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5
“이거... 행운이라고 해야 하나요?”
로사는 미소를 지으며 석우에게 물었다. 석우는 로사를 바라보았다.
“행운. 그렇죠. 이렇게 아름다운 미녀와 대화하는 것은 분명 행운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습니다.”
석우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로사는 석우의 말에, 웃음을 지었다. 칭찬을 싫어하는 여인은 없었다. 석우의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로사는 정말로 예뻤다. 어려서부터 넘치는 돈으로 외모 관리를 한 것인지, 피부도 좋았다. 물론, 지아만큼 예쁘지는 않았다.
“호호. 기분 좋은 말이네요. 그런데... 제가 몇 번 이곳에 와봤지만, 로인씨를 본 것은 오늘이 처음이군요. 평소에는 이곳을 잘 방문하시지 않으시나 보죠?”
“글쎄요. 문을 연지 몇 개월 되지 않았으니, 계속 확인하는 것이 맞겠지만... 저는 바빠서요.”
“아, 들었어요. 요즘 아주 공격적인 투자로 유명하다고요?”
로사의 말에, 석우가 고개를 저었다.
“공격적인 투자까지는 아닙니다만... 그 일로 바쁜 것은 사실이죠. 정신없이 움직이다가 오늘에서야 시간이 나서 들러봤습니다. 직접 보니 만족스럽네요. 아름다운 로사양까지 와서 볼 정도인줄은 몰랐거든요.”
“호호. 오늘 밤에 있는 사교 모임을 위해 드레스를 고르고 있었어요. 드레스를 예약해 놓았건만. 시간을 맞추지 못했기에 이곳까지 오게 되었는데, 상당히 만족스럽네요. 좋은 드레스가 많아요.”
로사가 웃으며 말했다. 석우는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사교 모임. 뉴욕의 사교 모임은 어떨지 궁금했다.
“사교 모임이라... 레이티 로사가 참석하는 사교 모임은 어떨지 궁금하군요.”
석우가 은근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뉴욕의 유명 인사들이 모이는 곳이죠. 저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대기업들의 중요 인사가 참석한답니다. 아, 이참에 로인씨도 한 번 참가해 볼래요? 아마 로인씨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중요 인사들과 친분을 다져두면 나쁠 거 없다고요? 게다가 레이첼도 참석하니, 모르는 사람이 없어서 난감한 일은 벌어지지 않을 거예요.”
로사의 말에, 석우는 미소를 지었다.
“제가 그런 곳에 가면 물을 흐릴까 걱정이 되는군요.”
“아니, 전혀요. 뉴욕 사교계의 여자들이 가장 만나고 싶어 하는 남자인 로인, 당신은 충분히 자격이 있어요.”
로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럼 장소를 말씀해 주시면, 제가 찾아가도록 하죠.”
석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로사는 활짝 웃었다.
“잘 생각하셨어요. 이번에 모임은 가롯 빌딩에서 열릴 거예요. 7시까지 거기로 찾아오시면 되요. 제 추천으로 오셨다고 하면, 들여보내 줄 거예요.”
“알겠습니다. 그럼, 그곳에서 뵙죠. 레이디.”
“저는 아마 이 레드 로즈를 입고 있을 테니... 찾기가 어렵지는 안겠죠?”
“물론입니다.”
석우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로사 또한 가볍게 예를 취하며 인사했다.
“린.”
석우는 걸음을 옮기며 린을 불렀다.
“응?”
“들었다시피, 7시에 사교 모임에 갈 거니까... 너는 집에 있어야 할 것 같다.”
“같이 가면 안 돼?”
“뉴욕의 상위 사교 모임들은 모두 회원의 추천이 있어야만 입장이 가능해. 내가 로사의 추천을 받은 것이지, 네가 받은 게 아니니까.”
“은신하고 들어가면?”
“글쎄. 뉴욕의 상위 사교 모임에 능력자가 한 명도 없을 거라고 생각해?”
“...힝.”
