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1
“아... 힘들어.”
석우는 자신의 방을 들어서며 중얼 거렸다. 지아와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많은 것을 했고, 많은 음식을 먹었다. 왜 자꾸 뭘 먹자고 하는 것인지, 김치말이 국수를 먹자고 하고, 두더지 잡기 게임을 한 다음 타코를 먹자고 했다. 석우는 배불렀지만, 지아의 원함대로 할 수 밖에 없었다. 지아는 학교 축제를 상당히 즐기고 있었다. 김치말이 국수, 타코 등 석우가 먹었던 음식은 지아가 평소 때 먹지 않은 음식이었다.
음식은 모두 가정부가 고급스러운 음식으로 준비를 하니 해달라고 말을 하지 않는 이상 먹지 못하는 음식이었던 것이었다. 그러니 어찌 지아의 원함대로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세상 모든 남자가 그렇듯, 남자는 미녀에 약한 법이었다. 저녁까지 지아와 함께 먹고 온 석우는 서둘러 몸을 씻고 침대에 몸을 뉘였다. 피곤했다. 다행이라면 내일이 토요일이라 학교에 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린. 같이 자자.”
석우는 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린에게 말했다. 린은 석우의 말에, 기뻐하며 사람의 모습으로 폴리모프하고, 석우의 침대에 파고들었다.
“집에서 뭐하고 지냈어?”
“그냥... 은신술을 쓴 다음에 집 밖에 나갔다 오기도 했고, 집에서는 무고랑 놀았어.”
석우의 말에 린이 대답했다. 석우는 미소를 지으며 린의 손을 잡았다. 린은 석우의 손을 두 손으로 잡은 다음, 자신에게 끌어당겼다. 석우는 자신의 손을 린에게 맞기고, 눈을 감았다.
석우는 눈을 떴다. 린의 얼굴이 보였다. 새근새근 숨을 쉬며 잠을 자고 있는 린의 모습은 매력적이기 그지없었다. 석우는 잠시 린을 바라보며 린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갔다.
언제나 그렇듯, 천성이 아침 뉴스를 보고 있었다.
-속보입니다. 지금 일산 시내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이 나타났습니다. 4미터에 육박한 키와, 근육질 몸을 가지고 있는 초록색의 괴물은...
석우는 뉴스에서 들려오는 말에, 잠이 확께는 것을 느꼈다. 석우는 TV로 시선을 돌렸다.
‘오우거!’
석우는 TV를 보고 속으로 생각했다. 오우거였다. 거대한 오우거가 난동을 부리며 건물을 부수고 있었다.
‘저기는... 일산 호수 공원 근처다!’
석우는 위치를 파악하자마자 옷을 입고 집을 나섰다. 천성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다.
‘도대체 뭐하시는 거야!’
한시가 급한데, 서둘러 출동을 하지 않는 천성의 모습에 석우는 답답함을 느끼고 인상을 찌푸렸다. 몬스터, 드디어 등장이었다. 석우는 택시를 잡아 서둘러 오우거가 출몰한 곳으로 향했다. 택시를 타고 가는 도중에도 라디오에서 오우거의 소식을 알리고 있었다.
“저... 손님? 정말로 거기를 가셔야겠습니까?”
택시 기사는 조금 두려운 듯 말했고, 석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돈은 두 배로 드릴게요.”
석우의 말에, 택시기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택시를 몰았다. 최대한 빠르게 가달라는 석우의 부탁을 택시기사는 충실하게 이행해 주었다. 돈을 두 배로 주겠다고 약속한 덕이었다.
석우는 서둘러 택시기사에게 돈을 지불하고, 택시에서 내렸다.
“쿠워어어!”
오우거가 포효했다. 멀리서 들려오는 오우거의 소리에, 석우는 걸음을 옮겼다. 다른 것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석우는 가는 도중 인벤토리에서 검을 꺼냈다.
콰앙!
“으아악!”
“꺄악!”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와 동시에, 비명이 들렸다. 석우는 더욱더 걸음을 서둘렀고, 석우가 걸음을 멈춘 곳은 오우거의 앞이었다. 오우거는 도망가는 사람들을 잡아먹으려다 자신의 앞에 선 석우를 보자, 이게 웬 떡이냐는 표정으로 석우에게 달려들었다.
