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11>
장윤은 위현룡에게서 방금 전과는 전혀 다른 기운이 느껴지자 속으로 의구심을 떨치지 못했다. 물론 그 역시 기검이 시전자의 능력과 성향에 의해 천차만별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극혜검과 간접 비교를 했을 때 이렇게까지 급진적으로 돌변한다고는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이었다.
그런 점에서 그는 위현룡이 시전하는 기검이 같은 계열인데도 태극혜검과는 많이 판이하다고 느꼈다.
[네가 최선을 다해도 이기기 어려운 상대다. 그러니 네가 펼칠 수 있는 능력 모두를 쏟아내야 할 것이다.]
위현룡은 순식간에 몸을 날려 장윤에게 돌진하였다. 그리고 동시에 그의 검 끝에서 엄청난 검기가 터져 나오면서 장윤을 향해 모아져갔다.
이른바 귀혼검법의 본초식을 기본으로 한 파상적 공세가 시작된 것이었다.
공격을 받은 장윤의 눈동자가 반짝거렸다.
"아! 이것은!"
그의 입에서 의미심장한 신음이 흘러나왔는데 그건 마치 꿈에서 경험했던 것들이 현실화되었을 때 나오는 황홀한 탄성과도 비슷했다.
다섯 개의 검기공이 폭풍노도처럼 장윤의 머리 위에 떨어졌다. 그 와중에 장윤의 철검이 느릿하게 움직였다가 공중에 열십자를 그어대면서 갑자기 빨라졌다.
그리고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녹슨 철검이 위현룡의 귀혼검공을 차례로 쳐내고 있었다.
본래 귀혼검법의 본초식은 다섯 개의 검기가 모아져 증폭된 위력을 바탕으로 공격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허나 엄밀히 따지자면 그것은 한꺼번에 몰리는 것이 아닌 순차적으로 다섯 개의 검기공이 빠르게 강타하는 식이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장윤은 그 미묘한 속도차이를 감지하고서 차례로 분쇄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귀혼검법 본초식에서 나오는 검공을 한꺼번에 쳐냈던 기존의 적들과는 한마디로 차원자체가 달랐던 것이다.
놀랄 일은 비단 이것뿐이 아니었다.
귀혼검공을 일거에 깨부수는 것도 모자라 오히려 위현룡에게 반격까지 해왔다.
위현룡은 무서운 살기를 앞세우며 들어오는 장윤의 철검을 감히 막을 수가 없었다.
아니 막고 싶어도 그것이 가지고 있는 변화가 극심하여 자칫 잘못하다간 도리어 화를 입을 것만 같았다.
[일단 한번 피하고 역습을 노리거라.]
한번 오른 기세를 무리하게 꺾기보다는 일단 방어에 치중하면서 기회를 노리는 방식을 취해보자는 것이었다. 자신이 없었던 위현룡은 홍후인의 주문대로 일단 장윤의 태극혜검을 피해냈다. 하지만 이 훈수는 오히려 위현룡을 궁지에 몰아넣었을 뿐이었다.
'쉬익' 하는 날카로운 검풍과 함께 장윤은 더욱더 공격력을 높였다.
그의 철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예기(銳氣)가 검기화되어서 위현룡의 전 방위를 노리며 위협하고 있었다.
[이런 맙소사!!]
홍후인은 아예 할말을 잃었다.
순식간에 수세에 몰리는 위현룡과 한 치의 허점도 없이 무지막지하게 검을 휘둘러대는 장윤을 보면서 그만 머리 속이 혼란스러워져 버린 것이었다.
이는 홍후인이 조력(助力)하기에 장윤의 무공이 너무나 월등했던 이유도 있었지만, 기존의 검법과 섞이지 않은 태극혜검의 공격방식을 세밀하게 읽을 수 없었던 탓도 있었다.
위현룡은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도 악착같이 버텼다.
공격을 위해 생성된 귀혼검초들은 이미 사라지고 오로지 방어를 위해 새롭게 조합된 검초들로 아슬아슬하게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러다가는 아무 것도 못해보고 지고 만다!)
약속한 십 초식중 칠 초식에 접어들고 있었다. 하지만 장윤의 태극혜검 위력이 갑작스럽게 증가하려는 느낌이 전해지는 것을 보아 십 초식에 도달하기도 전해 패할 것만 같았다.
이때 홍후인의 다급한 음성이 들려왔다.
[환령검법을 사용하거라! 그게 아니면 절대로 못 이긴다!!]
위현룡은 크게 갈등하였다.
약왕문에서 한번 시전한 뒤로는 사람의 이성을 조종하는 환령검법을 절대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맹세했었다. 그리고, 그런 이유로 귀혼검법의 약점인 내력소모를 해결하려 무당산으로 온 것인데 우습게도 그것을 위해 환령검법을 사용해야만 한다.
