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혼환령검(鬼魂幻靈劍) II - 괄목상대(刮目相對) <08>
후두에서 거대한 살기를 느낀 소림 방장은 날카로운 인상을 내비치면서 한백도장을 노려보았다.
“이 문제는 소림 내부의 문제인데 기어코 끼어드시겠단 말씀이십니까?”
“그 소림 내부의 문제에 저희 문파의 명예가 달려 있으니 말이오!”
한백도장이 냉랭한 음성으로 이렇게 대꾸하고 있었다.
이미 심상치 않은 상황을 눈치 챈 소림사 승려들이 명이 떨어지기도 전에 무당파 사람들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한백도장을 비롯한 무당파 사람들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방장은 똑똑히 들으시오. 방장의 오만함으로 인해 소림과 무당의 동맹은 완전히 깨어졌소. 앞으로 무림에서 더 이상 무당과 소림이 공조하는 일은 없을 것이오!”
그 말에 소림 방장은 노한 기색을 드러내면서 즉각 맞받아 쳤다.
“맘대로 하시오! 중원에서 으뜸가는 소림이 무당파가 없다 한들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
“오! 그렇소이까? 그럼 그 말이 미련한 착각이었음을 이참에 보여줘야겠군요!”
“원하시면 그렇게 하시지요.”
짧은 설전이 끝나고 양측이 본격적인 싸움에 접어들 순간이었다.
나한진과 사대금강을 상대하고 있던 장윤이 거친 소리로 외쳤다.
“야! 너희들은 끼어들지 말고 빠져 있어라! 이건 무당파 문제가 아닌 내 개인적인 문제다!”
무당 한백도장은 그 말이 무슨 뜻인지를 알고는 망설이는 마음이 생겼다.
만일 여기서 소림과 일전을 벌이게 된다면 이것은 두 세력의 공멸을 뜻하게 된다. 또한 힘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중원에서는 온갖 힘겨루기가 일어날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많은 분쟁과 함께 큰 피해가 뒤따라올 것이 분명했다.
(신중해야 한다. 일이 비상식적으로 커지긴 했지만 무턱대로 무력전으로 번질 필요는 없다.)
이심전심일까. 방장도 엇비슷한 생각을 품고 있었다. 문파의 자존심 때문에 무당의 심기를 건드리긴 했지만 솔직히 전면전이 벌어진다면 소림은 물론이고 자신의 방장자리도 간당간당할 판이었다.
방장 각운대사는 헛기침을 한번 하면서 시선을 일부러 나한진 쪽으로 두어 손을 살짝 들었다 올렸다.
이것은 공격수위를 낮추라는 신호로써 무당파를 더 이상 자극하지 않겠다는 뜻을 보여 한발자국 뒤로 물러난 것이었다. 이에 화답하여 한백도장도 슬그머니 검을 도로 집어넣었다.
(사백의 무공이면 완화된 나한진의 공격권을 벗어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때 여기를 같이 빠져나가면 될 것이다.)
장윤은 거세던 공격이 둔해지자 기회다 싶어 얼른 쓰러져 있는 위현룡에게 몸을 날렸다.
그리고 단숨에 그를 들쳐 업고는 소림을 빠져나가기 위해 신법을 전개하였다.
“이런! 저 자를 놓치지 마라!”
각운대사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눈치껏 빠지기를 고대하면서 공격수위를 낮춰 주었더니 기껏 한다는 짓이 위현룡과 함께 도피하려는 모양이다.
이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여기서 위현룡을 놓쳐 버린다면 무림에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 만큼 망신살이 뻗치게 되니 무당과 마찰이 일어나더라도 부득이하게 장윤을 굴복시켜야만 했다.
나한진과 사대금강의 공격이 초반처럼 일어나 압박을 가하자 장윤은 황급히 위현룡을 내려놓고 검을 휘둘러 대항하였다.
