그려 있었다. 배경은 구리였지만 용에는 색이 있었는데 하나는 푸른 색으로 하나는 회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그 배를 만든것은 용왕이라 불리는 두 용이 만들었답니다. 하나의 용은 수룡이고 또 하나의 용은 풍룡이지만, 아쉽게도 수룡쪽은 지금 현세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군요."
타리노는 동화속에 나오는 이야기 같은 전설을 조금 설명 하고 아스포에라에 대해 마저 설명을 시작했다.
"아스포에라에 타면 그것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해서는 따로 설명을 받을수 있거나 아니면 여러분 스스로가 알수 있을거애요. 중요한것은 그곳의 규칙이죠."
"규칙?"
"그곳에 탈수 있는것은 선택된 자들 뿐이에요. 물론 조종하는 선원들은 예외로 치지만, 각자 어딘가에서 세례나 혹은 그에 버금가는 무언가를 해 통행권을 얻어낸 사람들이죠. 아 잠시."
말타가 타온 따뜻한 차가 식탁위에 올려지자 그녀는 차를 조심스레 들고 천천히 입가로 가져갔다.
"이야기를 끊어서 죄송해요. 어디까지 이야기 했었죠?"
"그 배를 타는것이 통행권을 얻어낸 사람 뿐이라는 이야기를 하셧습니다."
10초도 안된 시간에 그 말을 까먹었다고는 생각할수 없었지만 대답을 안하는것도 예의에 어긋나는것 같아 이번에는 벤하르트가 그 말에 답했다.
"아하. 나이가 나이인지라 중요한것은 잊지 않는데 이런 대화를 잊고 마네요. 죄송해요."
"죄송할것 까지야."
'일부러는.. 아니겠지.'
빨리 뒤의 내용을 듣고 싶은데 자꾸 말을 돌리는 타리노를 약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자 그녀도 정신을 차리고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러니까,, 아아.. 음.. 아. 그러니까."
타리노가 이야기 할때에는 끊어서는 안되겠다 라는 사실이 벤하르트의 머릿속에 각인되는 순간이었다.
"지금이 패는 통행권인데 물론 여러분들은 모르겠지만 이 문양에는 각각의 차이가 있어요. 미묘한 문양의 차이로 목적지가 표시되죠. 이 통행권이 있다면 언제라도 아스포에라를 이용할수 있지요. 단. 여러분이 아스포에라를 타고 갈수 있는곳은 가렌더 부크에 한정 한답니다."
"가렌더 부크에 한정 한다니, 그게 무슨 뜻이죠?"
"이 패는 입장권이지만 그와 동시에 목적지를 고정 시키는 역할을 한답니다. 이 패를 가지지 않으면 아스포에라를 탈수 없지만 내릴때도 마찬가지로 목적지 이외의 곳에서는 내릴수가 없지요.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그에 알맞는 패를 얻어야 한다는 이야기에요. 결국 아스포에라로 갈수 있는 어떤곳도 그 패로는 갈수 없다는 뜻으로 여러분은 가렌더부크에서만 내릴수 있게 되는거에요."
벤하르트와 레니아는 어차피 목적지가 가렌더 부크 뿐이었으니 별 불만은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번째로 사용법을 알려 드릴게요. 이 패를 잘 이용하면 아스포에라가 언제 어디로 오는지 알수 있고 패를 만지면 아스포에라로 진입하는 공간을 열수가 있어요. 물론 이것도 한정된 곳에서만 입니다. 자 패를 보세요. 두개의 용이 있지요? 푸른 용의 배를 쓸어 내리면 이렇게 됩니다."
패는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하더니 곧 흰색의 연기를 5개 뽑아 내었다. 동그랗게 뭉친 5개의 흰색 연기를 보고 타리노가 이야기를 계속했다.
"여기서 부터는 어딘거에 적어 두는게 좋을거에요. 이 수룡은 수룡 답게 물을 증발시킨 증기를 내뿜어서 표기를 합니다. 세계에는 여러가지가 있어서 우리가 쓰는 달과 또 다른 달로 돌아가는 세계도 있지만, 하루의 기준은 전부 같기 때문에 일수의 차이로 계산 하게 됩니다. 붉은 증기는 100일 푸른 증기는 10일을 뜻하고 흰 증기는 1일을 뜻하며 그 외에 노란 증기가 있는데 하루 미만남았을때 보이는 증기라고 해요. 다른 증기와는 다르게 양으로 표시되어서 알아보는데에는 상당히 불편하죠. 보통 붉은 증기까지 갈 일은 거의 없는데 그 이유는 현재 자신이 서 있는곳에서 가장 빨리 아스포에라르 탈수 있는곳으로 인도하기 때문이죠. 인도하는것은 이쪽 회색용이 담당합니다."
