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6층(4) - 재앙의 씨앗
원래 남성기라는 것은 상당히 소변이 잘 튀고, 포경을 하지 않으면 더욱 그러했다.
그래서 엄마들 중에는 각 집안에서 남편이나 아이들에게 작은 볼일도 앉아서 보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온 사방으로 소변이 튀어서 찌릉내가 나므로.
뭐 루드는 고아라서 그런 소리 들을 일은 없긴 했는데 아무튼 그렇게 바이올렛에게 성기가 뜯겨서 앉아서 볼 일을 보는 것은 사양이었다.
자의에 의한 것이면 몰라도 타의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그렇게 트렌스 젠더 당하기는 싫었던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일행은 모든 유령들을 쓰러트렸는데, 신성력에 둘러싸인 바이올렛의 주먹이나 루드의 마검, 그리고 이크의 주문은 모두 이런 유령들에게 천적이었다.
순수한 마나의 힘을 이용하여 칼날을 만들어내는 루드의 마검은 물론이고 바이올렛이나 이크의 주문력은 원래 이런 유령계 언데드 몬스터에게 천적인 것이다.
언데드 소멸 마법이라고 해서 아예 완전히 언데드 전용의 상대하는 마법도 있었으며, 이런 마법을 맞으면 어지간한 언데드들은 소멸하고, 그보다 센 놈들은 도주, 정말로 센 놈들 중에서는 버티는 놈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데미지는 들어가고 대부분 유효한 것이었다.
그런데 이크는 그냥 회복마법으로 이런 유령들을 조졌던 것이다.
회복마법은 그 자체가 죽음을 추구하는 이런 유령 몬스터와는 상극이었으므로, 사람에게는 회복이 되는 마법이 반대로 언데드 몬스터에게는 독으로 작용했다.
사람이 회복이 되는 것과는 반대로 언데드들은 점점 체력이 깎여서 그 실체가 사라지는데, 극단적으로 말해서 태양빛을 만들어내는 정도의 마법만 있어도 이런 약한 언데드 몬스터들은 모조리 사라지는 것이다.
그래도 명색이 태양빛을 만들어내는 것이라, 아무리 신의 가호를 빌린다고 해도 그 소모는 일반적인 회복마법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지난번 층에서 한번 마나가 떨어져 오크들에게 된통 당했던 이크는 이번엔 그 마나 소모를 억제하기 위해 이런 대규모 주문은 자제했던 것이다.
그리고 계속해서 이렇게 주문을 쓰는 동안에도 그 마나를 조절해서 위력을 달리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그렇지 않으면 다시 같은 결말을 맞게 될 가능성이 농후했기 때문이었다.
지금이야 루드도 마나를 익혔고 바이올렛이라는 엄청난 강자도 등장해서 그 부담이 훨씬 줄었다지만 팀의 체력을 책임지는 사제로서 이렇게 마나가 다 떨어지는 것은 사제 실격인 것이다.
사제의 마나가 다 떨어지는 것은 파티 전멸 조건 중 하나에 해당하므로 반드시 기피해야 될 사항이었다.
그 외에 파티 전멸 조건으로는 첫째, 탱커가 죽거나 쓰러져서 다른 맷집이 약한 파티원들에게 몬스터의 공격이 튀는 경우와 둘째, 딜러가 죽어서 힐러의 마나가 다 떨어질 때까지 몬스터를 다 못 죽이는 경우였다.
분명히 같은 파티 내에서도 그 역할 분담이 다르고 방어를 잘하는 사람과 공격력이 뛰어난 사람, 회복을 잘 시키는 사람이 있는데 이렇게 각자가 자신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면 금방 전멸하는 것이다.
이 파티로 치면 가장 방어력이 뛰어난 것은 바이올렛이었고 가장 공격력이 뛰어난 것도 바이올렛이었다.
하지만 루드나 이크는 탱커를 맡을 수 없고 루드는 그중에서 힐도 안 되기 때문에 자연히 방어 담당은 바이올렛, 공격 담당은 루드, 회복 담당은 이크로 암묵적으로 정해졌던 것이다.
바이올렛 역시 신성력을 통해 약간의 회복은 할 수 있었는데 아무래도 이크보다는 그 효과가 떨어졌다.
급할 때의 긴급 치유나 자힐 정도에 불과한데, 그러니 바이올렛이 방어 담당을 맡고 이크가 회복 담당을 맡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사실 어떻게 보면 루드는 방어도 안 되고 회복도 안 되는 어중간한 존재긴 했는데, 원래 어떤 파티에서든 이렇게 일반적으로 공격 담당이 천시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차라리 공격을 피하면서 야금야금 딜을 넣는 게 쉽지, 정면으로 적의 공격을 막거나 그 상처를 회복시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몬스터 토벌이나 어떤 던전 공략을 위해 파티를 짜든 이렇게 힐러와 탱커를 구하기가 가장 어렵고 딜러는 비교적 쉬웠다.
