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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월 님의 서재입니다.

주사위 군주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게임

강월
작품등록일 :
2020.02.01 12:14
최근연재일 :
2020.04.26 14:05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14,265
추천수 :
951
글자수 :
383,278

작성
20.04.0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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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추천
7
글자
16쪽

오랜만이에요

DUMMY

‘아니, 진짜!’


이렇게 되면 이쪽도 오기가 발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운서는 간호사의 손을 피해 엎드리며 빠르게 화면을 터치하고 미끄러트렸다.

순간 황금 주사위가 20면체에서 100면체로 바뀌더니, 요란하게 화면 속을 굴러다니기 시작했다.


“내놓으라고 했잖아!”


갑자기 간호사가 성을 버럭 내더니, 거대하게 부풀어 오른 팔뚝으로 운서의 몸을 뒤집었다.

운서는 식겁한 나머지 전력을 다해 간호사의 몸을 발로 찼다.

오랜 투병 생활로 앙상하게 마른 몸 어디에 그런 힘이 남아 있었는지, 괴물처럼 변한 간호사가 허공을 날아 병실의 하얀 벽에 “쿵!”하고 부딪쳤다.


‘뭐야, 왜 이렇게 세?’


어리둥절해하는데, 충격으로 흔들린 벽에 칠이 벗겨지듯이 거짓된 세상에 균열이 갔다.


‘이건···.’


동시에 황금 주사위가 100이라는 숫자를 띄우더니, 눈부신 광채를 뿜으며 어둠을 밝혔다.

종말의 의지에 사로잡혀 의식 깊은 곳에 갇혀 버린 채 여태 죽음만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제야 깨달을 수 있었다.


“미친! 그래도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니냐?”


어째 약점을 찾겠다고 달려들던 거대 악령 속의 실루엣이 섬뜩하기는 했었다.

그게 체내에 잠복해서 기회를 노리다가 풍부한 EP를 바탕으로 운서를 내부에서 제압하는 시나리오를 실행한 것이었다.

이대로 외부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잠만 자게 되면, 결국에는 영양실조로 현실의 육체까지 사망에 이르게 된다는 무서운 계략이었다.


“이제야 알아챘구나! 그러나 이제 와서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어차피 너의 연약한 의지와 정신으로는 우리가 만들어 낸 어둠 속에서 영원히 헤어날 수 없다!”


간호사의 몸이 시커먼 실루엣으로 변하며 조소했다.

어차피 시간의 문제일 뿐, 운서는 결국 이 세계에서 스러져 버릴 것이라는 확신이 있는 듯했다.

일시적인 호전이야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어처구니없는 놈들이네, 이거.’


운서는 상대의 자신감에 조금 당황했지만, 자신이라고 기대해 볼 만한 수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아까울 것도 없어!’


바로 남겨 둔 금장을 사용해서 자신의 신체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이었다.

동장은 은장 이상으로, 은장은 금장 이상으로 기존의 정보를 지닌 채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가능했으니, 금장을 사용해서 의지와 정신을 높인다면 이론상 이 위기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있었다.


‘여기서 지른다!’


운서는 심상으로 캐릭터 시트를 불러들인 뒤, 주사위를 굴렸다.

이미 성천열차운행진으로 황금 주사위를 발동한 바 있기에 나오는 숫자에 대해서는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적당히 스탯을 편집해서 의지와 정신에 20점을 주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것이다.


“아, 안 돼!”

“안 되긴 뭐가 안 돼?”


그런데 이게 나와도 너무 잘 나와 버리는 바람에 편집 없이도 20을 찍을 수 있게 되었다.

빠르게 여섯 번을 굴린 주사위가 모두 숫자 20을 가리켰기 때문이다.


‘20면체도 아니고 100면체로 최고점을 띄웠으니, 이 정도 파격은 기대해도 좋다는 것인가?’


인간사는 새옹지마이다.

아찔한 위기를 넘기자마자, 커다란 선물을 받아 버렸다.

이런 능력을 가지고도 이 음습한 공간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그건 게임 밸런스 설정에 문제가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의 손때를 탄 빌어먹을 종자야, 여기서 죽어라!”


실루엣이 광분하며 날아들었다.

운서의 전신을 휘감고 의식을 제압하려고 했지만, 이번에는 버티는 게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안간힘을 쓰는 듯이 주변의 어둠을 몽땅 그러모아 압박을 가해 왔음에도, 운서에게는 여력이 있었다.

지속 대미지가 상당히 들어왔을 텐데, 이 정도까지 잘 버틸 수 있다는 것은 솔직히 조금 의문이 들었다.


“제기랄! ···, 이 개 같은 놈이! 두고 보자! 다음에 볼 때는 이렇게 끝내지 않을 거야!”


결국 먼저 힘이 빠진 실루엣 쪽이 포기하고 떨어져 나갔다.

다소 식상한 대사를 내뱉고 사라지기는 했지만, 소설 속 주인공들처럼 의연한 모습을 보이기는 힘들었다.

운서의 주변을 둘러싼 환경이 그리 만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꽤나 위험했어. 앞으로는 좀 더 착실하게 막아 낼 수 있으면 좋겠군.’


그렇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앞날을 걱정할 때, 어두운 장막을 헤치고 하늘에서 별빛이 쏟아지며 상쾌한 기분을 느끼게 했다.

