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알려주시죠. 제가 얼마나 무력한지, 얼마나 어리석은지..."
로인은 백작의 말에 대답했다.
"좋아! 그럼 따라오게."
백작은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로인은 백작의 뒤를 따랐다. 실비아는 잠시 상황이 어리둥절하였지만, 이내 백작에게 다가갔다.
"어쩌시려고요?"
"보고 있어라.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
"제 친구에요."
"친구? 도대체 어디서 만난 친구인지 모르겠군."
백작은 웃으며 말했다. 살짝 비꼬는 듯한 말투였지만, 그는 기뻐하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걱정이 되기도 했다. 자신의 딸에게 친구가 있다는 것은 좋지만, 그 친구가 남자라는 것이 걱정이 되는 것이다.
백작의 딸이 아무런 능력도 없는 평민과 친구가 될 수는 없었다. 그것이 남자라면 더더욱!
"제가 유일하게 믿는 친구에요. 다치게 하면... 화낼거에요."
실비아가 경고하듯 말했다. 하지만 백작은 귀엽다는 듯 웃을 뿐이었다.
"다치더라도 그건 내 잘못이 아니지. 저 아이의 실력이 부족한 것이 잘못인 게야."
"..."
백작의 말에 실비아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강렬한 눈빛을 백작에게 보내고 있었다.
백작과 실비아, 그리고 로인이 도착한 곳은 백작의 연무장이었다. 백작은 구석에 세워져 있는 검을 하나 들었다.
"나는 검을 사용하겠네. 자네의 무기는 무엇인가?"
"제 무기... 무기의 제한은 없고 단지 제 자신의 강함을 드러내면 되는 겁니까?"
"그렇지, 어떠한 것이라도 자네가 강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것으로 나와 대련을 하면 되네. 언제든지 자네가 준비되면 먼저 공격하게."
"좋습니다."
로인은 백작의 대답에 미소를 지었다. 로인은 인벤토리에서 검을 뽑아듬과 동시에 가이스와 린을 소환하였다.
"가이스 소환, 린 소환."
"호오... 골렘이라... 아니, 정령이군. 약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군."
"저도 제 한 몸을 지킬 자신은 있습니다."
로인은 대답했다. 트롤과 오우거등을 상대하고 오른 레벨이 7이다. 현제 레벨은 95. 엄청난 성장이었다. 그만큼 성장을 한 만큼, 그는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로인의 자신은 백작의 머리위에 떠있는 창을 봄과 동시에 흔들릴 수 밖에 없었다.
[라이엄 베르시아. 레벨:355]
'미친... 저게 사람이냐...'
잠시 잊고 있었다. 베르시아 가문의 가주, 라이엄 백작이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인 것을 말이다.
"두고 보면 알겠지, 공격해보게."
라이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로인은 라이엄의 말이 끝나자마자 앞으로 달려 나갔다. 린을 통해 기습을 하려 했지만 그렇게 하다가는 오히려 린이 다칠 것 같아 린을 소환해제 한 후였다.
차앙!
검과 검이 부딪히며 날카로운 소리를 내었다. 로인은 옆에서 느껴지는 싸한 느낌에, 재빨리 옆으로 돌아 검을 들었다.
캉!
'어느새!'
로인의 공격을 막은 라이엄이 로인의 옆에서 공격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이 아니야!'
엄청난 움직임, 사람의 그것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대단했다. 로인은 인상을 찡그리며 뒤로 빠졌다.
"가이스, 어스밤!"
가이스가 로인의 명령에 어스밤을 생성해 라이엄에게 날렸다. 하지만 라이엄은 재빠르게 검을 휘둘러 모두 막았다.
"치잇, 어스월!"
로인은 가이스에게 명령하고 앞으로 달려 나갔다.
'정령으로는 아무리 해도 아빠에게 피해를 입힐 수는 없을 텐데...'
실비아는 속으로 생각하며 로인을 바라보았다.
로인은 어스월로 라이엄의 시야를 가린 후, 뒤로 돌아 그를 공격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라이엄은 그의 생각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다. 가볍게 어스월을 뛰어 넘어 버린 것이다.