어느 세상에 가든 이렇게 딜딸을 치려는 사람들은 많은 것이다.
물론 최상위권 딜러가 되면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딜러 조무사들에게는 사실 그런 경쟁이 합당했다.
그리고 루드는 의외로 딜러 조무사라고 불리기에는 공격력이 좋았는데, 그 이유는 마검을 사용하는데다가 감시자의 고기라 불리는 영험한 고기를 먹었기 때문이었다.
만드라고라 같은 영약에도 비교되는 그 고기는, 마계의 마족들이 자신들의 감옥을 감시하기 위해 만든 마수의 고기라 인간계에서는 그 효과를 비교하기가 힘들만큼 뛰어난 것이다.
물론 악마의 열매처럼 맛은 없었지만 아무튼 이렇게 감시자의 고기를 먹은 루드는 마나를 깨우치기 전에도 일반인치고는 상당히 날렵한 편이었다.
그리고 동체시력과 반사 신경이 상승해서 그러니 도둑질을 하면서 먹고 살수가 있었던 것이다.
물론 루드가 마음이 여려서(간이 작아서) 큰 도둑질은 하지 못했지만.
아무튼 그렇게 감시자의 고기를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루드는 마나를 깨우치지 못했었는데, 그것은 이런 영약은 마나를 증폭시켜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 없는 마나를 바로 생기게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불은 고기를 익혀서 더욱 맛있게 만들어주지만 고기가 없는데 허공에 불을 피운다고 구운 고기가 생겨나는 것이 아닌 것과 똑같은 것이다.
어디까지나 이런 감시자의 고기는 증폭제의 역할을 했는데, 운 좋게 루드는 바이올렛이라는 성권사를 만나서 마나를 터득하게 된 것이었다.
보통 마나는 수년간 수행해서 자연스럽게 깨우치는 것과 외부에서 충격을 주어 강제로 일깨우는 방법이 있었는데 바이올렛은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후자의 방법을 택했던 것이다.
게다가 원래 바이올렛의 성격상 시간이 있어도 그런 느긋한 방법을 택했을지는 과연 의문이었다.
아무튼 이렇게 바이올렛의 마나 충격에 의해 루드 안에 잠자고 있던 고유의 마나가 깨어났는데, 이는 인체의 방어 본능 때문이었다.
외부에서 충격이 오면 그에 대비하고 방어하듯이, 바이올렛이 적당량의 마나를 루드의 내부로 보내서 자극하자 루드의 신체는 이를 막기 위해 마나를 터득하여 방어한 것이다.
사실 이는 어디까지나 바이올렛이 루드를 배려하여 약한 양의 마나만을 흘려보냈기 때문이지, 정말로 마음먹고 과다한 양의 마나를 집어넣었다면 지금쯤 루드는 최소한 살아도 폐인이 되어있었거나 그렇지 않았다면 바로 죽었을 것이었다.
그리고 루드의 기억과는 달리 사실 바이올렛은 한 방이 아니라 세 방을 팼었는데, 그 곳은 각각 하복부와 심장, 그리고 머리 부분이었다.
일반적으로 이 대륙에서는 심장에만 마나가 보인다고 주로 알고 있었지만, 바이올렛이 실제로 경험한 마나란 것은 그와 다른 것이었다.
물론 자신은 일반적인 마나가 아니라 거기에 신의 권능이 깃든 신성력을 쓰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런 신성력을 쓸 때마다 하복부와 심장, 그리고 뇌가 자극되는 것을 느꼈던 것이다.
사실 바이올렛은 몰랐지만 이 부분들은 각각 동방에서 하단전과 중단전, 그리고 상단전이라 불리는 것이었다.
하단전은 주로 마나의 양과 관련이 있고, 중단전은 마법에 관한 역할, 그리고 상단전은 초능력에 관련된 역할을 했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몰랐지만 하단전을 주로 단련하는 동방의 사람들은 마나(내공)의 양이 엄청났고, 중단전인 심장을 위주로 서클을 생성하는 이곳 대륙 서방의 사람들은 마법에 능숙했던 것이다.
그래서 엄밀히 말하면 이런 바이올렛이나 이크의 마나도 심장을 중심으로 생성되어 있으므로 그 사용하는 능력들은 단순한 마나의 발현이 아니라 마법에 가까웠다.
그래서 이곳 서방 대륙의 사람이라도 순수한 기사는 하단전이 주로 발달하고 마검사들은 중단전과 하단전이 고루 발달해야만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발달시키기 힘든 것이 상단전, 바로 뇌였는데, 뇌는 그 대부분이 신비에 둘러싸여 있다고 하며 고명한 대마법사들도 아직까지 그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고 하는 부분이었다.