그녀는 회색 용의 배를 쓰다듬었다. 그녀의 행색에서 별다른 이상이 없자 벤하르트가 물었다.
"별 이상이 없는데요."
"네 소유자에게만 느낌이 전해 지거든요. 풍룡 답게 바람을 다스리는데 바람이 아무데서나 불면 곤란 하잖아요?"
"그도 그렇겠군요."
"그럼 직접 사용해 보세요."
벤하르트와 레니아는 패를 들고 회색용 무늬의 배를 쓰다듬어 내려갔다. 벤하르트는 왼쪽에서 레니아는 뒷쪽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시겠나요? 그 바람을 따라 걸어 가면 된답니다. 다만 얼마나 걸리느냐 하는 문제가 남는데 그것은 조금 애매합니다. 설명하기 뭐할 정도로요."
"으음. 애매하다니 뭐가?"
"그러니까, 패는 알아서 계산 해주거든요. 현재 걸어서 갈 경우 확실하게 5일 이내에 도착할수 있는 곳으로 표시 해주게 되요. 1일 거리일수도 있고 30분 거리일수도 있지만 반대로 2일이나 3일 걸릴 가능성도 있어요. 단 사용자의 사정에 의한 경우를 생각해 5일이라면 3일 10일이라면 최대 6일만에 도착할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애매 하긴 하네요."
실제로는 그보다 더 애매한 것이라 할수 있었다. 아주 가까히에 탈수 있는 곳이 존재 한다고 해도 배가 오는 시간이 늦다면 다른곳으로 지정된다는 이야기였기 때문이었다.
"1시간 정도의 거리에 도달하면 바람의 표식이 보이게 됩니다. 잠시 따라와 주세요."
타리노는 그들을 데리고 창문 쪽으로 걸어갔다.
"아."
창문을 통해 밖을 본 벤하르트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수 있었다. 작지만 분명히 보이는 바람기둥이 한줄 눈에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눈이 좋은 사람은 더 멀리서도 볼수 있지만 일반인은 1시간 정도의 거리면 저 바람이 도는 기둥을 볼수가 있지요. 조금 난해하지만 사용하다보면 익숙해 지게 됩니다."
"대단한데."
"아스포에라를 탈수 있다는게 사실 더 놀라워. 이런건 그저 그런 마도구잖아. 인간이라면 어렵지만 용왕이나 되는 자들이 만들기에는 장난감 같은 물건이라구."
후륵 소리를 내며 타리노가 뒤에서 말했다.
"아.. 아.. 음.."
"뭐 하실 말씀 이라도.."
"그러니까, 어디까지 이야기 했었죠? 아직 말 하지 못한게 있었는데,"
"음. 바람 기둥이 도는 것 까지 이야기 했었던가요?"
"아 그렇지. 아직 공간을 여는 법을 이야기 하지 않았지요? 아스포에라는 이(異)차원을 통해 다니는 배 이기 때문에 보통의 세계에서는 탈수가 없어요. 아스포에라를 타기 위해서는 본인도 이공간으로 들어갈 필요가 있어요. 물론 이공간이라고 해서 카도스 같은 곳은 아니고 주변의 경치가 변할 뿐이지만, 한번 따라와 보시겠어요?"
타리노는 가볍게 차려입고 얼굴쪽에 잠시 손을 가져갔는가 싶더니 손을 내리고 벤하르트를 향해 손을 까딱였다.
"저요?"
"네. 잠시 계셔 주세요."
타리노는 벤하르트의 얼굴에 잠시 손을 가져갔다가 도로 내렸다.
"이제 가도록 하죠. 그 얼굴로 나서면 아무도 모를거에요."
"얼굴?"
전에 한 소란을 피웠던 벤하르트였기 때문에 그 얼굴 그대로 나서면 안될것이라 생각했던 타리노는 그의 얼굴에 마법을 걸어 놓은 것이다. 하지만 이 마법은 당사자나 얼굴을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효과가 없었다. 그랬기에 타리노의 모습이 벤하르트의 눈에는 별로 다를게 없어 보였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걸린게 맞는건가?"
