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
담임이 책상을 두드리자, 소란을 떨던 학생들이 입을 다물었다.
“자! 이번에 학교 축제가 있다는 것은 모두 잘 알 것이라 믿는다.”
담임은 차분하게 말했다.
‘축제... 재미있겠지.’
석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뭐, 반에서 최소 5명은 뽑아서 장기자랑 시켜야한단다. 지원자?”
담임의 말에, 몇몇의 학생들이 손을 들었다.
“장기 자랑하는데... 우리 반이 질수는 없어서 말이야. 엄격한 심사를 해서 뽑아야겠다.”
담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가 한 장기 자랑 하죠.”
“패기 보소.”
담임은 웃으며 말했다.
“원래 고딩들은 패기가 넘쳐야죠.”
학생이 건들거리며 말했다. 담임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번 해봐. 오늘 수업은 장기자랑으로 하자.”
“와아!”
“쌤 최고!”
학생들이 흥분하여 박수를 쳤다. 바쁜 고등학생의 삶에서, 이렇게 여유를 느끼는 것은 힘들었다. 학생들이 열광하는 것은 당연했다.
“제가 랩 잘하는 거 아시죠? 프리스타일 한번 해보겠습니다. 아무나 비트 줘 봐.”
석우는 흥미로운 눈으로 앞으로 나온 학생을 바라보았다. 최우길. 석우에게는 친하다면 친하고, 그리 친하지 않다고 하면 그리 친하지는 않은, 그런 친구였다.
석우가 흥미를 느낀 것은 바로 랩이다. 랩. 어느 고등학생이 랩을 좋아하지 않을까. 당연히 석우도 랩을 좋아했고, 가끔 만들어 보기도 했다.
석우는 우길의 랩을 들으며 미소를 지었다.
‘잘하네. 근데... 내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석우는 속으로 생각했다. 우길의 랩을 들으니, 자신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동시에 승부욕이 생겼다.
“감사함다!”
우길이 랩을 끝내고 고개를 숙였다.
짝짝짝
남자들은 격하게 박수를 치며 좋아했고, 여자들은 대부분 괜찮네. 라는 표정이었다.
“쌤.”
석우가 손을 들었다. 학생들이 석우를 돌아보았다. 석우도 학교에서 꽤나 유명한 편에 속했다. 지아와 유일하게 편하게 대화하는 아이. 게다가 외모도 뛰어나고, 한때 유명 여배우를 위험에서 구한 것으로 유명했다.
“오, 너도 장기자랑 해보게? 잘 생각했다. 원래 뭐든 물이 좋아야하는 거야.”
담임은 장난스럽게 말했다.
“저도 프리스타일 랩 한번 해보겠습니다.”
석우는 입을 열었다. 아이들이 열광했고, 몇몇의 남자아이들이 비트를 만들기 시작했다. 석우는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어라...?’
석우는 당황하여 고개를 갸웃했다. 자신의 랩은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마나가... 움직인다?’
랩을 하는데, 마나가 움직였다. 강약을 조절해서 움직여 주는 마나는, 석우의 랩을 더욱 생동감 있게 만들어 주었다.
“...감사합니다.”
석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와아!”
“랩 완전 잘한다!”
“대박. 어떻게 지금까지 몰랐지?”
학생들이 난리를 쳤다. 담임 또한 놀란 얼굴이었다.
“합격.”
담임은 석우의 등을 한번 치며 말했다. 석우는 미소를 지었다.
학교 축제 준비는 별거 없었다. 학교에서 대부분 준비했고, 각 반들은 그저 장기자랑이나 할 사람을 뽑으면 되었다.
‘흠... 역시 여자가 있어야해.’
석우는 책상에 앉아 주위를 둘러보았다. 가사는 만들었다. 일주일 정도 여유롭게 썼고,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보컬이 없었다. 아무리 랩을 잘해도 혼자만 하면 무언가 허전 하지 않은가. 게다가 이미 노래에 보컬 파트를 집어넣은 후였다.
‘지아에게 부탁해봐야겠다.’
