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9
로인은 어두운 저택 내부를 보며 잠시 눈을 감았다 떴다. 마나를 이용해 시력을 극대로 올린 것이었다. 로인은 잠시 저택 내부를 둘러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비싼 것들이 널려있군.’
저택의 복도에는 수십 개의 장식품들이 놓여있었다. 기사들의 갑옷부터 시작해 조각상들도 있었고, 그림과 박제까지 있었다. 로인은 샤벨 타이거 박제를 보며 입을 벌렸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정말 상처 하나도 없이 잡은 게 대단하군.’
샤벨 타이거는 상대하기 까다로운 몬스터였다. 민첩한 몸에 힘까지 있어서, 소드 익스퍼트 하급의 기사들도 상대하기 꺼려하는 몬스터였다.
로인은 기감을 열어 바하드 자작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바하드 자작의 기운을 구분해 낼 수 있을 리 없었다. 하지만 로인은 미소를 지었다. 강한 기운을 가진 두 명이 한 곳에 모여 있었다. 그것이 의미하는 것, 바로 바하드 자작의 방문 앞에서 호위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로인은 걸음을 옮겼다. 린에게 배운 기본 적인 은신술을 사용하고 있어서, 병사들에게 쉽게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물론, 병사가 보이는 족족 블랙 와이번 기사단의 기사 둘이 병사를 소리 없이 처리를 해서, 로인은 편하게 갈 수 있었다.
‘음?’
로인은 바하드 자작의 방 앞에서 바하드 자작을 지키고 있던 호위 중 한 명이 움직이자, 고개를 갸웃했다. 호위 중 한명이 움직이는 방향은 자신이 있는 방향이었다.
‘설마 알아 챈 건가? 소리가 나지 않게 처리했는데?’
로인은 속으로 생각하다가, 기사 한명에게 손짓했다. 기사는 로인의 손짓에 앞으로 나섰다. 로인의 눈에 저 멀리서 호위가 오는 것이 보였다.
‘마나 유저 최상급. 바하드 자작이 데리고 있기에는 아까운 사람이군.’
속으로 생각한 로인은, 그를 살려둘까 잠시 고민했다. 마나 유저 최상급의 실력이라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었다. 하지만, 로인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깝기는 하지만 한번 섬긴 주인을 배신하는 것은 기사가 할 일은 아니었다.
만약 그가 바하드 자작을 배신하더라도, 로인은 그를 죽였을 것이었다. 바하드 자작을 배신했다는 것은 언제 자신을 배신할지 모른다는 이야기는 마찬 가지였다.
“살릴 필요 없어.”
조용한 로인의 말에, 기사는 잠시 멈칫했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호위는 기사를 보고 움찔했다. 그가 소리를 지르려는 순간, 기사가 바닥을 박찼다. 호위는 소리를 지르려다 말고 숨을 들이켰다. 호위가 자신이 들고 있던 검을 휘둘렀다. 그의 검에는 미약한 마나가 담겨 있었다.
하지만, 기사의 검에는 이미 오러가 생성되어 있었다.
호위의 검이 부러지며, 기사의 검이 호위의 목을 갈랐다. 단 한 번의 휘두름으로 목숨을 잃은 호위는 이해가 되지 않는 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기사는 검을 갈무리하고 로인을 바라보았다. 로인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여 주고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바하드 자작의 방 앞에는 호위 한명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로인은 호위를 보고, 크론벨을 돌아보았다. 크론벨이 앞으로 나섰다. 크론벨이 검을 뽑아 호위에게 휘둘렀다. 로인은 눈을 빛냈다.
호위의 검에 오러가 감겨 있었다.
콰앙.
오러와 오러가 만나며 폭음을 내었다.
“칸투! 칸투 어디 있나!”
방 안에서 바하드 자작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로인은 크론벨과 검을나누고 있는 호위를 무시하고, 바하드 자작의 방 문을 열고 들어갔다. 바하드 자작이 패닉에 빠진 상태로 로인을 바라보고 있었다.
로인은 미소를 지으며 바하드 자작을 바라보았다.
“자... 바하드 자작. 안녕하신가.”
“자, 자네는 누군가!”
“이런, 이런.”
