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97화-가책(呵責)(2)
"방법이라니. 그것들을 말인가?"
"네 하지만 가능할지는 사실 저도 잘 모르겠지만요."
"그런게 가능하다는 건가? 그녀석들을 퇴치 하는것이!?"
한술 더 떠서 길리어스는 디노사인트를 전부 물리쳐 준다는것으로 착각하자 벤하르트가 그의 말을 정정했다.
"아니 싸우지 않고 해결한다는게 정확한 표현인데요. 이 전의 마을에서도 저것들 때문에 고생을 하던데 그때마다 그들은 새의 탈을 쓰고 지나갔다고 하더군요. 굳이 같지 않아도 새의 채취와 새의 형태만 취하고 있으면 그들은 공격하지 않거든요."
"그런 방법도 있는건가?"
벤하르트는 디노사인트와 싸울때 벗어 두었던 새의 탈이 새삼스레 아깝게 느껴졌다.
"지금은 그 새의 모자를 가진게 없지만 제 작전은 이겁니다. 보통 저 마수들은 멀리까지 순찰을 돌고는 하는데 그 중 한마리르 생포해서 속 안의 내용물을 끄집어 낸 후 저 성에 뒤집어 씌우는 거죠."
"그렇게 되면 성은 매번 밤으로 지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되는데.?"
"음. 온전하게 새의 형상만 갖추고 있으면 되니 각도를 잘 맞춰서 구멍을 뚫으면 되지 않을까요?"
"어쨋든 그럴사한 의견이군. 그럼 새는 두마리로 부탁하겠네."
"두마리?"
길리어스의 말에 벤하르드가 놀란듯 말했다.
"그렇지 이제 성이 한개 더 늘어나니까 말야. 두개가 되지 않으면 곤란 하거든. 부탁하겠네."
"잠깐 도와 줄수는 있지만 애초에 이쪽의 일인데 저희 끼리만 하라는건 말도 안되는 일이지 않습니까?"
"그것도 좀 그렇군. 그래 내가 도울일은 있겠나?"
"그 잘난 마법으로 도우면 되겠네. 싸우는게 힘들다고 했지 생포하는것 정도야 기습이니 누워서 떡먹기 아냐?"
사사껀껀 쏘아대는 레니아의 말투에 아무말도 없이 길리어스는 인상을 찡그렸다.
"저기 저기. 저도 마법을 보고 싶은데,"
트레이야가 끼어 들어 부탁하자 길리어스의 얼굴은 웃음으로 실실 거리기 시작했다.
"그런가? 뭐 어쩔수 없구먼. 뭐 사실이 사실이니만큼 우리 종족의 문제니 역시 우리가 해결 해야 겠지."
헤벌레 거리는 길리어스를 보면서 레니아는 생각했다.
'단순하기는'
길리어스를 따라 숲안쪽으로 벤하르트 일행은 따라 들어갔다. 주위에서 이따금씩 들려오는 동물의 소리는 그들의 귀에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그보다도 훨씬 먼곳에서 들려오는 잊지못할 새소리가 작지만 그들에게는 마치 바로 앞에서 듣는듯 느껴졌다.
"저 멀리 보이나? 저것들이라네."
"맞네."
"역시."
"그렇군."
저마다 한마디씩 꺼내며 죽음 직전까지 몰아 넣었던 디노사인트를 보았다. 백색의 커다란 몸에 마치송곳처럼 날카로운 부리 한번 잡히면 못빠져나올것만 같은 굵은 발을 가지고 주위를 멤돌고 있는 디노사인트 무리를 보니 정말 빠져나온게 천운이었다고 벤하르트는 생각했다.
"그런데 저걸 어떻게 유인하지?"
"유인 할 필요도 없이 이 근처에 날고 있으니 그것을 살짝 생포 하면 되는겁니다. 저길 보세요."
벤하르트가 가리킨곳에는 한마리의 디노사인트가 유유히 날고 있었다.
"주의할것은 이곳에서 죽이면 안된다는 것이죠. 저녀석들은 아무래도 후각이 좋은 모양이니까요. 그렇지? 레니아 트레이야?"
"칫."
"그럼 재우기라도 해볼까? 마수들은 머리가 나빠서 주술을 걸려면 노력을 많이 해야 하는데, 음 어쩔수 없구만,"
길리어스는 살짝 트레이야를 보고는 헛기침을 하며 양손을 들었다. 한번 휘젓는듯 싶더니 공중에서 디노사인트는 단번에 떨어져 내렸다.
