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그래, 가자."
석우는 얼굴에 웃음기를 띄며 말했다. 인기 연예인이 밥을 먹자는데 거절을 할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린은 그런 석우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조금 인상을 찌푸렸다. 린은 잠시 석우를 바라보다가 석우에게 다가가 팔짱을 꼈다. 석우는 굳이 거부하지 않았다.
레스토랑은 그리 멀지 않았다. 어차피 성은이 있어서 멀리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세 명이요.”
석우는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에, 잠시 감탄하며 입을 열었다.
“코스 B로 주세요.”
“알겠습니다.”
종업원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코스 B? 비싸지 않아?”
성은은 석우를 바라보았다. 여러 가지 고급 요리가 포함되어있는 만큼, 가격이 비쌌다. 석우는 미소를 지었다.
“비싸다는 것은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다르겠지. 평범한 사람들이 먹기에는 비싸지. 하지만 내 기준으로는 전혀 비싸지 않아.”
“오빠, 아무리 오빠가 대단하기는 해도 오빠 고등학생이거든. 고등학생이 무슨 돈이 있다고.”
“걱정 마라. 적어도 너보다는 많으니까.”
석우의 말에, 성은이 미소를 지었다.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있는 석우다. 그런 석우가 톱 스타에 속하는 자신보다 돈이 많다는 말은 믿을 수 없었다. 버는 것에 비해 쓰는 것이 거의 없는 성은이었으니, 거의 대부분이 통장에 모여 있었다.
“오빠가 나보다 돈이 많다고?”
“당연하지.”
석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가지고 있는 돈이 일반인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다. 게다가 표면적으로 들어나지는 않았지만, 부자들 사이에서는 신흥 부자 한명이 있다고 소문이 난 상태였다. 직접적으로 석우의 존재를 알 수는 없었지만, 로인이라는 가명의 존재가 있다는 것은 알았다.
보석을 경매에 올리고 번 돈으로 주식에도 조금씩 손을 뻗고 있다. 이미 석우는 부자의 반열에 올라 있었다.
“오빠 내가 돈이 얼마나 많은지 들으면 놀랄걸.”
“글쎄다. 너 인기 생각해보면 한 15억 정도?”
“그래, 15억 정도 있다. 15억 조금 넘지.”
성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심 석우가 감탄을 하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 였다.
“이제 1년 만 지나면 18억으로 늘어날 거다.”
“그런 거 막 말하고 다녀도 되는 거야?”
석우는 성은의 말에 말했다.
“당연히 안 되지. 민감한 문제니까.”
“아무리 나라고 해도 쉽게 말하면 안 되.”
“...흥이다. 그래서, 오빠가 나보다 돈 많아?”
성은이 미소를 지으며 석우를 바라보았다.
‘오빠는 돈 없어도 돼. 내가 돈 벌면 되니까.’
성은은 속으로 생각했다.
석우는 성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너보다 많지.”
“오빠가 고작 연예인 보다 돈이 적을 리가 없지.”
석우의 말에, 린이 덧붙였다. 판테아 대륙에서처럼 마스터라고 부르면 다른 사람의 오해를 살수 있으니 로인이 그렇게 부르라고 한 것이었다.
여러 가지 일을 통해 돈을 많이 벌고 있는 석우였다. 판테아 대륙에서 가져온 보석을 경매에 올려 돈을 수없이 벌고 있었다. 당연히 성은 보다 많을 수밖에 없었다.
“오빠, 아무리 능력 좋은 오빠라도 그건 불가능이거든?”
“하하.”
석우는 살짝 노려보듯이 바라보며 말하는 성은을 보며 웃었다. 석우는 에피타이져로 나온 스프와 새우 요리를 맛보며 미소를 지었다.
“맛있네.”
석우의 말에 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성은은 그런 린은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아, 성은아. 선물이 있다.”
석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성은은 고개를 들었다.
“뭔데?”
“열어봐.”
