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
석우는 먹으면서도 확실히 머리를 굴렸다. 이것은 솔직히 이해가 가지 않은 상황이었다. 포탈이 마나의 응집으로 만들어 지는 것은 알지만, 그것을 먹으면 마나가 늘어난다?
아니, 애초에 포탈을 먹는 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우연히 입으로 들어가 버린 조각 덕분에 알게 된 것이었다. 그것도 게임 시스템의 도움이 없었다면 알지 못했으리라.
‘음?’
포탈이 절반 이상 사라졌을 때, 석우는 인상을 찌푸렸다. 자신의 몸 안에서 이상을 감지한 까닭이다. 석우는 서둘러 몸을 둘러보았다.
마나를 움직여 보던 석우는 얼굴을 구겼다. 한 곳에 싸여 있던 마나가 여러 곳으로 퍼지려 하고 있었다. 석우는 그와 동시에 동반되는 고통에 주먹을 쥐었다.
석우는 포탈을 먹고 있는 지아를 손으로 잡아 뒤로 물렸다. 지아는 왜 그러냐는 듯한 표정으로 석우를 돌아보았다가, 석우가 인상을 찌푸리고 있자 깜짝 놀랐다.
“그만 먹어.”
석우가 그렇게 말하고, 숨을 들이 쉬었다. 포탈의 마나가, 마나로드의 벽을 계속해서 치며 튕기듯이 움직이고 있었다. 온 몸의 마나로드로 침투한 마나들은 석우의 지시에 벗어나 있었다.
석우는 고통 속에서도 머리를 굴렸다. 일단, 이 포탈은 고통을 안겨다 주는 것은 맞지만 엄청난 량의 마나를 얻을 수 있게 해준다. 이 포탈을 다른 사람에게 줄 수는 없었다.
게다가 이 상태로 내버려 두면 재생을 끝마친 포탈이 다시 몬스터를 뱉어 낼 것이 뻔했다.
석우는 주먹에 마나를 실어, 오러를 만들었다. 동시에 아공간을 연 석우는 주먹을 날려 포탈을 쳤다. 포탈이 옆으로 움직였다. 포탈은 아공간으로 들어갔다. 이제 몬스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포탈을 빼앗길 염려도 없었고 말이다.
지아가 포탈이 있던 자리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황당했다. 포탈을 주먹으로 쳐서 허공에서 사라지게 하다니.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마나가 회복 되었고, 오히려 마나의 양이 늘어났다. 그녀의 얼굴에 기쁨이 녹아 있었다.
석우는 서둘러 몸을 움직였다. 마나가 계속해서 움직이며 고통을 만들고 있었다. 석우는 근처 건물의 옥상으로 올라갔다. 린이 석우를 따랐다.
석우는 아무렇게나 바닥에 앉아, 마나를 진정 시키기 시작했다. 반항 하는 마나를 진정시키는 방법은 하나, 다시 마나 홀, 단전에 집어넣는 수밖에 없었다.
석우는 자신의 마나를 천천히 움직여 마나로드를 따라 돌렸다. 여기저기 마나로드의 벽에 부딪히며 움직이던 마나가 석우의 마나에 밀려 점차 마나 홀 쪽으로 가기 시작했다.
‘어라?’
석우는 인상을 찌푸렸다. 막혔다.
‘여기에 벽이?’
지금까지 있는 지도 몰랐던 곳에 벽이 하나 있었다. 두꺼운 벽은 뚫기에 쉽지 않아 보였다. 석우의 마나가 멈추자, 포탈의 마나가 다시 움직였다. 사방으로 튀는 마나들은 벽에도 부딪혔다. 석우는 고통에 얼굴을 구기며 마나를 뒤로 물렸다.
하지만 석우는 이내 다시 마나를 앞으로 전진하게 했다. 조금 충격을 받은 벽이 느껴졌던 것이다. 아주 조금, 흠집만 났을 뿐이었지만 희망은 있어 보였다. 게다가 석우는 본능 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 벽을 깨면, 실력이 늘어난다.
석우는 마나를 회전하게 했다. 마나는 마치 드릴처럼 벽을 파고 들어갔다. 석우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입을 열지 않았다.
