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8층(9) - 파괴
바이올렛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지금 바이올렛은 그 어떤 기술이나 마법을 쓰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저 분노에 의해 몸이 떠오르고 머리카락이 거꾸로 솟구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와 동시에 머리카락이 울긋불긋하게 변하고 1초에도 수십 번씩 순간적으로 색깔이 바뀌어갔다.
그러다 결국 바이올렛의 포효와 함께 그러한 변화는 멈추었던 것이다.
“하아아아아압!!!”
쾅!!!
“으악!!!”
갑작스런 폭음에 의해 근처에 있는 이크를 비롯해 모두가 물러섰다.
그러나 그 물러선 대상은 바이올렛이었다.
바이올렛을 중심으로 폭음과 함께 충격파가 느껴지자 일행은 본능적으로 물러선 것이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움찔 물러난 대상에는 트윈헤드 오거도 있었다.
오거는 난생처음으로 다른 생물에게 공포를 느낀 것이다.
‘공포를 느낀 건가? 내가?’
냉철한 사고를 할 줄 아는 마법사형 머리, 한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원래 이 트윈헤드 오거라고 해도 적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만티코어에 바실리스크 같은 괴물들.
이러한 괴물들 역시 트윈헤드 오거 같은 이형의 몸을 지닌 것들이었다.
당연히 그 생긴 것만 봐도 만만찮았는데 그 사는 지역이나 영역이 거의 겹치지는 않았지만 만약 싸움이 일어나면 둘 중 하나는 죽어야했던 것이다.
서로 최강을 다투는 이러한 생물들이라면 후환을 남기지 않기 위해 마주친 순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서로 죽이려고 하는 것이 본능이었다.
물론 이러한 생물들이라도 이 세계의 최강자인 드래곤 앞에서는 질질 쌀 수밖에 없었지만 이 트윈헤드 오거는 아직까지 드래곤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 정도의 공포는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눈앞에 있는 이 생물은 트윈헤드 오거의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인간? 아니 인간이 맞나?’
마법사형 머리 한이 그렇게 의심하고 있는데 기운을 갈무리한 바이올렛이 땅에 내려앉았다.
지금 바이올렛의 머리는 붉은 색으로 빛나고 있었는데, 평소의 보라색 머리와는 다른 그 색깔은 마치 분노를 상징하는 듯했다.
지금 바이올렛은 화신체에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화신체는 신의 힘을 빌려 그 힘을 극대화하는 것이었다.
평소에도 이단 심문관을 비롯해 세르마의 교인들이 크든 작든 나름 세르마의 권능을 빌려 쓰지만 지금 이 바이올렛의 몸 안에는 세르마 본신이 들어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화신체였다.
신의 화신 자체가 들어가 있는 것이다.
물론 인간의 몸에 신이 그대로 강림하면 못 버티고 터져 죽기 때문에 그 힘은 열화된 마이너 카피 버전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런 힘의 편린으로도 이런 트윈헤드 오거 정도는 터트려 죽일 수 있었던 것이다.
까딱까딱.
화신체가 된 바이올렛이 트윈헤드 오거를 불렀다.
그러자 왼쪽 반신을 중심으로 이 트윈헤드 오거는 무작정 달려 나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로, 적 박살낸다!!! 저 적은 상대할만한 값어치가 있어 보인다!!!”
“가만히 있어봐, 이 멍청아!!! 무턱대고 달려 나가면 어떡해!!!”
그러나 마법사형 머리 한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로의 저돌성은 막을 수 없는 것이었다.
이 단순무식하고 용감하기만 한 로는 지금까지 자신이 상대해서 져본 역사가 없으므로 무조건 개돌하는 것밖에 모르는 것이다.
쾅!!!
로의 왼쪽 어깨가 바이올렛의 몸을 가격했다.
온 체중과 돌진력을 실은 숄더 태클.
피하거나 정확히 방어하지 못하면 그 자체만으로도 온 몸의 뼈를 으스러트릴 수 있는 공격이다.
원래 사람 대 사람끼리 쓰면 잘해봤자 뼈가 부러지거나 넘어지는 정도겠지만 이 체중이 6톤을 넘는 트윈헤드 오거가 쓰면 그야말로 살인기술인 것이다.
덤프트럭에 치이는 것과 비슷했다.
운동에너지는 그 질량과 속도에 따라 변화하기 때문에 속도가 빨라질수록 그 충격이 커지는 것은 당연했다.
무게는 단시간에 바꿀 수 없지만 속도는 뛰거나 걷는 것 등에 따라 얼마든지 바뀌는 것이다.
