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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비(駕飛) 님의 서재입니다.

귀혼환령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가비(駕飛)
작품등록일 :
2012.10.29 08:03
최근연재일 :
2020.12.20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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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0.08.02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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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18>

DUMMY

포위를 한 적들이 거리를 좁혀 오면서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았다.

상대가 중원무림을 떠들썩하게 만든 장본인인 만큼 무의식적으로 약간의 두려움을 느꼈던 것일까.

무작정 선제공격은 감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위현룡은 얼른 벽을 등지면서 다가오는 적의 공격에 만반의 준비를 하였다.


[네가 먼저 선수를 치거라 그렇지 않으면 저들의 포위가 더욱 견고해져서 빠져나가기 힘들어진다.]


홍후인의 오랜 전투경험이 이 상황에서 앞에 몇 놈만 확실하게 없애 버린다면 의외로 손쉽게 몸을 피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허나 그의 뜻을 알아들은 위현룡은 선뜻 그렇게 하질 못했다. 다만 차라리 그들이 일제공격을 해올 때 혼란을 틈타 도주하는 게 낫겠다고 나름 단편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을 뿐이었다.

수많은 병장기가 눈앞에 번쩍이고 있었으나 그 누구도 먼저 목숨을 걸려는 간 큰 자가 없었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완전포위가 무색할 지경이다.

여인이 안면을 찡그리면서 곁에 있는 자에게 소곤거렸다.


“아무래도 한대협이 나서 줘야겠어요.”


-한목풍(邯木風).


위현룡을 유인하기 위해 마부로 변장했던 사람이었다.

그의 애병은 커다란 환도였는데, 특이하게도 그의 환도는 검신이 넓고 두툼하였으며 청록빛을 띄고 있었다.

보통사람이라면 이 무거운 무기를 쓰는데 힘이 벅찰 것이나 한목풍은 남다른 체격과 타고난 신력을 바탕으로 보다 수월하게 휘두를 줄 알았다.


“걱정 마시고 제게 맡기십시오.”


그는 여인의 부탁을 받자마자 지체 없이 무기를 뽑아 들었다.


“모두 나를 따라 공격한다!”


한목풍이 앞으로 쏜살같이 날아가면서 위현룡을 향해 묵직한 반원을 그었다.

그러자 동시에 귀혼내력이 공중에 뿌려지면서 번쩍이는 환도를 막아냈다.

두 사람의 호전적인 눈빛이 허공에서 충돌하였다.

위현룡은 몸을 틀어 환도의 방위를 벗어나 순식간에 선공을 잡았다.

톱니바퀴처럼 치밀하게 몰아쳐 오는 공격.

한목풍은 그 집요함에 놀랐고 그 오묘한 변화에 또 놀랐다.


(실력이 이 정도였단 말인가!)


그런대로 무학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그였으나 위현룡의 엄청난 무학에 압박을 느끼면서 세상의 넓음을 새삼 절감하였다. 풍문으로 듣기론 청성파 장문인을 간단히 살해하고 바람처럼 사라졌다는데 직접 상대해보니 과연 명불허전(名不虛傳)이었다.


[현룡아! 그 놈을 밀어내면서 적들의 포위를 뚫도록 하여라!]


두 사람의 싸움이 치열해지자 주위의 적들이 함부로 접근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것을 이용하여 위현룡은 일방적으로 한목풍을 몰아붙이면서 조금씩 입구 쪽으로 움직였다.


[오냐! 바로 그거다!!]


생각대로 잘 풀리고있자 홍후인은 속으로 쾌재를 불러 댔다.

그런데 위현룡은 어느 지점에 이르자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고 제자리걸음만 하였다.

이에 홍후인은 그의 속뜻을 이해 못했으나 저만치 쓰러진 광소자를 불안한 눈으로 곁눈질 하는 것을 보고서야 알 수가 있었다.


[이 녀석아! 광소자는 신경 쓰지 말고 우선 몸을 빼내란 말이다! 어차피 저들이 노리는 사람은 너이지 광소자가 아니지 않느냐!]


“하지만 선배님께서 어떤 상태인지 모르지 않습니까? 독을 마셨으니 중태에 빠지셨을 지도 모릅니다. 어서 의원에 보이지 않으면...”