바하드 자작의 공포가 담긴 목소리에, 로인이 미소를 지었다. 로인은 바하드 자작에게 한 발짝 다가가 입을 열었다.
“영지전의 상대를 모르면 섭섭하지.”
“로, 로인 루푸스 준남작!”
“아, 소개를 대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로인은 살짝 고개를 숙였다 들었다. 바하드 자작의 눈에는 공포가 담겨 있었다. 하지만 그는 연신 두리번거리며 자신을 도와줄 것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었다.
“영지전을 신청하셨다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참 황당하더군요. 제가 신뢰하는 나인이 그쪽 영지의 사람을 죽였다고요?”
“미, 미안하네.”
“뭐, 미안할 것 까지는 없습니다. 그에 따른 대가를 받으러 온 거니까요.”
“무엇을 원하는가. 영지전을 취소하겠네. 협상을 하지. 국경 지방을 넘기겠네.”
바하드 자작이 빠르게 말했다. 로인은 바하드 자작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그거 끌리는 군요. 어차피 제가 자작님의 영지를 모두 잘 다스릴 수 있을 리가 없으니. 일부만 받아 가는 것도 나쁘지 않죠. 그런데, 조금 부족 한 것 같지 않나요?”
“내, 내 모든 재산을 넘겨주겠네. 지하 금고에 있는 것들을 모두 주지.”
로인은 바하드 자작의 말에, 과장되게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하군요. 그럼, 지하 금고로 안내 해주시죠.”
로인의 말에 그제야 정신을 조금 차렸는지, 바하드 자작은 고개를 끄덕이며 걸음을 옮겨 자신의 책상 옆에 있는 드래곤 조각상의 눈을 눌렀다. 그러자 그의 책상이 옆으로 밀려나며, 지하로 통하는 계단이 나왔다.
로인은 미소를 지으며, 바하드 자작을 바라보았다.
“먼저 가시죠.”
바하드 자작이 걸음을 옮겨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로인과 기사가 그를 따랐다.
“라이트.”
바하드 자작이 입을 열자 복도가 밝아졌다.
‘드럽게 돈이 많나 보군. 라이트 마법이 걸린 돌을 수십 개나 걸어두다니.’
로인은 속으로 생각했다. 아무리 돌덩어리라도, 마법이 걸려있으면 가격이 엄청나다. 라이트 마법이 걸린 돌 하나가 몇 십 골드는 될 것이었다.
“오!”
복도의 끝에 다르고, 거대한 문이 나타나자, 로인은 탄성을 질렀다. 문의 규모만 해도 대단했다. 안에 얼마나 많은 재산이 있을까 기대가 되었다. 바하드 자작은 옆의 기관을 움직여 문을 열었다.
“크하하! 바보들, 생각이 없는 언데드들 같구나!”
바하드 자작이 소리치며 재빨리 거대한 문 안으로 들어갔다.
“...”
로인은 잠시 그런 바하드 자작을 바라보다가, 걸음을 옮기려 했다. 하지만, 바하드 자작이 들어간 문이 활짝 열리며 골렘 한 기가 육중한 걸음을 내딛으며 나왔다.
“아이언 골렘?”
로인은 거대한 골렘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아이언 골렘이었다. 아이언 골렘은 단 한기로 3마리의 오우거를 상대 할 수 있다고 알려진 골렘이었다. 강철의 몸으로 무식하게 주먹을 휘두르는 것이 특징인 아이언 골렘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상당히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있었다.
“크하하하! 어떠냐?”
바하드 자작은 마치 자신이 이긴 것처럼 연신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로인은 그런 바하드 자작을 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일단 시간을 끌어라.”
로인이 입을 열어 말했다. 기사 둘이 앞으로 나서며 검을 뽑았다.
아이언 골렘이 주먹을 휘둘러 기사를 공격했다. 기사는 검으로 아이언 골렘의 공격을 흘려보냈지만, 역시나 완벽하게 흘려보내는 것은 불가능이었는지, 비틀 대며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또 다른 기사가 검을 휘둘러 아이언 골렘을 공격하였다. 아이언 골렘은 굳이 피하지 않았다.
채앵!
