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
“으음...”
테이나 후작은 보고를 듣고 신음을 흘렸다. 7만이 불에 의해 즉사했고, 4만이 심한 화상으로 결국은 사망. 5만이 자신의 군대에 의해 사망. 나머지 4만이 항복을 했다. 전쟁이 엄청난 대승으로 끝이 났다. 적들은 4만이 항복하고 나머지가 죽음을 당했지만 아군은 피해가 1만 명 미만이었다.
엄청난 대승을 거두었고, 테이나 후작은 그것에 대해 기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마음 편히 기뻐 할 수 없었다. 만약 자신이 전략을 짜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면 그는 분명 심히 기뻐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준남작의 행동 하나로 이런 결과가 만들어 졌다.
백작 정도 되는 귀족이 이런 결과를 만들었다면 기뻐하며 축하를 했을 그였지만. 고작 준남작이 이런 결과를 만들어 내었다는 것은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었다. 그는 그것이 두려웠다.
‘능력이 뛰어나도 너무 뛰어나군.’
테이나 후작은 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을 나쁘게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파장을 만들 테지만, 일단 제국에 커다란 인재 한명이 생긴 것이다. 물론 그 인재가 언제 칼날을 제국으로 돌릴지 몰라서 문제지만.
‘전쟁이 끝났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전쟁이 끝났으면 당연히 수도로 돌아가서 승전가를 높이 부르는 것이 맞다. 그것이 아니라면 진격하여 침략국을 반대로 침략하여 점령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너무 일찍 끝났다. 로인이 가는 족족 전장을 씹어 먹어 버렸다. 적어도 한 계절 동안은 전쟁을 치룰 줄 알았건만. 훨씬 일찍 끝났다. 그것도 엄청난 대승을 거두고 끝났다. 테이나 후작은 기쁘지만 이런 상황이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그는 곧 결론에 도달했다.
‘수도로 간다. 수도로 가서 혹시 모를 침략에 대비하며 항시 전쟁 준비를 하고 있어야겠지.’
테이나 후작은 속으로 생각했다. 카밀라 제국이 뒤에 있다. 아군이 엄청난 대승을 거두었기에 어떻게 나올지 모르지만, 만약 진격을 하게 된다면 카밀라 제국도 본격적으로 합류를 해서 전쟁을 하게 될 것이다. 전쟁을 제국 전으로 만드는 것은 테이나 후작 혼자서 결정할 일은 아니었다.
일단 수도로 가서, 승전을 축하 하여 사기를 높이고 진군을 할지 하지 않을 지는 그때 결정하면 되었다.
* * *
로인은 미소를 지으며 귀족 영애들에게 자신의 무용담을 말하고 있었다. 실비아는 그런 로인을 보며 웃음을 지었다. 승전 파티. 그 이름은 모두에게 미소를 주었다. 엄청난 대승을 거두었다는 것이 이미 수도에게 전해 졌다. 당연한 결과이지만 너무나도 큰 대승이었기에 모두가 기뻐하고 있었다.
“그래서 제가 기습을 해서...”
“와아! 대단해요.”
한 남작의 영애가 말했다. 마치 영웅이라도 보는 듯 한 눈빛이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영애들은 로인의 말을 믿지 않고 있었다. 로인은 별로 상관하지 않았다. 그는 이 남작의 영애, 한 명에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신나게 들어주는 사람에게만 이야기를 들려 주는 것이 편하다. 로인은 계속 말을 이어가려 했다. 하지만.
“황제 폐하 드십니다!”
황제의 등장으로 로인은 입을 다물고 고개를 돌렸다. 로인의 이야기를 듣던 남작의 영애도 서둘러 고개를 돌렸다.
“아... 모두 수고했네. 전쟁은 대승을 거두었고, 많은 귀족들이 공을 세웠다고 들었네.”
황제는 그렇게 말하고 와인 잔은 들었다.
“제국을 위하여.”
“위하여.”
와인 잔을 비운 황제가 다시 입을 열었다.
