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
“성은아.”
석우는 성은을 바라보며 물었다.
“응?”
“이제 진정 됐어?”
“아, 응... 이제 괜찮아.”
성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성은을 석우는 잠시 바라보다가 미소를 지었다.
“그럼 일단 회사에 가서 사장님한테 인사하고 다시 집에 오자. 걱정하고 있을 거야.”
“...그래...”
성은은 석우와 단둘이 있는 시간을 인사를 드리러 가는 것 때문에 망치는 것이 싫었지만, 석우의 말이 맞았다. 모두 그녀를 걱정하고 있을 것이었다.
매니저에게 전화해 회사로 간 성은과 석우는 사장실로 직행했다.
“또 다시 우리 성은이를 구해주었다고 들었네.”
“아... 예,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석우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말했다.
“항상 우리 성은이를 챙겨주어서 정말 고맙네.”
“더 많이 챙겨 주어야 하는데 시간이 별로 없어서...”
“아빠, 확실히 오빠가 나를 많이 챙겨 주기는 하지?”
성은이 사장에게 말했다. JK엔터테이먼트의 사장 박준, 그는 성은의 아빠였다.
“너도 고마워해야 한다. 이렇게 너를 챙겨주는 사람 석우 밖에 없다.”
“나도 알아... 그래서 말인데 아빠, 나랑... 석우 오빠랑... 어떻게 생각해?”
성은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석우는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속으로는 웃고 있었다. 저렇게 장난을 칠 정도로 회복이 되었다는 것 아닌가. 게다가 성은은 좋은 동생이었다. 이성으로 생각해보지 않아서 그렇지, 좋은 여자이기도 했다.
일단 성공하지 않았는가. 돈도 많고, 외모도 뛰어나고... 단연 일등 신붓감이었다. 그런 성은이 저런 장난을 치는 것이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너랑 석우랑... 아주 잘 어울리는 한 쌍이지.”
박준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그치?”
성은이 웃으며 석우를 바라보았다.
“근데,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성은 네가 다쳤을까 봐 그게 가장 걱정이 되었는데 괜찮아 보여서 다행이지만... 석우, 네 얼굴이 알려졌다. 이번 것은 내가 손 쓸 수가 없었어. 저번처럼 사람이 적은 곳에서 일어난 것도 아니고... 수백 명의 사람들이 보고 동영상을 찍었던 터라...”
박준이 석우를 돌아보며 말했다.
“지금 뉴스를 보면 죄다 네 동영상뿐이야.”
“...”
석우는 살짝 인상을 굳혔다. 원래부터 얼굴이 알려지기를 싫어했던 석우였다. 학교생활에 방해가 되리라 생각한 것이다.
‘잠깐만, 얼굴이 알려졌다고? 그럼 유명해졌다는 거잖아? 이거 잘만 이용하면 엔터테이먼트 회사를 세울 때 도움이 되겠는데?’
석우는 속으로 생각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상관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더 많이 알려질수록 좋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석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안 그러던 녀석이... 유명해지고 싶었냐?”
“아, 아뇨 그건 아니고... 유명해지면 나중에 할 일에 도움이 될 것 같거든요...”
박준의 말에 석우가 대답했다. 박준은 나중에 할 일이 무엇인지 묻지 않았다.
로인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앞에 있는 성을 바라보았다.
“드디어! 베르시아 영주성이다!”
길고도 길었던 여정 끝에 드디어 베르시아 영주성에 도착했다. 로인은 기쁨의 함성을 터뜨리고 앞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그가 간과한 것이 하나 있었다.
“...?”
영주성은 말 그대로 영주가 사는 성이었다. 아무나 함부로 들여보내 주는 곳이 아니었다. 들어가지도 못하고 입구에서 경비병들에게 제지당한 석우는 미소를 지은 표정 그대로 고개를 갸웃했다.
“누구십니까.”
“로인이라고 하는데요...”
로인은 실비아를 만날 생각에 들떠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문제에 직면하자 당황하였다.
