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4
“맛있네.”
지아는 음식을 먹고 말했다. 석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음식은 비싼 만큼 맛이 있었다.
“아, 지아야. 너는 천지그룹을 언제 물려받을 거야?”
“...”
“천지그룹이 아니더라도 그 계열사를 받을 수도 있잖아. 언제 받을 거야?”
“조금 예민한 질문인건 알지?”
“...”
석우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번에 아빠가 계열사 하나를 준다고 준비를 하고 있어. 조금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열심히 해야지.”
지아의 말에, 석우는 잠시 아무런 말이 없이 음식을 먹다가, 입을 열었다.
“그럼 어느 계열사를 받을지는 모르고?”
“아, 아마 천지의류를 줄 것 같은데.”
지아의 말에, 석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너라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글쎄다. 요즘에 의류 쪽에서 뜨는 회사가 있어서, 그 회사랑 계약을 해보려고 생각 중인데...”
“무슨 회사?”
“아, 신기하게 판테아 대륙에서 네가 쓰는 이름이랑 같아. 로인이라고.”
석우는 지아의 말에, 피식 웃음을 흘렸다.
“신기하네.”
석우가 웃으며 말했다. 지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회사랑 어떤 계약을 맺으려고 하는데?”
“정확한 것은 만나보고 해야겠지만... 일단 그 회사가 편하고, 땀 배출도 잘 되는 옷을 팔고 있거든. 그리고 유명한 게 차별화된 디자인하고 고급스러움인데... 어쨌든 그 옷을 만드는 천을 좀 팔아달라고 하려고.”
사실 석우가 만든 천은 그렇게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몬스터의 가죽만 충분히 있다면 세상 그 어느 의류회사라도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간단했다. 물론, 몬스터의 가죽을 가지고 있는 회사가 석우의 회사뿐이라 특별해 진 것이었다. 몬스터의 가죽을 가공해서 일반 천과 섞은 것인데, 가볍고 질겼다.
“너는 그 회사한테 뭘 줄 생각인데? 그냥 돈을 준다고 하면 안 받아 들일 것 같은데.”
“아직 정확히 생각해 본 것은 없어. 일단 천지의류에 들어가서 여러 가지 상황을 보고 맞춰야지.”
석우는 지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천을 원하는 만큼 넘겨준다고 하면서 너를 요구하면 어떻게 할 거야?”
석우의 말에, 린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녀는 이미 로인이라는 회사가 석우의 회사인 것을 알았다. 결국 석우 자신이 지아를 요구한다는 말이었다. 린은 울상을 지었다.
“절대. 안 돼.”
지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곧바로 입을 열어 말을 이었다.
“그런 욕먹을 짓을 그곳에서 한다면 그 회사는 아마 따돌림을 받을 걸.”
석우는 지아의 말에 웃었다.
“그게 나라면?”
“...너야?”
석우는 어깨를 으쓱했다.
“...어떤 식으로 요구를 하는지가 중요하겠지. 그저 하룻밤 상대로 나를 요구한다면... 고민하겠지. 아니면 결혼상대로 나를 요구 한다면... 생각해보겠지.”
지아는 말했다. 석우는 지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결혼상대로 너를 요구한다면?”
“...싫어.”
잠시 생각하던 지아가 입을 열었다. 석우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입을 열었다.
“왜?”
“거래로 너와 결혼 하기는 싫어.”
“...뭐, 그렇다면야.”
석우는 어깨를 으쓱했다. 싫다는데 할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그럼... 뭘 요구할까...”
석우는 미소를 지으며 지아를 바라보았다. 아무리 지아가 가지고 있는 계열사라고는 해도, 이익이 없는 계약을 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그는 한 회사의 사장으로서와 한 명의 남자로서 해야 할 일을 구분할 줄 알았다.
“아, 로봇 쪽에서 기술 하나만 줘.”
“로봇?”
“어.”
“그건 왜?”
“비밀.”
석우의 말에, 지아가 인상을 찌푸렸다. 석우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랐던 것이다.
