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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비(駕飛) 님의 서재입니다.

귀혼환령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가비(駕飛)
작품등록일 :
2012.10.29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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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0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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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03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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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쪽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괄목상대(刮目相對) <05>

DUMMY

한없이 낮춘 몸으로 달리던 위현룡은 그러나 얼마 가지도 못해 난관에 봉착하게 되었다. 소림사 출구까지 무사히 연결되어 있을 것만 같았던 지붕길이 끊어진 다리처럼 끝나 있었던 것이다.


“선배님 아무래도...”


[그래. 어쩔 수가 없구나. 잠시 아래로 피했다가 다른 방향을 취해야겠다.]


위현룡은 지붕 위에서 훌쩍 뛰어내려 마침 세워져 있는 돌기둥에 몸을 바짝 붙였다.

위에서는 몰랐는데 막상 아래로 내려와 보니 엄숙한 공기에 둘러싸여 긴장감으로 심장이 쿵쾅쿵쾅 거렸다.

모든 호흡을 멈추고 돌기둥과 한 몸이 되었지만 근처에 지나가는 승려들의 조용한 발걸음소리가 더욱 두려움을 안겨 주었다.


(아...이래가지고 빠져나갈 수가 있을까...)


바다보다도 넓어 보이는 소림사 내부에서 위현룡은 온갖 불길한 상상이 다 들었다.


[저들이 다 지나가면 약간의 틈이 생긴다. 그것을 노리고 저기 있는 전각을 따라 뒤로 돈 다음 지붕위로 올라가는 거다!]


과연 담쟁이로 뒤덮인 전각의 뒤쪽은 나무 덩굴이 우거지고 매우 후미져서 쉽게 몸을 감출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었다. 잠시 눈치를 보던 위현룡은 쏜살같이 그쪽으로 내달렸다. 얼마나 빨랐던지 주위에 퍼져 있던 소림승 그 누구도 위현룡의 인기척을 잡아내지 못했다.

그런데 안도하며 들어갔던 위현룡은 그만 재수 없게도 그 곳을 청소하던 동자승과 마주 쳐버렸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빤히 쳐다보는 그를 보면서 위현룡은 크게 당황했다.


“시주는....누구십니까?”


앳된 목소리로 물어 오는 동자승에게는 아무런 경계심도 느껴지지 않고 있었다.


[현룡아! 골치 아파질 수가 있으니 일단 혈도를 눌러 놓거라.]


그게 낫겠다 싶었다. 어차피 잠시만 움직이지 못하게 하면 될 일이니 동자승에게는 미안하지만 홍후인의 지시를 따라 아혈을 비롯한 몇 군데 혈도를 짚으려 들었다.

순간 동자승의 뒤쪽에서 거친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근처에 다른 사람이 또 있다는 생각은 미처 못했기에 위현룡은 깜짝 놀랐다.

흙먼지를 날리면서 긴 빗자루가 눈앞까지 휘둘러 왔다. 비록 무기는 아니었지만 무척 빠른 공격인데다가 정확히 요혈을 노리고 있어서 위현룡은 황급히 몸을 뒤로 빼내야만 했다. 급습을 경험해보니 손쉽게 제압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위현룡은 얼른 도피를 시도하였다.


“침입자다!!”


내공이 실린 웅장한 외침에 소림사 승려들의 반응은 너무나도 기민하게 움직였다.

몇 발자국도 가지 못해 몇 명의 승려들에게 공격을 당했고, 그 수는 기하급수(幾何級數)로 불어났다.


[현룡아! 싸우지 말고 무조건 몸을 빼내 도망쳐라. 시간을 지체하면 포위를 벗어날 길이 없게 된다!]


최대위기를 직감한 홍후인은 미친듯이 이렇게 외쳐 댔다.


“저 놈을 잡아라!”


사방팔방으로 권각이 들어왔다. 수많은 공격을 검집으로 쳐낸 위현룡은 불리함을 깨닫고 자신도 모르게 검병을 잡았다.


[싸우면 안 된다니까! 무조건 도망쳐라!]


위현룡은 곧장 공중으로 몸을 솟구쳐서 그들의 포위벽을 뛰어넘었다. 하지만 어느 새 다른 측에서 달려온 승려들의 공격을 받고는 단숨에 퇴로가 봉쇄되고야 말았다.