“각 공신들의 공은 모두 보고를 받았고, 그에 대한 상을 내리려 하네.”
황제의 말에 로인은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때가 왔다. 이번 전쟁의 일등 공신은 로인이다. 로인 자신이 생각해도 그랬고, 다른 누가 생각하더라도 그랬다. 베르시아 백작은 로인의 작위는 분명히 오를 것이라 말했고, 테이나 후작도 그 말에 동의했다.
테이나 후작은 황제에게 로인의 작위를 올리는 것이 좋겠다고 건의했다. 베르시아 백작도 황제를 따로 만나 그것을 건의했다. 베르시아 백작은 로인과 약속대로 한 것이고, 테이나 후작은 로인 같은 인제가 혹시나 귀족 파로 넘어가는 것을 우려해 한 일이었다.
“먼저... 총사령관, 테이나 후작...”
황제가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부르며 공에 맞는 상을 주기 시작했다. 로인은 황제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기를 기다렸다.
“로인 루푸스 준남작.”
로인은 황제가 자신의 이름을 호명하자 앞으로 나갔다. 로인은 황제의 앞에서 한 쪽 무릎을 꿇었다.
“로인 루푸스 준남작은 젝슨 백작의 3만 부대를 완벽하게 상대했고, 레몽 후작의 군대의 절반을 상대 했고, 카산드라 공작의 30만 군대 중 21만을 상대했네.”
귀족들이 웅성였다. 대부분의 귀족들이 놀라며 로인을 바라보았다. 특히 귀족들의 영애들은 놀라 눈을 껌벅였다. 듣기는 했지만, 솔직히 고작 준남작인 로인이 말한 것처럼 공을 세웠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황제가 말을 이었다.
“이번 전쟁의 일등공신인 로인 루푸스 준남작에게 자작의 작위를 하사한다.”
로인은 미소를 지었다. 작위 상승. 일단 기분이 좋다. 하지만 이 뒤에 무언가 있지 않으면 실망할 것 같았다. 자신이 생각해도 대단한 공을 세웠고, 그 공을 고작 작위 하나를 던져 주며 끝내려고 한다면 실망일 것 같았다.
“동시에 명검 바르실라를 내린다.”
다행이도 황제의 입은 다시 열렸다. 하지만 로인의 표정은 묘했다. 일단 작위 외에도 무엇을 받기는 하였지만, 검 한 자루를 받았다. 명검 바르실라. 일단 명검에다가, 이름까지 있는 검이니 확실히 좋기는 할 것이었다.
하지만 명검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검은 로인에게도 많이 있었다. 드위프 대장장이가 있는데 무엇을 못 만들까! 우갈핸드는 가끔 로인에게 자신이 만든 검을 선물하고는 했다. 그럼 로인은 설계도 하나를 선물로 그에게 주었다. 그렇게 받아온 검이 4자루다. 그중 2자루는 미스릴이 섞여있어, 명검이라 부를 만했다.
“커다란 황제 폐하의 은혜에 감사합니다.”
로인이 인사를 하고 일어났다. 황제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연회가 끝나면 부르지.”
황제의 조용한 말은 로인의 귀에 들어왔다. 로인은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물러섰다. 연회가 다시 진행 되었다. 이번에는 전혀 양상이 달랐다. 로인 주변에 영애들이 모여 들었다. 잘생기고, 젊은 귀족이 정말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준남작에서 자작까지 단숨에 올라왔다.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와아! 역시 루푸스 자작님이세요.”
“그럼 그 적군들은 어떻게 되었죠?”
“앗! 그렇게 되면 자작님이 위험... 하셨을 텐데요.”
귀족 영애들이 모여 열심히 로인에게 질문을 던졌다. 로인은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그들에게 이야기를 했다. 실비아는 가장 가까이서 로인의 이야기를 들었다. 전혀 과장 없이, 영애들이 듣기에 좋지 않을 것 같은 것만을 빼고 있는 그대로 말을 하고 있었다. 실비아는 로인이 이야기 하고, 이렇게나 많은 영애들이 몰려 있다는 것이 웃겼다. 그녀는 웃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런 그녀는 젤루스와 눈을 마주쳤다. 로인과 한번 마찰이 있었던 사람이다. 그는 공작의 아들이었지만, 자작인 로인과 자신의 능력을 비교해 본 것 같았다. 이미 포기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는 젤루스는 이내 눈을 돌렸다. 실비아도 눈을 돌려 로인을 바라보았다.
