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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케센 왕국의 군대가 3개로 나뉘어져서 움직이고 있네. 용병들까지도 고용해서 총 53만의 군대야. 총 2개의 군대로 나뉘어서 움직이고 있지. 카산드라 공작이 30만의 군대를, 레몽 후작이 20만, 그리고 마지막으로 젝슨 백작이 3만일세. 각자 3 방향으로 흩어져서 움직이고 있기에 우리도 갈라져서 움직여야 할 것 같네.”
테이나 후작의 목소리가 막사를 가득 채웠다. 그리 크지 않은 목소리였지만, 그의 목소리에는 힘이 담겨 있었다.
“내가 카산드라 공작의 본대에게 가지. 나와 함께 갈 사람 있나?”
테이나 후작의 말에 절반 정도의 귀족이 손을 들었다. 테이나 후작은 잠시 그들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지금 손을 든 자들은 나와 본대를 치러 가고. 레몽 후작을 맡을 사람?”
“제가 가겠습니다.”
베르시아 백작이 손을 들었다. 그러자 눈치를 보던 몇몇의 귀족들이 손을 들었다. 테이나 후작은 잠시 인상을 찡그렸다. 베르시아 백작과 가려는 자들이 너무 많았다. 이렇게 된다면 젝슨 백작과 상대할 사람들이 부족하다. 하지만 그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하고 싶은 자들을 상대하는 것이 규칙이었다. 정 없다면 자신이 이끌고 있는 황군을 지원해 주면 된다.
일단 베르시아 백작이라면 믿을 만하다. 아니, 소드 마스터인 그는 아무리 숫자가 많아도 모두 해치울 것이다. 문제라면, 레몽 후작도 소드 마스터라는 점이었다. 하지만 그는 소드 마스터가 된지 1년도 되지 않았으니 전면전을 한다면 베르시아 백작이 승리 할 것은 자명했다. 그곳은 걱정 할 필요가 없는 것이 그의 마음을 놓게 만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젝슨 백작을 맡을 사람들?”
“제가 하도록 하겠습니다.”
테이나 후작은 손을 든 젊은 귀족을 바라보았다. 로인이었다. 베르시아 백작과 갈수도 있었겠지만, 베르시아 백작과 가려는 귀족들이 너무 많았다. 그에 로인은 차라리 자신이 공을 대부분 차지할 수 있는 곳을 노리기로 했다.
“루푸스 준남작 만이 젝슨 백작과 상대 한다는 말인가? 젝슨 백작과 상대할 사람들 없나?”
테이나 후작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하지만 눈치를 보며 손을 드는 자들은 없었다.
“저 혼자로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로인이 입이 열렸다. 귀족들의 얼굴에 조소가 걸리기 시작했다. 고작 준남작이 어떻게 3만의 병사를 이끌고 있는 젝슨 백작을 상대 할 수 있겠는가. 젝슨 백작. 비록 3만의 병사만을 이끌고 있지만 그는 한때 케센 왕국의 반란군 10만을 고작 3만의 군대로 항복 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10만의 병사가 있어도 모자랄 판에 1만의 병사도 없는 준남작이 혼자 상대를 한다고 한단다. 당연히 비웃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말리지 않았다. 로인이 상대하지 못하면 이득을 얻는 것은 자신들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이득만을 생각하고 있었다.
“젝슨 백작은 자네가 상대 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닐세. 그에게는 백은 기사단이 있어. 게다가 3만의 군사들 모두 전쟁을 겪어본 자들일세.”
테이나 후작이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그 자신도 생각해야 하지만, 제국도 생각해야 하는 사람이었다. 젝슨 후작이 승리할 확률이 너무나 높았고, 젝슨 후작이 승리를 한다면 제국은 피해를 입게 될 것이었다.
“백은 기사단이 베르시아 기사단보다 강합니까?”
로인은 테이나 후작의 눈을 바라보며 물었다. 베르시아 백작의 눈이 살짝 꿈틀거렸다.
“베르시아 기사단은 황실 기사단과 함께 제국 최고 기사단으로 평가받는 기사단일세. 백은 기사단이 대단하지만 베르시아 기사단보다는 아니지.”