싸움을 회피하고 몸을 빼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동안 소란은 더욱 커져만 갔다.

무거운 종소리가 소림사에 울려 퍼지면서 갑작스런 이방인의 침입을 알렸다.


[아...큰일났다!]


포위를 벗어나기는커녕 승려들의 집요한 공격에 완전히 구석에 몰린 쥐 신세가 되어 버리자 홍후인은 자신도 모르게 허탈한 한숨을 내쉬었다.

검이 검집에서 빠져나오면서 쇳소리를 울렸다. 힘에 부친 위현룡의 본격적인 저항이 시작된 것이었다.

홍후인은 위현룡이 버틸 동안 어떻게든 빠져나갈 구멍을 찾기 위해 발버둥 쳤다. 그런데 한 전각에서 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부리나케 쏟아져 나오는 것을 목도한 그는 그만 눈이 휘둥그레졌다.

맨 앞에 달려오는 사람들은 붉은 실로 수놓아져 있는 노란 가사를 걸친 것으로 보아 분명 소림사내 신분이 높은 승려들일 것이고, 그 다음으로 구분되어지는 사람들은 무당파 복장을 갖추고 있는 것을 보아 분명 무당파 출신들이었다. 헌데 정작 놀랄 일은 그 뒤에 나오는 자들이었다.


[현룡아! 저들은...청성파!!]


청성파라는 이름 석 자가 들리자마자 위현룡의 고개가 급히 돌아갔다. 그리고 한 사람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그는 심장이 멎은 듯 몸을 휘청거렸다.


“원사저!!!”


청성파 장문 원기종의 여식. 그녀는 분명히 원연홍이었다.


[어떻게 원소저가 여기 있단 말이냐!!]


홍후인이 강한 의구심을 드러냈지만 위현룡은 그녀에게서 구대문파를 차례로 방문하고 있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났다. 무슨 목적인지는 모르나 우연하게도 현재 소림사를 방문하는 중인 모양이었다.

소림사내에 침입이 있었다는 보고를 받고 황급히 달려온 소림 방장이 외쳤다.


“공격을 잠시 멈추어라!”


소림승들은 겹겹이 둘러싸고 있는 포위를 풀지 않은 채 뒤로 삼장정도 물러났다.


“시주는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소림사를 침탈한 것입니까!”


소림방장 각운대사가 꾸짖듯 물었다.

그러나 위현룡의 눈동자는 계속해서 원연홍에게 고정되어 있을 뿐이었다.


“위사제...”


원연홍도 위현룡을 알아보고는 몸을 파르르 떨었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연인과 또 다시 재회하게 된 것이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두 사람에게는 마치 세상의 시간이 완전히 멈춰져 있는 듯했다. 길고 긴 인연의 추억이 하나하나 머릿속에 떠오르는 동안 그들은 그리움이 가득한 눈물을 글썽거렸다.

한편 원연홍의 곁에 서 있던 염청석은 위현룡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으나 그녀가 애틋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음을 알자 질투심이 가득 차올랐다.


“저 자가 장문인을 시해하고 도망친 무림공적 위현룡입니다!!”


염청석의 천지개벽할 발언에 소림사는 단번에 발칵 뒤집어졌다.


“저 자가 그 무림공적이라고!”


군중들은 경악성을 연신 내뱉으면서 위현룡에게 이목을 집중시켰다.


“정말 그 자란 말입니까!”


무당파 장문인 한백도장이 급히 묻자 염청석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군중을 향해 똑똑히 말했다.


“분명합니다. 저 자가 장문인도 모자라 이제는 여기 원사매까지 죽이려 이곳으로 잠입해 들어온 모양입니다!”


그 말에 모든 이들은 위현룡의 잔악무도한 행태에 분노를 금치 못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원연홍은 지금 이 순간이 위현룡에게 얼마나 위급한 위기인지를 인식하였다.

여기는 무림 최고의 문파라는 소림사였고 주위에 고수들은 하늘의 별만큼 많았다.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원연홍의 낭랑한 목소리였다.


“뭐가 사실이 아니란 말이오?”


