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
“그게 말이 되는가!”
베르시아 백작은 자신의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그의 얼굴에는 놀라움이 한가득했다. 그의 앞에 있는 기사는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그... 사실입니다. 하룻밤 사이에 약 5만 가량의 적군이 줄었습니다. 게다가 적의 사기는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에다, 군량도 없어 보였습니다.”
기사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도 믿을 수 없는 보고를 하고 있었다. 믿을 수 없지만, 사실이기에 보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베르시아 백작은 허탈한 웃음을 터트렸다.
“허허. 5만... 5만이라...”
베르시아 백작이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중얼 거렸다. 그의 눈은 황당함과, 허탈함, 그리고 놀라움이 가득했다. 로인. 그가 대단한 줄은 알았다. 그의 대단함은 이미 젝슨 백작의 군대를 상대함으로서 증명이 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군대 대 군대였다. 비록 18000명과 3만의 군사 차이가 있는 전투였지만, 그것은 분명 적기는 하지만 이길 수 있는 확률이 있는 전투였다.
하지만... 100 대 20만. 그것은 불가능한 전투였다. 피해야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정예를 골라 뽑아도, 고작 몇 천의 피해를 입히는 것이 최고다. 그것은 베르시아 기사단이 가더라도 마찬가지였다. 베르시아 기사단은 고작 몇 천의 피해를 입히고 전부 몰살당했으리라.
그런데 로인은 말도 안 되는 일을 저질렀다. 5만. 누구 집 개 이름이 아니었다. 사람 5만 명이 죽었다. 고작 100명으로, 20만의 대군에 맞서서 5만의 적군을 죽였다. 단순 계산으로도 한 명이 500명씩은 죽여야 한다. 그게 가능할리 없었다. 기사 한명이, 500명의 사람을 일렬로 세워놓고 베기만 하더라도 불가능 한 것이 그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전투에서 해냈다? 모두 소드 마스터를 조금이나마 바라보고 있는 소드 익스퍼트 상급이 아니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이로서, 제국의 모든 귀족들은 알게 되리라. 절대 로인의 영지에 영지전을 걸면 안 된다는 것을.
5만의 병력을 가지고 있는 귀족은 제국 내에서도 얼마 되지 않았다. 그들이 자신의 병사들을 모두 로인의 영지에 쏟아 부어도 겨우 겨우 몰살을 면해 승리를 가능할까 하는 상황이었다.
베르시아 백작은 고개를 저었다.
“로인... 대단하군. 그는 평화 때에는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전쟁이 일어나자 괴물이 되어버렸군.”
베르시아 백작이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가 아무리 애를 써보았지만, 지금까지 1만이 겨우 넘는 적군을 해치웠을 뿐이었다. 그것도 자신도 수천의 피해를 입었다. 그런데 로인은 겨우 기사 몇 명의 목숨을 5만과 바꾸었다. 로인에게 총사령관 자리를 맡겼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베르시아 백작은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위험한 생각이지.”
그는 쓴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앞에 있는 기사에게 말했다.
“루푸스 준남작을 불러오게. 아니, 내가 가지.”
베르시아 백작은 잠시 눈을 감았다 뜨며 말했다. 하룻밤 사이에 5만의 적군을 죽인 로인이다. 이제는 자신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로인이 적극적으로 전투에 참여를 하느냐 하지 않느냐가 이번 전쟁의 방향을 바꿀 것이었다. 베르시아 백작은 자리에서 일어나 로인의 막사로 향했다.
로인은 시원한 물이 들어있는 욕조에서 미소를 지었다. 린이 그의 다리에 앉아 있었다. 로인은 가볍게 린의 가슴을 주물럭거렸다. 린은 간지럽다는 듯, 몸을 살짝 꼬았다. 로인은 손을 올려 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린은 자신의 몸을 툭툭 건드리는 로인의 신체를 느끼며 미소를 지었다.
