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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비(駕飛) 님의 서재입니다.

귀혼환령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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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비(駕飛)
작품등록일 :
2012.10.29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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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0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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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7.04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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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04>

DUMMY

채겸은 양피지를 다시 한 번 잘 살펴보았다.

그의 눈이 돌연 휘둥그레졌다. 이것은 팔황문 식솔들에게만 전해져 내려오는 문자가 아닌가.

채겸은 어릴 적 아버지께 이 문자들을 배운 적이 있었다. 이 문자들은 온전한 문장을 이루는 것이 아닌 중요한 단어나 숫자를 암호화 해 놓은 것이다. 하여 어떤 은밀한 것들을 전하려 할 때 이것보다 더 안전한 방식은 없었다.


“양피지에 있는 이 문자들이 어머니에 의해 적혀진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팔황문의 문자들은 매우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기본적인 문자들에 서로 간에 약속된 문자 몇 개가 첨가되면 전혀 다른 문자가 되어 버린다. 즉 두 사람 간에 약속한 문자를 배열에 섞어 쓰게 되면 팔황문 문자를 아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전혀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채겸은 암호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분명 어머니와 자신만이 알고 있는 문자가 군데군데 섞여 있었다.

노인이 말했다.


“부인께서는 팔황문에서 단 한발자국도 나서지 않으셨습니다. 채건영 문주를 안심시키기 위해서지요. 하지만 부인께서는 암암리에 사람을 모으고 계셨습니다.”


“사람을 모으다니요?”


“훗날 채대협께서 돌아오시게 되면 뒤를 받쳐 줄 세력이 하나도 있지 않을 것을 염려하여 준비를 하신 것입니다.”


“하지만 어떻게 어머니께서 그런 엄청난 거사를, 그것도 아무도 모르게 할 수 있었단 말입니까?”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수년이나 걸렸으니까요. 부인에게는 곁에서 모시는 시녀가 한명 있었습니다. 그녀는 두 달에 한 번씩 본가(本家)에 갈 수 있었는데 부인은 그녀를 통해서 거사를 차근차근 준비하셨습니다. 시녀의 가족 중에서 믿을 만한 사람들을 추린 후 그들에게 밀서를 보내 한 명 한명씩 동지들을 규합하는 식이었지요. 그것이 발각될 시 한부인은 물론이고 채대협까지 위험해지기에, 비록 더디지만 수면 밑에서 조용히 움직였습니다.”


노인의 말을 듣고 채겸은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남 앞에 절대 나서는 법이 없고, 늘 조용한 성품인 어머니가 이렇게 철두철미하게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았던 것이었다.


“그럼 지금까지 조금도 들키지 않고 있었단 말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이 대목에서 채겸과 위현룡 그리고 홍후인은 할 말을 잃었다. 집중적인 감시를 당해 옴짝달싹도 못하는 상황에서 이토록 완벽히 거사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는 건 기적이라고밖에 달리 설명할 도리가 없었다.

그들의 기분을 예상했는지 노인의 설명이 이어졌다.


“솔직히 말해서 쉽게 발각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저 역시도 이 거사에 누가 개입되었는지 알지 못하니까요.”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채대협을 위한 거사는 상당히 복잡하게 얽혀 돌아가는 듯합니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관여하고 있을 것이라 짐작은 하나 실제로 각자 만나는 사람은 몇 사람에 불과하니 말입니다.”


“그 말은...노인장께서도 이 거사에 대해서 아는 바가 적다는 것입니까?”


“적은 게 아니고 아는 바가 거의 없습니다.”


“노인장께서 이렇게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으면서 아는 바가 없다니요?“


“정말입니다. 전 단지 부인의 명을 받아 이 양피지를 채대협께 전해주기로만 되어 있을 뿐입니다. 그 뒤에 아마도 다른 사람이 이어서 다음 단계를 진행시키겠지요. 제 역할은 단순히 여기까지입니다.”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어디로부터 시작되어 어디로 가는 지, 그리고 과연 최종목적지가 정말로 자신인지 조차 아무런 확신도 추측도 할 수 없는 그런 미궁 속에 내던져진 느낌이었다.


[평범한 머리로 행할 수 있는 일이 아니로구나. 출중한 지모는 물론이고 뒤를 받치는 세력이 없다면 이 모든 것이 불가능한 일이다.]