쓴웃음이 밀려왔다.
[이 놈아! 뭘 망설이냐! 저 늙은이에게 패하면 모든 게 끝이란 말이다!]
홍후인이 계속 호통을 치면서 위현룡의 미련한 고심을 없애주려 하였다.
위현룡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래 이번 한 번 뿐이다! 이번 한번만...)
환령검법이 시전되기 위해서는 환령내공이 뒷받침되어야하고, 환령내공을 이끌어내려면 귀혼내력이 모두 소진되어야만 했다.
위현룡은 방어초식을 다시 공격초식으로 돌렸다.
[이거 정말 살 떨리는구나...]
홍후인은 그의 뒤늦은 결정에 다행이다 싶었지만 한편으로는 큰 걱정이었다.
왜냐하면 귀혼내력을 모두 소진시켜 환령검법을 시전하기도 전에 장윤에게 패할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이런 사실은 위현룡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
계산상 귀혼내력을 다 사용하려면 십 초식이 훨씬 넘어야만 했으니 말이다.
(귀혼내력이 너무 많이 남아있어서 환령내력을 끌어올릴 수가 없다.)
이런 고민을 하던 위현룡은 불현듯 좋은 방도가 떠올랐다.
그것은 바로 귀혼내력이 가지고 있는 약점을 역이용해보자는 것이었다.
위현룡은 귀혼검법 본초식을 정면으로 내질러 장윤의 공세를 피하는 동시에 뒤쪽으로 몸을 날려 일정한 거리를 두었다.
장윤은 이(二) 초식을 남겨두고 싸움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면서 히쭉거렸다.
"패배를 인정한 거냐?"
"절대 아닙니다. 아직 이 초식이 남아있지 않습니까?"
"그래? 근데 왜 뒤로 도망친 것이냐?"
"도망친 게 아니고 잠시 숨을 좀 돌리는 것뿐입니다."
"허허허, 저 놈 보게나...잘 싸우고 있는데 맥을 끊어놓네.. 너 이리 안 와?"
"잠깐 기다려보십시오. 선배님도 많이 지치셨지 않습니까?"
"야! 달랑 몇 초식 써놓고 지치긴 왜 지쳐? 내가 늙었다고 지금 약올리는 거냐?"
"그건 아니지만...그래도 사생결단을 내는 것도 아닌데 쉬엄쉬엄하면 서로 좋지 않습니까?"
"저 놈 지금 뭔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장윤은 도무지 위현룡의 언행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홍후인 역시 의아했던지라 위현룡에게 물었다.
[지금 뭐 하자는 것이냐? 왜 뒤로 몸을 빼냈어?]
위현룡은 슬며시 땅바닥에 걸쳐놓고 있는 자신의 보검으로 눈짓을 보냈다.
[오!! 저런 수가!!]
기검이 내력이 주입된 검을 휘둘러 검기를 발산하는 형식으로 싸운다는 것은 익히 아는 사실일 것이다. 헌데 귀혼검법은 워낙 내력소모가 극심하여 검을 휘두르지 않고 저렇게 내려놓기만 한다면 검을 타고 내력이 점차 아래로 떨어져버리게 된다.
평소 같으면 그 전에 검을 휘둘러 싸울텐데 지금처럼 반대로 귀혼내력을 소모시켜야하는 상황에서는 이보다 더 좋은 방도가 없었던 것이다.
갑자기 태도를 바꿔 여유를 부리는 위현룡을 보면서 장윤은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슬쩍 그를 떠보기 위해 앞으로 한발자국 움직여보았다.
허나 위현룡은 꿈쩍도 않고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야 임마! 너 지금 이러는 건 너무 치사한 거 아니냐?"
"뭐가 말입니까? 전 정당하게 선배님과 겨루고 있는 것입니다."
"허...저 놈이 의외로 뻔뻔하네. 네가 중도에 멈추는 바람에 난 달랑 이 초식만에 너를 이겨야 하는 부담이 생겼지 않느냐?"
그건 장윤의 말이 맞았다. 시간적 조건을 걸고 겨루기를 하는 상황에서 이런 회피방식은 무척이나 비열한 짓이기 때문이었다.
비록 귀혼내력을 소모하기 위해서 급히 잔꾀를 쓴 것이지만, 그로 인해 무림인이 가져야할 자존심과 공명정대함을 내버렸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울 듯했다.
"그건 선배님 말씀이 맞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양심에 거리꼈던 위현룡이 말끝을 흐리면서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흔히 이런 상황이면 선배로서 후배의 부도덕한 면을 꾸짖고 나서는 것이 보기 좋은 장면이겠다. 그러나 무당파 장윤에게 그딴 것은 아예 안중에도 없었다.
"오냐 그래! 좋다! 그럼 다시 조건을 걸으마. 십 이 초식을 버틴다면 널 놔주마."