인체 내에서 가장 복잡하고 신비로운 부분이었으며, 때로는 전혀 마나나 내공을 익히지 않았음에도 이런 뇌가 선천적으로 발달하여 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다.
그들이 바로 초능력자들이었는데, 그래서 한때는 이런 초능력자들과 마법사들 간의 대립이 일어나기도 했다.
누구의 능력이 더 강하냐, 누가 더 원조냐 하는 별 쓸데없는 것으로 싸운 것인데, 원조 할매 국밥집 논란 같은 그런 쓸데없는 논란의 결과는 결국 마법사들의 승리로 끝이 났다.
훈련을 통해 비교적 마법을 익히기 쉬운 마법사들과 달리, 초능력자들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재능이나 돌연변이, 혹은 기막힌 우연이 있어야만 나타날 수 있었기에 그 수적으로 밀린 것이다.
그래서 이 대륙을 주름잡고 있는 자들은 마나를 익힌 기사나 마법사들이었으며, 초능력자들은 공식적으로 탄압받고 있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그 수가 현저하게 밀리다보니 세력이 적었다.
대륙에서 공식적으로 이름을 내걸지 못하는 것이다.
아무리 강한 자들이라도 기본적으로 그 숫자가 뒷받침되어야 세력이 발생하는 것인데, 이렇게 근본적으로 초능력자들을 양성하지 못하고 오로지 우연에 의한 혈통 등에 의해 출생할 수밖에 없으니 그 세력이 딸리는 것이 당연했다.
초능력자와 초능력자가 후손을 낳으면 아무래도 그 후손도 초능력자가 될 확률이 높긴 했는데, 그것도 비교적 그런 것이고 때로는 격세유전으로 나타나 당장 그 자손은 아무런 재능이 없고 그 손자나 먼 후손에 가야지만 그런 능력이 발현하는 경우도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 계획적으로 초능력자들을 양성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완전히 우연과 재능의 산물이었던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유령들을 다 해치운 후 일행은 잠시 앉아서 쉬고 있었는데, 문득 그 녹아내린 유령들의 사체를 보던 루드는 한 마디 했다.
“근데 저 녹아내린 유령, 사라지지 않네. 보통은 죽자마자 그냥 없어지지 않나?”
“그러게요. 보통 유령들과는 다른 것 같아요.”
“그래서 말인데, 저 유령의 사체 한번 먹어보면 어떨까?”
“예? 그런 걸 왜먹어요? 더럽게?!”
“아니, 왠지 아이스크림 같고 맛있을 것 같잖아.”
루드의 유령 사체를 먹자는 말에 이크는 기겁을 했는데, 애초에 이런 유령들은 죽어도 스르르 사라질 뿐이고 사체가 남지 않는데다가 그런 죽은 몬스터 시체를 먹는다는 것이 왠지 꺼림칙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원래 이런 몬스터 사체에는 죽어서도 독이 남아있는 경우가 있었는데, 비록 유령이라고는 하지만 그런 부작용이 있지 않을까 걱정되었던 것이다.
게다가 시체에 원독이 남아있을 수도 있었는데, 괜히 먹었다가 빙의가 되거나 오싹한 한기를 느낄까봐 염려되었다.
원래 찝찝한 행위는 그냥 하지 않는 것이 좋은 것이다.
이런 말이 있었다.
언뜻 생각해서 아닌 것 같으면 하지 말라고.
지금이 바로 그런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루드는 망설임 없이 다른 두 사람의 의견을 더 이상 물어보지 않고 덥석 그 잔해를 주워 먹었다.
“뭐야, 이거 맛있잖아???”
“엑?! 저 꼬실려고 거짓말하는 거 아니에요??????”
“아니야, 그럴 리가 있나. 그럼 먹지 마, 나 혼자 다 먹는다??”
그리고 루드는 혼자 냠냠 쩝쩝 맛있게 보기에도 떡하니 낼름낼름 주워 먹고 있었는데, 그 광경을 보니 이크도 배가 고파졌던 것이다.
안 그래도 던전에 들어온 지 시간도 좀 됐고 지난번 층에서는 마나까지 다 써서 배가 고팠고.
그런 와중에 바이올렛마저 합세하여 ‘음, 정말로 맛있군.’ 이런 소리를 하니 자신도 주워 먹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바이올렛이 먹는 걸 보니 확실히 음식(?)에도 문제가 없는 것 같았고 여차하면 자신의 회복 마법으로 회복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안일한 생각이 그들 세 사람에게 어마어마한 재앙이 되어 닥칠 거라는 것은 그들 중 아무도 그땐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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