홍후인의 추측대로 지금 벌어지고 있는 거사는 한 치의 오차도 허용되지 않는 전략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마치 장수가 치열한 전투를 진두지휘하는 것처럼 말이다.

잠시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아마도 각자의 머릿속에는 별의별 상념이 정신없이 뒤섞이고 있을 것이다.


“노인장께서는 제 어머니와 어떤 관계이십니까?”


채겸이 이렇게 물은 이유는 간단했다. 노인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자신을 돕고 있는 것이 미심쩍었기 때문이었다. 혼란스러웠지만 정확한 판단을 해야만 했다. 하여 채겸은 노인의 본심을 알기위해 추호도 마음을 놓지 않았다.

노인은 채겸을 잔잔한 눈으로 바라보더니 미소어린 주름을 지었다.


“소인은 채대협께서 태어나시기 전부터 팔황문 식솔로 있으면서 전문주의 은혜를 입은 몸입니다. 제 나이가 이제 칠십이 넘어가고 있어 이미 살만큼 산 인생인데 더 이상 무슨 욕심과 미련이 남아 있겠습니까? 그저 마지막으로 팔황문에 충절을 지키다 죽는 것이 소원일 뿐입니다.”


너무나도 담담한 음성이었고 무엇보다도 진심이 느껴지는 대답이었다. 채겸은 한순간이라도 그의 충심을 의심했다는 부끄러움에 얼른 자세를 고쳐 앉았다.


“이 사람은 인생에 대한 환멸을 핑계로 팔황문을 하찮게 여기며 도망을 쳤었습니다. 헌데 어르신을 뵙고 나니 제가 얼마나 어리석고 도량이 적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됩니다.”


“허허허, 도망가시다니요? 도망갔다는 것은 절대로 돌아오지 않는 사람에게나 쓸 말입니다. 제 눈앞에 이렇게 늠름하게 나타나 팔황문을 되찾겠다 다짐하시는 채대협께서 입에 올리실 말이 아니지요.”


“진정으로 부끄럽습니다...”


“아무튼 제게 주어진 소임은 다 하였습니다. 이제부터는 하늘에 계신 부인께서 채대협을 이끌어 주실 것입니다.”


채겸은 손에 든 양피지를 물끄러미 들여다보았다. 여덟 조로 나눠져 있는 문자배열들이 큰 범위를 그리며 시야에 들어왔지만 속 시원히 해석이 되지 않고 있었다.


(이 문자들에는 어머니와 약조한 문자 외에 다른 문자들이 더 추가되어 있다...그렇다면 혹시....)


한참을 생각에 잠겨 있던 채겸은 깊은 한숨과 함께 양피지를 품속에 밀어 넣었다. 결론적으로 양피지에 대해서 알아낸 것이 없다. 허나 그는 단 한 가지 사실만은 굳게 확신하고 있었다. 이번 거사가 어머니 혼자서 주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형님...일단 이곳에 잠시 머무르시면서 양피지에 대한 비밀을 차근차근 풀어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번민하는 모습이 보기 안쓰러웠던 위현룡이 이렇게 권유하고 있었다. 채겸은 그 청을 물리치지 않았다.

사실 팔황문을 되찾겠다고 호언장담은 해 놓았지만 그 방도에 대해서는 아무런 계획이 없던 차였다. 헌데 그러던 와중에 노인의 출현과 어머니가 남기신 양피지는 단숨에 실마리가 되어 주었다. 비록 아직은 작은 이슬빛에 불과했지만 채겸은 이 빛이 장차 장엄한 태양이 되어 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노인장께서 허락해 주신다면 여기서 잠시 머무를 수 있을는지요?”


“물론입니다. 누추한 곳이지만 원하시는 만큼 편히 머물다 가십시오.”


“정말 고맙습니다.”


** **


그날 밤.

위현룡과 채겸은 칠흙같은 어둠에 잠긴 하얀 보석들을 말없이 올려다보았다.


“참으로 요원하구만...”


달그림자 아래 간간이 울리는 자연의 소리가 음울한 마음을 여지없이 뒤흔들고 지나갈 무렵 채겸의 입에서는 이런 답답한 음성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그의 속마음을 읽은 위현룡이 위로하듯 말했다.