반드시 이기고야 말겠다는 아니, 무조건 소림사로 보내지 않겠다는 의지가 활활 타오르고 있는 순간이었다. 의기양양한 얼굴로 새 조건을 내세우는 장윤을 보면서 홍후인은 경악을 하면서도 내심 코웃음을 쳤다.
[환령검법의 매서운 맛을 한번 봐야 정신을 차리려나...]
위현룡은 장윤의 조건에 군말 없이 따랐다.
어차피 환령검법을 위한 준비도 다 끝난 상태였기에 십 이 초식은 충분히 지킬 수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그럼 잘 버텨봐라!!"
장윤이 철검을 앞으로 밀어내면서 무서운 속도로 선공을 취해왔다.
눈이 따가울 정도의 무형의 압박이 밀려오고 있다.
[지금이다!!]
홍후인의 음성이 떨어지자마자 위현룡은 귀혼내력이 고갈된 단전을 흔들었다.
그러자 차가운 기운과 함께 세찬 소용돌이가 단전에서 솟구쳐 위현룡의 전신 혈맥을 빠르게 돌아 곳곳에 무한한 힘을 분산시키기 시작했다.
신이 나서 돌진하던 장윤은 심상치 않은 기운이 마주 뻗쳐오자 움찔하였다.
그 순간 눈앞이 번쩍하면서 수 십 개의 검영(劒影)이 쏟아져 나왔는데, 그것은 마치 자신의 온 몸을 꿰뚫듯이 빠르고도 강렬한 것이었다.
"무슨 재주를 그리 부리는 게냐!!"
한번 투정을 부린 장윤의 철검이 빠르게 움직이면서 창끝과도 같은 검영을 하나하나 모조리 쳐냈다. 그러나 환령검공의 가공할만한 속도를 감안한다면, 방어를 한답시고 언제까지나 그 짓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제한된 시간이 지나면 위현룡에게 패하는 것이기에, 장윤은 철검을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휘둘러대면서 앞으로 질주해나갔다.
환령검법의 초반부에 있는 검법의 특징은 검기가 원거리에서부터 뻗어나가서 수 십 개의 분산된 형태로 공격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태극혜검에서 나오는 검기는 그것들을 모두 막아낼 정도로 오묘했고 장윤이 지척에 다다르자 환령검법의 범위는 곧바로 제한되었다.
위현룡은 단번에 공격로를 봉쇄 당하며 수세에 몰려버렸다.
환령검법은 태극혜검의 포효아래 언제 그랬냐는 듯 그 기세를 잃어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여기서 홍후인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환령검법을 시전하면 태극혜검 따위는 간단하게 부숴 버릴 것이라 장담하고 또 했는데 결과는 완전 정반대가 되어버렸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단 말인가. 그는 그것에 대한 답을 위현룡에게서 찾았다.
약왕문에서 제갈무와 결판을 냈을 당시, 환령검법을 시전하던 위현룡의 이성은 완전히 사라진 상태였다. 환령검법이 위현룡의 감정을 마비시켜 조종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위현룡은 그때와는 달리 지극히 이성적이었고, 덕분에 위력도 현저히 낮아져있었다. 이렇게 되면 귀혼검법을 시전했을 때보다 그리 나은 것도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억지로 현룡이의 감정을 들끓게 해서 가까스로 귀혼검법의 위력을 올려놓았지만 시간이 흘러갈수록 광소자에게 악감정이 없는 현룡이의 귀혼검법과 환령검법이 시들해져가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설상가상으로....]
홍후인은 걱정스런 눈초리로 빠르게 소모되어 가는 환령내력을 살폈다. 이 상태로 간다면 십 이 초식이 되기도 전에 내력고갈로 패배하게 되어 있었다.
"처음엔 잘 나가더니 금세 쪼그라든 것이냐?"
장윤이 이렇게 빈정거리면서 더욱더 위현룡을 사지로 몰고 있었다.
위현룡은 어찌해야할지 갈팡질팡하였다.
환령검법 초반부에 있는 검초들은 빠름이 있으나 방어가 전무한 것들이었다. 때문에 장윤의 태극혜검을 효과적으로 막아낼 아무런 초식이 없었다.
원래대로라면 위현룡은 태극혜검에 큰 상처를 몇 번이나 입고도 남았겠지만 희한하게도 장윤의 철검은 위현룡이 위급할 찰나에 교묘하게 허공을 가로지르고 있을 뿐이었다.
"여기서 지면 난 정말로 무당산에서 평생을 보내야할 지도 모른다."
이런 위기감이 정신을 흔들어대는 와중에 위현룡은 문득 우연히 보게 된 환령검법 중반부에 있는 초식 하나가 머리 속에 떠올랐다.