석우는 인상을 굳히며 검을 뽑아들고 오우거를 바라보았다.
쿵쿵쿵
오우거가 묵직한 발걸음으로 석우에게 달려왔다. 석우는 검을 잡은 손에 힘을 주며 검을 휘둘렀다. 오우거는 석우를 잡지 못하고 지나쳤고, 석우의 검은 오우거의 팔을 베었다. 오우거의 팔에서 녹색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검기를 사용해 가죽을 베었으니, 데미지가 상당할 것이었다.
“쿠와악!”
오우거는 비명을 질렀다. 석우는 속으로 역시 오우거의 가죽은 질기다고 생각하며 오우거를 노려보았다.
‘혼자서는 힘들겠군.’
석우는 속으로 생각했다. 최대한 피해 없이 오우거를 잡아야 했다. 시간을 끈다면 그만큼 피해도 늘어날 것이었다. 건물이 무너진다면 끔찍한 피해를 안기고 말리라.
“가이스, 소환.”
석우는 중얼 거리며 가이스를 소환했다. 가이스는 소환 되자마자 오우거를 노려보며 주먹을 들었다.
“오우거를 막아. 최대한 주변 건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석우는 명령하고 온몸의 마나를 끌어 올렸다. 가이스가 시선을 돌리고, 석우가 결정적인 한방을 먹인다면, 오우거를 죽이는 것이 가능했다. 판테아 대륙에서는 시간을 두고 체력싸움을 해서 이기는 편이었지만, 지구에서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되었다.
가이스는 석우의 말을 듣고 오우거에게 달려들었다. 오우거는 분노에 찬 비명을 지르며 가이스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쿠와아!”
오우거가 휘두른 주먹은 가이스에게 막혔다. 가이스는 일부러 오우거의 주먹을 피하지 않고 잡았다. 오우거는 자신의 주먹이 잡히자, 잠시 당황하였지만, 이내 발로 가이스를 찼다.
퍼억.
돌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가이스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석우는 미소를 지었다. 과도하게 힘을 쓰서 가이스를 발로 찬 오우거는 균형이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석우는 마나를 검에 담고 오우거에게 빠르게 달려갔다. 오우거는 그제야 균형을 잡으며 석우를 공격하려 했다.
‘이미 늦었다.’
이미 석우의 검은 오우거의 목을 향해 휘둘러지고 있었다. 오우거의 가죽이 얼마나 질긴지, 마나가 담긴 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석우의 검은 반 정도 밖에 박히지 않았다.
퍽.
목의 반이 잘렸음에도 불구하고, 생명력이 질긴 오우거는 기어코 주먹을 휘둘러 석우를 공격하였다.
“커억.”
석우는 오우거의 주먹이 날아오는 것은 느끼고 서둘러 피했지만, 스쳐 맞았다. 석우는 옆구리에서 느껴지는 고통에 신음을 흘렸다. 석우를 공격한 오우거는 이내 앞으로 쓰러졌다. 죽은 것이다.
“허억.”
석우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다행히 뼈가 부러진 것은 아니군.
석우는 속으로 생각하고 고통을 참으며 오우거의 가죽과, 쓸모 있는 부산물을 챙기려했다. 그러던 석우의 머리에, 번뜩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다.
‘지구에는 몬스터가 처음 등장한 것이다. 정부에서든, 능력자 협회에서든 관심을 보이고 몬스터의 시체를 가지기위해 안달할거야. 그럼 차라리 시체를 그대로 남겨 두는 게 좋겠어.’
석우는 속으로 생각하고 오우거의 시체를 통째로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가이스 역소환.”
석우는 가이스를 역소환하고, 능력자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잠시 뒤, 천성을 선두로 능력자들이 오기 시작했다.
“석우야!”
천성은 석우가 사건의 중심지에 있자, 놀라 소리쳤다. 석우는 건물의 잔해에 앉아 있다가 일어섰다.
“오셨어요?”
석우는 천성을 바라보았다.
“그 괴물은 어떻게 되었냐?”
