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쿠라스 136화-자극(2)
"드디어 완성!"
무언가 적혀있는 작은 면종이를 휘두르면서 스팅이 말했다.
"벌써? 한 절반 정도 만들어지지 않았나 생각했는데, 실력이 많이 늘었구나 스팅."
"어이 네냐. 반은 이쪽이 만든 거라고 잊으면 곤란하지."
레랄드가 의기양양하게 팔뚝을 들이밀면서 말하자 네냐는 이마를 찡그렸다.
"그래봐야. 외부 작업 말고 네가 도운게 뭔데?"
"하. 네가 잘 모르는 모양인데 외부 작업이야 말로 마도구의 뼈와 살이 되는 작업. 마력을 순환시켜 표면이 되는 부분을 바석으로 제조하는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지도 못하면서.. 알아? 모르지? 그럴줄 알았다."
실제로 그렇게 네냐와 말하고 있는것 자체도 무리를 하고 있을 만큼 레랄드의 몸은 상당히 피로해 있었고 마력은 고갈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 네냐와 함께 있을수 있는 시간은 한정적이었기 때문에 무리를 해서라도 쉬지 않는 것이었다.
"이게!"
가녀린 여자와 건장한 남자 언뜻보면 남자의 손에 목이 부서질것만 같은 위태위태한 싸움 같아 보였지만 그들에게는 장난과도 같은 일상이었다.
"그만들 하라고, 별일도 아닌것 가지고 하아.."
"후우.. 후우.. 그럼 만들어 볼래?"
레랄드의 말에 네냐가 웃으면서 받아 들인다.
"좋지. 네가 했던게 애들 장난이나 다름 없다는것을 알려주겠어."
"너희들.. 레랄드 그만둬라. 제련의 방법은 너도 빌고 또 빌어서 겨우 배운 기술이잖냐. 방법도 모르는 네냐가 그것을 알수 있을리도 없고 배우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 되니까, 네냐도 이곳에 오래 있고 싶은 생각은 없잖아? 그만 두고,,"
"있으려고."
"켁. 뭐?"
"그러니까 한동안은 이곳에 있으려고 생각했다고, 생각해 봤는데 내 힘이라는게 밖으로 나가면 별것도 아니더라, 약한것도 아니고 강한것도 아닌 어중간한 채이면 나가도 곤란하거든. 분명히 스팅의 약속을 어겼으니까, 그만 둘게. 여행 같은건."
여행을 가겠다고 큰소리 치고 모두의 만류를 뿌리치고 나갔던 그녀에게 스팅은 몇가지 약속을 요구했었다. 여행을 하는데 위험한 일이 있을 경우에는 여행을 중지 할것. 정기적으로 페이렌으로 돌아올것. 여행을 즐기고 돌아온 뒤에는 자신들에게 여행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 해줄것. 스팅 나름대로의 배려 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약속을 씩씩한 말로 받은후 그녀는 기쁜 마음으로 여행을 떠났다.
"옛날부터 약속은 잘 지켰으니까,"
1년의 시간 항상 같이 지냈던 그녀가 없는 쓸쓸함을 그는 마도구를 만드는데에 전념하면서 잊을수 있었다. 그의 친구인 레랄드도 마찬가지. 그런 그녀가 이곳으로 돌아온다고 하는것이 기쁘지 않을리가 없었건만은 그의 표정은 약간 어두웠다.
"그거 진심이냐?"
스팅이 묻는다. 겁에 질린다거나 하는것은 네냐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것. 약속은 잘 지켰지만 스팅이 굳이 전날 때려가면서도 언급하지 않은것은 한번은 눈감아 주겠다는 의도였던 것이다.
"물론. 게다가 여행이라는건 즐겁기도 하지만 여간 몸이 피곤하지 않은게 아니어서 말야. 나도 이제 여자답게 살아 보겠다는 거지."
"하 여자답게? 하.. 하..."
레랄드는 기가 막히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레이라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거야?"
"레이라 라고 하지 말라고 했지!"
"회피하지 마."
작은 체구 였지만 거기서 느껴지는 위압감은 누구못지 않았다. 레랄드와 장난을 치려하던 네냐는 곧 손을 멈추고 스팅을 바라 보았다. 누구도 고개를 돌리지 않고 서로를 쳐다보는 잠시의 시간에 스팅은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하지 마."
