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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비(駕飛) 님의 서재입니다.

귀혼환령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가비(駕飛)
작품등록일 :
2012.10.29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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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0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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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18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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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02>

DUMMY

-무상촌(無想村).

한때는 작지만 꽤나 부유한 촌락이었다고 한다.

비옥한 토지와 주위로 흐르는 청명한 강물로 인해 경작에 큰 이점이 있었고, 특히 무상촌의 특산물 또한 유명하여 이 마을 사람들 모두 많은 돈을 벌어 부유하게 살았기 때문이었다.

허나 십 수년이 흐른 지금, 무상촌은 극명한 몰락의 끝을 보여주고 있었다.

경작에 길들여진 땅은 황폐해져버렸고, 촌에 남아 있는 자들이란 무상촌을 고향으로 여기는 소수의 사람들과 인근에서 모여든 거지들, 그리고 난잡하게 몰려다니는 부랑아들만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마을 사람들 모두 찢어지게 가난한 삶을 부여잡은 채 살아가고 있었고, 설상가상으로 추위가 닥치면 아사하는 자들도 수두룩했다.


이런 마을에 무거운 상자하나를 짊어진 한 남자가 출현하였다.

위현룡은 무상촌이 곽유가 태어나고 자란 고향임을 여러차례 들은 바가 있었다.

하긴 어디 곽유뿐이겠는가.

그를 따라 청성파 속가제자로 들어온 상당수의 사람들이 무상촌 출신임을 위현룡은 잘 알고 있었다.


(다행히 무상촌이 지리적으로 가까우니 무당으로 가기 전에 먼저 이 곳을 방문하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마을 안으로 진입하자 마을 사람들은 뜬금없는 낯선 이방인의 등장에 불안하고도 호기심 어린 눈초리를 감추지 못했다.

그들 중에는 탐욕스런 눈을 번들거리면서 도적질이라도 해볼까 하는 자들도 있었으나 위현룡이 무림인임을 알아보고 감히 덤벼드는 자는 없었다.


"이보시오! 여기 곽유라는 사람의 식솔이 살고 있다고 들었소만...혹 알고 계십니까?"


폐허가 된 마을 안에서 도무지 갈 길이 잡히지 않는지라 담벼락에 기대어 한가로이 해바라기를 하고 있는 노인에게 말을 걸어보았다.

아래로 거추장스럽게 늘어진 머리카락이 좌우로 벌어지면서 때가 잔뜩 묻은 주름진 얼굴이 밖으로 드러났다.


"누굴 찾으신다고 했수?"


"곽유라는 사람입니다."


"아! 곽유!!"


"혹 곽유를 아십니까?"


"알다마다! 그 녀석 오래 전에 돈 많이 벌어오겠다면서 청...뭐시긴가 하는 문파에 들어갔다가 차가운 시신이 되어서 돌아왔다지....그 녀석 뿐 아니라 같이 들어간 동무들도 여럿 죽어서 돌아왔으니...아무튼 동네 꽤나 시끄러웠었다오."


노인이 혀를 끌끌 차면서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위현룡은 씁쓸한 표정과 함께 나직한 한숨을 쉬었다.

보아하니 청성파에서 죽은 속가제자의 시신을 고향으로 돌려보낸 모양이었다.


"저는 곽유의 식솔들을 찾아 왔습니다. 아시면 안내 좀 해주시지요."


노인은 위현룡이 짊어진 궤짝에 눈이 갔다.

아마도 그 안에 값비싼 재물이 가득할 것이라 지레 짐작하는 모양이었다.

그는 다 빠져버린 이빨을 내밀면서 히쭉 웃었다.


"곽유의 식솔들이 사는 곳이라면....나를 따라오시구료."


위현룡이 허리가 구부정한 노인의 길 안내를 받는 가운데 험상궂게 생긴 부랑아들을 비롯한 마을 사람들이 웅성대면서 슬금슬금 뒤따라오고 있었다.


"여기라오."



도착한 곳은 그야말로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허름한 초가집이었다.

그 앞에는 열 살도 채 안돼 보이는 여자아이 하나가 흙장난을 하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몰려들자 두려운 나머지 울음을 터트리면서 얼른 안으로 뛰어들어가고 있었다.