철과 철이 부딪혀 거북한 소리를 내었고, 로인은 인상을 찌푸렸다. 아이언 골렘은 검을 휘두른 기사를 발로 찼다. 기사는 무거운 갑옷에도 불구하고 뒤로 뒹굴었다.
로인은 눈을 감고 기운을 느끼기 시작했다. 아이언 골렘의 전신에 은은한 마나가 서려있었다. 하지만 그중 가장 많은 양의 마나가 응집된 곳, 바로 목 부분이었다.
로인은 눈을 빛내며 눈을 떴다. 검을 뽑아든 로인은, 땅을 박찼다. 로인의 검에 오러가 시전 되었고, 동시에 로인의 검이 아이언 골렘의 목을 꿰뚫었다.
퍼억.
오러는 손쉽게 아이언 골렘의 목을 꿰뚫었다. 아이언 골렘이 팔을 추욱 늘어트렸다. 아이언 골렘의 심장이라 할 수 있는 마나석이 부서진 이상, 아이언 골렘은 움직이지 않았다.
“허억.”
바하드 자작은 그런 아이언 골렘의 모습에, 서둘러 달아나려 했다. 하지만 계단을 내려오던 크론벨이 그를 걷어찼다.
“크악!”
바하드 자작이 뒤로 넘어지며 비명을 질렀다. 로인은 바하드 자작에게 다가갔다.
“뭐, 노력은 가상했어. 이제 잘 가시게.”
“자, 잠깐. 커어억.”
로인은 그렇게 말하고 검을 휘둘렀다. 무언가 말하려던 바하드 자작은 말을 끝내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했다.
로인은 바하드 자작을 죽이고, 검에 묻은 피를 털어 내었다.
“호위를 상대하고 있는 와중에 마법사가 공격을 해와서...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 마법사? 죽였나?”
“죽이지 않고 기절을 시켰습니다. 혹시나 쓸 일이 있을까 해서...”
“잘했어!”
로인은 기쁜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그 마법사는 어디에 있지?”
로인이 빠르게 말하자, 크론벨은 계단위를 가리켰다.
“영주의 방에 놔두었습니다.”
크론벨의 말에, 로인이 서둘러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마법사가 있다면, 좋은 일이었다. 크론벨이 이렇게 늦었다면, 마법사가 그만큼 실력이 있다는 뜻이었고, 돈이 무지하게 많은 바하드 자작의 특성을 놓고 볼 때, 아직 피해를 전혀 입히지 않고 바하드 자작령을 삼키는 방법이 있었다.
크론벨의 말대로, 마법사가 기절해 있었다. 로인은 마법사의 볼을 때렸다.
“이봐. 일어나.”
로인이 몇 번 때리지도 않았는데, 마법사는 정신을 차렸다.
“처, 천벌을 받을 것이다!”
“마법사가 하는 말이 천벌을 받을 거라니. 그게 뭐냐?”
로인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마법사는 당황하였는지, 아니면 이 상황에서 빠져나갈 구멍이라도 찾는 것인지 눈동자를 맹열히 굴리고 있었다.
“이봐.”
로인의 부름에, 마법사가 고개를 들었다.
“왜 바하드 자작에게 들러붙은 것이지?”
“...연구를 하기 위한 자금이 필요했으니까.”
마법사는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자금만 부족했나? 내가 연구비를 지원해 줄 수 있지만, 그렇게 많이 지원해 주지는 못해. 하지만, 지금껏 듣지도, 보지도 못한 것을 만들 수 있게 해주지? 마법사 협회에서도 상상하지 못한 물건을 만들 수 있게 해줄 수 있어. 어때? 내 밑으로 들어오지 않겠나? 아, 참고로 말하자면 나에게는 3 클래스 마법사와 드워프가 있다네.”
로인의 말에, 마법사의 눈이 흔들렸다. 마법사는 귀중한 인력 자원이었다. 마법사는 극히 소수이고, 마법사를 영입하는 데에는 많은 돈이 필요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라도 제안을 받아들이기 마련이었다.
‘받아들이고 나면... 아이디어 몇 개를 넘겨주면서 정신을 못 차리게 만들면 끝이지. 마법사는 호기심이 많은 존재고 현명하게 이익을 따지니까.’
로인이 속을 생각했다.
- 작가의말
이얍얍!
Comment '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