“너무 조급해하시지 마시고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 보시지요. 오랜 세월을 두고 계획한 거사이니만큼 분명 좋은 안배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정말 그럴까? 난 왠지 불길한 기분이 드는걸...”


채겸은 양피지에서 발견하게 된 어머니만이 아닌 다른 이의 흔적이 계속해서 마음에 걸렸다. 그 흔적이 자신에게 독이 될 것인가, 약이 될 것인가. 어쩌면 누군가의 계책에 놀아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형님. 힘내십시오. 비록 미약하지만 형님이 팔황문을 되찾으실 때까지 제가 온힘을 보탤 것입니다.”


채겸은 위현룡을 고마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위험할 수도 있네.”


“그런 건 상관없습니다. 다만...저 때문에 팔황문에 누(累)가 되는 건 아닌지 그게 걱정스럽습니다.”


“자네가 무림공적이기 때문인가?”


“네. 그렇습니다.”


채겸은 웃었다. 그것도 아주 크게 세상을 비웃었다.


“하하하, 무림공적이라고? 그게 대수인가? 지들 배알 꼴리는 대로 흑백을 가리다가 여의치 않으면 무림공적이라지?”


“....”


“난 팔황문을 일으키는 것에 만족하지 않을 걸세. 더 성장시켜서 적월교를 넘어서는 세력을 확보할 것이고, 그 위세가 새외를 넘어 중원까지 떨치게 만들 걸세. 그래야 무림공적이 되어 쫓기고 있는 자네를 지켜 주고 억울함을 풀어 줄게 아닌가!”


“형님...전 괜찮습니다.”


“아냐. 자네야 말로 조금만 참고 기다리게나. 내 반드시 무림공적이라는 오명을 벗겨 줄 테니.”


이때 홍후인의 의아한 음성이 들려왔다.


[어라! 현룡아. 저기를 좀 보거라. 저 앞에...]


위현룡이 전방으로 시선을 집중시키자 채겸도 덩달아 고개를 돌렸다. 안광에 힘을 주니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이쪽을 향해 안간힘을 써서 달려오는 것 같았다.


“채...채대협!!”


헐떡거리며 뛰어온 그림자는 바로 심마니 노인이었다. 근사한 저녁을 대접하겠다고 마을로 내려갔던 그가 이제야 돌아온 것이었다. 채겸은 빙그레 웃었다.


“그냥 간단한 음식이면 충분할 것을 어르신께 큰 폐를 끼치게 되었습니다.”


순간 노인이 채겸의 두 팔을 꽉 움켜잡았다. 푸른 힘줄이 노인의 앙상한 팔목위에 흉측하게 드러났다. 채겸의 눈썹이 짙게 올라갔다.


“무슨 일이시오!”


“어서 피하십시오!!! 이쪽으로 몰려오고 있습니다. 어서! 피해야 합니다! 어서!”


자초지종을 설명하기엔 너무나도 촉박한 시간인 듯 했다. 채겸과 위현룡은 노인의 얼굴에서 사태의 심각성을 읽었다.


“동생! 어서 이곳을 빠져 나가야겠네!”


그 순간 검은 공기를 가르며 반짝이는 파공성이 직선으로 날아들었다.


“으읔”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노인의 몸뚱이가 채겸 쪽으로 힘없이 쓰러졌다.


“이보시오! 정신 차리십시오!”


채겸이 깜짝 놀라 그를 부둥켜안고 흔들었다. 찐득한 붉은 액체의 느낌이 손끝에 전해졌다.

노인의 등줄기에 박힌 화살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었다. 채겸의 얼굴이 핼쑥해졌다.


“형님 어서 지혈을!!“


위현룡의 급한 주문에 채겸은 얼른 화살을 뽑아내고는 지혈분(止血粉)을 뿌린 뒤 상처를 꽉 동여맸다.


[퇴로까지 막히기 전에 어서 도망치거라!!]


홍후인이 안달을 하며 소리를 치고 있는데 주위에서 큰 함성소리가 일어났다. 적들이 매우 가까이 접근한 모양이었다.

위현룡은 서둘러 부상당한 노인을 들쳐 업었다.


“형님! 절 따라오십시오!”