위현룡은 가슴이 미어지는 기분을 가까스로 억누르고는 조용히 소리쳤다.


"저는 청성파에서 찾아왔습니다. 잠시 만나 뵈올 수 있는지요..."


그러나 안에서는 아무런 기척도 새어나오지 않았다.

그는 다시 한번 같은 말을 되풀이해보았다.

그러자 약간의 정적이 흐른 뒤, 가난에 찌든 얼굴을 한 늙은 남자가 조심스레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그 남자는 겁에 질린 눈으로 위현룡과 잔뜩 모여든 사람들을 곁눈질하다가 떨리는 음성을 냈다.


"누....누구십니까? 저희는 청성파랑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입니다...그러니...제발 돌아가 주십시오. 부탁입니다..."


청성파라는 단어를 언급하면서 생각만 해도 소름끼친다는 듯한 얼굴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곽유의 부친되시는 지요?"


"그...그렇습니다만..."


위현룡은 그가 청성파를 무척이나 두려워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부드러우면서도 간곡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저는 어르신께 해악을 끼치기 위해서 온 것이 아니니...잠시 안으로 들어가서 대화를 나누시지요."


그때 뒤쪽에서 누군가 중얼거리는 투로 이렇게 지껄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곽유가 청성파에서 반란을 주동하다가 발각되어 죽음을 당했다던데...설마 좋은 뜻으로 찾아왔을 리가 없잖아?"


"맞아, 맞아..."


여기저기서 들리는 웅성거림에 비로소 그가 자신을 경계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위현룡은 자신을 살리기 위해 죽음을 택한 곽유에게 반란을 획책한 주동자라는 부끄러운 꼬리표가 붙어있자 그만 눈물이 핑 돌았다.

그리고 그를 그렇게 허무하게 죽게 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는 후회와 자책감이 끊임없이 밀려들어오고 있었다.

한동안 침통한 표정을 짓던 위현룡은 고개를 들어 마치 모든 사람이 다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외쳤다.


"곽유를 비롯한 속가제자들은 청성파를 위해 살신성인을 택한 것이지 절대로 반란을 주도하여 죽음을 맞이한 것이 아닙니다. 청성파는 그런 그들의 희생을 절대로 잊지 않을 것이며, 청성파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그들의 넋을 기리고 보답할 것임을 이 자리에서 똑똑히 밝혀두는 바입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마을 사람들은 입을 쩍 벌렸다.

지금까지 곽유와 그의 패거리들이 불의(不義)를 저질러 죽음을 당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정 반대라하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곽유의 부친은 뜻밖의 소리를 듣자 얼굴이 굵은 눈물을 펑펑 쏟았다.

자식이 그렇게 죽고 나서 마을 사람들의 수군거림을 견디느라 마음 고생이 심했던 모양이었다.


"곽유는 청성파 내에서 장래가 촉망되는 뛰어난 인재였습니다. 그러니 어르신께서는 당신의 아드님을 자랑스러워하셔도 됩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는 위현룡의 두 손을 붙들고 몇 번이나 눈시울을 붉혔다.

위현룡은 앙상한 그의 손을 마주 붙잡으며 말했다.


"제가 청성파 장문인을 대신하여 심심한 위로를 드리고 적게나마 보상을 해드리고자 왔으니 잠시 안으로 드시지요."


보상이라는 말에 마을 사람들은 일제히 위현룡이 맨 상자를 쳐다보았다.

곽유의 아버지는 주위의 이목도 불안하고 해서 얼른 위현룡을 안으로 안내하였다.

퀴퀴한 냄새가 후각을 자극하는 가운데 방금 전 뛰어들어간 여자아이와 곽유의 모친인 듯한 여인이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도 자신이 외친 말을 들었는지 얼굴에 눈물이 가득하였다.

위현룡은 그녀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하였다.


"곽유의 모친이 되십니까?"


"그러합니다. 나으리."


그는 가만히 그녀의 두 손을 잡아주었다.


"유는 늘 제게 무상촌에 살고 있는 가족들 이야기를 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언젠가 한번 같이 고향을 방문하자고 약속했었는데 이렇게 저 혼자 찾아 뵙게 되어 정말로 죄송할 따름입니다..."