엄청난 고통에도 석우가 비명을 지르지 못하는 이유는 있었다. 이렇게 마나를 움직이는 와중에 비명을 지르면 집중력도 분산되게 되고, 입으로 마나가 빠져나가 버리게 된다. 숙련된 소드 익스퍼트라면 절대 적으로 하지 말아야 할 것 중 하나였다.
마나가 쿵쿵 거리며 벽을 쳤다. 포탈의 마나는 매우 공격 적이었다. 석우의 마나가 자신들을 밀자, 처음에는 석우의 마나에 저항을 하더니 이제는 자신을 막는 벽을 공격하듯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드디어 벽에 금이 갔다. 석우는 주먹을 꽈악 쥐었다. 고통이 밀려왔다.
린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석우를 바라보았다. 그녀도 요동치는 마나에 석우가 마나를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왜 석우가 저 이리 고통스러워하는지 알 수는 없었다. 린은 석우를 보듬어주고 싶었지만, 그만 두었다. 그녀도 마나를 움직이고 있는 와중에 자신이 보듬어주면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았다.
벽이 조금씩 뚤리기 시작했다. 금이 간 곳으로 마나가 들어가기 시작했다. 석우는 세로운 곳에 마나가 주입이 되는 기분 좋은 느낌과 고통이 동반되자 웃지도 못하고 울지도 못하는 미묘한 표정이 되어 마나를 조종하는 것에 집중했다.
석우의 몸에서 엄청난 땀이 흘렀다. 하지만 석우는 그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콰앙!
벽이 무너지며 석우의 몸이 들썩였다. 린은 깜짝 놀라 석우를 바라보았다. 벽이 무너지고, 마나가 그곳을 채웠다. 빠르게 움직이는 마나가 남아있는 벽의 잔재를 가지고 사라졌다. 동시에 알림음이 떴다.
-띠링! 깨달음의 벽을 부셨습니다. 당신의 사고를 막고 있던 것, 당신의 생각에 한계를 두고 있었던 것이 부수어졌습니다.
-띠링! 새로운 마나로드가 개통 되었습니다.
-띠링! 마나가 2500 늘어납니다. 마나가 5만이 되었습니다. 소드 익스퍼트 상급에 해당하는 마나입니다.
-띠링! 검술 레벨이 소드 익스퍼트 중급에 해당하는 레벨입니다. 지금껏 마나가 부족하야 소드 익스퍼트 중급에 이르지 못했던 당신. 부족했던 마나가 채워져 소드 익스퍼트 중급이 됩니다.
-띠링! 소드 익스퍼트 중급이 되었습니다. 마나가 1000 늘어납니다. 전투 관련 스텟이 각 10씩 오릅니다. 비전투 스텟이 각 5씩 오릅니다.
“...”
석우가 그제야 입을 벌렸다. 소드 익스퍼트 중급이 되었다. 마나 유저 최상급에 머물고 있었는데, 검술 스킬은 상당히 레벨이 높은 것 같은데 왜 소드 익스퍼트로 올라가지 못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와중이었다. 그런데 그 이유가 마나의 부족이었다.
마나의 부족이 사라지고, 마나가 넘쳐났다. 그리고 소드 익스퍼트 중급이 되었다. 석우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소드 익스퍼트 중급. 고작 마나 유저 최상급이었던 시절과는 당연히 차이가 난다. 그냥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다. 마나 유저 최상급들이 수십명 모여도 소드 익스퍼트 중급을 이기지 못한다. 엄청나게 강해졌다. 석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쁨을 즐기고 싶었지만, 이렇게 여기서 가만히 있을 때는 아니었다.
린이 석우에게 다가왔다. 석우가 린을 가볍게 안았다. 린은 수건으로 석우의 땀을 닦아 주었다. 석우가 다시 현장으로 몸을 움직였다.
현장에는 능력자 협회에서 나온 능력자들과 정부의 요원들, 그리고 기자들로 북적였다. 석우는 인상을 찡그렸다. 기자들이 만약이라도 석우의 모습을 찍었다면 걱정할 필요가 있었다. 그것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을 능력자 협회에서 알게 된다면 어떻게 나올지 몰랐다.