소림방장 각운대사의 물음에 모든 이들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녀를 주시했다.

정신을 바짝 차린 원연홍은 그간 일어난 일을 소상히 설명하면서 위현룡의 결백에 힘을 실으려 하였다. 물론 그 밑바탕에는 청성파 원로이자 아버지의 지기인 풍진운이 찾아낸 위현룡을 보호할 수 있는 가설과 증거들이 깔려 있었다. 그때 갑자기 위현룡이 그녀의 말을 가로막으면서 큰소리를 쳤다.


“맞소! 내가 저 여인을 죽이려고 들어온 것이오!”


뜻밖의 소리에 원연홍이 깜짝 놀라 쳐다보는데 위현룡은 고개를 살짝 저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냈다. 이런 상황에서 어설픈 변호를 시도하려 한다면 그녀 역시 어떤 곤경에 빠지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아직은 아니었다. 인내를 가지고 시간을 활용하라는 적무평 대협의 충고처럼 유리한 때를 기다려야 한다고 위현룡은 생각했다.

이때 두 사람 사이에 오고가는 무언의 대화를 눈치 챈 염청석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입을 열었다.


“저 자가 천인공노할 짓을 행하고도 오히려 당당하게 이곳을 들어왔다는 것은 소림은 물론 전 무림을 조롱해보겠다는 뜻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이에 우리들은 당장 저런 패악한 악인을 응징하여 무림에 바른 기강을 세워야만 할 것입니다!”


염청석의 언변은 빛이 났다. 그 소리에 모든 이들이 비분강개한 마음을 억누르지 못했으니 말이다.

원연홍은 위현룡에게 원망스런 눈초리를 보냈다. 목숨을 내던져서라도 구하고 싶은데 그것도 못하게 하니 한없이 마음이 아팠던 것이다. 이에 위현룡은 옅은 미소를 보내며 오히려 걱정 말라 안심을 시켰다.

원연홍은 입술을 꼭 깨물었다. 그의 뜻이 어떻든 이렇게 죽게 놔둘 수는 없다고 다짐했다.

그녀는 각운대사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방장께서는 저 사람을 저희 청성파에 넘겨주시기 바랍니다.”


그녀의 건방진 요구에 군중들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무림공적은 소림과 무당이 먼저 심사를 하여 공포를 하면 나머지 문파들이 이를 인정하게 되는 순서를 거친다. 이는 곧 소림과 무당이 무림공적에 대한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아울러 모든 문파들은 소림과 무당의 뜻에 무조건 따르겠다는 점을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과 진배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청성파에서 장문인도 아닌 대리에 불과한, 그것도 여자가 감히 소림사 방장에게 위현룡을 넘기라는 허무맹랑한 요구를 하고 있었다. 군중들은 이 어이없는 현실에 하나같이 코웃음을 치지 않을 수가 없었으며, 소림사 방장 역시 한번 상상해보지도 못한 이 희한한 전개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저 자는 무림공적인데 어찌 내어 달라 하시오?”


“저 사람은 청성파출신이고 청성파에서 죄를 지었으니 그 원죄에 대해서 청성파가 소상히 살펴 죄의 경중을 가려야 할 것입니다.”


“그럼 소저께서는 소림과 무당이 인정한 무림공적을 거부하시는 것입니까?”


이 물음은 소림과 무당이라는 태산 앞에서 이미 초라해질 대로 초라해진 청성파는 자중을 하라는 일종의 경고였다. 하지만 원연홍은 모른 척 힘주어 말했다.


“무림공적이든 아니든 청성파에 대한 문제는 청성파가 내부에서 해결할 문제라는 뜻입니다.”


그때 듣고 있던 무당파 장문 한백도장이 참견을 하였다.


“청성파는 참으로 이상한 논리를 내세우시는구려. 무림공적으로 하여 잡아 달라 청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다른 소리를 하시는 것이오?”


“그 점에 대해서는 감사하고 송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허나 저는 소림과 무당의 일방적인 처결에 반발하는 것이 아닌 그저 아직 미결로 남아 있는 사건에 대해 더 조사할 것이 있어 데려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옵니다. 그러니 소림과 무당에서 아량을 베풀어 한발자국 물러나 주십시오.”