지아의 성격상 거절할 확률이 높았다.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을 꺼려하니 말이다. 신분상 조심해야 할 부분도 있었고 말이다. 석우는 한번 물어보기라도 할 생각으로 지아에게 다가갔다. 지아는 석우가 다가오자, 고개를 들었다.
“지아야, 내가 이번에 축제에서 장기자랑 하는 거, 알지?”
석우의 말에 지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좀 도와줘라. 여자 파트가 있는데, 너가 불러주면 정말 좋을 것 같아.”
“...나 노래 못하는데...”
“괜찮아. 그냥 조금만 연습하면 할 수 있어.”
석우의 말에, 지아가 손을 내밀었다.
“한번 줘봐. 보고 부를 수 있을지 말해줄게.”
지아의 말에, 석우는 미소를 지으며 가사가 쓰여 있는 악보를 내밀었다. 잠시 그것을 바라보던 지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뭐, 할 수 있을 것 같네.”
“고마워.”
석우는 지아에게 말했다.
“고맙기는, 근데... 너 약속 안 잊었지?”
“당연히 안 잊었지. 시간 날 때 말해. 같이 가자.”
석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학교 축제 끝나고 같이 가자.”
“알았어.”
석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석우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 점심을 즐겼다.
-그대의 마음을 사로잡...
“여보세요?”
석우는 점심을 먹다 말고 울리는 벨소리에, 전화를 받았다.
-오빠!
성은이었다.
“이 시간에 무슨 일이야?”
석우는 자신이 학교에 있다는 것을 뻔히 알 텐데 전화한 이유가 궁금했다.
-이번에 오빠 학교 축제 있다고 했지?
“어, 축제 있지.”
석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거기서 노래 부른다.
“...네가 부탁한 거야 아니면 학교 측에서 해달라고 한 거야?”
-당연히 내가 하겠다고 했지... 는 농담이고, 학교 측에서 연락이 왔어. 내가 오빠 얼굴을 봐서 수락했지. 뭐, 조건 하나를 달았지만.
“무슨 조건.”
석우는 조금 불안해지는 마음에 물었다. 사실 성은이 이렇게 고등학교의 축제에 나오거나 할 인물은 아니었다. 소속사에서도 쉽게 허락하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그런 성은이 내건 조건이 무엇일까.
-총 4곡을 부를 거야. 3곡은 이번에 나온 앨범에서 고르고, 마지막 한곡은 내 자작곡. 그 자작곡에 남자 파트가 들어가는데, 오빠가 그 남자 파트를 불러주는 것으로.
“...성은아.”
-...
성은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석우의 말을 기다렸다.
“너 나한테 왜 그러니.”
석우는 살짝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가뜩이나 성은을 구해서 여러 가지 말이 있는 상황에, 함께 공연을 한다면 또 무슨 말이 나올지 몰랐다. 엔터테이먼트 회사를 생각해서라면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겠지만 지금은 엔터테이먼트 회사를 신경 쓸 정신이 없었다.
학교 축제에서 장기자랑을 하는 것도 벅찬데, 같이 공연을 하는 것은 또 어떨까.
-나랑 공연하는 거, 싫어?
성은은 조금 실망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싫은 건 아니야. 부담스러운 거지.”
-걱정마. 오빠라면 잘 할 수 있을 거야.
“애고야...”
석우는 고개를 저었다.
“그래서, 연습해야지?”
-응, 내일 시간 되지? 내일부터 축제 전까지 하루에 한 번씩 만나서 연습하자.
그래봐야 얼마 연습하지 못할 것이었다. 축제는 얼마 남지 않았으니 말이다.
“알겠어.”
석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졸지에 학교 축제에서 두 개의 공연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3학년 2반 정석우 학생, 교무실로 와주시길 바랍니다.
“...”
석우는 한숨을 살짝 쉬고는 교무실로 향했다.
“야, 너 뭔 사고 쳤냐? 왜 교무실에서 부르고 난리야.”
“사고 안 쳤어. 앞으로 칠 예정이다.”
석우는 몰려드는 친구들에게 말하고, 걸음을 옮겼다.