그러한 충격을 받았으면 최소한 날아가야 정상인데, 이 바이올렛은 제자리에 고정된 듯이 가만히 있었다.
전달되는 반발력을 보면 분명히 충격이 들어갔긴 들어간 것 같은데 아무 이상이 없는 것처럼 가만히 있었던 것이다.
원래는 똑같이 어깨로 막아야할 이 숄더 태클을 가슴팍으로 막아놓고도 바이올렛은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그러다 갑자기 눈을 치켜뜨더니 그저 평범한 정권 찌르기로 트윈헤드 오거의 배를 가격한 것이다.
퍼억!!!
“!!, !!!”
콰앙!!!
숨도 쉬지 못할 고통을 맛보며 이 트윈헤드 오거는 뒤로 날아갔다.
트윈헤드 오거는 살아오면서 이렇게 강한 충격을 받은 것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몸을 하나로 공유했기 때문에 이 두 머리는 각각 다른 입에서 결국 구토를 하고 말았던 것이다.
“웨엑!!!”
“웨에엑!!!”
“으윽!!!”
그 광경을 보던 루드를 비롯해서 바이올렛을 제외하고 모든 일행이 몸서리를 쳤다.
토한 구토물 사이에서 인간의 팔 같은 것이 발견되었던 것이다.
옷도 남아있고 팔도 그대로 나와 있었는데 아마 얼마 전 먹은 식사였던 듯 싶었다.
오거가 원래 식인귀이긴 한데 하필 직전에 먹었던 식사가 바로 그 인간이었던 것이다.
“웨엑, 웨에엑!!!”
이번에는 오거가 아니라 참다못한 이크와 소녀가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원래 구토는 다른 사람들의 구토를 따라 부르는 것이다.
게다가 그 인간의 팔이라는 물건이 토사물 속에 있는 걸 보니 구토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만 루드는 오만상을 찡그리면서도 가까스로 참아냈고, 그래도 마계의 마물이라 그런지 인상을 찡그리긴 해도 구토는 하지 않는 서큐버스 비치, 그리고 바이올렛은 아무런 미동도 없었던 것이다.
오히려 그런 인간의 팔을 밟고 지나가 트윈헤드 오거 앞에 섰다.
그 과정에서 위액에 삭은 인간의 팔이 더욱 쉽게 바사삭, 하고 부숴 졌는데 그 모습을 보고 이크와 소녀는 다시 한 번 토했던 것이다.
“우웩!!!”
루드는 토하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숫제 아예 귀를 막고 눈도 감아버렸다.
트윈헤드 오거라는 위험사항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그러한 행동은 위험한 것이었지만 그보다 구역질을 참는 것이 먼저였던 것이다.
게다가 이제 더 이상 저 트윈헤드 오거는 위협이 안 되어보였다.
바이올렛의 정권 한방을 맞고 그대로 날아간 저 트윈헤드 오거.
몸집이 코끼리만하니 아무리 못해도 체중이 몇 톤은 될 것이다.
그런 오거를 한 방에 날려버렸는데 코끼리를 주먹 한방으로 날려 보낼 수 있는 인간이 어디 있는가?
그런 건 평생을 때려도 모자란 것이다.
“괴물······.”
구토를 다 마친 소녀가 그런 말을 내뱉었는데 과연 인간을 먹는 저 오거인지 아니면 그 오거를 가지고 노는 듯한 바이올렛을 말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어쩌면 둘 다 일수도 있는 것이다.
어찌됐든 바이올렛은 다시 한 번 이 트윈헤드 오거 앞에 섰다.
그리고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는데 역시나 이번에도 참지 못하고 다혈질인 로가 먼저 덤벼들었던 것이다.
“로, 무시하지 마!!!”
퍼억!!!
트윈헤드 오거와 바이올렛은 서로 손을 잡고 서 있었다.
그것은 순간 다정해 보이는 모습으로까지 보이기도 했다.
다만 키가 2미터도 되지 않는 바이올렛의 손을 이 트윈헤드 오거가 서로 깍지 끼고 꽉 잡고 있었는데, 오거에 비하면 조막만한 손을 가진 바이올렛의 손이 과연 잡히기나 할지 의문이었다.
순간 뭉개지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오히려 반대로 트윈헤드 오거 쪽이 점점 신체가 낮아지더니 결국 무릎을 꿇은 것이다.
“큭, 우와악!!!”
우두둑!!!
바이올렛은 손에 힘을 주어 깍지 낀 트윈헤드 오거의 손가락을 모두 분질러버렸다.
그러자 트윈헤드 오거는 비명을 지르면서도 순식간에 옆으로 뛰면서 마법을 난사한 것이다.