끝까지 고집을 부리는 지라 각운대사와 한백도장은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과거 원기종이 있으면 모를까 내분에 지리멸렬하고 있는 청성파는 이제 그리 대단한 문파도 아니었다.

방금까지만 해도 청성파 원로들의 내정간섭에 제동을 걸어 달라 고개 숙여 부탁하던 자들이 어딜 건방지게 이래라 저래라 명한단 말인가. 이에 보다 못한 염청석이 급히 진화에 나섰다.


“제 사매가 무림공적 위현룡에 대해 분이 극에 달해서 그런 것이니 두 어르신께서는 너그럽게 용서해주시지요. 아마도 사매는 저 자를 직접 처결하여 분을 풀어 보려는 것 같습니다. 하긴 눈앞에서 아버지를 잃었으니 그 심정이야 오죽하겠나이까!”


그 말에 소림방장과 무당장문의 표정이 다소 누그러졌지만 원연홍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반박하였다.


“저는 저 사람에게 아무런 원한의 감정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단지 저 사람을 청성파에 내어 주기를 청할 따름입니다.”


각운대사와 한백도장의 인상은 차갑게 변해 갔다. 새파랗게 젊은 후배가 하룻강아지처럼 날뛰는 모습에 노한 마음이 든 것이었다.


“사매 정말 왜 이러는 거야!! 원사매가 만일 저 녀석을 돕겠다고 나선다면 청성파는 무림에서 웃음거리가 되고 말아. 잘 생각해서 결정해. 한번 추락한 문파의 위신을 다시 올려 세우는 데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러야 하는지를...”


염청석이 목소리를 낮춰 설득에 들어가자 주위에 일대제자들도 원연홍을 말리고 나섰다.


“설령 그가 죄인이라 할지라도 그는 청성파의 죄인이에요. 단죄를 해도 청성파에서 합니다!”


“사매! 그는 무림공적이야. 우리가 아니라도 무림인이면 누구든지 그에게 죗값을 물을 수가 있어!”


“그것은 소림과 무당의 논리일 뿐, 청성파 내부에 연루된 사건을 타문파의 손에 맡길 수는 없어요!”


“그래서 어쩌겠다는 거지? 정말로 청성파의 명성에 먹칠을 해보겠다는 뜻이야?”


“그게 왜 명성에 먹칠을 하는 일이지요? 청성파 문제를 청성파에서 해결하는 게 당연한 일 아닌가요? 소림과 무당이 무림에서 힘이 있다 한들 청성파 내부의 일에 감 놔라 배추 놔라 할 자격은 없어요. 잘 들으세요 사형. 만일 청성파 명성이 추락하게 된다면 그 이유는 바로 소림과 무당에 휘둘리는 지금 이 순간 때문일 거예요.”


그건 그랬다. 원기종은 소림과 무당 앞에서 늘 당당했으며 다른 문파들과는 달리 항상 그들과 같은 위치에서 대화를 하고 협상을 하였다. 이것은 마교라는 든든한 원군과 나날이 발전하는 청성파의 미래를 무기삼아 원기종이 추구했던 강한 외교술이었고 그 결과 소림과 무당은 청성파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였다.

그들이 언쟁을 벌이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던 각운대사는 모든 군중이 들으라는 듯 엄숙한 목소리를 냈다.


“저 자는 무림공적이니 소림사에서 처결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이 정도면 방장의 체면을 봐서라도 청성파는 물러날 수밖에 없는 형국이었다. 그러나 원연홍은 방장의 기대를 한방에 무너트렸다.


“방장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할 수 없겠습니다. 그렇다면 저희 식대로 저 사람을 데려갈 수밖에요.”


“뭐요?”


“청성파 일대제자들은 모두 전투 준비를 하라!”


원연홍의 명령에 청성파 일대제자들은 난감함을 감추지 못했다. 수적 열세는 둘째 치고 어떻게 소림 같은 거대문파와 결전을 벌인단 말인가. 그것도 소림사 내에서 말이다.


“모두 멈추라!”


참다못한 염청석이 그녀의 명을 정면으로 막아섰다.


“사매 자꾸 이러면 나라도 절대 참지 않겠어!”