보고 있던 한백도장은 어두운 기색으로 은밀히 사제들에게 일렀다.
“사백께서 이쪽으로 움직이시려 하신다. 모두 준비 하거라!”
한백도장은 냉철한 눈으로 싸움판을 읽었다. 지금 당장 싸움을 시작하여 혼전이 된다면 수적 열세에 빠진 무당파가 전멸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었다. 때문에 소림이 사백에 거의 모든 신경을 쏟고 있는 찰나를 이용한다면 오히려 큰 피해없이 무사히 소림을 빠져나갈 수도 있을 듯했다. 그리고 이 수모는 나중에 인원을 모아서 철저히 되돌려 주면 된다는 게 그의 계획이었다.
“야! 석추승아! 정말 제자 죽는 걸 멍청하게 보고만 있을 거냐! 십 초식 안에 답을 안 주면 나 정말 화낸다!”
원송에게 소리치는 가운데 사대금강의 검에 장윤의 옷자락이 베어 공중에 날렸다.
장윤의 입가에서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단판 싸움이면 모르되 시간이 점점 흐르게 되자 체력적으로 딸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야! 자꾸 이러면 이 중놈들 정말 죽이게 될지도 몰라!”
장윤이 재차 뜨거운 숨소리를 냈지만 원송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미동도 않고 있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에이! 더럽다. 관둬라!”
열이 뻗친 장윤은 순식간에 공격력을 최고조로 올려 무차별공격을 하기 시작했다.
공중으로 피분수가 뿜어졌다. 장윤이 한번 휘두를 때마다 승려들이 나가떨어지고 있었다.
이때 방장의 눈썹이 위로 치켜뜨면서 노한 음성으로 소리쳤다.
“일대제자들은 달마육진(達磨六陣)을 형성하여 속히 저 자를 제압하라!”
달마육진은 나한진과는 또 다른 형태의 진법이었다. 나한진이 다수의 인원으로 힘의 균형을 맞춰 적을 격퇴시키는 방식이라면 달마육진은 그야말로 개개인의 무공이 바탕이 되어 강력한 적을 일거에 무너트리는 방식이었다. 그런 이유로 달마육진을 형성하는 사람은 문파 내에서 인정받은 실력의 소유자들이었다.
나한진과 사대금강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그 자리에 달마육진이 대신하였다.
“나무아미타불...시주는 속히 공격을 멈추시오.”
무거운 불호가 귀청을 파고들면서 정신을 뒤흔들었다. 이는 일종의 음공으로써 상대의 판단을 흐트러트리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아...드럽게 시끄럽네...”
잔뜩 짜증을 낸 장윤은 다짜고짜 그들에게 태극혜검의 상승초식 몇 자락을 휘둘렀다.
태산을 무너트릴 기세로 들어오는 기검을 받은 그들은 안색이 싹 변했다. 관망할 때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공격이 그의 검끝에서 시작된 것이다.
달마육진은 수레바퀴처럼 빙빙 돌면서 장윤의 공세를 용케 피해 내더니 곧바로 반격에 들어섰다.
그들의 절기들은 검과 곤봉과 같은 무기가 아닌 장풍권각이다. 장풍권각은 접근전에서 유용한 무공이 아닌가.
장윤은 태극혜검을 제대로 펼치기 위해 최소한의 거리가 필요했으나 이들은 더욱 바짝 옥죄면서 장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상대가 한명이라면 모르되 여섯 명이 각자의 방위를 점유하면서 움직임을 제한시키는 상황에서 장윤의 태극혜검은 본 실력을 낼 수가 없었다.
세 명이 공격을 하고, 세 명이 기습을 노린다. 달마육진의 전형적인 공격형태였다.
장윤은 가까이서 들어오는 장력을 무당보법으로 피해 다녔다. 그가 창안한 괴유신보(怪流神步)라는 보법이 빛을 발했기에 그나마 밀리지 않고 버티고 있는 것이었다.