마치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는 위현룡을 보면서 곽유의 부모는 황송하여 어찌할 바를 몰랐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대협께서 유와의 정(情)을 생각하시어 이 누추한 곳까지 발걸음 해주신 것만 해도 저희들은 기쁘기 한량없습니다."


이렇게 말하던 그들이 또 다시 눈물을 펑펑 쏟아내자 위현룡도 북받치는 슬픔을 가눌 길이 없었다.

시간이 가도 비통함은 가시지 않는다.

위현룡은 메마르지 않는 샘처럼 계속해서 눈물을 흘리는 곽유의 모친이 너무나도 안쓰러웠다.

이때 갑자기 생각난 듯 곽유의 아버지가 그녀에게 책망하듯 말하였다.


"이봐! 뭐 하는 거야! 귀한 분이 오셨는데! 이렇게 질질 짜고만 있을 건가!"


"어머! 내 정신 좀 보게나.."


위현룡은 아직 자리에도 앉지 못한 상태였다.

곽유의 아버지가 허름한 방구석에서도 가장 상석으로 권하는 동안 그녀는 서둘러서 음식상을 차려 들어왔다.


"사는 처지가 이렇다보니 음식이 마땅치 않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들은 미안한 얼굴로 고개를 떨구었다.

위현룡은 상위에 차려있는 조촐한 음식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다 말라비틀어진 나물 조금에 곡식 몇 톨이 떠 있는 물그릇이 다였다.

방 한 쪽에서는 얌전히 앉아 있던 여자아이가 차려온 음식을 보면서 군침을 꿀꺽 흘리고 있었다.

보아하니 이들은 이런 음식조차 마음껏 먹지 못하는 것 같았다.

위현룡은 깨달았다.

이 음식이 이들이 오늘 먹을 소중한 양식임을...

차마 입에 댈 수가 없었으나 그들의 성의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위현룡은 상위에 올려있는 물그릇을 단숨에 들이켰다.


"때마침 목이 마르던 차에 정말 맛있게 마셨습니다. 배는 고프지 않아 나물을 남겨두니 너무 무례하다 생각하지 말아주십시오."


위현룡의 얼굴에 진심이 엿보였으므로 노부부는 감격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였다.

그때 여자아이가 얼른 다가와 나물을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위현룡이 먹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덤벼든 것이었다.


"지금 손님 앞에서 뭐 하는 짓이냐!!"


곽유의 아버지가 여자아이를 크게 혼내면서 음식을 빼앗으려 하자 위현룡이 급히 만류하였다.


"놔두십시오. 배가 많이 고팠던 듯 한데..."


"정말 뵐 낯이 없습니다...죄송합니다...대협..."


그는 깊은 한숨을 쉬면서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용서를 구했다.

여자아이는 반쯤 겁먹은 얼굴로 눈치를 보더니 손에 쥐고 있던 나물을 슬쩍 상위로 올려놓고 있었다.

위현룡은 아이를 보면서 그들에게 물었다.


"곽유에게 동생이 하나 있다는 사실을 들어 알고 있습니다. 바로 이 아이로군요."


"아닙니다. 이 아이는 제 죽은 친구의 딸인데 저희가 거둬서 기르고 있습지요."


"아! 그럼 유의 동생은..."


"큰 녀석이 돈 벌어온다고 청성파로 떠났다가 죽어 돌아오자 둘째가 자신이라도 돈을 벌어오겠다며 화산파라는 곳으로 떠났습니다."


"화산파라 하셨습니까?"


"네...그렇습니다. 거기서 속가제자들을 받아준다는 소문을 어디서 주워들은 모양입니다. 저희들이 극구 만류하였으나 그 녀석 고집이 워낙 세놔서..."


"....."


"솔직히 돈이 그렇게 쉽게 벌린답니까....저희 입장에서는 여기보다는 나을 테니까...그저 어디 가서든 밥만 굶지 않고 산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게지요."


자신들의 처지가 너무나도 비참하고 한심했는지 그들은 부부는 또 한번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위현룡은 옆에 내려놓았던 상자를 그들 앞으로 밀었다.


"이것을 받아주십시오."