[야 이놈아! 그건 그냥 미혼산일게다. 독을 마셨으면 피라도 토해야지!! 멀쩡하지 않느냐!]


“미혼산을 썼다면 필시 공명정대한 자들은 아닐 터. 어쩌면 이런 짓을 했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서라도 쓰러진 사람들을 모두 죽여 입막음을 할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래서 어쩌자는 거냐!! 네가 광소자를 구하기 위해 이놈들을 다 죽일 수 있단 말이냐!]


한목풍은 꼭 미친 사람처럼 혼자서 뭐라고 소리쳐 대면서도 폭풍 같은 공격을 멈추지 않는 위현룡을 보자 묘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


(목숨이 오고가는 상황인데 집중조차 하지 않는단 말인가?)


상대가 자신을 경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자존심이 크게 상하면서도 은근한 두려움이 스며들었다.

과감하게 일대일 대결을 벌였으나 도저히 그의 상대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한목풍은 뒤로 몸을 빼내면서 수하들에게 협공을 양보했다.

주위에 대기하고 있던 적들이 새카맣게 몰려들기 시작했다.

위현룡의 손놀림이 더욱 빨라졌다.

싸움이 치열해지면서 위현룡은 적들의 목숨을 거두는 대신 검상을 입혀서 물리치는 방식을 쓰고 있었다.

사방에서 찔러 오는 수많은 무기들을 막고 반격하면서도 위현룡은 절대로 수적 열세에 빠지지 않았다.

적들은 총공격을 펼치는데도 마치 큰 바위처럼 꿈쩍도 하지 않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여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아무리 천하의 고수라 해도 수적 열세를 감당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체력 때문이 아닌가.

벌써 서로 간에 오고간 초식만해도 수백초식이 넘었고 이 정도면 지쳐 제풀에 쓰러져도 하나 이상할 것 없는 상황이었다. 허나 위현룡은 더욱 날아다녔고, 공격하는 이들은 헉헉대며 기어 다니고 있었다.


“정말 소문대로 보통사람이 아니군.”


여인은 아무런 효과도 없이 피해만 점점 불어나자 목에 걸려 있던 작은 피리를 불었다.

그러자 위현룡이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저지하기위해 인근에 숨어 있던 무사들이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아무리 넓은 객점이라 한들 바닥에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진 자들이 즐비하고, 탁자며 의자 등이 엎어지고 부서지고 하여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이 와중에 인원이 증원되었으니 생지옥이라해도 믿을 정도였다.


[그냥 닥치는 대로 죽이거라! 이런 식이면 너는 절대로 못 빠져나가!!]


무림공적이면 무림공적답게 잔악한 면을 보여야 적들이 움츠러들게 마련인데 독야청청(獨也靑靑) 군자검법을 휘두르고 앉았으니 적들이 겁을 집어먹을 리가 만무했다.

지루한 소모전은 계속 유지되었다. 하지만 반대로 이런 상황이 오래될수록 당황해하는 쪽은 오히려 여인 측이었다.


(빨리 마무리 짓지 않으면 그들의 눈과 귀에 발각될 지도 모르는데...)


이미 객잔 밖으로 사람들이 잔뜩 몰려 있는 상황이었다.

아무리 문을 꽁꽁 닫았다지만 안에서 일어나는 요란한 소동까지 닫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때 잠시 숨을 고르던 한목풍이 다가와 말했다.


“뭔가 좀 이상합니다.”


“뭐가 말인가요?”


“저 자는 전력을 다하고 있지 않습니다. 만일 그랬다면 여기 사람들 상당수가 죽었겠지요.”


그의 말대로 바닥에 신음하고 있는 자들이 부지기수였으나 정작 의식을 잃은 사람은 단 한명도 보이질 않았다.

그녀의 눈빛이 미미하게 떨렸다.

도대체 왜 위현룡이 이런 행동을 하는 지 짐작조차 할 수가 없어서였다.


“이렇게 되면 불리한 것은 우리들입니다. 수하들이 조금씩 공포를 느끼고 있으니 말입니다.”


한목풍의 걱정스러운 소리에 여인은 아무런 말없이 한 마리의 범과같이 싸우는 위현룡을 묵묵히 지켜보았다.


