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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은은 믿지 못하겠다는 듯 되물었다. 사실 일반인이었던 석우가 갑자기 자신이 출연하는 드라마, 그것도 현재 시청률 1위인 드라마에 출연한다니, 쉽게 믿을 수는 없었던 것이다.
"그럼 가짜겠냐."
"우와... 어떻게... 말도 안 돼!"
성은은 놀랍다는 듯 석우를 바라보았다.
"뭐가 말도 안 돼. 나 이 정도 능력은 되거든?"
"아니, 능력 있는거 아는데... 갑자기 드라마에 출연할 정도일 줄은 몰랐지. 아, 그것보다... 오빠 연기 해본 적 한 번도 없잖아? 괜찮겠어?"
"누가 나 연기 한 번도 해본 적 없다고 했냐? 나 연기 잘해."
석우는 무시하지 말라는 듯 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판테아 대륙에서와 여기에서, 틈 나는대로 연습을 하다 보니 연기스킬의 레벨은 많이 올랐다. 벌써 레벨 3이었다. 그 정도면 3분짜리 씬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이었다.
"아니... 잘할것 같기는 한데... 솔직히 연기 배운적 한번도 없잖아."
"뭐, 전문적으로 배운적은 없는데... 느낌아니까..."
"힘들면 말해. 내가 도와줄게."
성은은 말했다.
"성은씨! 지금 97번씬 들어가야해요!"
"네!"
성은은 피디 중 한명이 자신을 부르자 대답했다. 석우는 그런 성은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나도 열심히 해야지...'
석우는 속으로 생각하며 성은에게 손을 흔들었다. 성은은 석우를 바라보며 웃고는 뒤돌아 걸어갔다.
석우는 근처의 벤치에 앉아 극본을 보기 시작했다. 극본은 그리 복잡하지 않았다. 게다가 석우가 할 대사도 별로 없었다. 3분 동안 말을 많이 할리 없었다. 석우는 그것을 몇 번 읽고 외운 다음, 미소를 지었다.
전보다 외우는 속도가 전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빨라졌다. 늘어난 지혜 덕분이었다.
'역시 지혜를 올리기 잘했어. 마나 때문만이 아니라 현실을 살아가는 데에도 지혜가 높으면 여러모로 좋은 점이 많을 거야.'
석우는 속으로 생각하고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석우라도 대사만 외우고 단번에 연기를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지민은 고개를 돌려 석우가 연습을 하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뭐야? 전에 연기를 배운 적이라도 있었나? 감정 몰입도 잘하고... 표정도 살아있고... 말투도 부드럽게 흘러가고... 상당한데?'
석우의 연기는 전혀 아마추어 같지 않았다. 적어도 작품 한두개 정도를 찍었던 연기자가 할 수 있는 연기였다. 지민은 드라마를 몇 번이나 찍어 보았고, 많은 연기자를 만났다. 그중 정말 아마추어 같아서 짜증나는 연기자도 있었지만, 한 번에 말을 알아듣고 흡족하게 연기하는 엄청난 연기자도 있었다. 석우는 그 중간쯤 되는 것 같았다.
석우는 대단하다고는 할수 없지만, 보통은 되는, 그런 연기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다음 작품을 찍을 때도... 부탁을 해야겠다... 될 수만 있다면... 주연으로 했으면 하는데... 동영상 덕에 유명세도 있고... 얼굴도 지금 당장 연예인 해도 좋을 정도로 대단하고, 연기도... 그렇고... 뭐, 이번에 반응을 보아서 결정을 해야겠지만 말이야...'
지민은 속으로 생각하고 다시 고개를 돌려 현장에 몰입했다.
석우의 촬영은 저녁 무렵에 시작되었다. 석우는 연습할 때는 못 느꼈던 긴장감은 살짝 느끼며 숨을 가다듬었다.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하는 것은 처음이니, 석우도 조금이지만 긴장할수 밖에 없었다.
약한 긴장감은 실력을 순간 올리는 데에 유용했다. 그리고 석우는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석우는 미소를 지으며 걸음을 옮겼다. 저 앞에서 걸어오는 성은이 보였다. 연기, 시작이었다.
