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
“여보세요.”
석우의 목소리는 밝았다. 전화를 건 상대가 지아였기에.
-어디야!
석우는 지아의 다급한 목소리에 눈을 잠시 깜박였다.
“나, 집이지.”
-우리 본사 사옥이 어딘지 알지?
“어, 뭐... 알지.”
-빨리 와. 포탈이 생겼어.
지아의 말에 석우의 얼굴이 대번에 굳었다.
“알겠어.”
석우는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포탈이 생겼다면 한시가 급했다. 어떤 몬스터가 얼마나 나올지 알 수 없었다. 지아도 웬만한 몬스터는 상대가 가능했고, 본사라면 능력자들도 따로 고용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저렇게 다급한 목소리로 말할 정도면. 위험했다.
“린! 나가자.”
석우의 다급한 모습에 린이 서둘러 옷을 갈아입었다. 그녀의 전투용 옷이었다. 석우는 힐끗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고 집을 나섰다. 어차피 자신이 먼저 출발해도 린은 자신을 따라 잡을 것이 분명했다. 석우는 빠르게 달렸다. 어차피 차를 타고 이동해도 자신보다 느리다.
아무리 성능 좋은 차도 한국의 도심을 달리기에는 무리였다. 석우는 빌딩 사이를 뛰어 다니며 이를 악 물었다. 지아가 괜히 다급하게 말을 할 사람은 아니었다. 당연히 다급한 상황이리라. 석우는 천지 그룹의 사옥의 근처에 오자 맡아지는 피 냄새에 인상을 찌푸렸다.
익숙한 냄새. 몬스터의 피 냄새와 사람의 피 냄새였다. 서로 피해가 있었던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석우는 자신의 앞에 나타난 오크를 검을 휘둘러 베었다. 오크는 목이 떨어져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석우는 아직 사라지지 않고 있는 포탈을 바라보았다. 파란 색의 포탈은 웅웅 거리며 계속해서 몬스터를 뱉어 내고 있었다. 지아가 그 앞에서 포탈 속에서 나오는 몬스터들을 처리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노움이 계속해서 흙벽을 만들고, 포탈에서 튀어 나오는 몬스터들은 모두 흙벽을 부수려고 하고 있었다.
석우는 서둘러 지아에게 다가갔다.
“내가 포탈의 입구를 막을게. 좀 쉬어.”
지아는 석우의 말에 긴장이 풀리는지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녀가 주저앉음과 동시에 노움이 소환 해제 되었다. 석우는 흙벽이 사라지자, 검을 들었다. 이제 린이 곳 올 것이고, “아이언로봇”들이 올 것이었다. 몬스터들이 나오는 입구만 잘 막는 다면 다른 곳은 빠른 시간 내로 처리가 되리라.
석우는 포탈에서 거대한 몸을 드러내는 트롤의 목을 단숨에 잘라내었다. 트롤은 나오자 마자, 상황 파악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목이 잘리며 뒤로 넘어 졌다. 그에 포탈 속에서 나오려던 몬스터들이 트롤의 시체에 깔려 이동의 불편함을 겪었다.
트롤에 이어, 오크들이 때로 몰려 나왔다. 석우는 이 오크들을 모두 막는 다면 다시 포탈에서 몬스터가 나올 것을 알고, 가이스를 소환했다. 가이스는 소환이 되자마자 오크들을 한 주먹에 죽이기 시작했다.
“내가 놓치는 몬스터들은 모두 처리해.”
석우가 그렇게 말하고 아직도 낭고 있는 오크들의 목을 순식간에 베었다. 깔끔한 그의 실력에 지아가 지친 와중에 입을 벌려 감탄했다.
석우는 인상을 찡그렸다. 포탈의 안쪽에서부터 손하나가 뻗어져 나왔다. 석우는 서둘러 손을 베었다. 얼핏 보인 손은 오우거의 손이었다. 오우거를 상대할 시간은 없었다. 오우거가 멀쩡한 상태로 포탈을 빠져 나온다면 주변은 큰 피해를 입으리라.
“쿠와아아!”
오우거는 고통에 찬 소리를 내며 반대 쪽 손을 내밀었다. 나무로 만들어진 몽둥이가 들려 있었다. 석우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몽둥이를, 뒤로 몸을 띄어 피했다. 저런 무식하게 휘둘러져 오는 몽둥이는 막아도 손해다. 오우거는 석우가 뒤로 물러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포탈을 빠져나왔다.