“그렇다면 백은 기사단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로인은 자신하며 말했다. 베르시아 기사단. 대단하다. 하지만 자신의 블랙 와이번 기사단도 대단했다. 베르시아 기사단과 블랙 와이번 기사단의 무력을 본다면 베르시아 기사단이 높았다. 베르시아 기사단은 100명이 넘지만, 블랙 와이번 기사단은 50여 명의 다크 나이트들과 5명의 데스 나이트, 그리고 25명의 일반 기사로 이루어져 있다. 숫자로 베르시아 기사단이 이기는 것이다.
하지만 로인이 자신하고 있는 부분은, 바로 블랙 와이번 기사단의 대부분이 언데드라는 점이다. 언데드의 회복력은 엄청나다. 팔이 떨어져도 다크 나이트와 같은 경우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팔이 회복된다. 게다가 일반 사람들보다도 피부가 단단하여 잘 베어지지도 않았다.
다크 나이트들의 유일한 단점인, 낮에는 움직일 수 없다는 점이 있지만, 이미 그들의 갑옷에 마나석을 박아서 낮에도 활동하게 만들어 놓은 뒤였다.
“자네의 기사단에 자부심을 가지는 것은 좋다만... 자네가 그를 상대로 승리하는 것은 불가능하네. 자네의 병사들은 겨우 8000명이 아닌가. 1만도 되지 않는 숫자로 무엇을 하겠다고!”
“전쟁이 단순히 숫자 싸움이었습니까? 그랬다면 이미 대륙은 하나의 나라로 통일 되어 있었을 것입니다.”
“전쟁이 숫자 싸움이 아니기에 이렇게 말하는 것이네. 3만의 병사가 단순히 3만이 아니고 5만의 힘을 낼 수도 있다는 게 문제야.”
“8000의 병사가 3만의 힘을 낼 수도 있는 법이죠.”
“...”
테이나 후작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2만의 황군을 지원해 주려고 했었다. 하지만 혼자면 충분하다기에 현실을 알려주려 말을 했건만, 듣지를 않았다.
“베르시아 백작님. 베르시아 기사단 중 오러를 시전 할 수 있는 기사는 얼마나 됩니까?”
“절반이 넘지.”
“블랙 와이번 기사단의 기사 중, 오러를 시전 할 수 있는 기사는 50명에 가깝습니다. 그럼 테이나 후작님, 그 3만의 병사들의 무력을 어느 정도로 평가하고 계십니까?”
“...두 명의 병사가 오크 한 마리를 상대 할 수 있을 정도라고 예상하고 있네.”
“제 영지가 루카스 지방인 것은 잘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제 병사들은 각자 오크 한 마리씩을 상대 할 수 있습니다.”
로인은 그렇게 말하고, 조금 후회했다.
‘너무 나섰나...’
고작 준남작이 이렇게 나서면 좋게 보지는 않을 것이다. 로인은 그것을 걱정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못하겠다고 할 수는 없는 법이다.
“황군 1만을 지원하지. 우리는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어야 하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테이나 후작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로인은 고개를 숙였다. 테이나 후작의 말을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자네의 말은 자네가 책임질 수 있을 것이라 믿네.”
테이나 후작의 뼈있는 말에 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은 빛나고 있었다. 젝슨 후작의 군대가 아무리 강해도 로인, 자신의 군대보다 강하지는 못하다. 고클래스 마법사의 마법 한방으로 수백, 수천 명이 죽을 수 있는 법이다. 그런 엄청난 고클래스 마법사가 자신의 군대에 소속되어 있었다.
게다가 나인도 4클래스가 되어서 웬만한 공격 마법은 할 줄 알았다. 물론, 그녀는 마법 물품을 사용하여 적을 상대하겠지만. 멀린과 우갈핸드가 만든 대부분의 마법 물품은 나인이 가지고 있었다. 마법 물품들과 정예병들. 질수가 없는 조합이었다.
로인은 회의가 끝나고, 막사를 빠져 나왔다. 베르시아 백작이 로인에게 다가왔다.
“어쩌자고 그렇게 했나.”
“...그렇게 말입니다. 조금 후회가 되네요.”