로인은 영애들과 이야기를 마치고, 테라스로 나왔다. 검은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로인은 자신을 따라온 실비아에게 고개를 돌렸다. 실비아가 입을 열었다.
“결국. 자작이 되었네?”
“뭐, 그렇지. 매우 파격적이야. 고작 전쟁에서 공을 한번 세웠다고 자작의 자리를 내주다니. 솔직히 자작의 작위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별로 좋을 것은 없지만. 달라지는 것은 없잖아? 영지를 하사 받은 것도 아니고.”
“푸훗. 네가 그렇게 말하니까 뭔가 이상하다.”
실비아가 웃음을 흘리며 말하자, 로인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실비아가 로인에게 다가가 그의 손을 잡았다. 로인은 거부 하지 않고 실비아의 손을 잡았다. 로인이 고개를 들었다. 달이 빛나고 있었다.
“이쁘다.”
“달?”
“아니, 너.”
로인의 말에 실비아가 작게 웃었다.
“이쁘다.”
“뭐가?”
“우리의 미래가.”
실비아의 말에 로인이 미소를 지었다.
로인은 연회가 끝나자, 배정 받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그런 그를 나인이 반겼다.
“어서오세요. 연회는 어떠셨어요?”
“뭐, 그럭저럭. 작위가 자작으로 올랐다.”
로인의 말에, 나인이 웃음을 지었다.
“와. 대단하네요.”
“자작이라는 작위 하나 던져주고. 실제로 주는 것은 별로 없었어.”
로인이 말했다. 나인은 웃었다. 그녀는 다가와 로인의 옷을 벗기려했다.
“아, 만나야할 사람이 있어서. 옷은 이따가 갈아입을 거야.”
로인의 말에 나인이 물러섰다.
“나인.”
로인은 나인을 바라보고, 입을 열었다. 나인이 고개를 들어 로인을 보았다.
“고생했어. 쉽지 않았을 텐데 전장에서 나를 섬기느라.”
“제가 해야 하는 일을 한 거죠.”
나인이 로인의 말에 대답했다. 그녀의 말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해야할 일, 로인을 섬기는 일을 하는 것이 행복했다. 그를 섬기며 마법을 배울 수 있었고, 그를 섬기며 기댈 사람을 찾을 수 있었다. 가족을 모두 잃고 외톨이가 된 그녀에게 먼저 손을 뻗어 준 것은 로인이었다.
“받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 모든 들어 줄게.”
로인이 말했다. 그녀는 전장에 있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 줄 알았다. 로인을 섬기며 전장에 있었으니, 여자의 몸으로 얼마나 힘들었을까. 로인은 상을 주고 싶었다.
“...없어요. 바라는 것은 없어요. 그저 항상 하던 데로 하고 싶어요.”
“원한다면 노예의 구속을 풀어 줄 수 있어.”
로인이 말했다. 하지만 나인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지금이 좋아요. 풀고 싶지 않아요. 저는 그냥... 이대로 마스터를 섬기며 지내고 싶어요.”
로인은 나인의 말에,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는 그녀의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로인은 나인에게 다가가 그녀를 안았다.
“고마워.”
“...저도... 고마워요.”
나인이 말했다.
똑똑
로인은 노크 소리가 들리자 나인과 떨어졌다. 나인이 문으로 걸어가 문을 열었다. 로인이 문 앞에 서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황제 폐하께서 부르십니다.”
로인은 그의 말에 걸음을 옮겼다. 그는 미소를 지었다. 이제, 무언가 제대로 된 상을 주는 구나. 로인은 생각했다.
- 작가의말
이얍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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