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257화-지도(1)
"제 몸이 낫는다니 가능한겁니까?"
"일단 나는 할수 없다. 그리고 저 신이 말했던 기술사도 마찬가지. 이건 단순하게 기가 막혀있기만 한건 아니다. 단순하게 기로 기를 차단시켜 놓기만 한것이라면 내가 도와 줄수 있겠지만, 이건 근원부터 막혀져 있는것이다. 세간에서 저주나 주술이라고 불리우는것과 비슷한 부류로 이런 것은 배우기도 사용하기도 쉽지 않다."
"그럼 어떻게 해야.."
"몸이 낫는다면 모른다고 했지만, 사실 별로 네 몸에 의지 하거나 하고 싶은 마음은 애초부터 없었다. 해주를 해주는 사람을 모르는건 아니다만,"
"그럼 그 사람에게 데리고 가서."
"가능하다고 해도 네 몸을 낫게 해줄 마음은 없었다."
루크가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리자 벤하르트도 순순히 따르고만 있지는 않았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나을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알려주시면 되잖아요."
"벤. 꼭 신체능력이 강해야만 강하다는 생각은 버리는게 좋다. 그것이야 말로 성장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소이니까."
"이해가 잘 가지 않는데요?"
"빠르게 움직이고 힘이 센것은 분명히 좋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루크가 그렇게 말한다 해도 슬리드에게서 뼈저리게 느낀 바가 있었던 벤하르트에게는 곧잘 와닿지 않았다.
"그럼 제가 한번 휘두를때 상대가 세번을 휘두를수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글세. 그걸 생각하는게 네가 할일이다."
"형님!"
"변명을 하지 마라. 일섬류가 그런 이름도 없는 녀석에게 밀릴정도로 한심한 검술인줄 알았더냐."
"저기. 그럼 루크 너는 보여 줄수 있어?"
그녀도 지금껏 여행을 하면서 수십수백번을 느껴왔었던 고질적인 문제를 항상 겪어 왔기 때문에 루크가 괜시리 시비를 거는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벤하르트가 그정도로 따랐었고 실제로 루크가 허세가 담긴 말을 할리가 없었기 때문에 그것을 증명할수 있는지도 궁금했다.
"무엇을 묻고 있는거냐."
"기를 사용하지 않고 상대방을 이길수 있느냐는 말이야."
"나를 시험하겠다 이것이로군. 좋다. 어떤 것인지 보여주지 않으면 믿지 못하니 보여주게 좋겠지. 그리고 신. 이 도시에 있을때는 나를 루안이라고 불러라."
"네가 나를 레니아라고 부른다면,"
레니아나 루크나 기싸움은 여전히 호각세였다.
큰 저택의 안 벤하르트와 루크는 대치하고 있었다.
"네가 말한 상대를 찾아 직접 보여 주고는 싶지만, 아쉽게도 디레인인 나는 상대를 구하는것조차도 어렵다. 상대는 벤 네가 해주어야 겠다."
"이길수 있을리가 없잖습니까."
투덜거리면서 벤하르트가 그렇게 말하자 루크는 자신의 몸을 손바닥으로 몇번인가 쓰다듬고는 말했다.
"기를 쓰지 않겠다. 그리고 발도 한쪽 발만 사용하지. 검을 든 손은 이렇게."
루크는 검을 뽑아 역수로 들어 깊숙히 팔의 안쪽에 박아 냈다.
"형님!"
"이정도면 속도도 너보다 나오지 않겠지? 네가 말한 조건은 전부 갖춰 두었다."
"이렇게 까지 하는 이유가 뭡니까 도대체. 꼭 그렇게 보여주지 않아도.."
"벤. 너 지금 내 상태가 어떤지 알고 있냐?"
"네?"
"네가 어떤 다른 검술을 배우고 그것으로 싸워 나가는 인간이었다면, 나는 이렇게 까지 상관 하지 않았을 거다. 일섬류가 아닌 다른검술이었다면 어찌 되든 상관 없었을것이다. 하지만 너는 버젓히 일섬류의 기술을 사용하면서도 그런 녀석에게 형편없이 당했던 것이다. 오랜만에 만나서 미처 생각하지 못한것 같아 둔한 너에게 말해주지. 나는 지금 심히 불쾌하다."
이상한 곳에서 완고한 면이 있는 루크였다. 그가 생각하는것은 벤하르트의 어리숙함에 대한 분노가 아니었다. 연철장에서 배웠던 검술에 한계를 정해버린 벤하르트의 나약함을 보기가 싫었던 것이다.
"질타의 역할은 맡아주지."