“모두 전투태세를 갖추라 하였다!”


원연홍이 다시 명을 하자 일대제자들은 염청석의 눈치를 살피면서 선뜻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청성파의 위계질서가 모두 염청석의 손아래 놓여 있는 것을 실감하고는 허탈한 마음이 다 들었다.


“모두 나를 무시하겠다면 그렇게 하라. 나 혼자서라도 싸울 테니!”


원연홍이 지체 없이 검을 뽑아 들었다.

소림 각운대사는 이런 상황에 몰리자 어쩔 줄을 몰랐다. 솔직히 소림사 인원이 몇 명인데 여인 하나 감당하지 못할까. 하지만 이것은 그리 단순한 문제가 아니었다. 설령 그녀를 굴복시킨다 해도 무림 전역에 이 사실이 퍼져 화제가 될 것이 불 보듯 뻔했다. 그렇게 되면 옹졸하다는 여론에 소림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여러 군소문파에서 타문파를 힘으로 눌러 뜻을 관철시켰다는 불평어린 잡음을 견뎌 낼 수밖에 없었다.

각운대사의 입장으로는 절대로 그런 일을 만들 수가 없었다. 특히 자신이 방장의 직책에 올라가 있는 한은 더더욱 그러했다.

그는 그녀가 이런 치밀한 계산 하에 움직였음을 알고는 약이 바짝 올랐지만 그녀의 말에 굴복되어 위현룡을 온전히 내어 줄 수도 없으니 진퇴양난이었다.

이때 멀찍이 떨어져서 원연홍이 검을 뽑아 드는 모습을 본 위현룡은 그녀가 무리수를 쓰려 한다는 것을 직감하였다. 하여 일부러 들으라는 듯 이렇게 하늘을 우러러보며 소리쳤다.


“돌아갈 집만 건재하다면 객지에서 당하는 수많은 봉변이 대수겠는가. 부디 돌아가려는 발걸음에 변함없기를 바라노라.”


원연홍은 그의 속뜻을 금방 이해하고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무림은 철저하게 힘의 균형으로 평화가 유지되고 있었다. 이것은 한마디로 힘을 잃게 되면 균형을 잡지 못해 도태되거나 다른 문파의 공격을 받아 단숨에 공중분해가 된다는 뜻이었다. 또한 이렇게 한번 뒤쳐진 문파는 다른 문파들의 수많은 견제 속에서 쉽게 재기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었다.

그녀는 경솔한 마음에 청성파를 쉽게 저버린 것이 잘못되었음을 깨달으며 생각했다.


(아직 위사제에게 어떤 복안이 있는 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너무 성급하게 경거망동을 하였어.)


원연홍은 즉각 검을 뒤로 물리면서 방장에게 고개를 숙였다.


“소녀가 방장께 무례하게 행동한 점 깊이 사죄드립니다.”


소림 방장은 잃어버렸던 체통을 되찾게 되자 온화한 표정을 지으면서 모두 이해한다고 대답을 하여 자신의 넓은 인덕을 만천하에 알렸다. 하지만 소림 방장이 누구던가. 그 어떤 문파들 보다 보수적이라는 소림사에서 뛰어난 처세와 인맥으로 방장에 올라 소림을 현실적으로 통째로 뜯어고친 장본인이다. 결코 만만한 위인이 아니었다.


“나한진은 속히 무림공적을 처단하라!”


군중들은 각운대사가 나한진을 발동하기 이전에 위현룡에게 투항을 종용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헌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 것이다.

즉 겁 없이 소림을 침탈한 무림공적에게 일벌백계(一罰百戒)를 가해 무림에서 소림의 기강과 위상을 널리 떨치겠다는 속뜻과 방약무인한 청성파의 기를 꺾고 아울러 무림의 질서는 소림이 지탱한다는 점을 경쟁문파인 무당파 앞에서 확실히 하려는 점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었다.

나한진은 무림에서 최고의 진법이었다. 나한진에 갇혀 협공을 받게 되면 아무리 초고수라해도 몸성히 나올 수가 없을 만큼 위력적이었다. 원연홍의 눈동자는 불안감으로 크게 흔들렸으나 위현룡을 믿고 나약한 마음을 굳게 다 잡았다.