“제가 다른 방법으로 공격을 해보겠습니다. 이번엔 모험을 걸어서라도...”


순간 여인이 갑자기 뛰어나가려는 한목풍을 급히 제지하였다.


“한대협! 잠시 만요.”


여인은 조용히 한 지점을 가리켰다.

그의 손가락 끝은 정확히 식탁위에 널브러져 있는 한 노인에게 멈춰져 있었다.


“저 노인은 위현룡과 어떤 관계일까요?”


“예?”


“저 노인 말이에요. 위현룡이 저 노인을 두고서 뱅뱅 돌고 있는 모습이 정녕 안 보이시나요?”


듣고 보니 그런 것도 같았다.

출구 쪽에 포위망이 많이 벌어진 상태였는데도 불구하고 그는 도망치기는커녕 자꾸 노인 근처에서만 움직이려 하고 있었다. 마치 혼전 중에 혹 그가 상할까 두려워 신경을 쓰는 것처럼 말이다.

그제야 한목풍은 어째서 싸움이 이렇게 질질 끌리고 있는지를 이해하였다.

의혹이 풀렸으니 거칠게 없었다.


“알겠습니다! 제게 맡기십시오.”


위현룡은 이곳에서 한목풍만이 절세고수였으므로 항시 그의 동선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자신이 아닌 쓰러진 장윤에게 달려가고 있자 소스라치게 놀라 고함을 쳤다.


“이 놈!! 그 분을 건드리지 말아라!!”


다급해진 위현룡은 장윤을 보호하기 위해 난폭하게 검을 휘두르며 적들을 헤쳐 나가기 시작했다.

그 결과 여러 명의 적들이 중상을 입고 나가떨어졌다.

한목풍은 귓가로 들리는 아군의 비명소리를 들으면서 위현룡의 살기가 접근하고 있음을 체감하였다.

큰일 나겠다 싶은 그는 장윤을 한 팔로 끌어올리더니 재빨리 여인에게 되돌아갔다.

날카로운 단검이 주름진 목에 바짝 붙었다.


“이 사람이 죽는 것을 원치 않거든 당장 멈추고 검을 내려놓으세요!”


앙칼진 소리와 함께 위현룡은 허탈한 얼굴로 자세를 멈추었다.

그녀가 쥔 단검이 조금만 더 깊이 들어가면 장윤의 목덜미에서 붉은 피가 뿜어져 나올 것만 같았다.

위현룡은 격렬한 분노를 이글거리며 여인을 노려보았다.


“당장 그 분을 놓아주지 못하겠소!!”


“안 들리시나요? 당장 검을 내려놓으라는 말이!”


여인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오히려 위현룡을 옥죄었다.

간헐적으로 들리는 신음소리와 호흡소리를 사이에 두고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


[젠장...광소자는 왜 따라와서 속을 썩이는 거냐.]


홍후인이 성난 음성을 내뱉으면서 장윤을 탓했다.

위현룡은 애원조로 그녀에게 말했다.


“그 분을 놓아주시오. 그 분은 나와 상관이 없는 사람이란 말이오.”


“호호호, 그 말을 믿어야 할까요? 그럼 이 사람이 죽던 말 던 당신은 계속 싸워 보시지요.”


“나를 노린 것인데 어째서 그 분을 위협하는 것이오?”


“당신을 노렸으니까 이 사람을 위협하는 거죠. 아니면 이 사람을 놓아줄 테니 순순히 항복하시겠어요?”


위현룡은 속으로 어떻게 해야 좋을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비록 아무런 정(情)도 나누지 않았지만 무당파에서 자신에게 깨달음을 준 사람이었다.

무학에 있어서 배움을 청하고 이에 가르침을 받았다면 응당 스승이나 진배없지 않은가.

그는 자신의 목숨을 살리고자 인간적 도리를 저버릴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현룡아! 안 된다! 절대 속아 넘어가지 말거라!]


위현룡이 번민을 하는 것을 본 홍후인이 기겁을 하면서 만류하였다.

허나 그 전에 이미 위현룡의 검은 바닥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러자 이때다 싶은 적들이 얼른 위현룡을 밧줄로 꽁꽁 묶어 바닥에 강제로 꿇어앉혔다.