“젠장...”
이미 나한진과 사대금강을 상대하느라 체력을 거의 다 소진한 장윤이었다. 이런 상태에서 달마육진과 홀로 싸우는 것은 벅찬 일이었다.
달마육진은 장윤이 주춤거리자 주저하지 않고 웅장한 장력을 앞으로 뻗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안면까지 파죽지세로 밀려왔으므로 암암리에 지친 숨을 돌리던 장윤은 깜짝 놀라 검을 세워 받아쳤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검이 부르르 떨렸다. 제대로 태극혜검의 기를 운용하지 못해 충격이 팔목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장윤의 앙상한 손이 시뻘겋게 부어올랐다.
“이제 그만 항복하시지요...”
그러나 달마육진에서 나오는 권고를 장윤은 신경질적으로 거부하였다.
“웃기지 마라! 아직 난 안 끝났다!”
몸을 빙그르 돌리면서 두 갈레에서 온 장풍을 보법으로 피해 낸 장윤은 신형을 앞으로 갔다가 다시 뒤로 퉁기면서 곧장 한 승려에게 검공을 날렸다.
이 한 수는 장윤이 태극혜검 마지막에 완성시킨 초식으로 태극혜검의 모든 정수가 담겨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승려는 설마 이런 반격을 취할 지 상상도 못했던지라 그만 방어도 못해 보고 어깨에 부상을 입고 나가 떨어졌다. 하지만 이 한 수에 상당한 정력을 소비한 장윤은 뒤에서 들어오는 기습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가 없었다.
“으읔!”
입고 있던 옷자락이 공중에서 산산이 부서졌다. 한줄기 강맹한 장력이 장윤의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간 것이었다.
비록 가까스로 피해내긴 했지만 연로한 장윤에게는 만만치 않은 부상의 고통으로 다가왔다.
신형이 휘청거리는 와중에 장윤은 이를 악물고 검막을 형성하여 연달아 날아오는 장력들을 완벽히 막아내면서 한 승려의 삼대요혈을 노리고 기습공격을 단행했다.
지켜보던 군중들이 일제히 탄성을 자아냈다. 보통사람 같으면 그냥 끝장났을 텐데 그 와중에 공격을 하여 기어코 성공시키는 모습이 혀를 내두르게 만든 것이었다.
부상을 입고 피를 흘리면서 뒤로 몇 발자국 물러난 승려는 부상이 경미했는지 다시 장윤을 공격해 들어갔다.
달마육진은 현재 다섯 명이 되어 있었으나 그 위력은 전혀 반감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협공 시 참여인원은 세 명이었기에 세 명이 유지되는 한 그 위력은 여전했던 것이다.
뜨거운 입김이 장윤의 입가에서 새어나오면서 식은땀이 뚝뚝 떨어졌다.
한백도장은 예상과는 달리 사백의 목숨이 경각에 다다르자 다급해졌다.
“속히 사백을 구하라!”
그런데 막 검을 뽑아서 달려 드려는 순간 어디선가 소용돌이와도 같은 장력이 곧장 달마육진에게 뻗어갔다.
그 위력은 실로 어마어마하여 군중들은 물론이고 달마육진도 기겁을 해야만 했다.
“모두 피하라!”
달마육진이 재빨리 분산되면서 정체불명의 장력을 피해 냈고, 빗나간 장력은 그대로 땅바닥에 적중되어 굉음과 함께 주위에 뿌연 돌먼지를 흐트러트렸다. 누군가 공중으로 힘껏 날아오르면서 십장의 거리를 뛰어넘어 장윤의 앞에 우뚝 섰다.
“달마신장이다!”
군중들은 난생 처음 목격하는 달마신장의 어마어마한 힘을 보면서 새삼 위대한 소림무공에 대한 무한한 경외감을 느꼈다.
“원사제 지금 뭐하는 짓인가!”