의아해 하는 벤하르트를 보고 타리노는 살짝 미소 짓고는 밖으로 나왔다. 타리노의 옆에는 산만한 체구의 말타가 그의 뒤에는 벤하르트와 레니아가 있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 되었다.
'이정도로 집중 되면 한둘은 알아 보아야 할텐데 정말 마법이 걸려 있기는 한 모양이로군.'
그들이 보는 이유가 말타와 레니아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반은 맞되 반은 틀린 것이었다. 마을 사람들의 눈에 타리노는 조금 귀여운 시골 처녀로 말타와 레니아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였지만 벤하르트의 얼굴은 말처럼 긴 얼굴에 주걱턱을 가진 사람으로 묘사되어 있었던 것이다. 추남 까지는 아니어도 추남 이상의 신비스러운 흔히 볼수 있는 그런 얼굴이 아니었기에 사람들 마다 반응은 달랐지만 레니아나 말타만큼이나 그에게도 이목이 집중 되었다.
'어째 느낌이 영 이상한데,'
이목이 집중 된것이 하루 이틀의 일도 아니었지만 오늘의 그는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끼며 바람구멍이 이는 곳으로 다가갔다.
"여기네요."
바람 구멍이 이는 곳은 마을에서도 주로 사람들이 붐비는 사거리 였다.
"자 그럼 여기에 올라서서 큰소리로 아스포에라를 위하여! 라고 외치면 된답니다. 나가는 방법도 그곳에서 아스포에라를 위하여 라고 말하면 되요."
생글생글 웃으며 그녀가 말했다.
"아스포에라를 위하여."
바람 기둥에 올라선 벤하르트가 작게 중얼 거렸다.
"안되요. 적어도 큰 소리가 되지 않으면 지나갈수 없다구요."
"무슨 소리입니까. 이곳에서 그런 소리를 하면 딱 미친놈꼴이 된단 말입니다."
이미 자신의 얼굴 자체가 웃음 거리라는것을 모르는 벤하르트가 언성을 높히며 말했다.
"하지만 이곳이 아니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지 알수 없으니까 할수 없을 텐데요."
고민하는 벤하르트를 제치고 레니아가 말했다.
"잠깐 타리노 그럼 이것을 빼고 설명할것은 이제 다 끝난거야?"
"예 제가 기억하고 있는 선에서는요."
생각하기에 따라 무척이나 애매한 이야기에 두사람은 인상을 찌푸렸지만 이내 다시 돌아와 레니아가 말했다.
"그럼 됐어. 꼭 지금 시험해 볼 필요는 없잖아. 갈때만 하면 되지."
"그렇네요. 그럼 돌아 갈까요?"
그로부터 3일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가고 3일째 되는 밤. 벤하르트와 레니아는 타리노의 집에서 조용히 빠져 나왔다.
"꼭 낮에 할 필요는 없지. 아무도 없는 이 밤 딱 좋을 시간이야. 마을 사람들한테는 미안하지만,"
"뭐 누구나 생각할수 있는 이야기지만 잘 생각했다 레니아."
"그런데 이 노란 증기 말야. 어느 정도의 시간을 나타내는 것일까?"
레니아가 지나가듯 물었지만 벤하르트라고 해도 딱히 답을 낼수 있는 처지는 아니었다.
"글세. 아 도착했다."
"누가 먼저 할래?"
"오해 하지 말고 들어줘. 위험을 먼저 확인하려는건 절대 아니고 네가 먼저 하는게,,"
"아스포에라를 위하여!"
더 듣지도 않고 레니아가 크게 소리쳤다. 그의 의도는 레니아가 먼저 하는 쪽이 혹시나 벌어질 마을 사람들의 반응에서 안전하다고 판단한 것이었지만 입에서 그런것을 말하기도 전에 레니아는 들어가 버린것이다.
"믿어주는건 좋지만 이것 참. 아스포에라를 위하여!"
벤하르트도 크게 소리를 질렀다.
"누구야 이 밤중에 이상한 소리를 지르는게!"
"아우 잡히면 가만 두지 않을테다."
곧 마을 사람들이 짜증 스럽게 말했지만 누가 그런 짓을 했는지는 밤새 찾아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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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 두번정도 제가 사는 아파트에서 누가 새벽에 싸움을 하더라구요. 아줌마 목소린데,, 저는 3시에 일어났다가 아직도 4시간 남았다는 사실에 즐거워 하며 잠이 들었지만, 중간에 일어나는게 즐거운 일은 아닐겁니다. 보통 사람들은요.. 네..
연참대전 몇일차더라... ㅇ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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