“네 회사에서 요즘에 로봇관련 중소기업들의 지분을 조금씩 사고 있다고 들었는데.”
“대외적으로 산 것은 조금이지만, 내가 개인 적으로 산 것을 합치면 그 회사 지분 30%를 넘게 가지고 있지.”
“돈이 넘치나 보구나? 도대체 돈을 얼마나 쓴 거야?”
“한... 1500억 원?”
“...”
지아는 입을 다물었다. 1500억 원. 엄청난 돈이었다.
“앞으로도 더 쓸 거야?”
“그래야지. 완전히 내 회사로 만들 생각이야.”
“실업자들이 늘어나려나?”
“아니, 절대. 거기 사장도 그대로 내버려둘 생각인데? 어차피 거기 대주주들은 매혹 마법이 걸린 아이템을 써서 내 편으로 끌어들였고, 사장도 그렇게 만들 작정이야.”
석우가 가볍게 말했다.
“도대체 로봇 관련 중소기업들을 왜 가지고 가려는 거야?”
“다 이유가 있겠지?”
지아는 인상을 찡그렸다. 석우의 의중을 알 수 없었다. 지아는 더 이상 물어보지 않고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말 왜 사는 거야? 굳이 필요 없잖아. 회사도 잘 돌아가고 있는데 위험 부담이 있는 로봇 회사를 사서 뭘 하려고...”
린의 말에, 석우는 미소를 지었다.
“안드로이드. 아니면 골렘. 판테아 대륙에서 만들어 내는데, 이곳에서 만들지 못할 이유가 없잖아?”
석우의 대답에, 지아가 고개를 들었다. 자신의 말에는 대답을 안 해주던 석우가 린의 말에는 대답을 해주니 무언가 억울했던 것이다.
“내가 물어볼 때는 대답 안 해주더니...”
“뭐, 어쩔 수 없잖아. 사장인 내가 경쟁사라고 할 수 있는 곳에 정보를 말해주면, 그것도 이상하잖아?”
“그럼 지금은 뭔데...”
“나는 너한테 말한 게 아닌데, 너는 뛰어난 정보력으로 정보를 얻은 거지.”
석우의 말에, 지아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석우는 지아를 뒤로 하고 음식을 먹었다. 지아는 그런 석우를 바라보다가 그녀 또한 음식을 먹었다.
석우는 뉴욕에 위치한 라이언 몰(Lion mall)을 바라보았다. 역시 땅이 넓어서 그런지, 한국과는 다르게 규모가 엄청났다. 석우는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가게가 이곳, 라이언 몰의 2층에 위치하고 있었다. 물론 가게라고 부르기에는 규모가 컸지만.
라이언 몰에 진입하여 2층에 올라서자, 에스컬레이터의 정면에 석우 자신의 매장이 있었다. 로인. 간판은 심플한 디자인으로 이름만 쓰여져 있었지만, 유리에 장식 되어있는 물건들은 하나같이 범상치 않은 물건들이었다.
한 쪽에는 화려한 드레스가, 또 한 쪽에는 가방, 그리고 보석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로인은 잠시 그런 모습을 보다가, 인상을 찌푸렸다. 저렇게 고가의 상품들만 장식을 해 놓는다면 웬만큼 돈이 있지 않은 사람들로서는 들어가기 힘들 것 같았다. 물론, 돈이 없는 사람들이라면 로인에서 파는 물건들을 살수 없겠지만, 손님이 북적거리지 않는 매장은 물건이 잘 팔리지 않기 마련이었다. 석우는 그것을 걱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석우의 생각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고 볼 수 있었다. 돈이 없는 사람이라면 절대 들어가기 쉽지 않고, 들어가더라도 살 수 있는 물건은 없었다. 하지만, 뉴욕에는 석우가 생각한 것 보다 부자들이 많았다. 귀부인들은 파티에 입고 갈 드레스를 고르기에 여념이 없었고, 젊은 부자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프로포즈를 할 때 사용할 반지를 고르고 있었다.
