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7
똑똑
로인은 자신의 방에서 쉬고 있다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자신을 찾아올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로인아. 나야.”
“아, 들어와.”
반가운 목소리에, 로인은 미소를 지으며 응답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실비아였다. 로인은 그녀를 반갑게 맞았다. 린은 무고를 가지고 노느라 실비아에게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뭘 오랜만이야. 어제 하루 못 본거잖아.”
“그런가...”
“어쨌든, 너 내일 정식으로 준남작이 된단다. 준남작 임명식이 있으니까 아마 아침부터 준비해야 할 거야.”
“아, 드디어?”
로인은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준남작이 되는 것이다. 설레지 않을 수 없었다.
“어, 원래 막내 황자님의 생일 무도회 후에 임명을 하려 했는데 2황자님이 자신이 직접 준남작 임명식을 진행하겠다고 해서 내일로 정해졌다. 제 2황자님이 무슨 생각으로 그러셨는지는 대충 알 것 같아. 우리 아버지가 추천을 하니, 꽤나 괜찮은 인재라고 생각했을 거고... 요즘에 귀족들이 조금씩이지만 압박을 가해오는 상황이니, 자신의 사람으로 확실히 만들어 두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 거겠지.”
“...”
실비아의 말에, 로인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의외인 것은 2황자님이 네 영지도 정해주셨다는 거야. 황제 폐하께서 별 말씀 안하시고 승낙하시고... 어쨌든 그렇게 해서 내일 제2황자님이 너를 준남작으로 임명시켜준다. 그러니까 마음의 준비를 하고... 오늘은 일찍 자는 게 좋을 거야.”
실비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도 내일을 위해서... 일찍 자야할 것 같다.”
실비아는 손을 들어 인사하며 말했다. 로인은 자신의 할 말을 하고 바로 나가는 실비아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조금 흥분 한 것 같은데...’
실비아는 조금 신이 난 것 같아 보였다. 로인은 그런 실비아의 뒷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자꾸만 미소가 지어지는 날이었다.
"..."
일어나자마자 시녀들에게 둘러싸인 로인은, 황당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건 무슨 상황인지?"
"실비아 아가씨께서 특별히 로인님을 단장시키라 하셔서..."
"...아니... 그런 건 나 혼자서도..."
로인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가씨의 명령이셨습니다."
"실비아에게는 내가 말할 테니..."
"아가씨께서 로인님께서 그렇게 말하시더라도 절대로 무조건 로인님을 단장시키라고 하셨습니다."
로인은 물러서지 않는 시녀들을 보며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자신이 어린 아이도 아니고, 몸단장 정도는 혼자 할 수 있었다. 물론 준남작의 작위를 받는 것이 큰일이기는 하였지만 이렇게 다섯 명의 시녀들에게 단장을 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실비아가 그렇게 시켰다니 어쩔 수 없었다. 어차피 자신에게 해가 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실비아가 자신을 생각해서 한 것일 테니, 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빨리 끝내주세요."
로인은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빨리 끝내달라고 말하고는 있지만, 로인은 이미 빨리 끝나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 1시간은 걸릴 것이었다. 그것이 귀족들이 말하는 단장이었다. 피부가 원래부터 좋은 터라, 로션만을 바르고 다니는 로인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옷을 뭐 이리 많이 가지고 와서 하나하나 입혀보는 것인지, 그냥 그날 마음에 드는 것을 입으면 될 것 아닌가. 아무리 임명식이 있다고는 하지만, 너무 심한 것 같았다.
'뭐... 어쩌겠어.'
로인은 속으로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로인은 옷을 열 번이 넘도록 갈아입고, 머리 모양도 몇 번씩이나 바꾼 다음, 겨우 시녀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미 임명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로인은 서둘러 임명식을 하는 페르엔 제 3홀로 향했다.