“영주님과 약속이 없다면 들일 수 없습니다.”
“영주님과 약속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영주님의 딸과 약속이 있습니다. 석우가 찾아왔다고 말하면 될 텐데...”
로인은 경비병의 말에 대답했다. 하지만 경비병은 석우를 비웃을 뿐이었다.
“어디서 평민 자식이 거짓말이야. 우리 실비아님은 너 같은 사람을 모른다. 감히 어디서 수작질이야.”
영주와 약속이 없다는 말에, 경비병의 말투는 대번에 바뀌었다. 석우도 사람인 만큼 좋지 못한 대접에 기분이 상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들어가기만 해봐라...’
석우는 속으로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아니, 제가 실비아와 친분이 있는 사이라면 어떻게 하시려고 이러십니까? 반말이 아주 자연스럽게 나오네요.”
로인은 빈정대며 말했다. 사실 이곳이 지구였다면 반말은 당연했다. 경비병들은 석우보다도 나이가 훨씬 많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곳은 판테아 대륙, 나이보다는 신분으로 존대할지 할지 하지 않을지를 평가하는 곳이었다.
“이게 어디서 수작질이야! 실비아님은 너 같은 놈들을 상대해줄 시간이 없으시다. 어서 꺼져!”
경비병은 비웃으며 말했다. 그에 석우는 입에 미소를 만들며 중얼거렸다.
“가이스, 소환.”
로인이 중얼거리기 무섭게 가이스가 로인의 앞에 소환되었다.
“허억!”
경비병들이 놀라 뒤로 물러나며 가이스에게 창을 겨누었다. 본능적으로 행한 일이었다.
“고, 골렘!”
한 경비병이 경악에 찬 목소리로 말하자, 다른 경비병이 서둘러 종을 울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얼마 되지 않아 십수 명의 병사가 뛰어오기 시작했다. 석우는 빠른 대비에 고개를 끄덕였다.
‘베르시아 영주성인데... 이 정도는 돼야지. 어쨌든... 지아, 아니 실비아도 정령사이니 정령을 소환하면 기운을 느끼고 나오겠지...’
로인은 속으로 생각했다. 실비아는 정령사였다. 그것도 로인보다 뛰어난. 로인이 가이스를 소환했으니 그 기운을 느끼고 나올 것이 분명했다. 문제는 그 전에 이 병사들을 어떻게 해야 할지였다.
“무, 무슨 목적으로 우리 베르시아 영주성의 대문 앞에서 골렘을 소환한 것이냐?"
대장으로 보이는 병사 한 명이 말했다. 말을 더듬지 않으려 노력한 것 같지만 골렘을 보고 겁을 먹지 않을 병사는 없었다. 그의 말은 이미 꼬이고 있었다.
“소란을 일으켜서 죄송합니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습니다. 다만 제가 왔다는 것은 제 친구에게 알리기 위해...”
로인은 말끝을 흐렸다. 그의 시선이 미친 곳에는 멀리서 빠르게 걸어오고 있는 실비아가 보였다. 로인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실비아도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가이스, 소환해제”
로인은 실비아가 보이자 가이스를 소환해제 하였다. 실비아가 나왔으니 이제 가이스가 굳이 소환되어 있을 필요는 없었다.
“모두 물러나세요. 제 친구입니다.”
실비아가 말했다. 그러자 병사들이 고개를 숙이며 물러났다. 로인에게 말을 함부로 한 경비병들은 얼굴이 하얘지며 정문으로 가 다시 경비를 서기 시작했다.
“와... 너 정말 이쁘다...”
로인은 실비아를 보며 말했다. 실비아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들어가자.”
실비아는 로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로인은 밝게 웃으며 말했다. 드디어 실비아를 만났다. 기뻤고, 반가웠다.
“아버지에게 오늘 오후 검술 수업은 못 할 것 같다고 말씀드려, 그리고 저녁 식사는 평소보다 많이 준비하라고 주방장에게 말해줘.”