상자를 열자 꿈에서도 보기 힘든 은자가 수북히 담겨져 있었다.

그들 부부는 눈이 휘둥그레지다못해 하마터면 뒤로 넘어갈 뻔하였다.


"이...이...이게 웬 것입니까!!"


"청성파에서 드리는 작은 보상입니다."


청성파에서 주는 보상이라는 말에 그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저...정말 이걸 저희들에게 주시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런데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얼른 말씀만 하십시오. 뼈가 가루가 되어 부서지는 한이 있어도 대협의 요청을 반드시 받아드리겠습니다."


"제가 알기론 여기 무상촌에 곽유와 같이 속가제자로 들어왔던 이들의 식솔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들에게도 이 은자를 골고루 나눠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그 말에 곽유 부친이 머리를 넙죽 조아리면서 얼른 대답하였다.


"당연한 말씀입니다. 곽유와 친하게 지냈던 동무들이었습니다. 대협께서 그런 부탁을 하지 않으셔도 저희들은 이 많은 은자를 저희들만 쓸 생각이 없었습니다."


비록 빈곤했지만 그들에게는 사심이 없었다.

위현룡은 이런 훌륭한 부모님이 있기에 곽유가 반듯하게 자랄 수 있었음을 생각하고는 속으로 무척 기뻤다.


"많은 사람들이 나눠 쓰기엔 은자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일단 이것으로 생활을 꾸리시고 훗날 더 많이 가져다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그들은 천부당만부당하다는 표정으로 위현룡의 발아래 부복하였다.


"이것만해도 평생을 굶어죽지 않을텐데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저희는 죽어서도 결코 대협의 은덕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제가 주는 것이 아니고 청성파에서 주는 것입니다. 앞으로 청성파는 청성파를 위해 고귀한 생명을 내놓은 이들을 절대로 잊지 않을 것이니 슬프고 서운한 감정을 조금씩이나마 세월에 흘려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아....대협...정말 너무나 고맙습니다...."


곽유 부모는 불의를 저지른 아들의 누명이 벗겨지는 것도 모자라 이렇듯 곤궁했던 삶에 희망이 번지자 주체할 수 없는 행복감에 몸을 떨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위현룡은 가슴을 짓누르고 있던 바위덩어리가 조금이나마 가벼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 순간, 별안간 시끄러운 고함소리가 집밖으로부터 들려왔다.


"안에 들어가 있는 놈은 당장 밖으로 나와라!!!"


심상치 않은 살기가 잔뜩 느껴지고 있었다.

어떤 무리들인지는 모르나 위현룡은 자신이 가져온 은자를 노리고 어떤 패거리들이 몰려왔다고 생각하였다.

어디가나 이런 자들이야 늘 존재하는 것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가난한 촌락사람들을 상대로 이런 짓거리를 하는 자들이 있다는 것이 위현룡을 격노하게 만들고 있었다.

잠시 내려놓았던 검(劍)을 잡았다.

그리곤 갑작스런 소란에 사색이 되어 있는 부부에게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제가 알아서 해결할 것이니 아무런 걱정하지 말고 여기서 기다려주십시오."


문을 열고 나가니 아까 모여든 마을 사람들이 떠나지 않고 모두 고스란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허나 그 대신 달라진 점이 조금 있다면 맨 앞에 무기를 든 이 십여 명의 인원이 보인다는 것이었다.

위현룡이 모습을 드러내자 그들은 바짝 긴장하면서 공세를 취하였다.

그런데 그들과 정통으로 눈을 마주친 위현룡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내질렀다.


"너희들은!!"


"앗!!"


밖에서 살기 등등하게 서 있던 자들도 벼락에 맞은 듯 온 몸이 굳어져 움직이지 조차 못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들이 그토록 그리워하던 얼굴을 현실에서 보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무거운 병장기들이 일제히 바닥으로 떨어졌다.


"혀....혀....형님? 정말 형님이시오?"


그들은 오랜 세월 한솥밥을 먹으며 수련을 해왔던 청성파 속가제자들이었는데 죽은 것으로 알고 있던 위현룡이 눈앞에 나타났으므로 몇 번이나 두 눈을 비비고 있는 중이었다.