"음? 의외로 머리가 좋은건가? 잘 걸렸군. 그럼."
길리어스가 손짓하자 멀리서 서서히 디노사인트 한마리가 끌려 왔다. 레니아를 빼고는 마법에 대해서 상당히 무감각했기 때문에 그런 마법이 얼마나 대단한것인지 벤하르트와 트레이야는 알지 못했다. 어릴때 벤하르트는 마법이라는것을 분명 배웠지만 얼마 안있어 포기 했기 때문에 저런 마법이 얼마나 대단한것인지는 알수 없었다. 길리어스가 목표로 잡은 디노사인트의 거리는 작게 잡아도 1000기아(1기아:1미터정도)정도는 넘게 떨어져 있는 것이었다. 가까운곳에서 마법을 성공시키는 것은 누구나 하는것이고 그 파괴력이 놀라웠다고 해도 사실 놀랄것 까지는 없는 사항이었지만 먼 곳의 대상을 상대로 마법을 거는것은 그만큼의 영향력을 가진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 의미를 알고 있는것은 벤하르트 일행중에서는 레니아뿐이었다.
'진짜 혼자 성을 만들었을수도 있겠군'
"그런데 머리가 좋으면 오히려 더 안걸려야 정상이 아닙니까?
궁금한듯 벤하르트가 묻자 길리어스가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게 생각할수도 있지. 물론 보통 사람의 범주에서 볼때는 머리가 더 좋은 사람에게 걸기가 힘들지만 저것들은 뭐라 할지라도 짐승 적어도 이 주술은 인식을 하고 생각을 할줄 아는 대상에게 사용하기 쉽기 때문이지. 예를 들어 지렁이 같은 생물에게 사용하면 전혀 소용이 없다고나 할까. 단순하면 좋지만 최소한도의 지식을 가진 대상이 최고의 먹이라는 것이지. 어차피 잠을 유도하는 본체는 바로 이몸이기 때문에 왠만큼의 지식과 머리는 있어야 사용하기 쉽거든."
"벤한테 이 마법을 쓰면 잘걸릴것 같은데,"
"레니아. 네가 생각하는것보다 나는 훨씬 생각을 많이 하고 산다고, 헐렁해 보이는건 너희들에게의 한정이야."
"그래. 내 생각에도 이 남자에게 주술을 걸기는 그렇게 쉬울것 같지는 않아."
레니아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길리어스는 벤하르트의 편을 들고 나섰다. 그런 길리어스를 아니꼬운듯 레니아는 쳐다보았다.
'신도 아니고 신에 대해서 알면서도 나를 이렇게 대하다니. 거기에 묘하게 능력도 있는게 더더욱 짜증나.'
그렇게 생각하면서 왠지 모르게 부글거리는 속을 삭히는 레니아를 보고 벤하르트는 어지간히도 길리어스를 싫어한다고 생각했다.
"어쨋든 눈치 채기 전에 빨리 달아나자고, 길리어스의 말도 그렇고 저번의 일로 보면 디노사인트들은 상당히 머리가 좋을지도 모르니까 동료가 오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주위를 조사할지도 몰라."
벤하르트의 의견에 넷은 서둘러 움직였다.
"그런데 이것을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
"글세요. 사실 저번 마을에 있을때는 대충 가면만 잡아 써도 새의 체취와 생김새만 취하고 있으면 별 상관은 없었는데 말이죠. 크기도 이정도면 한개의 성을 집어 넣을수 있고. 하지만,,"
벤하르트는 잠들어 있는 디노사인트를 바라 보았다. 보기만해도 소름 끼쳤지만 무방비 상태의 디노사인트를 보니 왠지 가여운 생각이 들었다.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 아니라면 어차피 이 한마리의 디노사인트와 자신은 적이라는것을 거기에 지금껏 먹어왔던 수없이 많은 고기도 무저항적으로 죽어 나갔을 것이었다. 되려 그런면으로 볼때 디노사인트는 생각하기에 따라 더 편하게 생각할수 있었지만 순간 그의 머릿속에는 회색의 검사가 말했던 것이 생각이 난 것이다.
"여튼 이것 죽여야 되는것 아냐?"
"그 그렇지."
오는 길에 배고픔에 겨워 많은것들을 죽였는데도 고작해야 무방비라는것 때문에 벤하르트는 망설이고 있었다.