지민은 물 흐르듯이 흘러가는 연기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둘의 호흡은 잘 맞았다.
'아까 인사도 나누던데... 성은도 대단하지만 우리 석우도 부족하지 않지... 잘 어울린단 말이야...'
지민은 속으로 생각하며 미소를 지었다.
"컷!"
연기가 끝나고, 컷이 외쳐지자마자 석우는 숨을 내쉬며 미소를 지었다. 생에 첫 연기, 끝이었다. 스스로 만족한 연기를 한것 같기에, 석우는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석우는 고개를 돌려 성은을 바라보았다.
성은 또한 그를 바라보고 웃음을 짓고 있었다. 성은이 석우에게 다가오며 입을 열었다.
"오빠... 정말 장난 아닌데? 왜 나보다 잘하는 거야!"
성은은 진심으로 놀랐다. 초보에게는 상당히 긴 시간 동안 연기를 하는 것이라 몇 번 다시 찍을 것을 예상했는데, 의외로 한 번에 끝내 버린 것이다. 게다가 연기력이 상당했다. 자신이 연기를 하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리는 것 때문에 무언가 있을 거라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잘할 거라고 생각은 못한 것이다.
석우는 성은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뭐, 처음 치고는 잘한 것 같은데... 너보다 잘한 건 아니다."
"정말... 나보다 잘한 것 같아..."
성은은 말했다. 성은의 말에 석우가 입을 열려했지만, 옆에서 지민이 끼어들었다.
"정말 잘했다. 너... 연예인 해도 될 것 같은데... 바로 연기자로 뜨겠다. 외모뿐만 아니라 실력파 연기자로 아주 확 뜰 것 같은데?"
"뭐... 연예인 한번 해보려고 생각중이에요."
석우는 지민의 말에 답했다. 그러자 지민의 눈이 커졌다. 당연히 안된다고 할 거라 생각하고 농담으로 던진 말이었다. 그런데 생각중이라니, 의외였다.
"...정말로 생각하고 있으면 내가 도와줄 수 있어. 웬만한 엔터테이먼트 회사 정도는 내가 말해서 들어가게 할 수 있으니까."
"아니, 뭐... 나도 생각이 있으니까... 알아서 할게. 고마워."
석우는 고개를 살짝 저어 거절을 했다.
"뭐, 그럼 알겠어... 아, 그리고... 언제 한번 다시 연락할지도 모르겠다."
지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 * *
라이엄은 로인이 트롤과 전투하는 것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라이엄은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겨우 마나 유저인 애송이가... 그런 애송이가 트롤과 전투를 하다니.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마나 유저의 실력으로는 절대로 상대할 수 없는 게 트롤이었다.
"허..."
'검술은 아직 더 다듬어야해. 하지만... 놀라운 반사 신경이군. 순간순간 아슬아슬하게 피하고... 게다가 몸놀림도 좋아...'
라이엄은 속으로 감탄하며 검을 휘둘렀다.
'아니, 어떻게 저게 가능한 거지?'
히난은 자신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움직임을 보이는 로인의 모습을 보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트롤의 공격을 아슬아슬 하게 피하는 로인은, 소드 익스퍼트 중급에 올라 있는 그의 눈에는 황당하게만 보였다. 어떻게 마나유저인 로인이 소드 익스퍼트의 경지에 들어야만 낼 수 있는 움직임을 보이고, 트롤을 상대하는 것일까.
그의 기준으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가주님, 저 녀석... 정말로 마나 유저가 맞습니까? 어떻게 마나유저가 트롤을..."
"마나유저가 맞아..."
"어린 나이에... 상당한 훈련을 받았나 보군. 움직임도 움직임이지만 트롤의 근육을 보고 미리 움직이고 있어. 실전도 상당히 겪은 아이야."
라이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로인은 마지막으로 검을 휘둘러 트롤의 심장을 터트리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후우..."
라이엄과 히난이 로인을 보고 황당해 했지만, 사실 그리 대단한 이유로 트롤을 상대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로인은 지구에서 왔다. 지구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판테아 대륙에서는 절대 배우지 못할 것들, 인간의 몸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가. 어디에 어떤 근육이 있고, 약점은 어디 인가.