그저 기억 한 편에 희미하게 갈무리해놓은 것에 불과했으나 위현룡에게는 그 초식이야말로 태극혜검의 거센 공세를 막기에 딱 알맞은 초식처럼 인식되었다.
"이 녀석아! 십 이 초식 다 되어간다. 이만 끝내야겠다."
장윤이 충분히 유희를 즐겼다고 생각했는지 갑자기 살벌한 초식을 전개하면서 대미를 장식하려 하였다.
녹슨 철검이 파공음을 내면서 위현룡의 손목을 노리고 들어왔다.
이것은 위현룡의 팔에 부상을 입히거나 위급함에 검을 놓치게 만들려는 술수로 보였다.
이에 대응하여 위현룡은 생각했던 환령검법 중반부 초식을 검으로 재연시켜보았다.
그러자 희한한 일이 일어났다.
위현룡의 검에서 흘러나온 검기보다 검이 먼저 앞으로 나가게 된 것이다. 그리고 정작 검기는 위현룡을 감싸는 듯 느린 속도로 남아 날아드는 태극혜검의 공격을 모조리 막아내고 있었다.
장윤은 자신의 공격이 일시에 막히는 데 적이 놀랐다. 헌데 더 놀랄 일은 위현룡의 보검이 삼대요혈을 노리고 별도로 뻗어왔다는 데 있었다.
보편적으로 공격을 하면 방어가 약해지고 방어를 하면 공격기회를 잃는다.
그런데 위현룡의 환령검법은 방어는 방어대로 하고 공격은 공격대로 그 위력을 잃지 않았던 것이다.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장윤의 낡은 도포자락이 길게 찢어져나갔다.
[현룡아! 이때다!]
장윤이 얼떨결에 뒤로 밀려나간 틈을 노리고 위현룡의 환령검법 초반부의 초식이 연달아 시전되었다. 천지를 뒤덮을 정도의 밝은 검영이 그대로 폭사되어 장윤의 전신을 휘감았다.
방어하는 철검이 부지런히 공중을 향해 휘둘러졌다.
파란 불똥이 여기저기 튀는 와중에 장윤의 눈은 어떤 놀람으로 더욱 커지고 있었다.
이때 위현룡과 홍후인은 장윤을 완전히 구석으로 몰아넣었다고 장담하고 있었지만 그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어느새 그 자리에서 튀어나와 위현룡의 검공을 떨쳐내면서 단번에 반격으로 돌아섰으니 말이다.
위현룡은 회심의 공격이 단번에 파괴되면서 태극혜검의 힘이 안면까지 느껴지자 그만 탄식을 해버렸다. 환령검법을 시전할 내력이 고갈되어 버린 것이었다.
[아이고...어서 뒤로 피해라!]
한편 철검을 휘두르던 장윤은 한순간에 위현룡에게서 아무런 기운이 느껴지지 않자 그만 혼비백산하였다. 위현룡이 내력소모를 극복하기 위해 찾아왔다고 한 말이 퍼뜩 생각난 것이었다.
장윤의 철검이 궤도에서 틀어져나가면서 위현룡을 피할 시도를 하였다. 하지만 너무 지척이었기에 철검은 그의 뜻을 완벽히 따르지 못했다. 그러자 그는 마지막 순간에 검에 주입된 내력을 회수하여 위력을 약화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철검이 위현룡의 허리를 비스듬히 꿰뚫었다.
붉은 피가 공중으로 튀어 오르는 와중에 위현룡이 나직한 비명을 내뱉으면서 뒤로 비틀거리다가 힘없이 주저앉아버렸다.
[현룡아!!]
큰일났다 싶은 홍후인이 허겁지겁 그의 상처부터 살폈다. 그런데 뜻밖에도 장윤의 철검은 위험한 급소를 모두 비켜갔고, 살점이 좀 찢어졌을 뿐 크게 위중한 상처를 남겨놓지도 않았다. 홍후인은 이해가 안 간다는 눈으로 장윤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죽일 듯이 공격했던 자의 결과물치고는 너무나 볼품없었기 때문이었다.
(저 녀석의 몸에 생긴 저 뽀얀 강기(剛氣) 때문인가?)
장윤은 자신의 철검이 위현룡과 충돌했을 때 손으로 전해져왔던 거친 느낌을 쉽게 떨쳐내지 못했다. 아무리 결정적인 순간에 내력을 회수하는 조치를 취했다지만 보통 같았으면 중상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헌데 위현룡의 경우는 그 불가사의한 강기가 일차적으로 태극혜검의 공격을 막아내면서 위력을 현저히 반감시켜버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 녀석이 휘두르는 기검은 예측불허란 말이지...)
이런 생각으로 말없이 위현룡을 내려다보던 장윤은 들고 있던 철검을 바닥에 푹 꽂으면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 녀석아! 엄살 그만 피우고 일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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