의외로 스팅은 간단하게 말을 건넸다.
"....."
"후우. 하지만 그렇게 되면 네냐 네가 이곳을 지키고 있어야 할텐데 말야. 사실 레랄드와 나는 이번에 파투나로 건너가 볼까 생각중이거든."
"파투나?"
"그래 재미있는 마법사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거든. 그 벤하르트씨에게서 말이지. 남아서 쉬고 있을래? 아니면 같이 갈까?"
그녀는 폴짝 뛰어 스팅의 등에 매달리면서 목을 조른다. 그런 네냐와 스팅을 보면서 레랄드는 팔짱을 낀채 미소지었다.
"뭐야 이녀석 떨어져. 켁 목 아프다."
"정말 너희들이 내 동문인게 이렇게 기쁠수가 없다."
그녀는 고지식 했다. 약속을 한번 하면 안지키는게 없었고 자신이 한번 밀고자 하는 일이 있다면 어떤 희생을 치르러라도 실행 했으며 이해타산에 밝으려고 하면서도 굳이 벤하르트를 돕고 마력을 탕진할때까지 치료를 해주는 그런 성격의 그녀였기에 여행을 하고 싶어도 스팅과의 약속을 어길수 없었던 것이었지만 그팅은 그런 그녀에게 같이 여행을 하자고 제의한 것이다. 자신의 치부를 들키기 싫은 까닭에 스팅의 목을 뒤에서 조르듯 눌러 얼굴을 가린채 그녀는 다시한번 그들과 함께라는 사실에 감사했다.
"우와 벌써 완성 한거야?"
레니아가 놀란눈을 하고 말한다. 약신이라고 해도 인간의 수십배는 살아온 레니아는 마법부터 시작해 마도구를 제작하는것 까지 안해본것이 없었기 때문에 어느정도의 지식은 가지고 있었다. 비록 그것이 지극히 '신'의 입장으로 만들어내고 신의 입장에서 배운 마법이라 인간의 기준과는 동떨어졌다고 해도 말이다.
"그래. 다행히도 실패는 없었다!"
손을 쫙 펼쳐들며 네냐가 말했다.
"하아 그래? 별로 나는 상관 없었는데 말이지. 실패해도."
"뭐야. 그 실패했으면 좋겠다는 듯한 반응은."
"하암. 이른 아침부터. 그런 보고를 할거면 오후에나 오지 그래?"
너저분하게 하품을 하면서 벤하르트가 이불속에서 기어 나오자 네냐는 얼떨결에 벤하르트의 얼굴을 발로 휙 하니 찼다.
"앗. 미.. 어?"
미안이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발에 아무런 감촉도 느껴지지 않자 그녀는 의아한 얼굴로 벤하르트를 바라 보았다. 여전히 잠에 취해 있는 느긋한 얼굴이었다.
"오후에 찾아 가도록 할게. 기다리고 있어."
"너희들 정말 이상한 녀석들이잖아. 너희들을 위한 물건이 만들어진거라고,"
레니아는 완성된것이 별로 기쁘지 않은듯한 얼굴이었고 벤하르트는 잠에 취해 별로 감흥을 느끼지도 않는듯 했고 트레이야는 여전히 잠들어 있었다. 스팅과 레랄드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고 있는 네냐는 괜시리 울컥해서 손가락으로 벤하르트를 겨냥했다.
"끄에에에.."
짜릿한 전격에 벤하르트는 몸을 떨면서 일어났다.
"무슨 짓이야!?"
"몰라 이 바보야. 하여간 점심때는 잘 차려입고 똑바로 오라고, 너도 너도 그리고 저기 내가 왔는지도 모르고 자고 있는 트레이야도!"
씩씩 거리면서 네냐가 나가고 난뒤 벤하르트와 레니아는 서로를 보며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여기 완성 했습니다. 밤새 철야 작업을 했더니 엄청 졸리네요."
스팅이 벤하르트에게 면종이를 건넨다. 스팅의 뒤에는 네냐가 바로 여행을 가지 않는다는 사실에 안도하여 피곤하다는 듯 푹신한 의자에 몸을 기대고 졸고 있는 레랄드와 약간 독기품은 눈으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네냐가 있었다. 그것으로 아침에 자신이 얼마나 실례를 범했는지 벤하르트는 깨닫게 되었다.