지아가 석우를 바라보았다. 석우가 지아의 곁으로 다가갔다.
“능력자 협회에서 너를 보고 싶다는데.”
지아의 말에 석우가 미간을 찌푸렸다. 왜 자신을 부를까. 단순히 이 상황을 타계한 사람으로서 부르는 것일까, 아니면...
석우는 능력자 협회의 능력자들에게 걸음을 옮겼다.
“저를 보고 싶다고 했다고요?”
“아, 정석우씨 입니까?”
“네.”
석우가 고개를 끄덕여 대답했다. 능력자가 손을 내밀었다.
“저는 임시 능력자 협회 한국 지부장, 지성철이라고 합니다.”
“저는... 능력자 협회 한국 지부장의 아들. 정석우라고 합니다.”
석우는 손을 뻗어 악수를 나누었다. 임시 능력자 협회 한국 지부장. 그가 혹시 모를, 있지도 않은 권력으로 자신을 누르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석우의 소개는 길었다. 능력자 협회 한국 지부장의 아들에게, 임시 지부장이 뭐라고 하기에는 힘들다.
“아, 역시.”
성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석우는 어깨를 으쓱했다.
“사건이 사건인지라. 조금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어떤 도움을 말 하시는 것입니까.”
“사건의 정황을 말해줄 사람과, 그것을 해결한 방법을 말해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저군요?”
“그렇죠.”
성철이 석우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였다. 석우는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갑이다. 상황상 자신은 갑이 될 수밖에 없다.
“뭐, 알겠습니다. 질문 하실게 있으면 질문 하시죠.”
“그... 질문의 특성과 보안상 능력자 협회 한국 지부로 가셔셔 하는게...”
“알겠습니다.”
석우는 흔쾌히 대답했다. 능력자 협회에 대해서는 잘 알았다. 일단 포탈이 나타났고, 피해가 거의 없이 해결해 내었다. 물론 주변 건물이 부서졌지만, 인명피해는 거의 없었다. 몬스터들이 대부분 석우와 가이스를 상대하느라 정신이 없었으니까.
능력자 협회는 아마 그것을 가지고 거래를 할 것이었다. 그들은, 이미지로 먹고사는 존재다. 이렇게 인명피해가 거의 없는 사건을 자신들이 했다고 발표하면 그들에게는 이득이었다.
석우는 성철과 함께 능력자 협회 한국 지부로 이동했다. 지아와 함께 오고 싶었지만, 지아는 본사 사옥 때문에 할 일이 많은 것 같아 데려오지 못했다.
“처음 석우씨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상황은 어땠습니까?”
“뭐, 포탈이 계속 열려 있었고, 거기서 몬스터들이 나오고 있었죠.”
“포탈이 계속 열려 있었다고요?”
“네,”
“그럼 그 포탈은 어떻게...”
“포탈 바로 앞에서 포탈에서 나오는 몬스터들을 처리 했습니다. 제가 포탈에서 나오는 몬스터들을 처리하고 있는 와중에 능력자들과 린이 이미 나와 있던 몬스터들을 처리한 것이고.”
“아, 린양도 능력자셨군요.”
“대단하다고 자부하죠.”
석우가 말했다. 린은 확실히 대단했다. 석우와 크론벨이 검술을 가르친 덕에 순수 검 실력만 마나 유저에 이르렀고, 어쎄신의 능력은 그보다 더 뛰어났다. 린이 숨어 있다가 기습을 하면 블랙 와이번 기사단의 언데드 기사들도 상처를 입을 정도로. 물론 바로 회복하기는 하지만 말이다.
“포탈은 그렇게 계속 몬스터를 생성해 내다가 사라졌습니까?”
“예. 어느 순간 작아지더니, 점점 흐릿해지더군요.”
임시 지부장은 석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포탈을 조각내어 먹었다. 라는 말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게다가 석우는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도 말하는 것은 병신 짓이다 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협조에 감사합니다.”
임시 지부장이 노트에 무언가를 적고는 말했다. 석우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런데 혹시...”
임시 지부장이 조금 머뭇거리며 입을 열었다. 석우가 미소를 지었다.
- 작가의말
이얍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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