매장의 입구를 바라본 석우는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사람이 꽤나 차있는 매장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역시 하루에 방문자만 수백 명이라는 것은 거짓이 아니었다. 석우는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끼며, 매장을 들어섰다.
“어서오세요.”
넓은 매장 안에서는 입구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풍경을 볼 수 있었다. 귀부인들과 젊은 부자들만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직원들이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열심히 물건을 설명하고 있었다. 석우는 열정스러운 직원의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판 물건의 일정 %를 팁으로 받고 있으니, 당연히 열정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뭐 필요하신 물건이 있으십니까?”
여직원은 잘 생긴 동양남자가 들어오자,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그녀로서는 잘생긴 손님을 상대하기가 수월했다. 잘생긴 얼굴을 보면 얼굴의 미소가 더욱더 수월하게 지어지기 마련이었다. 그녀는 석우를 자신이 요즘 일을 하느라 TV를 보지 않아서 보지 못한 새로운 연예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필요한 물건이라... 그런 건 없고, 점장을 만나고 싶은데...”
“점장님은 저기에 계십니다. 하지만 지금 손님을 상대하시는 중이라...”
직원은 한 곳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석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직접 뽑아, 미약한 매혹효과가 걸려있는 마법아이템까지 사용해서 절대 돈을 빼돌릴 수 없도록 만들어놓은 점장이 눈에 보였다. 젊은 여점장은 어느 젊은 여자에게 드레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석우는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영업을 방해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존재는 알려 줄 것 이었다.
‘호오... 메이르의 장미가 나타나셨군.’
메이르. 유명한 그룹이었다. 자동차 산업을 대표로해서 요즘에는 조금씩 다른 곳으로 손을 뻗고 있었다.
미국 자동차 시장에서 무려 20%에 가까운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메이르는, 서민들을 위한 자동차뿐만 아니라 돈 많은 사람들을 위한 자동차도 만들어 내었다. 메이르의 대표적인 슈퍼카인 물레우스 로사는, 총 15대로 대당 평균 50억 원 이상이었다.
메이르의 회장의 딸인 로사가 한 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했다. 애초에 물레우스 로사는 회장이 자신의 딸에게 생일 선물을 하려고 생산한 차였다. 그런 메이르의 붉은 장미, 로사가 이곳에 방문 한 것이다.
석우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미국 사교계에서 알아주는 사람이 왔으니, 기분이 좋았다.
“잘 어울릴 것 같군요. 레이디 로사.”
석우는 뒤에서 다가가며 말했다. 그에 드레스를 설명하려던 여점장과 로사가 동시에 석우를 바라보았다. 여점장은 석우를 보고 입을 열려고 했다. 하지만 석우는 여점장과 눈을 마주쳐 그녀의 입을 다물게 했다.
“20여개의 루비가 목을 둘러 장식 하고 있고, 4캐럿 다이아몬드가 중앙을 장식하고 있는 이 드레스의 이름은 공교롭게도 레드 로즈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지요.”
“당신은...?”
로사는 석우를 보며 물었다. 자신이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었다. 문제는 그 사람이 자신을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드레스에 대해서도 잘 아는 것 같았다.
“로인이라고 합니다. 레이디 로사.”
석우는 가볍게 예를 취하며 인사를 건냈다. 로사는 살짝 놀란 얼굴을 했다.
“당신이 로인이군요. 젊은 나이에 손꼽히는 부자라는 것은 들었어요.”
“제가 돈이 많기는 하죠.”
석우가 웃으며 로사의 말을 받았다.
“그거 아세요?”
“무얼 말입니까?”
“요즘 뉴욕 사교계의 여자들이 가장 만나고 싶어 하는 남자중 한 명이라는 것을 말이죠.”
“하하. 그건 처음 듣는 이야기군요.”
“제가 당신과 두 번째로 만나는 여자가 되겠군요?”
“레이첼을 첫 번째로 둔다면, 그렇습니다. 하지만 제 어머니를 첫 번째로 둔다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군요.”
“호호. 당연히 레이첼을 기준으로 하는 말이에요.”
로사가 석우의 말에 웃으며 말했다.
- 작가의말
이얍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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