석우는 인상을 찡그렸다. 드러내지 않으려 했지만, 이젠 어쩔 수 없다.
“가이스, 골렘 한 기를 소환해서 오우거를 상대하게 해.”
오크들이 워낙 많이 나왔었기에 석우가 절반 정도는 막지 못했던 상황이었다. 가이스는 아직도 오크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가이스는 의지만으로 골렘을 한 기 소환하였다. 골렘이 가이스의 명을 받아 오우거와 싸우기 시작했다.
한 쪽 손목이 다친 오우거는 아이언 골렘에게 밀렸다. 하지만 석우는 그것을 볼 겨를이 없었다. 석우는 계속해서 뛰어 나오는 몬스터들을 막아내다가 결국 뒤로 물러섰다.
“가이스. 포탈에서 나오는 모든 몬스터를 죽여.”
가이스가 직접 움직이게 된다면 마나소모가 커지지만 어쩔 수 없었다. 석우는 인상을 찌푸렸다. 멀리서 아이언로봇들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이렇게 느려서야. 어떻게 몬스터로부터 사람들을 지키는 것인지.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이제 아이언 로봇들이 왔으니 몬스터들과 대치는 상당히 여유가 있어 질 것이었다. 석우는 아이어 로봇을 최고의 소형 골렘으로 만들었다. 고작 오크는 가볍게 상대했고, 트롤 같은 몬스터도 여러명 모여서 상대가 가능했다.
석우는 금세 자리에서 일어나는 지아의 모습을 보고 혀를 찼다.
“동작 그만. 그대로 있어.”
석우가 말했다. 석우 자신도 숨을 거칠게 쉬고 있었다. 지아는 고개를 저었다.
“다 몬스터와 사투를 버리고 있는데 능력자인 내가 나서지 않을 수는 없어.”
지아가 말했다. 석우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가 입을 열었다.
“그럼 빨리 마나 회복이나 해.”
석우가 말했다. 지아는 그의 말에 한숨을 쉬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석우의 말대로 지아, 그녀가 아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직 마나 회복도 덜 된 상태라 노움이나 운디네를 소환 한다고 해도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었다.
석우는 가끔 기아스의 손에서 빠져 나오는 몬스터들을 상대했다. 부상당한 트롤 하나가 가이스를 밀쳐내며 포탈을 빠져나왔다. 석우는 트롤의 목을 베려 검을 들었다. 동시에 트롤의 목이 떨어졌다. 석우는 고개를 돌렸다. 자신은 분명 아직 검을 휘두르기 전이었다.
석우는 이쪽을 향해 손을 흔드는 린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제 주변에 난동을 부리고 있는 몬스터들은 처리가 될 것이었다. 아니, 이미 처리가 된 것이 분명했다. 린이 이렇게 늦게 온 이유가 분명히 있으리라.
석우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몇몇의 몬스터들이 아직까지 남아있는 능력자들과 싸우고 있었다. 다시 포탈로 시선을 돌린 석우는 인상을 찡그렸다. 포탈이 사라질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지아야.”
지아가 석우의 부름에 고개를 돌렸다.
“포탈, 언제부터 생겼어?”
“...몰라. 한 30분 전?”
지아의 말에 석우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30분 전. 길다. 원래라면 길어도 10분 내로 사라져야 했다. 그렇지 않다면, 세계에는 이제 영구적인 포탈이 하나 더 늘어날지도 모른다. 석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포탈을 바라보았다.
석우는 포탈에서 여전히 나오고 있는 몬스터들을 막고 있는 가이스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 와중에 그는 몸의 마나를 돌리고 있었다. 석우의 발걸음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다. 석우는 온 몸에 마나가 도는 것을 느끼고, 미소를 지으며 달렸다.
석우가 포탈의 바로 앞까지 다가오자 도약했다.
“가이스, 피해,”
석우의 말에 이미 석우와 감정을 조금이지만 공유하고 있던 가이스는 기다렸다는 듯이 피했다. 석우가 오러가 생성된 검으로 포탈을 내리 갈랐다. 포탈이 반으로 잘렸다. 나오려던 몬스터들도 반으로 잘리며 땅으로 쓰러졌다.
‘성공인가?’