"아 네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수고 하셧구요. 이건 작지만 성의로."
벤하르트가 넌지시 1마크닐을 추가로 더 내밀었다. 2마크닐과 3마크닐의 차이는 정말 하늘과 땅 만큼 차이가 난다고 할수 있을 만큼의 차이였지만 그래도 네냐가 저런 태도를 보이는 이유도 알았고 자신에게 잘못이 있다는것도 알았기 때문에 벤하르트의 성격상 가만히 있을리 없었던 것이다.
"아니 뭘 이런걸 다."
네냐를 닮아 사양도 하지 않고 스팅은 마음이 바뀔새도 없이 돈을 가져가 한 마도구에 바로 집어 넣어 버렸다. 그 마도구는 텅 비어 있는 자루 같아 보였는데 주머니의 양 옆에는 작은 날개가 달려 있었다. 돈을 넣자 마자 자동으로 끈을 매고 자루는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우선 사용법을 아셔야 겠지요? 이건 시중에서 돌아다니고 있는 추적용 마도구보다는 확실히 누군가를 찾는것이 용이할테고 다른 용도로도 사용할수 있는 좋은 마도구 입니다."
"어떻게 사용하는 건데?"
레니아가 묻자 기다렸다는듯 칼같이 스팅이 대답했다.
"이 종이를 이렇게 바닥에 댑니다. 그리고 시동어를 말하는겁니다. 아 참고로 시동어는 '키올' 입니다. 잊지 마세요. 그렇게 키올이라고 말하고 나면 보세요 이 면 종이가 땅에 고스란히 들어가 버렸죠?"
갑자기 사라진 면 종이는 집의 바닥에 동화되어 면에 적혀있는 이상한 글자들만 문양으로 남아 있었다.
"그리고 이 문양에 손을 얹고 두번째 시동어를 말합니다. '렙트 레니아'"
문양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오는가 싶더니 본래의 문양으로 돌아가 버렸다.
"뭐야 이게 마도구야? 별로 나를 찾는것 같지도 않은데,"
"자 그럼 벤하르트씨 '레니아'씨에게 무어라 말을 걸어 보세요."
"뭔 말을.. 어이 '레니아'"
"뭔데 뭔데? 나도 걸어도 될까? 어이! '레니아'"
트레이야도 나서서 그렇게 말을 걸자 레니아는 이상한 눈으로 그들을 쳐다 보았다.
"자 그럼 해제 하는 시동어를 말하겠습니다. '톱'"
풍 하는 소리와 함께 바닥과 동화했던 면종이가 튀어 나왔다. 면종이의 옆 켠에는 벤하르트와 트레이야 그리고 스팅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뭐야 이건?"
"자 이것의 사용법은 이렇습니다. 우선 바닥에 설치를 하고 이때의 시동어는 '키올' 이지요. 그리고 손을 얹고 찾고자 하는 사람 혹은 말을 시동어와 함께 말합니다. 시동어는 '렙트' 지요. 이 영향은 반경 1000기아의 범위 내에서만 효과가 있으며 1000기아 안에서는 누구라도 영향에 속하게 됩니다. 왠만한 마법사라면 그것을 튕겨낼수가 있습니다. 대신 튕겨 냈다고 한다면 그러한 자국이 이곳에 표시 됩니다. 자 한번 실험해 볼까요? 제가 저한테 마법을 걸고 튕겨내 보겠습니다. 우선 다시 종이를 처음으로 되돌리구요. 되돌리는 시동어는 '사일' 입니다."
순차적으로 스팅은 마도구를 사용한뒤 표기된 문장을 보여 주었다. 검게 그을린 무언가가 이름목록에 적혀 있었다.
"이렇게 됩니다. 당연 상대의 이름도 알수 없고 상대의 위치도 알수 없게 되는 것이지요. 그래도 그런 사람이 찍혔다는것 정도는 알수 있게 되는 겁니다."
"으흠."
"자 그럼 시동어를 다시 말해주도록 하겠습니다. 설치하는 시동어 '키올' 찾고자 하는 말을 입력하는 '렙트' 해제해서 마도구를 사용하기 위하도록 만드는 '톱' 그리고 추적이 끝나 다시 새로운 설정을 하도록 기존의 내용을 지우는 '사일'입니다."
벤하르트는 물끄러미 면종이를 보더니 스팅에게 질문했다.