“지금이라도 말해서 내 병사를 지원해 주겠네.”
“아뇨, 승리할 자신은 있습니다만... 준남작 주제에 너무 나선 것 같네요. 테이나 후작님도 어차피 황군을 지원해 주겠다 하시고 말았을 것인데. 굳이 그렇게 자신만만하게 말해서...”
“...자네의 블랙 와이번 기사단. 오러를 시전 할 수 있는 가시가 50여명이 다되어 간다는 것이 사실인가?”
“정확히는... 50명이 넘죠.”
아무리 전장이라지만 자신의 무력을 완전히 드러낼 수는 없는 법이다. 당연히 조금은 숨겼다. 골렘이나, 마법 물품에 관한 것은 아예 입 밖에 꺼내지도 않았다.
“정말 어이가 없군. 베르시아 기사단은 오래전부터 있었던 가문의 기사단이기에 그렇게 강할 수 있다고 치지만 자네의 블랙 와이번 기사단은... 이해가 되지 않네.”
“세상에 이해가 되는 일만 있다면 그것은 참 재미없는 세상이 될 것입니다.”
“허허.”
베르시아 백작은 로인의 말에 웃음을 지었다. 자신만만한 모습이 보기가 좋았다. 젊은이의 자만심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아니다. 이것은 분명 자신감이었다. 자신의 무력을 정확히 알고, 어떻게 사용하는지 아는 사람의 자신감.
“뭐, 그래도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게 실비아가 자신의 부대만이라도 이끌고 자네의 군대에 합류하겠다고 할 것 같으니까.”
“하하하. 실비아의 부대라고 해보았자... 실비아를 호위하기 위한 10명의 기사와 500여 명의 병사 뿐 이잖습니까.”
“그런데도 합류하고 싶어 하니까 문제지. 계속해서 자네의 군대와 나란히 가는 것을 보면 모르겠나?”
베르시아 백작이 말했다. 로인은 어깨를 으쓱했다.
“왜 실비아가 전쟁에 참전 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신 것입니까? 위험할 수도 있는데.”
“내가 죽고 나서 전쟁이 터질 것도 생각해야지.”
“하지만 그러다가 실비아가 다치기라도 하면...”
“내 딸이지만 실비아도 상당한 무력을 가지고 있다고 자신하지. 쉽게 다칠 아이는 아니야.”
“육체적인 아픔만 아픈 것이 아닙니다.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정령사는 정령과 교감을 해야 하기 때문에 보통 사람보다 정신이 강하다 들었어.”
“...”
로인은 베르시아 백작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실비아가 전쟁에 참전 한 것을 알았을 때, 조금 걱정이 되어서 물어본 것이었다. 하지만 그도 실비아의 실력을 알고 있었다. 그녀가 강한 사람이라는 것도.
“실비아에게 저의 부대와 합류를 하고 싶다면 언제든지 환영이라고 전해 주십시오. 실비아의 머리카락 하나도 건들지 못하게 하죠.”
“그렇게 전해주지.”
베르시아 백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로인은 고개를 숙여 베르시아 백작에게 인사했다. 며칠 뒤면 군대가 나뉘어지기 때문에, 황군과 자신의 군대를 둘 다 지휘할 수 있게 병사 편성을 다시 해야 했다.
물론, 황군에서도 군대 대장이 함께 따라 올 것이기에 로인이 직접적으로 지휘를 할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로인은 자신의 군대만으로도 별다른 피해 없이 젝슨 백작의 군대를 몰살 시킬 자신이 있었다. 황군에게는 그저 뒤처리만을 맡길 생각이었다.
로인은 자신의 막사로 돌아와 지도를 펼쳤다. 나인이 그에게 다가왔다. 로인은 회의 결과를 설명하고, 나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3 만 정도의 군대라면, 저희만으로도 확실히 처리 할 수 있죠.”
나인의 말에 로인이 미소를 지었다. 나인이 자신이 없더라면 자신감을 회복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일을 해야 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자신감이 있으니, 굳이 그런 수고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로인은 다시 지도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 작가의말
이얍얍! 오타, 맞춤법 지적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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