(위사제에게 분명 무슨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다.)


십팔 명의 승려들이 각기 길고 짧은 곤봉을 들고 위현룡을 에워쌌다.


[현룡아! 십팔나한진이다. 나한진이 일단 발동되면 쉬지 않고 공격을 해올 터이니 절대로 정신을 팔면 안 된다!]


진이 갖춰지자마자 나한진이 발동되었다.

승려들은 민첩하게 위현룡의 주위를 빠르게 돌면서 공격의 시기를 저울질하였다.


[정신을 집중 하거라. 나한진이 위력적이긴 하지만 네가 격파하지 못할 것도 없다! 자신감을 가지고 싸워라!]


이렇게 용기를 북돋아 준 홍후인은 적들의 분주한 보법을 날카로운 눈으로 분석하였다. 한때 토목공법과 기관진법에 대해서는 당대 최고의 지식을 쌓았던 그였다. 아무리 나한진이 유명하다 한들 분명 허점이 있을 거라 믿었다.

검을 타고 흐르던 귀혼내력이 검에 흡수되면서 혈투를 위해 요동쳤다. 위현룡의 눈이 승려들의 동선을 따라 끊임없이 움직이는 가운데 첫 번째 공격이 시작되었다. 바람소리를 내면서 뒤에서 휘어 들어오는 곤봉이 하체를 노리고 있었다.

순간 머릿속에 귀혼검법 초식들이 쫙 나열되었다. 일제공격을 대비하여 간결한 초식들로 조합된 것이었다.

돌아간 위현룡의 몸이 날렵하게 곤봉을 검으로 쳐내는 동시에 측면의 승려에게 일방적인 공격을 퍼부었다.

패도적이면서도 빠르게 몰아치는 귀혼검공을 받은 승려는 크게 당황했다. 일대제자도 아닌 그가 이미 초고수의 반열에 접어든 위현룡의 공격을 홀로 막아내기란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허나 나한진은 개개인의 무학의 고하를 놓고 전진하는 진법이 아니었다. 여러 명의 단결된 힘의 조화로 상대의 예봉을 꺾는 진법이 바로 나한진이었기에 더욱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귀혼검공은 곧바로 진압되었다. 위현룡이 본초식을 쓰지 않은 탓도 있었지만 사실은 나한진을 이루는 승려들의 노련한 운용법이 컸다. 위현룡은 녹록치 않자 한층 기세를 올려 과감한 공격을 해 나갔다.

원래 나한진에 갇히면 일방적으로 공격을 받다가 끝나는 것이 정설이겠다. 그러나 지금의 나한진은 안에서 날뛰는 위현룡의 공세에 밀려 일방적인 방어만 하고 있었다.


“허허허...저 자의 무공이 실로 놀랍지 않습니까!”


무당파 장문인 한백도장의 감탄에 소림사 각운대사의 얼굴은 점차 굳어져 갔다.

야심차게 내보낸 나한진이 저모양이니 무당파 앞에서 체면이 서질 않는 것이었다.


“그런데...저 자가 쓰는 검법은...서...설마...기검인가요?”


이어지는 한백도장의 반신반의하는 소리에 뒤쪽에 시립해 있던 무당파 원로들이 함께 놀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저건...태극혜검 아닙니까!”


하지만 한백도장은 즉각 부인하였다. 왠지 방식이 태극혜검과 흡사한 것 같았지만 위현룡이 내지르는 초식은 완전히 다른 검법이었던 것이다.

시간이 꽤 흐르면서 나한진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원래대로라면 나한진에 갇힌 자가 기력이 쇄하여 제풀에 쓰러지는 것이 당연지사였다. 헌데 희한하게도 잦은 공방 속에서 지쳐 가는 것은 오히려 나한진 승려들이었다.


[됐다! 적들이 움츠러들었으니 이때 빠져나가도록 하자!]


홍후인이 쾌재를 부르며 기회를 알리고 있었다.

그 순간 각운대사의 손이 위로 올라갔다.

막 포위를 뚫으려 한 위현룡은 급작스럽게 증원되는 진법에 뒤로 주춤거렸다.