“앞으로 사고 칠 예정이란다. 푸하하.”
“사고 칠 때 나도 도와줘야겠네. 하하.”
친구들이 뒤에서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석우는 교무실문을 열고 들어섰다.
“아, 석우 학생.”
교장은 미소를 지으며 석우를 반겼다.
“걱정 하지 않아도 돼. 나쁜 일로 부른 게 아니니까.”
“...”
석우는 미소를 짓고 있는 교장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저는 얼마나 받을 수 있죠?”
석우의 말에, 교장이 그게 무슨 말이냐는 듯 석우를 바라보았다.
“제 덕분에 성은이가 우리 학교 축제에서 공연을 하고... 저도 그 공연에 끼게 되었는데 아무것도 돌아오는 게 없으면 섭섭하죠.”
석우는 살짝 웃으며 말했다. 교장은 황당한 얼굴이었다. 그로서는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농담입니다.”
석우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교장은 석우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뭐, 이미 알고 있었으니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네. 이번 축제에 성은양이 참가하게 되었고, 석우 학생도 함께 공연을 하게 되었어. 성은양이 공연에 참가 한다는 것은 비밀로 해주고.”
교장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석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는 이만 돌아가도 되는 건가요?”
“점심시간을 즐기도록.”
교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 * *
“으음... 일단 줘봐.”
석우는 성은에게 말했다. 성은은 석우에게 악보를 내밀었다.
“내가 여기 하고, 여기 할 거야. 오빠가 후렴 부분을 같이 불러주고, 오빠 단독으로 이 부분 불러주면 되. 가사는 내가 썼는데, 마음에 안 들면 바꿔도 돼.”
“...알았어.”
석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번 불러보지 뭐.”
석우는 악보에서 시선을 때어 성은을 바라보며 말했다. 성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린은 노래를 하는 석우와 성은을 바라보았다. 석우가 학교에 있을 때에는 집에서 토끼의 모습으로 있다가 석우가 학교를 끝내고 자신을 밖으로 데리고 가자, 인간의 모습으로 폴리모프를 한 것이었다.
노래는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성은이야 가수니 알아서 잘 할 것이지만, 석우를 생각해서 어렵지 않게 만든 것이었다.
“오, 잘하는데?”
석우는 성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노래를 하는데 마나가 실렸다. 일반인이 느끼기에 잘한다고 느끼는 것이 당연했다.
‘장난 아니군.’
석우가 스스로 생각했다. 자신이 생각해도 대단했다. 마나가 실리니 노래가 확 바뀌었다.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감정이입이 더욱더 잘되게 할 뿐만 아니라, 음의 울림 또한 달랐다.
‘이 정도면 호흡만 맞추어서 실수만 하지 않도록 하면 될 것 같다.’
석우는 속으로 생각했다.
성은은 석우의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 볼수록 좋아지는 남자였다. 마치 양파와 같이, 까면 깔수록 계속해서 자신이 몰랐던 능력이 있었다. 노래도 상당히 잘했다. 왜 아직까지 가수를 하지 않고 있는지가 궁금할 정도로 말이다.
게다가 요즘 들어 자신감이 점점 커지는 모습이, 석우에게 활기를 만들어 주는 것 같았다. 전과는 다르게 부지런히 움직이며 자신감을 표출하는 석우의 모습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미소를 짖게 만들었다.
“오늘은 이정도만 해도 될 것 같다. 예상했던 것보다 오빠가 노래를 잘 불러서 몇 번 연습 안 해 봐도 될 것 같은데?”
성은의 말에, 석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 집에 갈까?”
“에이, 그렇다고 이렇게 그냥 집에 가는 건 또 섭섭하지.”
성은이 미소를 지었다.
“뭐 하고 싶은데.”
석우는 성은을 보며 물었다.
“같이 밥 먹자. 이번에 새로 생긴 레스토랑에 한번 가보고 싶어.”
“그래, 가자.”
- 작가의말
이얍얍! 시험기간이라 일주일 동안 글을 쓰지 못했네요. 다시 열심히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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