"너희들이 이 곳에 어쩐 일이냐!!"


"아이고! 형님 살아있으셨구료!!!"


위현룡을 붙들고 울고불고 하는 바람에 큰 싸움이나 벌어질까 구경하던 마을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위현룡은 너무나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들인지라 역시 그들을 꽉 끌어안고 재회의 기쁨을 나누었다.


"근데 도대체 이게 어찌 된 일이냐. 왜 여기에 너희들이 있는 것이냐?"


기쁨도 잠시 뿐, 당면한 현실이 위현룡을 걱정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속가제자들 중 한 명이 그 질문을 받고는 억울함이 가득한 소리로 대답하였다.


"청성파에서 쫓겨난 지 오래되었습니다."


"쫓겨나다니!! 어째서 말이냐?"


문득 얼마 전 여각에서 우연히 만난 원연홍에게서 청성파는 더 이상 속가제자들을 받지 않거니와 있던 속가제자들도 다 돌려보냈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났다.


"정말 모두 다 쫓겨 나왔단 말이냐?"


"네, 그렇습니다..."


"......."


"청성파에서 나온 뒤로 각자 흩어져 고향으로 내려갈까 했는데....솔직히 돌아가 봐야 부모님 뵐 낯도 서지 않고...딱히 자리잡아 할 일도 없어서...그러다가 이 곳 출신인 동무들을 따라서 우리들도 그냥 이곳으로 들어와 버린 것입니다."


"그랬구나..."


"네. 헌데 청성파에서 누가 찾아와 곽유의 식솔을 찾고 있다는 말을 듣고는 혹여 청성파에서 곽유의 식솔들에게 무슨 짓이나 하지 않을까 걱정되어서 이렇게 모두 몰려온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설마 형님일 줄 어찌 상상이나 하였겠소...정말 형님이 맞긴 한 거지요?"


아직까지도 믿어지지가 않는 다는 듯 그들은 위현룡을 여기저기 만져보면서 자신들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또 확인하였다.

그들의 행동이 엉뚱하여 엷은 미소를 한번 지어본 위현룡은 물었다.


"그래 너희들은 이곳에서 어찌 살고 있느냐?"


"뭐....속가제자 시절 때 조금 모아놓은 돈으로 지금껏 버텼습니다만 그 마저 바닥을 보이는지라 조만간 다른 마을로 갈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 곳에는 마땅한 일자리도 없으니까요..."


"음...하지만 마을로 들어 오다보니 비어있는 토지들이 많던데...어째서 여기 사람들은 일은 하려하지 않고 이렇듯 굶주리며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냐?"


"그건...나름대로 이유가 있습니다."


"이유라고? 무슨 이유 말이냐?"


"도적들 때문이지요."


"도적들?"


"네.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북주산이라는 산이 있습니다. 하늘과 맞닿은 높은 봉우리만 해도 수 백 개가 넘는데다가 험준하기 이를 데 없어 옛날부터 도적 떼들이 들끓곤 하였습니다."


근래 들어 도적 떼들이 전 지역을 무대로 출몰하고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바였다.

특히 녹림방이라는 큰 방파가 그 구심점이 되고 있으며, 그 외 크고 작은 도적들이 험준한 산들을 거점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형국이었다.