석우는 조그마한 함을 내밀며 말했다. 성은은 두근거리는 심장을 느끼며 함을 열었다. 함 안에는 반지가 하나 들어있었다. 푸른 보석이 박혀있는 반지는 금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건...”
“생일 조금 지났지? 늦었지만, 생일 선물이다.”
석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성은의 생일은 5월 10일. 그리고 지금은 5월 14일 이었다. 며칠 동안 만나지 못해서 선물을 건네주지 못했던 것이었다.
“...고마워...”
성은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조금 맺혀있었다.
“꼭 끼고 다녀.”
석우가 말했다. 푸른 보석은 사실 마나석이었다. 마나석을 조금 잘라 반지를 만든 것이었다. 우갈핸드가 직접 만든 것으로, 끼고 있으면 어느 정도의 보온보냉 효과와 체력을 조금 회복 시켜주는 효과가 있었다.
성은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우갈핸드에게 부탁하여 만든 것이었다.
린은 선물을 받는 성은을 부럽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그거 귀한거야. 누가 팔라고 해도 절대 팔지 마.”
석우가 성은에게 말했다.
“날 뭐로 보고, 오빠가 준 건데 어떻게 파냐.”
성은의 말에, 석우가 미소를 지었다.
“근데 말이다.”
석우가 성은을 바라보며 운을 띄웠다. 성은은 고개를 들어 석우를 바라보았다.
“너, 나 믿지?”
갑작스럽게 자신을 믿느냐고 물어오는 석우의 말에 성은은 잠시 당황했다. 장난스럽게 물어오면 자신도 장난스럽게 답할 수 있었겠지만, 석우의 표정이 너무나 진지했다.
“무슨 의미로 물어보는 건데.”
“좋은 의미.”
석우는 진지한 얼굴을 풀고, 가볍게 말했다. 그제야 조금 긴장하던 성은도 속으로 한숨을 내쉰다.
“뭐, 오빠에 대한 믿음은... 같이 자자고 하면 같이 잘 수 있을 정도?”
성은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석우를 믿고 있다. 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표현이었다. 사실 여자로서 남자를 그런 쪽으로 믿기는 힘들지 않은가.
“...그 정도로는 부족한데...”
석우는 성은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너, 나한테 목숨을 맡길 수 있어?”
“...그건 무슨 뜻이야?”
“말 그대로, 목숨이 위급한 상황에 나를 믿고 따라 줄 수 있냐고.”
“아마도?”
성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잘 들어. 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미래에 괴물들이 나타날 거야. 어쩌면 벌써 나타났을 수도 있고.”
“괴물?”
“괴물. 몬스터. 게임에서 나오는 몬스터들 있지? 그런 녀석들이 나타날 거야.”
“어디에? 한국에?”
“지구에.”
석우가 주먹을 쥐었다 피며 말했다.
“오빠.”
“왜.”
“이걸 믿으라고?”
“응.”
“...알았어.”
성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심으로 능력자도 있는 세상인데 몬스터라고 안 나타난다는 보장은 없다고 생각하면서였다.
“해외에는 절대 나가지 말고, 되도록 지방에도 내려가지마.”
“왜?”
“너무 멀리 있으면 도움이 늦을 수도 있으니까.”
석우의 말에 성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린이랑 사이좋게 지내.”
석우의 말에 성은이 잠시 린을 돌아보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석우의 말에 성은이 잠시 린을 돌아보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오빠는 린이랑 어떻게 알게 된 거야? 어떻게 토끼가 사람으로 변할 수 있는 것인지도 궁금해.”
석우는 성은의 말에 잠시 린을 바라보았다. 린은 대화에 끼지도 못하고 성은과 석우가 대화하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린이... 운명적으로 만난거야. 뭐, 내가 린을 필요로 하고 있을 때 린이 내 앞에 나타났지. 그리고 알고 보니 린이가 폴리모프라는 능력을 가지고 있더라고. 그렇게 사람으로 변할 수 있게 된 거야. 너, 린이 무시하지 마. 이래봬도 능력자야.”