벤하르트에게 들리지도 않을 작은 목소리로 중얼 거리고는 그는 자세를 잡았다. 전에 벤하르트에게 보여 주었던 일섬의 자세. 그간 수없이 많은 위기를 넘게 해주었던 자세는 검이 되어 벤하르트의 목을 겨누고 있었다.
'장난이 아니야!?'
다른 사람도 아니고 벤하르트와 루크였기 때문에 루크의 팔에는 구멍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레니아는 안심하면서 둘의 접전을 구경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루크와 마주하고 있는 벤하르트는 달랐다. 목을 죄여 오는듯한 살기가 주위를 두른것이 대충하면 바로 자신의 목이 떨어질것만 같은 기분이었던 것이다.
"형님."
"와라. 외다리인 내게 이동해달라는것은 아니겠지?"
한번 결정 지어 버린것을 루크가 번복할리가 없다는것을 생각하고 벤하르트는 자세를 잡고 덤벼들었다. 루크의 움직임은 한없이 구속당해 아무리 벤하르트가 기를 사용하지 못한다고 해도 족히 몇배는 더 빠르게 움직일수 있었다.
둘다 대장장이였기 때문에 말을 하지 않아도 사용할것은 자신들의 벼른 검이었다. 벤하르트도 나름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두말없이 검과 검을 맞대었다.
"으윽."
물러난 쪽은 벤하르트였다. 그 일격을 마주쳤을뿐인데, 무언가 강경한 힘에 튕겨 나온듯한 증상이 일어난 것이다. 그리고 구멍난 루크의 한쪽 팔에서는 더 많은 양의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기를 사용한다면 팔의 상태는 둘째치고 출혈이라도 멈추게 할수 있을텐데도 출혈이 멎지 않는다는것은 확실히 일말의 기도 사용하지 않는다는것을 증명해 주고 있었다.
사실 벤하르트는 모르고 있었지만 루크는 은연중에 몸에서 나오는 기조차 차단하며 싸우고 있었다. 출혈이 심해 위급하기까지 할수 있는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자존심은 너무 짙었다. 벤하르트를 이김이 아니라 일체의 변명거리도 존재하지 않을정도의 철저한 방법으로 그를 이해시키고 싶었기 때문이었던 것이다.
유리한 위치에 있는 벤하르트는 지금까지의 경험을 살려 검을 휘둘렀다. 너덜너덜한 팔로는 연격을 방어해내기도 벅찬것이 벤하르트와 슬리드의 싸움과 흡사했다. 판박이처럼 루크는 몸소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의 신체의 활동을 월등하게 줄여 가면서..
"장난 하는거냐 벤."
세번의 참격을 막아내고 그는 거칠게 검을 휘둘렀다. 워낙에 느려서 벤하르트는 멋모르고 그 공격을 막았지만 막자마자 몸이 흔들리는가 싶더니 정신을 차렸을때는 무릎을 꿇고 있었다.
"아까 내가 베었던 그녀석은 진심으로 너를 베려고 하고 있었다. 최소한도 그정도로 와주지 않으면 곤란하다. 일섬류의 힘을 보여주는것에 너는 격이 너무 낮다고 듣고 싶은거냐?"
"....."
"진심이 되지 않으면,,"
"알겠습니다."
벤하르트는 루크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지 못했기 때문에 전력을 다할 준비를 끝냈다. 어느정도 압도하고 목숨이 위태로워 진다면 기를 사용해서라도 막아줄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착각이라는것을 알지도 못한채 그는 루크에게로 내달렸다.
하나하나의 공격을 막아내는 루크의 모습은 힘겨워 보였다. 루크는 한쪽의 다리를 쓰지도 않는데다가 일부러 검상을 내어놓은 팔 이외의 손은 사용하지 않고 있었고 유일하게 우위를 점거하는 기조차도 억지로 막아내고 있었기 때문에 반신으로 한몸을 상대하는것이나 다름 없는 것이었다.
벤하르트는 진심이었다. 어느정도 루크였기 때문에 목숨까지 몰아 부치지는 않는다고 해도 일부러 봐준다거나 하는 일은 하지 않았다. 그것이 루크를 얼마나 조롱하는 일인가를 누구보다도 더 잘알고 있었기 때문에,,
하지만 그 진심인 벤하르트의 공격은 루크에게 닿지 않았다. 땅에서 거의 움직이지도 않는 루크였지만 벤하르트의 정신없는 화려한 움직임에도 자잘하게 상처만 날뿐 정확하게 이르는 곳은 단 한군데도 없었다.
칼바람 소리가 일었다.
"으헉."