"그런 생각을 가질 필요는 없어. 세상은 약육강식 내가 먹어도 먹혀도 할말은 없는거야. 하지만 먹을때는 먹힐 각오를 하고 먹는거지. 그런 문제야. 미물이던 신이던 어차피 종이 한장 차이일 뿐이니까, 물론 하찮은것들에게 죽고 싶지는 않지만. 더 편하게 만들어 줄까? 죽이지 않으면 우리가 위험해져. 애초에 망설일것이었으면 시작을 말았어야했어."
"크. 가끔 이럴때는 레니아 네가 무섭다. 노시엘트에서 처음 봤을때의 너 같거든."
"지금도 별로 바뀐건 없어."
"글쎄."
그래도 레니아의 말 때문인지 한결 편해진 마음으로 벤하르트는 검을 휘둘렀다. 움찔 거리고는 그대로 목과 몸이 분리된 디노사인트는 부들부들 떨다가 이내 죽음에 이르렀다.
"그럼 이제 이것을 어떻게 하지?"
"안에 있는것들을 전부 빼고 가죽으로 만들어야겠죠."
그렇게 말하고 벤하르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
셋 다 벤하르트를 빤히 쳐다 보고 있었다.
"잠깐만."
변함 없이 세명의 시선이 벤하르트에게 집중 되었다.
"하다못해 가위 바위.. 아 됬어 내가 할게."
결국 시선에 단번에 져 버린 벤하르트는 목을 들고 잠시 자리를 벗어났다. 잠시 후 옷에 상당한 피를 묻히고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벤하르트가 돌아왔다.
"으으. 다 비웠는데 혹시 물은 없어? 머릿속을 씻어야지."
"물이라면 나한테 맡기게. 이렇게 일을 도와 줬는데 이정도는 해 주어야겠지."
길리어스가 손을 위로 들어 올리자 벤하르트의 위에서 작은 폭포처럼 물이 떨어졌다.
"크악! 너무 심하잖아요. 좀더 졸졸 거리게는 못해요. 옷까지 다 젖어버렸네."
"그래도 이정도는 되야 머리를 청소할까 싶어서 말이지. 조금 넉넉하게 준비해보았네."
길리어스가 작게 무어라 중얼거리자 바닥에 깔린 물방울이 공중에서 뭉쳤다.
"오오 굉장하다!"
트레이야는 태어나서 마법이라는것을 생전 처음 보았다. 대르나드에서 몇번인가 마법사가 왔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구경하러 가면 언제나 그들은 떠난 후였고 그런 일들 때문에 마법사에 대한 동경이 컷는데 길리어스의 마법을 보게 되자 기쁜것이 당연했다. 사실 대르나드에 왔었던 마법사들에 비하면 길리어스의 마법은 비교할수도 없이 높은 수준이었지만 트레이야가 그것을 알수 있을리가 없었다.
"자 원하는 만큼 부어 줄테니 말하시게나."
"그럼 조금씩 부어 주세요."
한참뒤 주위는 핏물로 범벅이 되었고 새의 머리는 상당히 상당히 깨끗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대로 두면 십중 팔구 썩을텐데, 어떻게 하지."
"바싹 말려 버리는건 어때. 원래는 단기간에 하기는 무리겠지만 지금 우리에게는 저 인간이 있으니까."
길리어스는 난데없는 레니아의 자신을 인정하는 듯한 말투에 상당히 놀랐다.
"이봐. 플라닌족 할수 있지? 건조한 열이야. 불이 아니고 열로 말이지."
"건조한 열이라. 음."
손바닥을 새의 머리에 가져가 다시 길리어스는 작게 중얼 거렸다.
"앗 뜨거. 길리어스씨 제발 마법을 쓸때 말좀 해달라구요. 제가 머리를 들고 있는것 안보이세요?"
디노사인트의 목을 들고 있던 벤하르트는 엄청난 열기에 머리를 떨어 뜨렸다.
"아 정말 미안하네. 자꾸만 잊게 되서."
"여기 있는게 자신이라는 생각으로 임하세요 좀."
한참뒤 마법으로 인해 거의 완벽하게 건조하게 바싹 마른 디노사인트의 머리 하나가 완성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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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보실까 해서 미리 감사의 인사를..
보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지만 요번에 제 이상한 실수로 나온 오타를 체크해 알려주신 추천인님 정말 감사합니다. 덧붙혀서 제 글을 읽어 주시는 모든 분들 정말 감사요. 게을러서 자꾸 펑크내기 일수지만 말이죠 --;; 여튼 연참대전은 살아 남기 위해 아득빠득 써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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