석우가 장난스럽게 성은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성은의 눈을 날카로웠다.
“오빠.”
“...왜.”
“지금까지 린이랑 같이 잔적 있어, 없어?”
“...있지.”
많았다. 거의 매일 린과 함께 잠을 잤지 않은가. 그렇다고 사실대로 매일 같이 잤다고 할 분위기가 아니었다.
“좋았어?”
성은의 가시 박힌 말에, 석우가 잠시 성은의 눈을 바라보았다. 성은은 석우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뭐... 좋다 나쁘다 할 게 없었어.”
“린이가 처음이지?”
“응?”
“린이가 첫 상대냐고.”
성은의 물음에 석우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야. 마스터는 매일 나랑 자면서 자연스러웠어. 게다가 사랑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어.”
오해성이 짙게 함유되어 있는 린의 말에, 성은의 눈초리가 날카로워졌다.
“오빠 설마...”
“오해하지마라.”
“오해 안 해. 남자니까 그럴 수 있지. 오빠가 굳이 그걸 나한테 말해줄 필요도 없고.”
성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조금 맺혀 있었다.
“그럼 지금까지 린이랑 매일 매일 했던 거야?”
“뭘 해! 한 게 없다니까?”
“린아. 너 매일 매일... 오빠랑 같이 잤어?”
“응.”
린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마스터는 따뜻해!”
린이 말했다. 석우는 린의 말에 황당하다는 듯 린을 바라보았다. 성은은 린의 말을 듣고, 사나운 눈초리로 석우를 돌아보았다.
“오빠 어떻게...”
“한 게 없다니까 뭘 어떻게야.”
석우는 그런 게 아니라며, 고개를 저었다. 석우는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린을 바라보았다. 린이 성은과 자신이 하는 행동을 질투하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나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안되겠다. 린. 이제부터 우리 집에서 살자.”
성은은 린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성은은 크나큰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싫어. 나는 마스터가 좋아.”
“아무리 오빠가 좋아도... 마스터? 오빠?”
성은은 이제야 마스터라는 호칭을 눈치 채었고, 석우를 돌아보며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석우는 잠시 눈을 감았다 떴다. 린은 일부로 마스터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었다.
“후... 내가 오빠가 못 해주는 거 해줄 수 있어. 밥도 맛있게 해줄게.”
“싫어. 너는 마스터가 해주는 거 못해주잖아.”
“오빠가 뭘 해주는데, 내가 다 해줄게.”
성은은 린을 석우로부터 구해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물었다.
“사랑을 못 해줄 거잖아. 나는 마스터한테 사랑받고 싶어.”
린의 말에, 성은이 한숨을 내쉬었다.
“마스터는 잠잘 때 안아주기도 한 단말이야. 나는 마스터의 품에 안겨 있고 싶어.”
린의 말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석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린, 그만. 혼난다.”
“마스터한테는 혼나도 좋아.”
“그만하라고 했을 텐데.”
석우의 말에, 무언가 말하려던 린은 입을 다물었다. 지금까지는 뭐, 모두 사실인 말이라,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로 성은이 린의 말을 믿어 버릴지도 모른 다는 생각에 린을 막은 것이었다. 린을 엄하게 대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지금까지 참게 만들었던 것이었다.
“내가 너 그렇게 사람 오해하게 만드는 거, 좋아할 거라 생각했어?”
석우는 린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린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당분간 나랑 자는 일은 없을 거야.”
“그건...!”
린은 석우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흑. 흐윽.”
린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성은은 아직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는지, 멀뚱멀뚱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눈물을 흘리는 린의 모습에, 석우는 입을 열려했다. 하지만 석우가 입을 열기 전, 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아...”
석우가 한숨을 내쉬었다.
- 작가의말
린과 성은의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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