콰쾅, 콰콰쾅!!!
“으악!!!”
“피해!!!”
갑자기 날아온 화염구에 일행은 휘말리지 않기 위해 피하거나 저마다 각자의 수법을 사용해 튕겨냈다.
비치는 채찍으로 화염구를 감아서 날려버렸고, 소녀는 동일한 화염구로 상쇄, 그리고 루드는 마검으로 잘라버렸던 것이다.
써걱, 콰앙!!!
반으로 갈려 잘린 화염구가 뒤로 날아가 폭발을 일으켰다.
그리고 이크는 주문 벽을 형성해 화염구를 막아냈던 것이다.
저마다 어떻게든 이런 공격을 막아낼 수단은 있었는데, 그런 것은 아랑곳하지도 않고 이 오거와 바이올렛은 대결을 펼치는 중이었다.
오거는 뭉개진 손으로 격투를 하기 힘드니 태세를 전환해서 이제는 양손으로 마법을 썼던 것이다.
콰과과과과광!!!
옆으로 달리면서 쉴 새 없이 화염구를 난사하고 있었는데, 그런 화염구를 바이올렛은 따라 달리면서 쳐내고 있었다.
그중에 일행에게 튀는 것을 일행은 각자 막아냈던 것이다.
원래 인간의 달리는 속도는 최대 시속 27km, 프로 육상선수라도 30에서 35사이다.
그런데 지금 이 바이올렛은 물론이고 트윈헤드 오거도 딱 봐도 그것을 상회하는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아무리 못해도 시속 40km이상은 되었는데 그러면서도 동시에 마법을 날리고 반대로 그것을 쳐냈던 것이다.
콰광, 콰과광!!!
그로 인해 이 지하 8층은 완전히 전쟁터가 되었다.
그야말로 완전히 지옥의 묵시록이 따로 없었는데 온 풀숲이 불붙고 전쟁터나 다름없게 되었던 것이다.
“피해!!!”
“으아악!!!”
일행은 불붙는 숲을 피해 연기를 마시지 않기 위해 코와 입을 가리고 뛰고 있었는데, 바이올렛과 오거는 그러한 것들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러다 결국 오거의 마법 난사를 뚫고 들어간 바이올렛은 주먹으로 화염구를 모두 쳐내더니 미처 다음 마법이 날아오기 전에 오거의 양팔을 잡고 좌우로 벌렸던 것이다.
우둑, 우두둑!!!
그로 인해 어깨뼈에서 탈골 및 골절이 일어나 트윈헤드 오거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힘줄도 상해서 팔을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태였는데 그것을 확인사살이라도 하듯 바이올렛은 양팔을 잡은 채로 오거의 배에 양발을 올려 그대로 힘을 주어 팔을 뽑아냈던 것이다.
뿌직, 우지직!!!
“크아아아아악!!!”
참다못해 그 냉정한 마법사형 머리 한도 비명을 질렀다.
아무리 냉철하다고 해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세상에 누가 오거의 팔을 힘으로 탈골시키고 뽑아낼 수 있겠는가??
아마도 바이올렛만이 가능할 것이었다.
그리고 바이올렛은 이 오거의 양 머리를 잡았는데 그 순간 양쪽 머리 둘은 그 다음 일어날 운명을 예상했다.
“로, 오른쪽으로!!!”
“아니, 왼쪽으로!!!”
두 머리는 서로 갈팡질팡하며 주도권을 잡기 위해 애썼는데, 평소에 침착할 때는 그토록 자유롭게 되던 육체의 컨트롤이 되지 않았다.
평소에는 한이 육체의 조종을 양보했는데, 지금은 살려고 서로 발악하다보니 육체의 명령에 혼선이 와서 서로 이도저도 못하고 명령이 충돌해 움직이지도 못하고 제자리에서 우왕좌왕했던 것이다.
바이올렛은 무심한 눈으로 그런 머리들을 쳐다보더니 그대로 힘을 주어 반신을 찢어냈다.
우직, 우지직!!!
양 머리를 잡고 반대로 당겼더니 그대로 몸 중앙이 반으로 갈라져 사타구니까지 찢어졌던 것이다.
통!!!
얼마나 깔끔하게 찢어졌는지 가랑이 사이에 있는 음낭이 찢어져 그 안에 있던 고환이 바닥에 툭 떨어졌다.
그러자 바이올렛은 그 고환을 지근지근 밟아 문질러 터트려버렸던 것이다.
꿀꺽!!!
루드를 비롯해 보고 있던 일행들 모두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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