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5
“야!”
로인은 노크도 없이 자신의 방으로 들어오며 말하는 실비아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나인에게 자신의 머리를 맞기고 있었던 로인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야... 노크도 없이...”
“나랑 같이 가자.”
“어딜?”
갑자기 들어와 말하는 실비아의 말에, 로인은 말했다.
“저번에 무도회때 젤루스, 아니 라이칸 공작님의 수도 저택으로 가기로 했잖아.”
“나도?”
“당연하지. 그럼 나 혼자 보낼 생각이었냐?”
“아니... 나를 데리고 간다는 말은 없었잖아.”
“그냥 따라와.”
“...잠시만. 나도 준비를 해야지.”
“...”
로인은 자신을 잡아끄는 실비아에게 말했다. 실비아는 그제야 로인의 손을 놓았다.
“가서 뭐할 거야.”
“대결.”
“젤루스랑?”
“응.”
“그럼 나도 검을 챙겨야 하는 건가?”
“당연하지.”
실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로인은 실비아의 말에, 인벤토리에서 검을 빼어 허리에 달았다. 다른 사람들에게 허공에서 무언가 물건을 꺼낸다는 것은 굳이 보여주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다.
“나 밥 좀 먹어도 되냐?”
“밥? 아직 안 먹었어?”
“어. 오늘 늦게 일어났는데.”
“...그럼 밥 먹고 가자.”
실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로인은 실비아가 고개를 끄덕이자, 자리에 앉았다.
똑똑.
“아침 식사를 가지고 왔습니다.”
나인은 시녀의 말에, 아침을 받아 로인에게 가지고 갔다.
“빨랑 먹고 가자.”
로인은 중얼거리며 빵과 스프를 먹기 시작했다.
“...”
실비아는 로인과 나인이 식사를 하는 것을 바라보았다. 로인은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고, 나인은 로인과 조금 떨어져 있는 의자에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다.
나인은 실비아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아침을 먹었다.
“이름이 뭐야?”
실비아는 나인을 바라보며 물었다.
“나인입니다.”
나인은 빵을 먹다가 서둘러 답했다.
“몇 살이야?”
“22살입니다.”
“로인이 너 괴롭히지?”
“예?”
“밤마다 너 괴롭히지?”
“푸흡.”
실비아와 나인이 대화를 하는 것을 신경 쓰지 않고 밥을 먹고 있던 로인은 실비아의 말에 고개를 돌려 실비아를 바라보았다.
“솔직히 말해봐. 밤마다 너 괴롭히지?”
“아니요...”
나인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지금까지 로인이 자신을 괴롭힌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아니긴 뭘 아니야.”
“...”
“맨날 이상한 짓 하고, 그러지?”
“아니...”
절대 아니었다. 로인은 이상한 짓 같은 것은 절대 하지 아니었다. 로인이 자신에게 손을 댄 적은 무도회를 위해 춤을 배우면서 연습 상대를 하며 손을 댄 것이 다였다.
“야. 내가 그럴 사람 같냐.”
“그럼 아니냐? 저번에 보니까 아주 자연스럽게 손을 움직이던데.”
“...”
로인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로인이 무슨 짓을 하냐. 가슴 주물럭거리고 그래?”
“그런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한 번도 없기는, 솔직히 말해봐.”
나인의 말에, 실비아는 나인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말했다.
“마스터께서는 여자를 희롱하시는 분이 아니십니다.”
“여자? 아, 그렇기는 하지. 로인이 여자를 희롱하거나 하는 사람은 아니야. 근데... 너... 여자냐?”
실비아는 나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로인이 나인과 같이 지내는 것을 보니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던 것이다.
“죄, 죄송합니다! 감히 제가...”
나인은 실비아의 말에 서둘러 자리에 엎드리며 용서를 구했다.
“아니, 여자는 여잔데. 너... 시녀잖아. 로인이 마음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시녀.”
“그, 그렇습니다.”
실비아는 여전히 엎드린 상태에서 대답했다.
“로인이 원하는 게 뭘까?”
“...”
“로인도 남자거든... 응? 세상 모든 남자가 원하는 게 뭐라고 생각하니?”
“여자...입니다.”
“그러면 니가 알아서 잘 판단해서 로인이 직접 움직이지 않도록 해야 되지 않을까?”
실비아는 말했다.
“해야... 합니다.”
나인은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 로인에게 다가갔다.
“야.”
로인은 밥을 모두 먹고 실비아를 바라보았다.
“너 말이 좀 심하다.”
“...미안해.”
“그리고 나인.”
“예. 주인님.”
“너, 시녀다. 내 시녀. 내가 원하는 데로 할 수 있는 존재지. 그런데... 다른 사람이 원하는 데로 하는 건 아니야.”
로인은 나인은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할 필요는 없어. 실비아의 말을 따른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야. 근데, 내가 아무런 말도 없었는데 마음대로 생각해서 무언가를 하려고 하지 마.”
로인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리고, 빨리 먹어. 이제 출발할거니까.”
“데리고 갈 거야?”
실비아는 나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도 시녀 한명은 데리고 갈 거잖아.”
로인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로인의 그런 태도에 실비아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아, 근데 너 왜 그랬냐?”
로인은 걸음을 옮기며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눈빛으로 실비아를 바라보았다. 실비아는 그런 말을 할 정도로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 자신의 시녀들에게도 잘 대해 주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왜 나인에게 그렇게 대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젤루스 때문에 기분이 나쁜 상태라 다른 사람한테도 기분 나쁘게 대하고 있는 것 같다. 조심해야겠어.”
실비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래... 아무리 시녀라고 해도 너무 막대하지는 마. 그리고... 나 절대 나인한테 이상한 짓 안하니까 걱정 말고.”
“...”
실비아는 로인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나인과 실비아의 시녀가 그들의 뒤를 따랐다.
- 작가의말
이얍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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