사형 진단이 원송을 향해 크게 호통을 쳤다.
“송구합니다. 사형! 저 녀석은 제 하나밖에 없는 제자라서 꼭 구해야만 하겠습니다. 나중에 사형께 죄를 청할 것이니 이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이렇게 호소한 원송은 즉각 달마신장의 내력을 극성으로 끌어올렸다. 엄청난 기도가 방출되면서 주위에 몰려 있던 사람들의 심장이 반응하듯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야! 석추승아 참으로 빨리도 움직여 주었구나!”
거친 숨을 몰아쉬던 장윤이 이렇게 비꼬아 대고 있었다.
그때 각운대사가 대노하여 소리를 질렀다.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사문의 명예를 더럽히는 것도 모자라 위해까지 가하다니요! 이 죗값을 어떻게 다 치르시려고 이러십니까!”
그러나 원송은 그의 일갈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오만상을 찌푸리면서 장윤에게 말했다.
“태극혜검이 최고라더니 여기도 못 벗어나서 빌빌 거리는 거냐!”
“누가 빌빌거려! 네 놈 때문에 사정 봐주다가 이렇게 된 거 아니냐!”
“터진 입이라고 말은 잘 하네....아무튼 잔말 말고 그 놈이나 어서 데리고 도망쳐라!”
“내가 왜 도망 치냐! 난 내발로 떳떳이 나간다!”
“그래그래 떳떳이 얼른 도망이나 쳐라!”
장윤이 위현룡을 다시 들쳐 업고 있자 놀란 각운대사가 서둘러 명을 내렸다.
“저들을 어서 잡아라!”
주위에 있던 소림승들이 불나방처럼 원송과 장윤에게 달려들었다.
“이 녀석들아! 썩 물러나라!”
묵직한 기합을 한번 토한 원송은 쌍장을 교차시키면서 사방으로 막강한 장력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
바닥에 깔려 있는 반석들이 장력에 맞아 박살나면서 공중으로 우르르 일어나 달려오던 소림사 승려들에게 소낙비처럼 떨어졌다.
“어이쿠! 모두 피해라!”
몇 사람이 돌에 맞아 쓰러지고 나머진 갈팡질팡하는 가운데 원송의 신형이 그림자처럼 그 사이를 종횡무진 하였다. 이내 비명소리가 들리면서 순식간에 수 십 명의 승려들이 그의 장력에 얻어맞아 뒤로 나가떨어졌다.
“야! 지금이다! 어서 가라!”
“네가 말 안 해도 갈 꺼다!”
원송의 신호를 받은 장윤은 위현룡을 데리고 쏜살같이 내달렸다.
“으음..”
각운대사는 원송 한 사람에 의해 아수라장이 되어 가는 소림사를 보면서 자신도 모르게 고통스런 신음을 냈다. 이럴 수는 없었다. 어떻게 소림사의 명성이 무림공적 하나에 의해 공중분해 될 수 있단 말인가.
방장은 어떻게든 이 난국을 해결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일이 어떻게 망가졌든 일단 무림공적만 잡으면 그나마 추락한 명성을 조금이라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믿었다.
“거기 멈추시오!”
각운대사가 유령처럼 장윤의 앞을 가로 막으면서 선제공격을 날렸다.
강맹한 장력이 측면으로 날아오는 동시에 각운대사의 좌수가 목덜미를 후려치면서 들어오고 있었다.
“오냐 너 잘 만났다!”
그렇지 않아도 잔뜩 열이 받아 있던 장윤은 각운대사가 직접 상대해 오자 오히려 반색을 하였다.
위현룡을 들쳐 업으면서 그의 검까지 손에 쥔 상태였다.
장윤의 날카로운 보검이 각운대사의 달마신장을 격파시키면서 그대로 그의 동선을 따라 찔러 나갔다.