“베르시아 백작이 왔는데...”
나인이 막사로 들어오며 말했다. 로인은 인상을 찡그렸다. 베르시아 백작. 다른 사람이었다면 목욕 중이라고 만남을 거절했겠지만, 베르시아 백작은 그렇게 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로인은 인상을 찡그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뚝 솟은 그의 중심이 나인의 눈에 들어왔다.
나인은 그에게 옷을 건네고 황급히 시선을 돌렸다. 로인은 그런 나인의 모습을 보고 피식 웃음을 지었다.
“나인도 언제 한 번 같이 목욕 해야지?”
나인은 로인의 말에 화들짝 놀랐다. 그녀는 붉어진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로인은 자신의 주인이다. 강제로 명령을 한다면 거부할 수 없었다. 그녀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진정시켰다.
“들어오시라고 해.”
옷을 다 입고, 린이 옷을 입은 것을 확인한 로인이 입을 열었다. 나인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막사 밖에 나간 나인이 베르시아 백작과 함께 들어왔다.
“여긴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엄연히 최고위 사령관인데 이렇게 일개 준남작의 막사에 찾아오시면 시선이 좋지 않을 것 같은데요.”
로인은 말했다. 그가 베르시아 백작이 자신을 찾아온 이유를 모를 리가 없었다. 하지만 로인은 알고 있다. 자신이 베르시아 백작을 앞에 두고 있다고 해서 긴장을 하거나 당황을 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 그것을 아는 그는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며 미소를 지었다. 베르시아 백작은 로인의 그런 모습을 보고 잠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았다.
‘뭐, 주변 시선을 생각하지 못하고 영웅이 되어버린 준남작의 시선만 생각했군. 이거... 별로 좋지는 않아.’
베르시아 백작은 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았다.
“어쩔 수 없지. 내가 찾아오겠다는데.”
베르시아 백작은 그렇게 말했다. 로인은 어깨를 으쓱했다.
“그래서 저를 찾아온 이유는요?”
“어제. 기습을 어떻게 한 건가. 5만이라니.”
베르시아 백작은 조금은 황망한 표정으로 말했다.
“마법으로 혼란을 주고, 쳤죠.”
로인은 간단하게 설명했다. 하지만 베르시아 백작은 성에 차지 않은 모양이다.
“레몽 후작은? 소드 마스터가 있었을 텐데 어떻게 피해가 겨우 기사 몇 명에 그치지 않았던 건가.”
“베르시아 기사단의 기사단장의 실력이 어떻게 됩니까?”
“...소드 익스퍼트 최상급이지.”
“그럼 백작님과 대결을 하면 얼마나 버팁니까?”
“...뭐... 꽤나 버티지. 진심으로 하게 되면 나도 피해를 입을 수 있으니 조심하기도 하지만.”
“그것과 비슷합니다. 블랙 와이번 기사단의 기사단장이 레몽 후작을 맡았습니다.”
로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신의 무력이 하나 들어나게 됐지만, 그는 베르시아 백작이 함부로 그것을 말하고 다닐 사람은 아닐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그는 전혀 지친 모습이 아니던데.”
“다행이도. 부상을 입지 않았습니다.”
“외상을 입지 않아도 내상을 입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내상을 잘 다스리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기사의 능력중 하나죠.”
베르시아 백작은 로인의 말에 인상을 찌푸렸다. 더 이상 정보를 드러내고 싶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 더 물어볼 수는 없는 법. 베르시아 백작은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어쨌든... 영웅이 되었군.”
“영웅까지야. 그냥 공 많이 세운 장군으로 저는 족합니다.”
“자네는 그렇겠지만, 세상은 영웅을 필요로 해서 말이지. 게다가 100명을 이끌고 5만 명을 죽인 사람이 영웅이 아니라면 누구를 영웅이라 말하겠는가.”