이에 보다못한 무림인들이 단결하여 무고한 양민들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지만 점조직 형태로 무림 전역에서 움직이는 도적들을 완전히 퇴치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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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암중암투(暗中暗鬪) <03> +9 20.10.31 741 31 18쪽
27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암중암투(暗中暗鬪) <02> +5 20.10.24 840 28 15쪽
27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암중암투(暗中暗鬪) <01> +4 20.10.17 843 2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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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22> +9 20.06.21 1,143 2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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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20> +2 20.06.12 1,236 29 17쪽
25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19> +6 20.06.07 1,315 28 15쪽
25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18> +14 20.06.01 1,299 36 15쪽
25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17> +8 20.05.22 1,388 33 14쪽
25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16> +81 20.05.10 2,048 41 18쪽
25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15> +107 13.11.11 7,771 166 17쪽
25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14> +32 13.07.01 8,059 109 16쪽
25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13> +82 13.05.27 6,857 109 19쪽
25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12> +42 12.12.10 5,393 102 15쪽
25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11> +38 12.10.29 6,608 132 10쪽
24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10> +53 12.06.25 9,302 115 11쪽
24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09> +40 12.05.14 7,140 116 20쪽
24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08> +72 12.04.23 7,242 109 12쪽
24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07> +68 12.03.19 9,402 114 15쪽
24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06> +75 11.11.28 10,130 121 17쪽
24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05> +89 11.08.23 11,018 116 14쪽
24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04> +68 11.07.04 11,365 124 17쪽
24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03> +82 11.06.13 10,900 133 14쪽
24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02> +114 11.05.23 11,710 131 20쪽
24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심천패왕(深川覇王) <01> +109 11.05.02 12,596 131 14쪽
23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괄목상대(刮目相對) <09> +70 11.04.11 11,897 115 9쪽
23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괄목상대(刮目相對) <08> +60 11.03.14 11,354 114 18쪽
23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괄목상대(刮目相對) <07> +103 11.02.27 10,933 132 22쪽
23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괄목상대(刮目相對) <06> +88 11.01.24 11,302 133 18쪽
23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괄목상대(刮目相對) <05> +67 11.01.03 11,174 120 23쪽
23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괄목상대(刮目相對) <04> +67 10.12.20 11,305 130 16쪽
23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괄목상대(刮目相對) <03> +72 10.12.06 11,036 125 16쪽
23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괄목상대(刮目相對) <02> +50 10.11.15 11,338 114 16쪽
23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괄목상대(刮目相對) <01> +58 10.11.08 12,011 116 18쪽
23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24> +79 10.10.25 11,379 121 18쪽
22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23> +67 10.09.27 11,468 151 14쪽
22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22> +45 10.09.20 11,328 202 16쪽
22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21> +53 10.09.06 11,570 222 19쪽
22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20> +67 10.08.30 11,684 124 18쪽
22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19> +65 10.08.17 11,148 112 16쪽
22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18> +62 10.08.02 11,726 115 17쪽
22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17> +64 10.07.26 11,362 112 20쪽
22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16> +98 10.07.12 12,720 84 13쪽
22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15> +63 10.07.05 13,223 91 13쪽
22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14> +55 10.06.22 10,344 88 12쪽
21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13> +61 10.06.07 13,267 187 14쪽
21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12> +44 10.05.24 12,075 84 15쪽
21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11> +57 10.05.17 13,299 83 16쪽
21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10> +51 10.05.03 12,607 82 12쪽
21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09> +59 10.04.26 12,135 86 15쪽
21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08> +63 10.04.12 12,223 81 15쪽
21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07> +50 10.03.25 13,055 89 16쪽
21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06> +57 10.03.15 13,020 78 13쪽
21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05> +36 10.03.08 12,792 78 15쪽
21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04> +50 10.02.15 13,020 83 18쪽
20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03> +62 10.01.25 13,497 78 13쪽
»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02> +54 10.01.18 13,142 79 18쪽
20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일보전진(一步前進) <01> +50 10.01.11 13,408 80 15쪽
20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23> +53 10.01.01 12,891 65 14쪽
20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22> +389 09.12.20 10,502 78 19쪽
20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21> +69794 09.11.23 22,569 86 18쪽
20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20> +52 09.11.02 10,579 71 17쪽
20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19> +48 09.10.13 10,720 71 20쪽
20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18> +52 09.09.28 11,224 70 16쪽
20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17> +56 09.07.27 11,214 74 18쪽
19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16> +52 09.07.20 10,845 72 13쪽
198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15> +41 09.07.13 12,769 70 16쪽
197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14> +44 09.06.29 13,036 68 19쪽
196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13> +48 09.06.21 11,900 68 18쪽
195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12> +62 09.06.14 11,683 71 15쪽
194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11> +74 09.05.10 14,410 69 18쪽
193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10> +70 09.02.16 14,948 77 17쪽
192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09> +53 09.01.25 13,262 73 15쪽
191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08> +65 09.01.18 13,267 73 21쪽
190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07> +64 09.01.04 15,972 76 17쪽
189 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청성괴사(靑城怪事) <06> +65 08.12.28 14,526 78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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