“허허허, 백팔나한진(百八羅漢陣)이로군요.”


한백도장의 중얼거림은 각운대사의 자존심을 인정없이 짓밟고 있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십팔나한진이 붕괴되기 전에 백팔나한진이라도 가세시켜 위현룡을 굴복시키는 것이 급선무였다.


“저 십팔나한진은 무공이 일천한 이대제자들로 이뤄진 것이라 아무래도 크게 모자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본래대로 소림 정예에 속한 백팔나한진이 상대하는 게 여러모로 형평성에 맞을 것입니다.”


“아 그렇습니까?”


한백도장은 속으로 조소를 흘렸으나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았다. 한명을 잡기위해 떼거리로 달려들면서 무슨 형평성이란 말인가. 무당파도 오행검진(五行劍陳)이라는 진법이 있긴 하지만 저렇게 많이 덤벼들지는 않았다.

만일 소림이 그저 그런 문파였다면 한 상대에게 치졸한 진법을 쓰는 문파라하여 금방 손가락질을 받지 않았을까?


한편 원연홍은 위현룡이 십팔나한진을 상대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는 것을 보면서 그의 무학적 성장에 대해 크게 놀랐고, 그 결과 어쩌면 살아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품게 되었다.

허나 얼마안가 백팔나한진이 가세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자 이내 그녀의 꿈은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렸다.

위현룡이 수많은 곤봉 공격에 쩔쩔매기 시작한 것이다.

원연홍은 가녀린 손으로 검을 꽉 움켜잡았다. 여차하면 뛰어나가 목숨을 잃더라도 그를 도울 작심을 한 것이었다.


[빌어먹을 소림사! 치사하게 백팔나한진이라니!]