로인은 그의 움직임에 놀라 입을 벌렸다.
'이러면 절대 이기지 못한다. 차라리 정면 승부를 하는 게 나아.'
로인은 속으로 생각하며 가이스를 소환 해제하였다. 정면승부를 결정한 이상, 가이스는 방해가 될 뿐이었다.
로인은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라이엄은 로인의 검을 막아갔다. 하지만 로인의 검과 라이엄의 검이 부딪히자, 라이엄은 눈을 꿈틀거렸다.
'호오... 무게가 실려 있지 않았군. 황당하군. 내가 너무 방심했던 것인가... 아니면 이 녀석의 실력이 뛰어난 것인가...'
라이엄은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이었다. 최상급이 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엄연히 최상급인 것이다. 그런 그가 무게가 실려 있는 검과 그렇지 않은 검을 구분하지 못한다? 그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방금, 그런 일이 일어났었다.
로인은 라이엄의 검에 자신의 검을 튕긴 후, 재빠르게 검을 다시 휘둘렀다. 이번에는 강한 힘이 담겨져 있었다. 라이엄은 검을 들어 그것을 막고, 자신도 검을 휘둘렀다.
'허억!'
로인은 다급하게 검을 회수해 라이엄의 검을 막았다.
창!
로인은 자신의 등으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끼며, 숨을 내쉬었다. 정말 죽는 줄 알았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막지 못하고 몸이 베였을 것이었다. 물론 라이엄이 검을 멈추었겠지만 말이다.
"어떤가? 자신의 무력함이 느껴지지 않는가?"
라이엄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여전히 로인과 공방을 나누고 있었다. 하지만 로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라이엄의 공격을 막는 것만으로도 벅차 다른 곳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라이엄은 그런 로인의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
'이제 그만해야겠군.'
속으로 생각한 라이엄은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그의 검이 멈춘 곳은 로인의 목 바로 앞이었다. 로인은 거칠게 숨을 쉬며 팔을 내렸다.
"제가 졌습니다."
"자네가 얼마나 무력한지 알겠는가?"
"잘 알겠습니다."
라이엄의 말에 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니, 다행이군. 몸은 괜찮은가?"
"예, 부상 입은 곳이 하나도 없으니..."
로인은 말하다 말고 비틀거리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허억 허억... 이게 무슨..."
로인은 한 번도 격어 보지 못한 황당한 경우에, 당황하여 입을 벌렸다.
"아, 별거 아닐세. 단시간에 무리하게 몸을 움직여서 그런 것뿐이야. 극도로 긴장을 하고 있다가 순간 긴장이 풀려서 힘이 없는 몸이 잠깐 동안 풀려 버리는 것이지. 몇 분 동안 앉아있으면 회복 될 걸세."
라이엄은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하지만 로인에게는 별거 아닌 게 아니었다. 온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몸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검을 배우기 시작한 초기에도 느껴보지 못한 느낌이었다.
실비아가 로인에게 다가왔다.
"괜찮아?"
"어... 잘 모르겠어..."
로인은 일어나려 애쓰다 실패하며 다시 주저 앉았다.
"아, 가만히 앉아있는게 좋을걸세."
라이엄의 말에 로인이 고개를 돌려 라이엄을 바라보았다.
"자네의 어리석음은... 그게 회복되면 보여주도록 하지. 나는 먼저 가 있을 테니 저 아이가 회복되면 실비아, 네가 저 아이를 전략실로 안내해 주거라."
라이엄은 실비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전략실이라면..."
"네 친구라면, 믿을 만하겠지?"
"믿을 수 있는 친구지만... 아직까지 한 번도 외부인을 들인 적이 없잖아요."
"내 맘이지, 외부인을 들이지 말라는 규칙도 없는데 뭐,"
"..."
실비아는 라이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라이엄은 지금가지 한 번도 외부인을 전략실로 들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 대상이 아무리 믿을 만한 로인이라도, 라이엄은 로인을 처음 보지 않는가. 그런데 단지 로인에게 자신의 어리석음을 보여주겠다고 그것을 개방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전략실이라면 전략을 짜는 곳일 텐데, 전쟁도 잃어나지 않았는데 왜 전략실에 오라는 거야?"