벤하르트의 손목은 떨리고 있었다. 처음에 당했던 무언가에 튕겨나온것만 같은 공격에 검을 놓쳐 버린것이다.
"일섬 루(一剡 淚)"
"뭡니까 그건."
벤하르트는 손이 저려서 검을 들지도 못하며 물었다.
"일섬류다."
그 말을 끝내고 루크는 소리도 없이 쓰러져 내렸다.
이른 아침에 루크는 잠에서 깨어났다. 침대의 옆에는 벤하르트가 바닥에는 레니아가 세상 모르고 잠에 빠져 있었다.
팔에는 어설프게 매어져 있는 붕대가 있었다.
'으음.'
전날의 일이 떠올라 간병을 해주었다는 사실같은건 전혀 눈에 들어 오지 않고 조금 화가 치밀어 올랐다. 충분히 제압할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너무 봐준 까닭에 못보일 꼴을 보여 버린 것이다. 거기에 붕대가 어디에 있는지 알리 없는 그들이 붕대를 감싸 매었다는것은 집의 시종도 이 꼴을 보았다는 말이 된다. 시종에게 확실하게 입단속을 시킬것을 각오하면서 그는 잠들어 있는 사제를 보며 말했다.
"역시나 성가시다."
봐주고 싶은 미숙한 사제는 성가신 것이다.
루크가 일어나고 레니아가 일어나고 그에 이어 벤하르트가 일어나자 루크는 전날의 일을 꺼내며 벤하르트의 미숙함을 탓하고 있었다. 레니아는 꼼짝도 못하고 루크에게 당하고 있는 벤하르트를 한심스럽다는 눈을 보고 쳐다보고 있었다.
"알겠느냐?"
"네. 하지만 원래 저와 루크형님은 다른게.."
뒷 말은 강한 충격에 의해 이어지지 않았다. 루크의 옆에 매어 있어야 할 검집이 벤하르트의 뺨을 날린 것이다.
"형..님?"
"흐음. 레니아에서 봤을때와는 다르구나."
"으아아.. 뭐하는 겁니까."
이번에는 전날처럼 봐준다던가 그런게 없었기 때문에 얼얼하게 진동하는 볼을 사매고 벤하르트가 투덜거리면서 말했다.
"일단 그런 말부터가 잘못되서 혼낸것도 있지만, 시험을 한번 해봤다."
"무슨 시험을요?"
"네 경각심."
"경각심?"
"어제의 차이는 내가 강하고 네가 약했기 때문에 차이가 있는것이 아니다. 물론 나는 어느정도 준비는 되어 있었지만, 그렇게 결정되게 된것은 근본적으로 일섬에 임하는 마음자세의 차이가 이 차이를 낳았을 뿐인 것이다. 레니아에서 보았을때의 너는 무술을 하기에 꽤나 이상적이었다. 재능은 잘 모르겠지만, 그 경각심과 약한 힘으로도 강한힘에 대응하려고 하는 자세가 꽤 마음에 들었지."
"그런가요."
최근들어 벤하르트도 그런 것은 느끼고 있었다. 누구나 믿지 않았던 전과. 누구든 믿는 지금은 마음가짐에 있어서 부터 차이가 날수밖에 없는 것이다. 단순히 루크가 말했던 것을 따르기에는 분명 전자 쪽이 나았을것이 분명했다.
"근데 지금은 형편 없다. 그러니 다음 신등장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내가 사형으로서 너를 지도해주겠다."
"네 정말요?"
형편없다는 말보다 루크에게 지도받는다는 사실에 벤하르트는 뛸듯이 기뻐했다. 연철장 시절부터 꿈에 그렸던 일중 하나가 루크에게 정식적으로 지도를 받는 일이었다. 거기에 자신과 같은 검술을 사용하고 그 궁극을 보여주는 루크였으니 더더욱 그러했다.
"너무 뛸듯이 좋아하지 마라. 너에게 있어 그렇게 행복한 일이기만 한건 아닐테니까,"
살벌하다 못해 싸늘한 루크의 말에 한창 달아올랐던 기분은 얼음장처럼 차갑게 가라앉았다. 아무리 루크에게 지도받고 싶었다고는 하나 루크는 대충이나 인자 자상과는 전혀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요셉같이 다소 느슨하고 자유스러운 맛도 없을 것이라는것은 전날밤의 일만 봐도 자명했다.
'썩 좋은 일은 아닐지도.'
단번에 안색이 바뀌는 벤하르트를 보고 레니아는 작게 중얼 거렸다.
"단순하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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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의 D-9는 연참대전의 남은 일수.. 였습니다. (일요일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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