각운대사는 권각공격이 빗나가면서 반격을 당하자 몸을 뒤로 움츠리는 동시에 우수를 펼쳐 장윤의 안면을 향해 장력을 내질렀다.
순간 장윤은 고개를 숙여 피하려다가 어깨에 위현룡이 올려져 있음을 깨닫고는 어쩔 수없이 몸을 위로 솟구쳤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각운대사의 상체가 뒤로 휘어지면서 위를 향해 연달아 무차별적인 장력을 퍼부어 댔다.
장윤은 공중에 머물러 있는 상태라 몸이 자유롭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검을 사정없이 휘두르며 내려왔다. 뿌연 검기가 각운대사의 달마신장을 꿰뚫으면서 노도처럼 파고들었다.
각운대사는 대경실색하여 두 손을 허우적거리면서 장력을 발사하여 막아낼 시도를 하였다.
하지만 태극혜검의 위력은 더욱 증폭되면서 각운대사의 신체를 반동강 낼 기세로 휘어 들어오고 있었다.
“아! 늦었구나!”
각운대사는 그의 공격을 막아낼 도리가 없음을 깨닫고는 그만 몸이 뻣뻣이 굳어져 버렸다.
그때 다른 방위에서 두터운 장력이 직선으로 들어와 장윤의 태극혜검을 빠르게 쳐냈다.
원송이 각운대사의 위급을 보고는 장력을 날려 구한 것이었다.
“야! 어서 가라니깐 뭘 꾸물거리는 거냐!”
끝장낼 수 있었는데 아깝다는 표정으로 각운대사를 한번 쳐다본 장윤은 “알았다. 알았어!” 하고는 각운대사를 넘어 부지런히 소림사 바깥세상을 향해 전진해 나갔다.
“이 놈들!!”
벌떼처럼 달려드는 소림승들을 향해 원송의 무지막지한 공격은 계속 되었다.
나한진과 사대금강 그리고 달마육진을 포함한 모든 승려들의 합공이었으나 사방으로 달마신장을 날려 대는 원송을 손쉽게 제압하지는 못했다.
관망하던 원연홍은 조용히 검을 뽑아 들고는 일단의 소림승들과 어울려 싸우고 있는 장윤 쪽으로 빠른 걸음을 하였다. 그를 도와 퇴로를 터 줘야 위현룡이 무사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 그녀의 앞을 조용히 막아서는 사람이 있었다. 인자한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젓고 있는 한 노승이었다.
“모든 일이 일단락되었으니 시주께서는 뒤로 검을 물리시지요.”
원송의 사형 진단의 말에 원연홍은 즉각 대꾸하였다.
“그럴 수는 없습니다.”
“그러시는 게 좋겠습니다. 저 사람은 무사히 이곳을 빠져나갈 터이니 말입니다.”
저 사람이라 하면 위현룡을 지칭하는 듯하였다.
원연홍이 반신반의한 눈으로 장윤을 바라보자 어느 순간인지 소림승들을 일거에 제압하고는 소림사 담을 뛰어넘고 있었다.
한편 장윤을 등지고 미치광이처럼 장력을 쏘아 대던 원송은 장윤이 안전하게 도피를 하자 숨을 헐떡이면서 두 팔을 아래로 축 늘어트렸다. 모든 기력이 쇠하여 움직일 힘조차 없었던 것이었다. 그 틈을 타고 소림승들이 얼른 그의 혈도를 눌러 사로잡았다.
각운대사는 장윤과 위현룡이 도망쳐 버리자 이를 악물면서 무당파 사람들을 찾았다. 그러자 아까까지만 해도 자리에 서 있었던 그들이 연기처럼 사라져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허탈한 한숨을 쉬어 버린 그는 무서운 눈으로 원송을 노려보았다.
“사숙께서 이 책임을 모두 짊어지셔야 할 것입니다!”
원송은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을 측은하게 바라보고 있는 사형 진단에게 소리쳤다.