“예, 아가씨.”
실비아는 고개들 돌려 자신을 따라오던 두 명의 시녀 중 한 명에게 지시했고, 시녀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찾아오는 길은 어땠어?"
"뭐, 고생했지. 트롤하고도 엄청 싸우고, 오우거도 두 번이나 만나고... 너를 빨리 만나고 싶어서 산을 가로 질러왔더니 장난 아니게 고생했어."
로인은 진심을 담아 말했다. 그는 정말 고생했던 것이다. 트롤은 물론이고 오우거까지 상대했다. 덕분에 레벨이 상당히 아니, 엄청 오르기는 했지만, 고생한 사실은 변치 않았다.
"그래도 무사히 왔으니, 다행이지."
로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실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내가 말해서 방 하나를 내어 줄 테니 그곳에 머물러."
"알겠어."
로인은 실비아와 함께 건물을 들어서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가씨!"
실비아는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멈칫하며 몸을 돌렸다.
"하아하아... 백작님께서 손님과 함께 자신을 만나러 오시라고..."
"..."
실비아는 시녀의 말에 고개를 돌려 로인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할래? 지금 만나러 갈래? 아니면 조금 쉬었다가 갈래."
"지금 가지 뭐,"
로인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의 말에 실비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려 백작의 방으로 향했다. 로인과 시녀들은 그녀를 따랐다. 로인은 실비아의 옆으로 가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로인을 만나 반가움이 떠올라 있었다.
똑똑똑
"아버지, 실비아입니다."
"들어오너라."
실비아는 가볍게 베르시아 백작의 방문을 두드렸고, 백작이 응답했다.
"부르셨다 들었습니다."
실비아는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입을 열었다. 백작은 고개를 들었다.
"..."
베르시아 백작은 실비아를 잠시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 로인을 바라보았다. 로인은 그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너의 손님이 왔다고 들어서... 손님의 얼굴이라도 보려고 불렀다."
백작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서, 본 소감은요?"
백작이 미소를 짓자 실비아도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일단... 잘 생겼군."
"잘 생겼죠."
"하지만 별로 강해 보이지는 않아. 똑똑해 보이지도 않고."
"..."
"..."
백작의 말에 실비아는 당황한 듯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백작의 성격은 알지만 자신의 친구에게 조차 그렇게 말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로인은 미소를 지었다. 자신이 강하지는 않지만, 어디 가서 죽지 않을 만큼의 무력은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현대의 지식이 있었다. 이곳에 오며 보니 베르시아 영지가 급격하게 발전한 것은 실비아의 손길이 많이 있었던 것 같았다. 군데군데 현대의 기술이 보였으니 말이다.
"이래서는 뭘 할 수가 없겠어. 잘 생겼지만, 실비아, 너와 비교하기는 조금 부족하고... 무력도 너를 지킬 수는 없을 것 같고... 너만큼 똑똑한 것도 아닌 것 같군."
백작은 거침없이 말을 내뱉었다. 백작의 자리에 올라있는 만큼,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것이 익숙했던 것이다.
"...저를 경험해보지 못하셨으면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은 조금 심한 것 같군요."
묵묵히 백작의 말을 듣던 로인은 입을 열었다. 사실일지도 모르겠지만, 무시를 당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특이한 취미를 가지셨군.'
백작의 말은 진심이 아니었다. 단지... 그를 시험하고 싶었을 뿐. 처음에는 진짜인 줄 알았다. 하지만 방금에야 알 수 있었다. 백작이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호오... 지금 나의 말에 토를 단 것인가?"
"그렇다고 할 수 있죠."
백작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고, 로인도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럼 자네의 무력함을 느끼게 해주지, 자네의 어리석음도 보여주겠어. 그렇게 하면 자네의 무력함과 어리석음을 인정하겠는가?"
백작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 작가의말
이얍얍! 오타, 맞춤법 지적 환영합니다! 여러분의 추천과 댓글은 제게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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