베르시아 백작은 굳은 얼굴로 말했다. 전쟁 상황이다.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영웅 만들기였다. 영웅을 만들어 놓으면, 그가 우리와 함께 한다는 것 때문에 사기도 올라가고 백성들의 불안감도 조금 잠재울 수 있기 때문이었다.
“영웅... 그거 좋죠. 근데 저는 나라의 영웅이 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제 영지의 영웅이라면 몰라도.”
“그게 어찌 마음대로 되는 건가. 다 소문이 돌아서 영웅이 한명 탄생하는 것이지.”
베르시아 백작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로인은 피식 웃음을 지었다.
“자연스럽게 영웅이 탄생하는 것이라면 저도 상관없습니다만. 의도적으로 소문을 흘리지는 말아 주세요.”
“허허. 100명 대 5만이라는 전설을 기록했는데 어찌 소문이 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지금도 병사들 사이에서 말이 퍼지고 있는 것 같은데.”
“뭐, 됐습니다. 별로 상관은 없으니까요. 영웅이 되든, 저는 저니까.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거죠. 물론, 제가 하는 일이 제국민들의 원함과 겹치는 부분이 상당히 많겠죠.”
로인은 말했다. 베르시아 백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완벽히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이 정도로 충분했다.
“그래서, 전장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습니까?”
“뭐... 일단 적이 위축이 되었는지 움직임이 예전 같지가 않군.”
“위축이 되었다면... 전면전을 펼치기가 어렵게 되었군요.”
“그렇다기보다는 쳐들어가기 좋지.”
베르시아 백작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적이 위축이 되었다면 전면전을 신청해서 전면전을 펼치기는 어렵지만, 전면전을 펼치도록 상황을 만들기는 쉬었다. 전군을 이끌고 위축된 적군을 공격하면 간단했다. 이렇게 사기가 떨어진 적군은 손쉬운 먹잇감이었다. 문제는, 먹잇감들 속에 호랑이가 있다는 것이었지만.
“그래서... 부탁이 하나 있네.”
베르시아 백작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로인은 베르시아 백작을 바라보았다. 명령을 할 수도 있지만, 부탁을 하는 것. 명령을 내려 강제로 하게 되면 최고의 효과를 볼 수 없는 그 무엇이나, 그것이 아니라면 명령을 내리기에는 너무 위험한 명령이거나. 둘 중 하나였다.
사실 죽으라고 명령하는 것과 마찬가지 인 것을 명령하려면 문제가 발생할 염려가 있었다. 그래서 귀족들은 대부분 그런 상황에서 부탁이라는 표현을 썼다.
“무엇입니까.”
“레몽 후작은 내가 맡겠네. 내가 레몽 후작을 잡고 있을 동안 적군에게 피해를 입혀 놓게.”
“그게 다는 아닐 것 같은데요.”
“...별동대를 운용해주게.”
“알겠습니다.”
로인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베르시아 백작은 눈을 빛냈다.
“제가 끌고 온 모든 병력을 별동대로 하겠습니다.”
“그러게.”
“별동대인 만큼, 제가 하는 일에 무엇이라 말하지 마셨으면 합니다.”
“그러지. 일단 나는 내일, 레몽 후작을 칠걸세.”
“그 전에 제가 혼란을 만들어 두죠.”
로인이 말했다. 베르시아 백작은 눈을 감았다 떴다.
“그래 주겠나?”
“적어도 1만에서 2만 정도의 피해는 입히고 있겠습니다. 상황을 보아서 진격해 오시죠.”
로인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모두가 보는 곳인 만큼, 멀린과 골렘을 사용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그 둘이 아니더라도 8000명이 있으니, 1만에서 2만 정도의 피해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병사들은 훈련이 잘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십부장 정도 되는 병사들은 폭탄을, 백부장이나 천부장들은 마법 물품을 가지고 있어서, 수십 명의 적병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이 가능했다.
“알겠네. 그럼 쉬고 내일 보지.”
베르시아 백작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 작가의말
이얍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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