로인은 실비아를 바라보며 물었다. 로인의 물음에 실비아가 입을 열었다.
"전략실은 전략을 짜려고 이용되기도 하지만, 전략을 짜는 연습을 하려고 이용하기도 해. 지구로 따지자면... 전략 보드 게임 같은 것이 있거든. 단지 규모가 엄청날 뿐이지... 그것을 가지고 서로 가상 전투를 하는 거야."
"..."
로인은 조금 황당했으나, 미소를 지었다. 그는 게임을 아주 좋아했다. 그리고 잘했다. 그중 로인이 두 번째로 많이 플레이 해보았던 게임이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이었다. 삼국지를 몇 번씩이나 클리어한 로인은 자신이 있었다.
로인은 몸이 움직여지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괜찮아?"
로인은 실비아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로인의 말에 실비아는 잠시 로인을 바라보다 걸음을 옮겼다.
전략실은 상당히 넓었다. 중앙에는 커다란 테이블이 놓여있었고, 그 위에는 라이엄이 준비를 해놓았는지 거대한 지형 축소 모형이 올려져있었다. 사방에는 투명한 벽으로 막혀있었다.
로인이 자리에 앉자 라이엄이 입을 열었다.
"규칙은 간단하네, 일단 이 조그마한 사람 한명이 100명의 군사를 의미하고, 사람만 있는 것은 보병, 기마와 같이 있는 것은 기마병, 말위에서 검을 들고 있는 것은 기사일세. 자세히 보면 보병들도 각자 무기가 다르지, 창을 든 보병도 있고 검을 든 보병도 있고, 활을 든 보병도 있어. 서로의 군대의 규모는 똑같네, 지형지물을 이용해서 공방을 유리하게 만들 수도 있고... 아, 또 하루에 움직일 수 있는 거리는 정해져 있다네. 군대가 처음의 10분의 1 만 남으면 패배라네. 그럼 시작하지."
"..."
로인은 규칙이 상당히 간단하다고 느꼈다.
'아니 그럼 군사가 얼마나 죽고 얼마나 살았는지 그건 어떻게 알고 얼마나 움직일 수 있는지는 또 어떻게 아는 거야...'
이해가 되지 않은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걸 만든 사람이 우리 백작가에서 일하는 마법사라서, 말로 명령을 내리면 저 모형들이 실제로 움직여. 그리고 전투를 할 때도 지휘관이 되서 군대를 지휘 할 수 있고... 문제는 전투를 하다가 지휘관인 네가 죽으면 아웃, 게임 오버야. 그리고... 이 투명한 벽 같은 거는 다른 사람의 눈에 네 병사들이 보이지 않게 하는 거야. 상대는 정찰병들이 네 군사들을 발견해야만 그들의 존재를 알아차릴 수 있어. 뭐... 대충 그런 거야. 그리고 일단 게임이 시작되면 아무것도 들리지 않을 거야. 의자에도 마법이 걸려있거든."
실비아가 옆에서 부가 설명을 해주었다. 마법! 모든 것이 설명이 되지 않는가. 마법으로 병사들이 지친 것까지 디테일하게 표현할 수 있어 병사들이 지치면 그것이 최대의 움직임이라는 말이었다.
'이거... 정말 재미있겠는데?'
로인은 미소를 지었다. 삼국지를 3D로 한다는 것 아닌가! 그에게는 이것은 게임일 뿐이었다.
"일단 둘다 본진에서 시작하는 것일세."
라이엄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말을 목책으로 둘러싸인 본진 안에 놓았다. 로인도 그를 따라 자신의 말들을 본진 안에 놓았다. 본진 안에 병사들을 놓자마자 한 명의 병사가 갑자기 백 명으로 늘어났다. 그들은 백 명으로 나누어지자 살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에 로인은 놀라며 미소를 지었다.
- 작가의말
이얍얍! 오타, 맞춤법 오류 지적 모두 환영합니다! 여러분의 댓글과 추천은 제게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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