그가 투항하자 여인은 속으로 적이 놀랐다.

설마 이 늙은이를 살리고자 스스로 포박을 자청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살신성인(殺身成仁).

이 말은 무림인들이라면 누구나 들어본 말이겠지만, 정작 이를 실행하는 사람은 성인(聖人)의 반열에 접어든 극소수에 불과할 것이다.

그런데 무림공적 따위가 하찮은 노인을 살리고자 목숨을 버린다니...그들의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 분이 혹여 잘못 되는 건 아니오?”


“이 사람은 당신과 도대체 무슨 관계지요?”


“난 그 분의 상태부터 묻고 있소!”


“걱정 말아요. 그는 무사할 터이니....”

그녀의 말에 위현룡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됐소. 이제 당신의 원대로 투항했으니 그 분을 속히 보내 주시오!”


그러나 그녀는 그 말을 물리치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직 아니에요. 당신이 이 사람의 목숨을 살린 것은 사실이나 지금 당장 내보내줄 수는 없어요.”


“약속했지 않소!”


위현룡이 그녀의 뻔뻔함에 치를 떨면서 소리를 치자 여인은 차갑게 웃으며 대꾸했다.


“당신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킬 거예요. 다만 약간의 시간이 필요할 듯하니 조금만 기다려 주시지요.”


이미 잡힌 사람에게 굳이 거짓말을 할리가 없었으므로 위현룡은 그녀의 말을 믿기로 하였다.

한편 홍후인은 왠지 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무림공적이라는 이유 때문에 위현룡을 사로잡았다고 하기엔 뭔가 애매한 분위기가 느껴졌던 것이다.

자세한 연유는 모르겠으나 일단 이들에게 위현룡을 죽일 의사가 없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전해져 오고 있었다.


“일단 이들을 모두 가두도록 하라!”


** **


곡식냄새가 심하게 나는 것을 보니 곡물을 저장하는 창고에 갇힌 듯싶었다.

또한 귀를 기울여 보니 발자국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는 게 단순보초가 아닌 삼엄하게 지킨다는 것도 예측할 수가 있었다.

머리에 부대자루를 씌운 채 기둥에 꽁꽁 묶인 위현룡은 밧줄을 풀고자 몸을 뒤척거렸지만 워낙 단단하게 묶여 있어 여의치가 않았다.


[거봐라..일단 도망쳤다가 다시 방도를 세워 왔으면 이런 일은 당하지 않을 것을...]


홍후인이 답답하다는 듯이 꾸중을 해댔으나 그래 봐야 사로잡혔다는 결과는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여기가 어디냐? 우리가 왜 묶여 있는 거냐? 앞은 또 왜 이리 침침한 거야.”


장윤의 음성이었다.

정신이 든 것을 보니 미혼산의 약효가 다 사라진 모양이었다.

위현룡은 깨어나자마자 다짜고짜 묻는 그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었다.

그러자 그는 대노하면서 길길이 날뛰었다.


“지금 그런 잡놈들한테 우리가 당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냐!! 도대체 넌 뭘 하고 있었던 게냐!”


“죄송합니다. 그렇게 되었습니다.”


홍후인은 엎드려 절해도 시원치 않을 판에 위현룡에게 책임을 묻고 있는 것을 보니 열통이 터져 나왔다.

이 작자 하는 꼴을 보니 그의 목숨을 구하려다가 이렇게 되었다고 사실대로 말해도 욕을 처먹을 것 같았다.


[에이그...인덕 없는 놈아....]


한탄이 절로 나왔다.

허구한 날 만나는 인간들마다 이 모양이었다.

아무리 희생을 하면서 도와줘도 남는 것도 없이 늘 손해만 보았다.

홍후인의 입장에서는 이게 제일 불공평하면서도 화가 치밀었다..

위현룡은 계속되는 장윤의 핀잔에도 아무런 변명도 하지 않았다.

장윤은 분을 삭이지 못해 식식거렸다.

명색이 무당파 최고 고수라고 자부하던 그가 일개 정체모를 집단에게 사로잡혔으니 개망신도 이런 개망신이 없었다.

이때 창고 문이 덜컥 열렸다.

수 십 여명의 발자국 소리가 나면서 누군가의 음성이 들렸다.