트롤은 비록 인간이 아니었지만, 인간과 비슷한 점이 너무나 많았다. 빠른 재생 실력 때문에 고생을 하기는 했지만, 몸 곳곳의 약점들을 베어가며 힘을 빠지게 한 다음에 심장을 한 번에 터뜨렸던 것이다. 이곳의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의학 덕분이었다.
실비아는 트롤을 상대하는 로인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솔직히 로인이 트롤을 상대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자신도 상대하지 못하는 것이 트롤인 것이다. 로인이 저렇게 성장했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실비아는 땀을 흘리며 다가오는 로인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대단한데? 트롤도 상대하고 말이야."
"아, 뭐 별거는 아니야... 강도 높은 훈련 덕도 있지만, 의학의 도움을 많이 받았지."
로인은 어깨를 으쓱했다. 인벤토리에 넣어 놓은 로암 주스를 꺼내 마시던 로인은 문득 떠오른 생각에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 보니 나 아공간이 있었구나... 저렇게 사치를 부릴 필요도 없었네...'
로인은 로암 주스를 단번에 들이키고 고개를 저어 땀을 털어내었다.
로인은 고개를 들어 트롤의 사체를 바라보았다. 피를 열병도 넘게 받아 놓아 피를 더 이상 받을 필요는 없었다. 어차피 이제부터 흐르는 피는 회복력이 몇 배나 떨어질 것이었다. 최하급 포션을 만들 때나 쓸 수 있는 피였다. 자신에게는 별로 필요가 없었다. 질 나쁜 피를 받기에는 병이 남아돌지 않았다.
아이템도 상당히 좋은 것이 나왔다. 트롤의 피가 뭉쳐 만들어진 구슬과 같은 것이었는데, 위급할 때에는 알약처럼 먹어서 체력 포션으로 이용 할수도 있었고,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체력의 회복력이 늘어나는 아이템이었다.
"잘 싸우더군."
라이엄이 다가와 말했다.
"이 정도는 해야지 준남작의 작위를 받을 수 있겠죠."
로인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호오... 실력에 대한 자신감인가?"
"적어도 자만은 아니죠."
"...당돌하군. 어린나이에 실력은 뛰어나지만 대단할 정도는 아니야. 세상을 아직 겪어보지 못한 것 같은 발언이었어."
라이엄은 로인을 응시하며 말했다. 그의 말에도 불구하고, 로인의 입가에 미소는 지워지지 않았다. 잠시 라이엄을 똑바로 마주하고 있던 로인은 입을 열었다.
"세상을 겪을수록 강해지는 것이 어린애의 특징 아니겠습니까? 아직 세상을 겪어 보지 못했지만, 겪으면 겪을수록 강해지겠죠."
라이엄은 로인의 말에 잠시 벙찐 표정을 지었다.
'세상을 겪으면 겪을수록 강해지는 것이 어린아이이라... 맞는 말이지. 하지만... 자신감이 너무 강하면 자만으로 발전되지.'
라이엄은 속으로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세상을 겪으면 강해지기 전에 죽어버리는 멍청이들도 종종 있지. 내가 보기에는 자네도 그 멍청이중 하나가 될 것 같은데..."
라이엄은 무거운 목소리로 말을 한 다음, 뒤로 돌아섰다. 로인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트롤의 부산물은 자네 소유니 알아서 하게."
라이엄은 말을 하며 걸음을 옮겨 자신의 마차로 돌아갔다. 로인은 그의 말에 한숨을 내쉬었다.
"아빠가 저렇게 말은 해도, 네 실력이 나쁘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어. 그냥 더 열심히 발전하라고 하는 말이야."
부드러운 실비아의 목소리가 로인의 귓가를 흘러갔다.
- 작가의말
에고... 오랜만에 글을 쓰려니 잘 써지지가 않네요. 이제 다시 열심히 써야죵. ㅎㅎ 맞춤법, 오타 지적 환영합니다! 여러분의 댓글과 추천은 제게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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