페르엔 황궁에는 여러 건물과 홀이 있었는데, 페르엔 제 1홀은 황제가 다른 나라의 사신을 맞거나 대소사를 결정할 때 이용하는 곳이었고, 페르엔 제 2홀은 보통 무도회를 하는데 사용되었다.
지금 로인이 향하는 페르엔 제 3홀은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되었는데, 지금처럼 작위를 내릴 때에 사용되기도 하였다.
로인은 페르엔 3홀에 도착하자마자 안내를 받아 임명식때 어떠한 말을 하고,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하는지 배우고 몇 번씩이나 연습을 하였다.
그리고 드디어, 임명식이 시작되었다. 제 2황자, 에드워드 본 페르엔이 들어와 임명식을 시작했다.
"평민 로인, 그대는 온 몸과 마음으로 나라를 위할 것을 맹세하는가?"
"맹세합니다."
로인은 한쪽 무릎을 꿇은 자세로 입을 열어 답했다.
"평민 로인, 그대에게 황제 폐하를 대리하여 준남작의 작위와 루푸스의 성을 내린다."
"..."
-띠링! 페르엔 제국의 준남작이 되었습니다. 작위는 많은 혜택을 받을 수도 있지만, 그에 따른 책임이 존재합니다. 언제 어디서든 귀족으로서의 품위를 잃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시종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노예를 구입할 수 있게 됩니다. 0/100
-호위 무사를 데리고 다닐 수 있게 됩니다. 0/15
"이어 라쿠스 지방을 영지로 하사한다."
"황제 폐하의 크신 은혜, 너무나 감사드리옵니다. 신 로인, 영원히 제국에 충성할 것을 맹세합니다!"
로인은 에드워드의 말에 고개를 깊게 숙이며 말했다. 동시에 알림음이 울렸다.
-띠링! 라쿠스 지방의 영주가 되셨습니다.
-군대를 양성할 수 있게 됩니다.
로인은 고개를 숙인채로 미소를 지었다. 준남작이 되었다. 영지도 받았다. 이것은 무엇을 하던지 도움이 될 것이었다.
"앞으로 잘 부탁하네, 어린 늑대."
에드워드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로인은 고개를 들어 미소를 지었다.
"라쿠스 지방을 영지로 하사하다니? 거기는..."
실비아는 놀라며 라이엄을 돌아보았다.
"이건 나로서도 의외로구나. 라쿠스 지방은 상당히... 힘들 텐데. 로인에게 호감을 가지고 계신 것으로 보였는데, 아니었던가? 아니면... 그를 시험하시려고 하는 것인가..."
'단지 시험을 하려고 라쿠스 지방을 영지로 내린 다는 것은 별로 설득력이 없어. 시험을 하다가 성장을 하지 못할 수도 있을 텐데? 나중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할 수도 있는데 어찌 라쿠스 지방을 영지로 내리신 것이지? 무슨 생각을 하시고 계신 것인지... 모르겠군.'
라이엄은 고개를 살짝 저으며 미소 짓고 있는 에드워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라쿠스 지방은 일단 아주 큰 호수 근방에 자리하고 있는 소도시, 라쿠스를 중심으로 한 지방이었다. 위치적으로 아주 좋은 영지였지만, 경제적으로 전혀 성장하지 못하고 있었다.
몬스터들 때문이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예전부터 라쿠스 지방에는 몬스터들이 많았던 것이다. 왠만한 자작들의 군대로도 라쿠스 지방의 몬스터들을 상대할 수 없을 정도로 몬스터들은 많았다.
베르시아 남작 자신도 그곳의 몬스터들을 토벌하려면 많은 피해를 감수해야 했다. 그런 곳이 라쿠스 지방인데, 단지 이제 준남작이 된 로인에게 라쿠스 지방을 영지로 하사한 것이다. 다른 사람이라면 2황자가 로인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다고 생각할 수 있을 만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2황자가 로인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아는 라이엄은 혼란스러울 뿐이었다.