“위현룡을 끌어내라!”


그들이 위현룡을 데리고 나가자 남아 있던 장윤이 소리를 꽥 질렀다.


“야! 왜 나는 안 풀어 주고 저 놈만 풀어 주는 거냐!”


그 소리에 코웃음을 한번 친 한목풍은 냉랭한 어투로 대꾸하였다.


“걱정 마시오. 저 자는 모르되 당신만은 반드시 놓아줄 것이니.”


“뭐?”


“저 자가 투항하는 조건으로 당신의 목숨을 구했으니 우리는 그 약조를 꼭 지킬 것이오.”


장윤은 그 소리에 충격을 받고는 큰 소리로 되물었다.


“뭐라고!! 저...저 녀석이 내 목숨을 구하고자 스스로 투항을 했다고?”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것 같은데다가 가는귀까지 먹은 노인과 더 이상 입씨름을 하고 싶지 않았던 한목풍은 짧게 그렇다는 말을 남겨 두고는 밖으로 나가 버렸다.

홀로 덩그러니 남겨진 장윤은 멍한 표정과 함께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살면서 이런 수모도 처음이었지만, 나를 위해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에 대해 알 수없는 복잡한 감정이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휘몰아치고 있었다.


** **


그들은 위현룡을 끌고 몇 개의 높은 장원과 후원을 지나 커다란 전각 안으로 들어갔다.


“데리고 왔습니다.”


어느 내실로 들어서자마자 한목풍이 누군가에게 이렇게 알리고 있었다.

향기로운 분 냄새가 후각을 자극하는 것으로 보아 여인이 머무르는 내실인 듯싶었다.


“수고하셨어요.”


부대자루가 벗겨지면서 위현룡은 탁 트인 시야를 확보하였다.

호화스러운 장식품들이 가득 차지하고 있는 벽면과 고풍스런 가구들...그러나 정작 인기척은 없다.

그렇다면 낯익은 가냘픈 목소리는 좌측에 보이는 망사휘장으로 가려진 작은 문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보아하니 다른 내실과 통하는 문인 것 같았다.

잠시 후 그곳에서 자색의 궁장을 입은 여인이 사뿐사뿐 걸어 나왔다.


“어서 오세요.”


그녀가 반가운 얼굴로 맞이했지만 정작 위현룡은 차갑게 고개를 돌렸다.

그 아름다운 웃음 뒤에 가려진 이중성을 보았기에 그만 환멸감이 든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그를 이해한다는 듯이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


“대협께 잠시 무례를 저지르게 되어서 송구합니다.”


이건 또 무슨 조화란 말인가.

놀랍게도 그녀는 이런 말과 함께 위현룡의 포박을 손수 풀어 주고 있었다.

홍후인과 위현룡은 영문을 몰라 머릿속이 뒤죽박죽되었다.


“어째서 나를 풀어 주는 것이오?”


위현룡은 오히려 경계를 하면서 물었다.

이미 한번 변화무쌍한 그녀의 모습을 경험했기에 자신도 모르게 경계심을 갖게 된 것이었다.

여인은 깊이 한번 고개를 숙이더니 조용히 입을 열었다.


“소녀가 잠시 착각을 하여 큰 실수를 범했으니 이렇게 용서를 구하는 것입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소. 낭자가 무슨 착각을 했단 말이오?”


“소녀는 대협을 적으로 간주하는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


“제게 있어서 대협은 적이 아닌 동반자입니다.”


“동반자라니? 그건 또 무슨 소리입니까?”