석우는 속으로 생각하며 몸을 돌렸다. 분면 베는 감각은 있었다. 베는 것에는 성공했다. 포탈이 반으로 잘린 것을 석우, 본인의 눈으로 확인했다. 하지만 석우의 얼굴은 구겨졌다.
“젠장!”
포탈이 재생을 하고 있었다. 석우는 다시 검을 휘둘러 포탈을 갈랐다. 빠르게 검을 휘두르며 포탈을 가르던 석우가 잠시 후 뒤로 물러났다. 포탈이 조각조각났다. 하지만 여전히 재생은 하고 있었다. 석우는 거칠게 숨을 쉬었다. 다행히 포탈이 조각난 것 때문인지, 몬스터들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석우는 한숨을 돌렸다.
“허억. 헉. 헛!”
석우는 입을 벌리고 있다가, 날아온 포탈의 조각에 서둘러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포탈의 조각은 이미 석우의 입속에 들어간 상태였다. 석우는 고개를 갸웃했다. 포탈의 조각이 입에 들어가자마자 녹아 물처럼 변했던 것이다.
-346의 마나를 얻었습니다.
“...?”
석우는 알림음을 듣고 멍한 표정을 지었다. 마나를 얻었다. 그것도 상당한 량의 마나를. 현재 석우가 가지고 있는 마나는 총 6200. 열심히 수련을 한 결과였다. 그런데 그 20분의 1에 해당하는 마나를 단숨에 얻었다. 세끼 손가락 손톱만 한 크기의 포탈 조각을 먹음으로서.
‘만약 이걸 다 먹으면?’
석우의 눈이 빛나며, 아직도 허공에 머물고 있는 포탈의 조각을 하나 집었다. 석우는 그것을 입에 집어넣었다. 아까 보다 조금 더 큰 조각.
-521의 마나를 얻었습니다.
이로서 확실해 졌다. 포탈의 조각을 먹으면 마나가 상승한다. 엄청나게. 석우는 이번에는 조각들을 한 운큼 집어 입으로 털어 넣었다.
-231의 마나를 얻었습니다.
-482의 마나를 얻었습니다.
-81의 마나를 얻었습니다.
-325의 마나를 얻었습니다.
순식간에 1200이 넘는 마나를 얻었다. 황당했다. 석우는 서둘러 포탈의 조각을 입에 집어넣었다.
“저거 뭐하는 거야.”
지아는 석우가 포탈의 조각을 먹기 시작하자 입을 벌렸다. 어이가 없었다. 이제 드디어 석우가 미쳤나? 그녀는 생각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포탈을 먹을 리가 없었다. 아예 상상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석우는 하고 있었다.
석우는 거의 4분의 1 정도를 먹고, 정신을 차렸다. 포탈을 먹고, 2만 5천이 넘는 마나를 얻었다. 고작 4분의 1을 먹었을 뿐이었는데 이렇게 많이 얻었다. 다 먹는 다면 10만이 넘는 마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석우의 눈이 그 어느 때보다 밝게 빛났다. 그의 눈은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다시 정신없이 포탈을 먹던 석우의 눈에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지아가 보였다. 석우는 이제 거의 회복이 된 포탈을, 검을 들어 다시 조각내었다. 석우가 먹어서 그런지, 구모가 상당히 작아져 있었다. 석우는 조각중 하나를 지아에게 던져 주었다. 지아가 그것을 받아 들었다. 지아는 그것을 들고 석우를 바라보았다. 석우는 미소를 짓고, 포탈의 조각을 입에 집어넣었다.
지아는 인상을 찡그렸다.
“먹으라고?”
석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아는 인상을 찌푸렸다. 딱 보기에도 날카로운 포탈의 조각이다. 이것을 먹으면 입안에 상처가 생길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지아는 결국 포탈의 조각을 입에 집어넣었다. 순간 지아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온 몸에 활력이 넘쳤다. 몸 안의 마나가 하나하나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마나 포션을 먹었을 때와 비슷했다.
지아는 놀라 눈을 크게 뜨고 석우를 바라보았다. 석우는 웃고 있었다. 지아는 석우가 다시 던지는 조각을 받아 바로 입에 집어넣었다. 지아는 알 수 있었다. 몸 안에 포탈의 조각에 있던 마나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지아도 일어나 포탈을 먹기 시작했다.
- 작가의말
이얍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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