임명식이 끝나고, 에드워드는 페르엔 제 3홀을 빠져나왔다.
"섀도우."
에드워드가 나직이 중얼거리자 에드워드의 뒤에서 남자가 신영을 드러내었다.
"어린 늑대가 자라 늑대가 될까? 아니면 늑대로 자라기전에 사냥꾼의 손에 죽임을 당할까?"
"..."
"그건 두고 보면 알게 되겠지."
에드워드는 미소를 지으며 걸음을 옮겼다.
로인은 자신의 방 침대에 누우며 한숨을 내쉬었다.
"너... 라쿠스 지방이 어떤지 모르지?"
실비아는 침대에 누워있는 로인을 보며 입을 열었다.
"라쿠스 지방... 모르지, 몇 번 들어보기는 했는데..."
"라쿠스 지방은 몬스터 때문에 유명해."
"몬스터?"
"몬스터가 정말 많아. 거기는 정말... 위험한 곳이야. 아니, 너에게는 위험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아마 영지를 성장시키는 게 엄청 어려울 거야. 먼저 몬스터를 토벌해야 하는데 거기는 그럴만한 군대가 없어. 마지막으로 그 지방을 영지로 받았던 사람이 베니스 자작이었는데, 1년 후에는 영지를 발전시키는 것을 포기했다더라. 그게 한 50여년 정도 전이야."
"...그러면 조금 좋지 않은데... 영지는 성장 시키라고 있는 건데, 성장 시키는 게 어렵다니..."
"그래도 위치가 좋은 곳이니 몬스터만 잘 토벌하면 급성장 할 수 있을 거야."
"..."
로인은 전혀 위로가 되지 않는 실비아의 말에 한숨을 내쉬었다.
'몬스터라... 전혀 생각지 못한 부분인데... 영지 경영에만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몬스터라니... 적당히 있으면 내가 어떻게 처리할 수 있는데 몬스터가 많기로 유명한 지방이라면 내가 처리 할 수 없을 텐데. 어떻게 해야 하나...'
로인은 속으로 생각 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는 영지 경영에만 신경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로인이 영지 경영을 해보았을 리가 없었다. 단지 게임으로 경험을 해본 것이 다일뿐이었다.
로인은 게임으로 단지 수치만을 가지고 영지를 성장 시키는 것과 실제로 사무일을 하여 영지를 성장시키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잘 알았다. 게임 시스템이 어느 정도는 도와주겠지만 실제적인 사무일은 다르다. 세금이 얼마나 들어왔고, 얼마나 빠져나가야하는지 계산을 하고, 영지의 어디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 라는 것도 해결해야했다. 게다가 제판도 내려 주어야 할 때도 있었다.
"영지 경영을 도와줄 사람을 고용할 생각을 했었는데... 노예를 살수 있다고 했으니. 영지 경영을 도와줄 만한 노예를 구해야겠다. 사람을 사고파는 것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지."
로인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어?"
로인이 중얼 거리자, 실비아가 그를 바라보며 되물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어쨌든, 정보 고마워."
"뭘, 아니, 뭘요 루푸스 준남작님."
"하하하. 준남작이라... 아직 별로 실감은 나지 않는데... 조금 지나면 실감이 나겠지."
"아마 무도회를 한번 경험하게 되면 실감이 날거야. 평민들과 귀족들의 삶이 얼마나, 어떻게 다른지. 그리고 준남작이라는 작위가 얼마나 서러운 작위인지도... 어디 한쪽에 붙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작위가 준남작의 작위야."
실비아는 조금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준남작은 확실히 귀족이다. 그렇기에 평민과는 확실히 다르다. 하지만 가장 낮은 작위이기 때문에 높은 작위의 귀족에게 의지 하지 않으면 중앙 정치계에 절대로 나올 수 없었다. 준남작의 서러움이었다.
로인은 실비아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미경험자의 순수한 미소였다.
- 작가의말
이얍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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