천성은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제가 죽였어요.”
“...네가?”
“네.”
석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천성은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이었다.
‘석우가 나의 예상보다 강한 것인가. 아니면 그 괴물이 약한 것인가. 후자였으면 좋겠군.’
천성은 속으로 생각했다. 자신의 자식이 강한 것은 좋지만, 대한민국을 위해서라면 후자인 경우가 훨씬 더 좋다. 만약 이 괴물이 다시 나타난다면 손쉽게 해치워 버릴 수 있을 테니.
“그럼 괴물의 사체는 어디 있느냐?”
“제가 가지고 있어요.”
석우의 말에, 천성은 이해하지 못한 얼굴로 석우를 바라보았다. 석우는 천성의 눈빛에 아공간에서 오우거의 시체를 꺼내었다.
“허억!”
뒤에 있던 능력자들이 놀라며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천성 또한 놀란 얼굴로 오우거를 자세히 살폈다.
“...수고했다.”
묻고 싶은 말이 많았다. 어떻게 죽였는지, 어떻게 시체를 허공에서 꺼낼 수 있는지. 물어볼 것이 산더미 같았지만, 천성은 그 말을 하였다.
“이제 이 시체는 능력자 협회에서 보관하도록 하겠다.”
“아니요.”
천성은 석우의 말에 석우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오우거의 시체를 그냥 넘길 수는 없었다.
“그게 무슨 말이냐.”
“이 괴물의 시체는 제 겁니다.”
“네가 가지고 있어봐야 득이 되지 않는다.”
“아뇨, 득이 되죠. 확실히.”
“인류를 위해서라도 이것은 능력자 협회에서 가지고 가는 것이 맞아.”
“제가 사냥했고, 제 겁니다.”
석우는 단호하게 말하며 오우거의 사체를 다시 아공간에 집어넣었다.
“능력자 협회 한국 지부장으로서, 그리고 너의 아빠로서 말한다. 그건 네가 가지고 있어봐야 아무런 득이 없어. 넘기는 게 좋을 거야.”
천성은 석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석우는 분명 자신이 이 괴물의 시체를 능력자 협회에게 팔아 돈을 벌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힘이 없는 자가 귀한 물건을 가지면 결과는 둘 중 하나다. 곱게 넘기거나, 아니면 빼앗기거나.
천성은 아빠로서, 석우가 괴물의 사체를 가지려다 무력으로 빼앗기는 사태를 바라지 않았다.
“능력자 협회 본부장을 만나고 싶어요. 미국 본부장과 만나게 해주세요. 그에게 이 괴물의 사체를 팔겠습니다.”
석우 또한 천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천성은 분명 자신을 걱정하고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석우는 자신이 있었다. 절대 오우거의 가죽을 빼앗기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아공간은 석우만 열수 있다. 그런 아공간에 넣어놨으니, 절대 빼앗기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에게 절대로 강제로 빼앗을 생각은 하지 말라고 전해 주세요. 제 능력은 게임머의 능력. 그리고 제가 가지고 있는 스킬, 아공간은 저 뿐만이 열지 못합니다. 제가 죽으면 아공간에 있는 물건들이 모두 사라지고요. 이점, 전해주셨으면 좋겠군요.”
석우는 천성에게 말했다. 천성은 석우의 말에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아들이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능력자 협회 본부장을 만나고 싶다고 의사를 표명하고, 그에게 괴물의 시체를 팔고 싶다고 하는 것은 분명 기분 좋은 일이었다. 자신의 아들이 이만큼 컸다는 증거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위험한 일이다. 적당한 금액이라면 내 놓겠지만, 만약 아니라면 괴물의 시체를 받은 뒤, 석우를 죽일 수도 있었다. 천성은 안 된다고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위험한 일이다.”
“걱정 마세요. 저는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이용할 생각이고, 제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을 이용한다면 저는 절대 다치지 않습니다.”
석우의 말에, 천성은 눈을 감았다 떴다.
“알겠다. 하지만 너무 나서지는 말거라.”
석우는 아무런 대답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작가의말
이얍얍! 열심히 글 썼습니다! 오타, 맞춤법 지적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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