채겸과 위현룡은 전력을 다해서 도주하기 시작했다. 뒤쪽에서 화살이 비 오듯 날아들었다. 채겸이 위현룡의 검을 뽑아서 날아오는 화살들을 쳐 떨어트렸다. 하지만 어둠을 뚫고 날아오는 화살들을 다 막아내기란 위험천만이었고 역부족이었다.


[어서 북동쪽으로 달리어라! 그쪽으로 함성소리가 나지 않고 있으니 적들을 따돌릴 수 있을게다!]


홍후인이 안내하는 대로 위현룡이 방향을 바꾸자 채겸이 바짝 따라붙었다. 그러나 얼마가지도 못해 그들은 집요한 기습공격을 받게 되었다.


“형님! 어르신을 부탁드립니다!”


위현룡은 업고 있는 노인을 채겸에게 넘긴 뒤 검을 빼앗듯 낚아챘다. 그의 눈빛이 야광충처럼 번쩍였다.

달빛을 머금은 다섯 자루의 검이 협공을 해 온다. 귀혼내력이 단전에서 뿜어져 나오면서 곧장 검으로 흘러 들어갔다.


“이 놈들!”


엄청난 검기가 암습을 대항해 쏘아져 나갔다.


“으악!”


어디선가 들리는 비명소리. 분명 귀혼검에 맞아 죽었거나 쓰러졌을 것이나 위현룡은 적들의 위치조차 파악하기 힘들었다. 사방이 적의 움직임으로 시끄러웠고 사방이 살기로 가득 차 있었다.


[틀렸다! 완전 독안에 든 쥐 신세로구나!]


갈팡질팡하는 사이 또 다시 수많은 화살들이 날아들었다.


[멈추지 말고 무조건 달려라! 안 그러면 암기공격을 받게 된단 말이다!]


“제가 포위를 뚫겠습니다!”


위현룡은 미친듯이 검을 휘두르며 개떼처럼 몰려드는 적들과 싸웠다. 하지만 이미 고립무원이 돼 버린 상황에서 그들의 몸부림은 한낱 안타까운 저항에 불과했다.


[젠장...이건 완전히 계획된 암습이 아닌가!]


홍후인은 이 암습이 철저히 준비된 함정이라고 단정 지었다. 위현룡과 채겸이 심천에 머무른 시간은 단 하루뿐이다. 야심한 시각에 그것도 수 십군데 매복을 하며 이토록 조직적인 공격을 한다는 것은 단 하루 만에 급조될 일이 절대 아니었다.

이젠 포위를 뚫기는커녕 벗어날 길을 찾는 것도 어려웠다. 급습을 받을 때마다 위현룡은 용감히 맞서 싸웠지만 채겸과 노인의 안위 때문에 제대로 싸울 수가 없었다.


“동생! 여기는 내가 맡을 테니 혼자서라도 도망치게!”


연이어 일어나는 암습에 채겸의 심신은 완전히 지쳐 있었다. 뜨거운 숨을 몰아쉬며 휘청대는 모습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았다.


(아....큰일이다! 이를 어쩐단 말인가!)


[현룡아! 채겸더러 노인을 내려놓으라 하거라! 다 죽어가는 노인을 보호하려다가 너희들이 먼저 죽겠다!]


답답했던 홍후인이 신경질적으로 내뱉고 있었다. 위현룡은 그 말을 듣고는 채겸에게 눈을 돌렸다.

등에 업은 노인이라도 버리고 간다면 살 확률이나 높아지겠지만 차마 그런 말을 입 밖으로 꺼낼 수는 없었다. 그가 노인을 악착같이 보호하는 것이 곧 팔황문을 다시 버리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임을 잘 알기 때문이었다.


“형님! 제가 적들을 유인해 낼 테니 나무위에 숨어 계시다가 기회를 보아 빠져나가십시오.”


“무슨 소리인가! 적들이 노리는 건 날세. 내가 유인할 테니 자네가 빠져나가게!”


“형님! 시간이 없습니다! 어서!”


그때 저 먼 곳에서부터 의혹스런 비명소리가 순차적으로 다가오듯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위현룡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위로 쳐들었다.

지금 치열하게 싸우는 자들은 정체모를 적들과 자신들 뿐이다. 그런데 자신들이 있는 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비명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면 이는 십중팔구 다른 세력이 개입되었다는 뜻이었다.