“사형! 실망시켜 드려서 정말 송구합니다. 그러나 저는 결코 후회하지 않습니다.”
진단은 눈물을 글썽이면서 말없이 고개를 돌렸다. 소림 방장 각운대사가 녹옥불장을 위로 치켜세우면서 명을 내렸다.
“이 죄인을 포박하여 가두도록 하라! 처결은 내일 원로회의를 거쳐서 결정할 것이다!”
이어서 그의 지엄한 명은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염청석과 그의 사제들을 향해서도 날아갔다.
“청성파 분들께서도 이 책임을 지셔야 할 것입니다.”
“방장....저희들은...그저...”
염청석이 당황하여 조잡한 변명을 하려하자 각운대사가 중도에 말을 끊어 냈다.
“무림공적의 도피에 청성파도 손을 보탰으니 무작정 발뺌을 하실 수만은 없을 것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단도직입적으로 원연홍을 가리키자 염청석의 안색은 어두워졌다. 원연홍은 검을 바닥에 떨어트리고는 염청석에게 다가갔다.
“사형...그리고 사제들께 정말 죄송해요...만일 무슨 일이 생긴다면 제가 목숨을 버려서라도 청성파에 누가 되지 않게 처신하겠어요...”
염청석은 먼 소림사까지 온 노고가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리자 답답한 심정을 감출 길이 없었다.
이 모든 것이 위현룡 한 놈 때문에 일어났다는 생각에 화가 치밀었지만 지금은 어떻게든 이 순간을 모면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염청석은 정중하게 각운대사에게 말했다.
“저희들은 방장의 처결에 따르겠나이다. 하지만 무림에서 소림의 위신도 있으니 청성파에 대해서 부디 관대한 처결을 내려 주시기를 바랄 뿐이옵니다. 더군다나 무당파까지 저리 돼 버린 마당이니...”
그 말을 들은 각운대사는 소림과 무당의 깨진 관계를 이용하는 염청석을 기가 차다는 눈으로 쳐다보았지만 그렇게 틀린 말도 아니었다.
무당과 등을 돌렸으니 소림으로서는 중심세력을 유지하기 위해 그리고 무당을 견제하기 위해 여러 문파들과 유대를 튼튼히 해야만 했다. 그렇다면 마교, 그리고 아미파와 좋은 연을 맺고 있는 청성파를 함부로 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누구보다 이윤을 저울질하는 계산이 빨랐던 각운대사는 억지로 말투를 누그려 틀었다.
“일단 청성파 분들께서는 잠시 원로회의가 끝날 때까지 만이라도 기다려 주셔야겠습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저희 청성파는 소림사를 위해 성심성의껏 협조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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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의말
안녕하십니까!
오랜만에 들어오니 편리한 공간이 하나 생겼군요.
오래 전부터 공지를 위해 부득이하게 제가 일타를 하곤 했는데 이제는 독자님들께 일타를 양보할 수 있게 됐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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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괄목상대] 가 끝나고 새로운 소제목으로 만나게 될 것입니다. 아직 제목은 정하지 못했습니다만...
반가운 인물이 한 명 등장하게 될 것입니다.
과연 누굴까요? 이건 퀴즈로 남겨두겠습니다. 정답은 다음 편에서 알게 되실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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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대참사가 일어났지요. 사상자가 늘어남에 따라 보시는 독자님들의 심정도 복잡하실 것입니다.
[일본의 지진은 하나님의 경고가 아닌가 생각된다.] 라는 조용기 목사님의 기사를 읽었습니다. 참 답답합니다.
종교나 과거사 등을 떠나 우리들은 사람의 생명을 가볍게 봐서는 안될 것입니다.
위대한 신이 아닌 한 평범한 인간이기에, 우리들은 그들과 서로 아픔을 나누고 함께 슬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가장 인간적이고 인간다운 것이니까요.
그럼 다음 편에서 뵙겠습니다.
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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