린은 입술을 삐죽 내밀고, 시무룩한 표정으로 걸음을 옮겼다. 석우는 시계를 들여다 보았다.
2시.
아직 7시 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있었다. 석우는 라이언 몰을 돌아보다가 가기로 결정했다. 라이언 몰은 상당히 컸다. 라이언 몰을 한번 오면 적어도 2시간은 돌아다닐 각오를 해야 했다. 석우는 느긋하게 라이언 몰을 돌아다니며 쇼핑을 시작했다. 석우는 커다란 토끼 인형을 보고, 그쪽으로 향했다. 사람보다 커다란 토끼 인형은, 귀여웠다.
“얼마에요?”
석우는 유창한 영어로 물었다.
“400불입니다.”
40만 원. 인형 하나 값으로는 비쌌다. 하지만 석우는 개의치 않고, 값을 지불했다. 주인은 가볍게 돈을 지불하는 석우의 모습에 상당히 놀란 표정이었다.
“봉투나... 뭐... 필요하십니까?”
아무래도 사람만한 인형이니, 들고 다니기 불편할 것이었다. 석우는 곧 바로 인벤토리에 집어 넣었다.
“필요 없네요.”
석우가 웃으며 말했고, 주인은 입을 벌렸다. 아무리 능력자들이 있는 세상이라지만, 이렇게 큰 인형을 순식간에 사라지게 만드는 능력자는 얼마 없었다. 석우는 놀란 주인을 보며, 살짝 미소를 짓고는 가게를 나왔다.
석우는 여러 가게를 둘러보며 시간을 보냈다. 눈이 즐거웠다. 물론, 눈이 즐거워하는 것은 대부분 구입을 했다. 집도 비어있는데 장식품을 가져다 놓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석우는 라이언 몰에 있는 푸드코트에서 간단히 식사를 해결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일을 보러 밖에 나갔던 지아도 집에 돌아와 있는 것 같았다. 석우는 가볍게 샤워를 하고, 아공간을 뒤졌다. 사교 모임을 가려면 옷을 잘 차려 입어야 할 것이었다.
석우는 수십 벌의 옷들은 잠시 바라보다가, 캐주얼 정장을 꺼내 입었다. 평범해 보이지만, 매력을 올려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는 옷이었다. 석우는 정장을 입고, 거울을 바라보았다. 그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만족스러운 미소였다.
석우는 운전기사를 불러 차를 운전하게 했다. 메이르에서 만든 슈퍼카 중 하나였다. 아직 운전면허를 따지 못해서 운전기사를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 석우는 멀리서 보이는 가롯 빌딩을 보았다. 기자들이 이미 카메라를 들고 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의 사진을 찍고 있었다.
“호오.”
유명 영화 배우인, 로버트 다오니 주니어가 그의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본 석우는 입을 열었다. 상당히 유명한 배우로, 석우도 그가 나오는 영화, 아이언휴먼의 모든 시리즈를 보았다. 그는 역시나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가 마음에 드는지, 아이언휴먼과 비슷한 디자인과 색을 지닌 차를 가지고 있었다.
석우는 자신의 앞에 레드카펫이 보이자, 차에서 내렸다. 기대하던 기자들이 서둘러 플래시를 터뜨리려 준비했다. 하지만, 간간히 플래시가 터질 뿐, 다른 사람들이 내릴 때처럼 격한 반응은 없었다. 석우는 그런 기자들의 모습에 살짝 자존심이 상하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드러내어 표현하지는 않았다.
기자들이 웅성였다.
“누구지?”
“몰라. 처음 보는데? 신흥 부자인가?”
“허. 최고 사교 모임인 ‘샤이닝스타’를 만만하게 보는 건가.”
기자들의 말에, 석우는 아무런 반응 없이 걸음을 옮겼다.
“기존 회원의 추천 없이는 출입이 불가능 합니다.”
“레이디 로사에게 추천을 받았습니다.”
“환영합니다.”
문에 서있던 남자는 석우의 말에, 길을 터주었다. 거짓으로 추천을 받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곳에 올만한 사람들은 절대 그런 거짓말은 하지 않았다. 그런 거짓말을 한다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더 많은 것이 이곳에 오는 사람들이었다.