그러고 보니 어느 순간부터 적들의 암습이 현저하게 줄어 지금은 아무런 공격도 받지 않고 있었다.


[이게 어찌 된 일이냐!]

갑작스런 조화에 홍후인이 어리둥절하였다. 위현룡은 더욱 신경을 곤두세우며 채겸에게 소리 질렀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나 지금이 기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단 뒤로 나 있는 덤불속으로 몸을 숨기면서 도피를 하겠습니다.”


그때 한 마리의 말이 끄는 자그마한 마차가 출현하였다. 위현룡과 채겸은 의혹어린 표정을 지으면서 갑작스럽게 등장한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이해하려 노력하였다.


[목숨이 오고가는 전쟁터나 다름없는 이곳에 웬 마차란 말이냐!!]


위현룡은 채겸을 뒤로 물린 뒤 검을 들고 마차 앞을 가로막았다. 상대가 적인지 아군인지 아니면 우연히 이곳으로 지나던 자인지 확인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마차 문이 조용히 열렸다. 위현룡은 검을 꽉 움켜잡고는 조만간 땅에 발을 딛을 자를 주시하였다.


“아...”


자신도 모르게 당혹스런 신음소리가 흘러 나왔다. 마차에서 내린 자가 험상궂게 생긴 사내가 아닌 분홍색으로 채색된 옷을 예쁘게 차려입은 여인이었던 것이다.


“호호호. 위대협 또 뵙게 되었군요.”


교태가 넘치는 낯익은 음성이었다.


[앗! 저 여인은!!]


“낭자는....! 적벽관!!!”


그랬다. 놀랍게도 그녀는 무당파 선배인 장윤을 인질로 잡아 자신에게 적월교 교주 동방유조의 살인청부를 강요했던 적벽관 출신의 여인이었다.


“낭자가 어떻게 여길...”


위현룡의 의혹어린 물음에 그녀는 태연자약한 표정으로 대꾸하였다.


“밤공기가 하도 청량하여 산보를 나서는 길에 이렇게 위대협을 만나게 되었네요.”


위현룡은 이 살벌한 곳에서 농을 하는 그녀를 보면서 속으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말을 지금 믿으라는 것입니까!”


“호호호, 예전이나 지금이나 위대협은 정말 운치가 없으신 분이군요.”


“흰소리 그만하고 어서 말해 보시오. 지금 이 상황에 적벽관이 개입되어 있소?”


“아마도.... 그럴걸요?”


“뭐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순순히 시인하는 그녀를 보면서 위현룡은 그만 분노를 터트렸다.


“내 낭자를 불쌍히 여겨 개과천선하도록 여지를 주었거늘 어찌 이런 짓거리를 또 저질렀단 말이오!”


“이런 짓거리라니요?”


“정녕 몰라서 묻는 것이오!”


“모르겠는데요? 도대체 제가 위대협께 무엇을 어떻게 했단 말인가요?”


여인의 음성이 갑자기 날카로워졌다.


“암습을 받아 위험에 빠져 있는 위대협과 채대협을 구하고자 이렇게 다급히 달려온 것이 그토록 천인공노할 짓이었던가요? 정말 너무하시는군요.”