홍후인은 각운대사의 뻔뻔함에 치를 떨었으나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

위현룡의 검이 훨씬 더 분주하게 움직이면서 나한진의 공격에 버티는 동안 눈을 부릅뜨고 진법을 파훼하기 위해 두뇌를 회전시켰다. 그리고 그의 악착같은 집요함이 기어코 무언가를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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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암중암투(暗中暗鬪) <10> +5 20.12.20 755 26 13쪽
28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암중암투(暗中暗鬪) <09> +3 20.12.13 546 25 16쪽
28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암중암투(暗中暗鬪) <08> +8 20.12.05 616 26 18쪽
28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암중암투(暗中暗鬪) <07> +6 20.11.28 595 24 19쪽
28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암중암투(暗中暗鬪) <06> +7 20.11.21 646 27 17쪽
27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암중암투(暗中暗鬪) <05> +5 20.11.14 662 22 14쪽
27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암중암투(暗中暗鬪) <04> +10 20.11.07 801 24 14쪽
27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암중암투(暗中暗鬪) <03> +9 20.10.31 741 31 18쪽
27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암중암투(暗中暗鬪) <02> +5 20.10.24 840 28 15쪽
27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암중암투(暗中暗鬪) <01> +4 20.10.17 843 20 14쪽
27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35> +6 20.10.10 831 27 11쪽
27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34> +3 20.10.03 860 26 14쪽
27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33> +5 20.09.26 885 25 14쪽
27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32> 20.09.19 869 22 11쪽
27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31> 20.09.12 892 22 18쪽
26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30> 20.09.05 914 26 13쪽
26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29> +1 20.09.02 829 23 15쪽
26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28> +2 20.08.29 880 25 11쪽
26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27> +1 20.08.24 926 26 15쪽
26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26> +8 20.07.22 1,124 27 15쪽
26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25> +2 20.07.04 1,158 28 16쪽
26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24> +1 20.06.28 1,099 28 16쪽
26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23> +2 20.06.25 1,112 24 16쪽
26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22> +9 20.06.21 1,143 27 15쪽
26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21> +5 20.06.14 1,261 29 17쪽
25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20> +2 20.06.12 1,236 29 17쪽
25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19> +6 20.06.07 1,315 28 15쪽
25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18> +14 20.06.01 1,299 36 15쪽
25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17> +8 20.05.22 1,388 33 14쪽
25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16> +81 20.05.10 2,048 41 18쪽
25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15> +107 13.11.11 7,771 166 17쪽
25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14> +32 13.07.01 8,059 109 16쪽
25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13> +82 13.05.27 6,857 109 19쪽
25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12> +42 12.12.10 5,393 102 15쪽
25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11> +38 12.10.29 6,608 132 10쪽
24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10> +53 12.06.25 9,302 115 11쪽
24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09> +40 12.05.14 7,140 116 20쪽
24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08> +72 12.04.23 7,242 109 12쪽
24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07> +68 12.03.19 9,402 114 15쪽
24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06> +75 11.11.28 10,130 121 17쪽
24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05> +89 11.08.23 11,018 116 14쪽
24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04> +68 11.07.04 11,365 124 17쪽
24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03> +82 11.06.13 10,900 133 14쪽
24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02> +114 11.05.23 11,710 131 20쪽
24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01> +109 11.05.02 12,596 131 14쪽
23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괄목상대(刮目相對) <09> +70 11.04.11 11,897 115 9쪽
23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괄목상대(刮目相對) <08> +60 11.03.14 11,354 114 18쪽
23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괄목상대(刮目相對) <07> +103 11.02.27 10,933 132 22쪽
23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괄목상대(刮目相對) <06> +88 11.01.24 11,302 133 18쪽
»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괄목상대(刮目相對) <05> +67 11.01.03 11,175 120 23쪽
23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괄목상대(刮目相對) <04> +67 10.12.20 11,305 130 16쪽
23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괄목상대(刮目相對) <03> +72 10.12.06 11,036 125 16쪽
23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괄목상대(刮目相對) <02> +50 10.11.15 11,338 114 16쪽
23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괄목상대(刮目相對) <01> +58 10.11.08 12,011 116 18쪽
23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24> +79 10.10.25 11,379 121 18쪽
22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23> +67 10.09.27 11,468 151 14쪽
22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22> +45 10.09.20 11,328 202 16쪽
22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21> +53 10.09.06 11,570 222 19쪽
22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20> +67 10.08.30 11,684 124 18쪽
22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19> +65 10.08.17 11,148 112 16쪽
22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18> +62 10.08.02 11,726 115 17쪽
22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17> +64 10.07.26 11,362 112 20쪽
22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16> +98 10.07.12 12,720 84 13쪽
22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15> +63 10.07.05 13,223 91 13쪽
22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14> +55 10.06.22 10,344 88 12쪽
21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13> +61 10.06.07 13,267 187 14쪽
21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12> +44 10.05.24 12,075 84 15쪽
21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11> +57 10.05.17 13,299 83 16쪽
21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10> +51 10.05.03 12,607 82 12쪽
21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09> +59 10.04.26 12,135 86 15쪽
21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08> +63 10.04.12 12,223 81 15쪽
21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07> +50 10.03.25 13,055 89 16쪽
21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06> +57 10.03.15 13,020 78 13쪽
21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05> +36 10.03.08 12,792 78 15쪽
21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04> +50 10.02.15 13,020 83 18쪽
20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03> +62 10.01.25 13,497 78 13쪽
20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02> +54 10.01.18 13,142 79 18쪽
20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01> +50 10.01.11 13,408 80 15쪽
20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23> +53 10.01.01 12,891 65 14쪽
20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22> +389 09.12.20 10,502 78 19쪽
20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21> +69794 09.11.23 22,569 86 18쪽
20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20> +52 09.11.02 10,579 71 17쪽
20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19> +48 09.10.13 10,720 71 20쪽
20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18> +52 09.09.28 11,224 70 16쪽
20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17> +56 09.07.27 11,214 74 18쪽
19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16> +52 09.07.20 10,845 72 13쪽
19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15> +41 09.07.13 12,769 70 16쪽
19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14> +44 09.06.29 13,036 68 19쪽
19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13> +48 09.06.21 11,900 68 18쪽
19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12> +62 09.06.14 11,683 71 15쪽
19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11> +74 09.05.10 14,410 69 18쪽
19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10> +70 09.02.16 14,948 77 17쪽
19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09> +53 09.01.25 13,262 73 15쪽
19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08> +65 09.01.18 13,267 73 21쪽
19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07> +64 09.01.04 15,972 76 17쪽
18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06> +65 08.12.28 14,526 78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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