"그런데 우리가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건데?"
"아 찾기 위해서는 우선 만약 레니아를 찾는다고 가정해 보도록 하죠."
"왜 자꾸 나야?"
약간 신경질적으로 말하는 레니아를 막으면서 벤하르트는 싱긋 미소지었다.
"웁 웁."
바둥거리는 레니아를 보면서 스팅은 약간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아 뭐. 다음부터는 자중하도록 하겠습니다. 어쨋든 이렇게 '레니아'라고 제가 말해 입력을 당한뒤 상대가 그것을 제거하지 못한경우 면종이에 있는 이름을 누릅니다."
자신의 이름을 누르자 면종이는 바로 돌돌 말리고는 스팅을 향해 조금씩 향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상대를 향해 다가가게 됩니다. 앞에 장애물이 있어도 이것은 마도구기 때문에 당연히 길을 찾아 가게 되지요."
"역시 제가 사람을 잘 본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정말 유용한 마도구에요 이것. 사람을 찾는데에만 쓰이는게 아니라 다른 목적으로도 사용될수 있겠어요. 다만 그 찾고자 하는 단어 말인데, 몇글자를.."
"작으면 작을수록 좋겠지요. 예를 들어 '나는 바보같은 인간이다.' 라는 말에는 당연히 반응을 잘 할수 없게 됩니다. 그 문장 전부를 찾으려 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바보'라는 말에는 많은 반응을 하겠지요. 결국 필요한 단어 하나 정도를 찾고자 하는데 쓰는것이 중요하다는 겁니다. 그것을 설정하는것도 주인의 역량이라는 것이겠지요."
벤하르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런데 이것 몇일이나 사용할수 있습니까?"
"네? 당연히 무한입니다."
"무한?"
"저희는 기본적으로 자가 충전식을 고집하고 있어서요. 날씨 좋은 날에 해가 잘 드는곳에 놓아 주시기만 하면 저절로 마력을 충전하게 됩니다."
'식물도 아니고,,'
그런 생각을 잠시 했지만 그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것도 얼추 짐작할수 있는 사실이었기에 벤하르트는 내심 놀라고 있었다.
"대신. 조금 안좋은게 하나 있다면 하루종일 충전을 해도 사용할수 있는 시간은 최대 2시간이라는점. 해가 없으면 사용하지 못한다는 점이 있습니다. 저희같은 경우는 자체적으로 충전할수 있겠지만 벤하르트씨 같은 경우는 그게 무리겠지요."
"그건 조금 안좋군요."
"죄송합니다."
"아니 정말 고맙습니다. 진짜 유용한것을 얻을수 있었어요. 정말 5마크닐을 줘도 아깝지 않은.."
눈을 초롱초롱 빛내는 스팅의 시선에 벤하르트는 나오던 말을 집어 삼켰다.
"3마크닐을 줘도 아깝지 않은 마도구라고 생각합니다."
스팅은 실망하는 기색을 내보였지만 벤하르트도 더 돈을 쓸 생각은 없었기에 마음을 바로잡았다.
"그럼 다음에 또 뵐수 있었으면 좋겠군요."
미소를 짓고 인사하는 스팅에게 답하듯 벤하르트도 고개숙여 인사했다.
"저도.. 또 뵐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때는 저도 당신에게 검 한 자루를 선물해 드리도록 하지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스팅을 밀치고는 네냐가 말했다.
"벤하르트 레니아 트레이야. 여행도 몸을 사려가면서 하라고, 특히 벤하르트 너. 아무리 생각해도 그때 그 일은 정말 심했다고, 너무 위험한 일은 하지 마. 둘다 너를 지극히도 따르고 있으니까,"
누가! 라고 말하려 하는 레니아의 입을 기다렸다는 듯이 트레이야가 양 팔로 가로 막았다.
"뉘우치고 있어. 네냐 너도 마법실력을 더 잘 쌓을수 있도록 노력하도록 해. 다음에는 더 멋진 마법사가 될수 있도록,"
"어?"
놀라고 있는 네냐를 뒤로 하면서
"간다."
라고 말하며 벤하르트 일행은 스팅의 집을 빠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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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연참대전도 슬슬 끝을 바라 보고 있습니다.
희안하네요. 얼마 안쓴것 같았는데 어느새 끝을 바라 보고 있다는게.. 13일차 돌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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