그녀의 말에 위현룡은 순간 엄청난 실수를 했음을 깨달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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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암중암투(暗中暗鬪) <03> +9 20.10.31 741 31 18쪽
27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암중암투(暗中暗鬪) <02> +5 20.10.24 840 28 15쪽
27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암중암투(暗中暗鬪) <01> +4 20.10.17 843 20 14쪽
27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35> +6 20.10.10 831 2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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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27> +1 20.08.24 925 26 15쪽
26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26> +8 20.07.22 1,124 27 15쪽
26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25> +2 20.07.04 1,157 28 16쪽
26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24> +1 20.06.28 1,099 28 16쪽
26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23> +2 20.06.25 1,112 24 16쪽
26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22> +9 20.06.21 1,143 27 15쪽
26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21> +5 20.06.14 1,261 29 17쪽
25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20> +2 20.06.12 1,235 29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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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17> +8 20.05.22 1,388 33 14쪽
25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16> +81 20.05.10 2,048 41 18쪽
25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15> +107 13.11.11 7,771 166 17쪽
25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14> +32 13.07.01 8,058 109 16쪽
25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13> +82 13.05.27 6,856 109 19쪽
25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12> +42 12.12.10 5,393 102 15쪽
25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11> +38 12.10.29 6,608 132 10쪽
24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10> +53 12.06.25 9,301 115 11쪽
24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09> +40 12.05.14 7,139 116 20쪽
24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08> +72 12.04.23 7,241 109 12쪽
24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07> +68 12.03.19 9,401 114 15쪽
24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06> +75 11.11.28 10,129 121 17쪽
24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05> +89 11.08.23 11,018 116 14쪽
»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04> +68 11.07.04 11,365 124 17쪽
24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03> +82 11.06.13 10,900 133 14쪽
24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02> +114 11.05.23 11,710 131 20쪽
24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01> +109 11.05.02 12,596 131 14쪽
23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괄목상대(刮目相對) <09> +70 11.04.11 11,896 115 9쪽
23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괄목상대(刮目相對) <08> +60 11.03.14 11,354 114 18쪽
23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괄목상대(刮目相對) <07> +103 11.02.27 10,933 132 22쪽
23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괄목상대(刮目相對) <06> +88 11.01.24 11,302 133 18쪽
23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괄목상대(刮目相對) <05> +67 11.01.03 11,174 120 23쪽
23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괄목상대(刮目相對) <04> +67 10.12.20 11,305 130 16쪽
23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괄목상대(刮目相對) <03> +72 10.12.06 11,035 125 16쪽
23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괄목상대(刮目相對) <02> +50 10.11.15 11,337 114 16쪽
23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괄목상대(刮目相對) <01> +58 10.11.08 12,009 116 18쪽
23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24> +79 10.10.25 11,378 121 18쪽
22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23> +67 10.09.27 11,467 151 14쪽
22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22> +45 10.09.20 11,326 202 16쪽
22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21> +53 10.09.06 11,567 222 19쪽
22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20> +67 10.08.30 11,683 124 18쪽
22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19> +65 10.08.17 11,147 112 16쪽
22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18> +62 10.08.02 11,724 115 17쪽
22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17> +64 10.07.26 11,361 112 20쪽
22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16> +98 10.07.12 12,718 84 13쪽
22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15> +63 10.07.05 13,221 91 13쪽
22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14> +55 10.06.22 10,342 88 12쪽
21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13> +61 10.06.07 13,265 187 14쪽
21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12> +44 10.05.24 12,074 84 15쪽
21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11> +57 10.05.17 13,297 83 16쪽
21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10> +51 10.05.03 12,606 82 12쪽
21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09> +59 10.04.26 12,133 86 15쪽
21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08> +63 10.04.12 12,222 81 15쪽
21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07> +50 10.03.25 13,053 89 16쪽
21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06> +57 10.03.15 13,019 78 13쪽
21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05> +36 10.03.08 12,791 78 15쪽
21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04> +50 10.02.15 13,019 83 18쪽
20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03> +62 10.01.25 13,496 78 13쪽
20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02> +54 10.01.18 13,140 79 18쪽
20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01> +50 10.01.11 13,406 80 15쪽
20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23> +53 10.01.01 12,890 65 14쪽
20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22> +389 09.12.20 10,501 78 19쪽
20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21> +69794 09.11.23 22,567 86 18쪽
20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20> +52 09.11.02 10,577 71 17쪽
20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19> +48 09.10.13 10,718 71 20쪽
20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18> +52 09.09.28 11,223 70 16쪽
20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17> +56 09.07.27 11,213 74 18쪽
19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16> +52 09.07.20 10,844 72 13쪽
19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15> +41 09.07.13 12,768 70 16쪽
19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14> +44 09.06.29 13,035 68 19쪽
19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13> +48 09.06.21 11,899 68 18쪽
19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12> +62 09.06.14 11,681 71 15쪽
19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11> +74 09.05.10 14,408 69 18쪽
19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10> +70 09.02.16 14,947 77 17쪽
19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09> +53 09.01.25 13,260 73 15쪽
19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08> +65 09.01.18 13,265 73 21쪽
19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07> +64 09.01.04 15,970 76 17쪽
18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06> +65 08.12.28 14,524 78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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