말하면 말할수록 알쏭달쏭한 말만 했고 들으면 들을수록 머리는 복잡해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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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암중암투(暗中暗鬪) <03> +9 20.10.31 741 31 18쪽
27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암중암투(暗中暗鬪) <02> +5 20.10.24 840 28 15쪽
27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암중암투(暗中暗鬪) <01> +4 20.10.17 843 2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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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22> +9 20.06.21 1,143 2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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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19> +6 20.06.07 1,315 28 15쪽
25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18> +14 20.06.01 1,299 36 15쪽
25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17> +8 20.05.22 1,388 33 14쪽
25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16> +81 20.05.10 2,048 41 18쪽
25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15> +107 13.11.11 7,771 166 17쪽
25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14> +32 13.07.01 8,059 109 16쪽
25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13> +82 13.05.27 6,857 109 19쪽
25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12> +42 12.12.10 5,393 102 15쪽
25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11> +38 12.10.29 6,608 132 10쪽
24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10> +53 12.06.25 9,302 115 11쪽
24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09> +40 12.05.14 7,140 116 20쪽
24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08> +72 12.04.23 7,242 109 12쪽
24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07> +68 12.03.19 9,402 114 15쪽
24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06> +75 11.11.28 10,130 121 17쪽
24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05> +89 11.08.23 11,018 116 14쪽
24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04> +68 11.07.04 11,365 124 17쪽
24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03> +82 11.06.13 10,900 133 14쪽
24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02> +114 11.05.23 11,710 131 20쪽
24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01> +109 11.05.02 12,596 131 14쪽
23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괄목상대(刮目相對) <09> +70 11.04.11 11,897 115 9쪽
23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괄목상대(刮目相對) <08> +60 11.03.14 11,354 114 18쪽
23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괄목상대(刮目相對) <07> +103 11.02.27 10,933 132 22쪽
23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괄목상대(刮目相對) <06> +88 11.01.24 11,302 133 18쪽
23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괄목상대(刮目相對) <05> +67 11.01.03 11,174 120 23쪽
23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괄목상대(刮目相對) <04> +67 10.12.20 11,305 130 16쪽
23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괄목상대(刮目相對) <03> +72 10.12.06 11,036 125 16쪽
23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괄목상대(刮目相對) <02> +50 10.11.15 11,338 114 16쪽
23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괄목상대(刮目相對) <01> +58 10.11.08 12,011 116 18쪽
23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24> +79 10.10.25 11,379 121 18쪽
22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23> +67 10.09.27 11,468 151 14쪽
22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22> +45 10.09.20 11,328 202 16쪽
22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21> +53 10.09.06 11,570 222 19쪽
22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20> +67 10.08.30 11,684 124 18쪽
22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19> +65 10.08.17 11,148 112 16쪽
»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18> +62 10.08.02 11,726 115 17쪽
22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17> +64 10.07.26 11,362 112 20쪽
22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16> +98 10.07.12 12,720 84 13쪽
22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15> +63 10.07.05 13,223 91 13쪽
22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14> +55 10.06.22 10,344 88 12쪽
21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13> +61 10.06.07 13,267 187 14쪽
21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12> +44 10.05.24 12,075 84 15쪽
21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11> +57 10.05.17 13,299 83 16쪽
21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10> +51 10.05.03 12,607 82 12쪽
21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09> +59 10.04.26 12,135 86 15쪽
21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08> +63 10.04.12 12,223 81 15쪽
21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07> +50 10.03.25 13,055 89 16쪽
21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06> +57 10.03.15 13,020 78 13쪽
21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05> +36 10.03.08 12,792 78 15쪽
21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04> +50 10.02.15 13,020 83 18쪽
20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03> +62 10.01.25 13,497 78 13쪽
20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02> +54 10.01.18 13,141 79 18쪽
20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01> +50 10.01.11 13,408 80 15쪽
20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23> +53 10.01.01 12,891 65 14쪽
20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22> +389 09.12.20 10,502 78 19쪽
20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21> +69794 09.11.23 22,569 86 18쪽
20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20> +52 09.11.02 10,579 71 17쪽
20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19> +48 09.10.13 10,720 71 20쪽
20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18> +52 09.09.28 11,224 70 16쪽
20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17> +56 09.07.27 11,214 74 18쪽
19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16> +52 09.07.20 10,845 72 13쪽
19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15> +41 09.07.13 12,769 70 16쪽
19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14> +44 09.06.29 13,036 68 19쪽
19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13> +48 09.06.21 11,900 68 18쪽
19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12> +62 09.06.14 11,683 71 15쪽
19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11> +74 09.05.10 14,410 69 18쪽
19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10> +70 09.02.16 14,948 77 17쪽
19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09> +53 09.01.25 13,262 73 15쪽
19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08> +65 09.01.18 13,267 73 21쪽
19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07> +64 09.01.04 15,972 76 17쪽
18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06> +65 08.12.28 14,526 78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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