“어라?”
기자들은 석우가 문제없이 들어가자, 웅성였다. 그들은 당연히 석우가 입구에서 거절을 당할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석우는 기자들을 뒤로한 체, 갈롯 빌딩을 들어섰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웃으며 대화를 나누는 것이 보였다. 석우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익숙한 얼굴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오랜만이군요. 레이첼.”
“어머?”
레이첼은 뒤에서 석우가 말을 걸어오자, 조금 놀라며 뒤를 돌아섰다.
“로인! 이곳은 어떻게...?”
레이첼이 말을 흐렸다. 그녀도 사교모임, 샤이닝스타는 절대 기존 회원의 추천이 없다면 들어올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석우는 그녀를 보고 빙긋, 웃었다.
“레이디 로사의 추천으로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로사? 로사라면...”
“메이르의 장미를 말하고 있습니다만...”
“그녀와 어떻게 만나서 추천을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축하 드려요. 아마 정식 회원까지 쉽게 가실 수 있을 거예요.”
레이첼이 웃으며 말했다. 석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야죠. 저도 미국에서 아무도 무시하지 못하는 사람 중에 한명이니 말이에요.”
석우는 자신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석우가 손을 쓴다면 로인의 보석은 팔리지 않을 것이고,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 할 것이다. 그리고, 몬스터가 출몰하는 지금, 몬스터의 가죽으로 만든 방어구는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다. 석우는 몬스터의 가죽으로 만든 방어구도 디자인을 절대 가볍게 만들지 않았다. 심지어 이런 정장과 같은 디자인의 방어구도 있었다. 그런 옷들이 더 이상 팔리지 않는다면 부자들은 목숨 걱정을 해야 할 판이었다.
“그래도 샤이닝스타라는 이름의 무게는 가볍지 않답니다.”
레이첼이 자신감 넘치는 석우의 말에 말했다. 석우는 그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아, 여기 있었네요. 로인.”
석우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옆에서 로사가 걸어오고 있었다. 석우는 가볍게 예를 취했다.
“덕분에, 이런 곳까지 와서 구경을 하는군요.”
“제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당신을 추천했을 거에요.”
“그런가요? 하하.”
석우가 기분 좋게 웃으며 말했다. 로사는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이거, 이거. 내가 지금 무엇을 보고 있는지 모르겠군.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사실인가? 우리 샤이닝 스타의 두 명의 장미가 동시에 한 명의 남자를 둘러싸고 있다니.”
한 중년인이 다가오며 말했다. 석우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아빠도 참, 무슨 말을 해도...”
로사가 중년인을 흘기듯이 바라보며 말했다. 메이르의 회장이자 로사의 아버지인 제임스였다.
“오랜만에 봬요. 회장님.”
“허허. 반갑구나. 레이첼.”
제임스는 레이첼의 인사를 받고, 눈을 돌려 석우를 바라보았다. 석우는 그 눈을 피하지 않았다.
“로인이라고 합니다.”
“오. 자네가 바로 로인이구만. 요즘에 자네에 대한 말이 많이 있기에, 한번 만나보고 싶었네. 나는 제임스일세.”
“미국에서 회장님을 모른다면 간첩이라 할 수 있죠. 아니, 간첩도 회장님은 알고 계실 것 같군요.”
“하하. 그러는 자네도 상당히 유명한 것 같은데. 사교계에서 자내를 모르는 사람은 없어.”
“영광이군요.”
석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임스 회장은 무언가 감정의 변화를 보여주리라 생각했던 석우가 그저 미소를 짓기만 하자, 상당히 놀랐다. 석우는 어리지만 이미 경험 많은 중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제임스와 대화를 나누던 석우는, 제임스의 어깨 너머로 보이는 익숙한 얼굴에, 눈을 흔들었다. 제임스는 그런 그의 모습에,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그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여자가 주변을 돌아보고 있었다.
- 작가의말
이얍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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