전에 2레벨로 올라갈 때와 비슷한 느낌이어서, 운서는 깜짝 놀라 이방인 수첩을 꺼내 들었다.

일지를 보니까 ‘죽음에 이르는 저주’를 극복했다며 막대한 경험치를 몰아주어, 단번에 레벨이 3으로 올라간 것이었다.


‘대박의 향연이네. 그런데 이건···.’


한계 돌파까지 해서 제대로 전화위복이 된 상황이기는 했는데, 앞 장의 플레이어 정보가 조금 이상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봐도 여전히 변한 게 없어 볼을 긁적거리며 속으로 궁리해 보았다.


[플레이어] 신운서 +1

[종족] 인간 [나이] 31 [성별] 남

[레벨] 3 [직업] 도적

[HP] 156(+100) [MP] 108(+78)

[근력] 20(+1) [민첩] 20(+1) [건강] 20(+1)

[지력] 20(+1) [의지] 20(+1) [정신] 20(+1)

[직업 스킬] 은신(E)

[직업 스킬] 함정 탐지(E)

[고유 스킬] 합성 순환(B)

[고유 스킬] 황금 주사위(S)


‘HP랑 MP에 추가점이 왜 이렇게 많이 붙은 거야?’


단순히 레벨 업 보상이라기에는 능력의 상승폭이 너무 과했다.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듯했는데, 일지에 기록될 정도로 중요한 사건은 아닌 모양이었다.


‘합성 순환은 또 뭐고?’


새롭게 얻은 고유 스킬인 합성 순환은 엘프가 자연계의 에너지와 상호 작용하는 기제라고 쓰여 있었다.

엘프로 종족을 변경한 것도 아니고 인간인 상태로 업그레이드를 했는데, 이런 특성이 추가된다는 것은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일단 나가 보자. 나가 보면 알겠지.’


혼자서 깊이 생각해 봐야 답이 나오는 일도 아닌지라, 운서는 무너져 내리는 어둠 속을 빠져나와 자신의 육체를 찾아 돌아가기로 했다.

먹물이 흘러내리듯이 벗겨져 나가는 어둠 사이로 검푸르게 빛나는 광활한 우주가 그 자태를 드러냈다.

소용돌이치는 은하의 나선 팔이 블랙홀에 잡아먹히듯 한 점으로 수축되고 있었고, 반대편을 돌아서 점점이 이어지는 별 무리가 새롭게 하나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었다.

실로 거대한 음양의 순환.

그 한복판의 폐허에서 운서는 종말의 의지를 피해 달아나기 위해 허둥지둥했다.


‘음···.’


무언가의 흔적이 기다란 띠를 그리며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오고 있었다.

쓰레기처럼 우주를 떠다니는 건물의 잔해.

거대한 괴물의 사체.

때로는 사람의 육신까지도.


‘어?’


그중에는 운서의 눈에 익은 존재도 있었다.

바깥으로 향하던 운서는 깜짝 놀라 움직임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그들을 바라보았다.


‘벨라?’


소울킵에서 만나 얄밉게 난이도에 관한 질문을 던졌던 그녀는 창백한 모습으로 미동조차 없었다.

이렇게 종말의 의지에 휩쓸리고 있는 것을 보니까, 그 처참한 현장에서 살아남지 못했음을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제 손으로 만들어 낸 레벨 11의 유능한 구도자 캐릭터이다 보니 아쉬운 마음이 더했다.


‘발터에 루카스, 패트릭 남작까지···. 알파 렐름에서 생을 다한 이들이 전부 종말을 향해 끌려가는구나.’


새삼스러운 기분으로 인물의 면면을 훑어보는데, 시선이 닿은 이의 육신에 두 종류의 빛이 머물렀다.

발터에게는 은빛 광채가, 벨라와 루카스, 패트릭 남작에게는 금빛 광채가 빛을 발하며 운서를 유혹하는 듯했다.


‘뭐야, 이거 설마 재활용··· 아니, 소생이 되는 거야?’


원래 등급에서 한 단계 위의 캐릭터 시트를 사용하면 해당 인물을 되살리는 일이 가능하다는 의미였다.

별의 가호를 받지 못했던 발터는 신분의 한계 때문인지 동장 수준으로 등록되어 있어서, 가성비가 몹시 좋았다.

신분만 좋을 뿐인 루카스나 패트릭 남작 같은 경우는 캐릭터 시트를 내다 버리는 수준이었다.

남은 금장은 오직 하나뿐이었고, 벨라보다 적합한 대상을 찾을 수 없었다.


‘벨라를 이렇게 보낼 수는 없지.’


이제는 아끼다 똥이 되는 일만큼은 사양하고 싶었다.

애초에 처음부터 금장을 써서 본인의 스펙을 더 올렸다면, 이렇게 악령에게 사로잡혀 고생을 할 이유가 없었다.

눈앞에 벨라 정도의 인재가 대기하고 있다면, 굳이 하나뿐인 금장을 아쉬워하며 눈을 돌리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발터도 제법 효율적인 투자니까 한번 시도는 해 봐야겠지. 보아 하니 녀석도 종말의 의지에 휩쓸려 버린 피해자 같은데, 앞으로 함께할 수 있는 녀석이라면 굳이 과거의 악연을 이유로 배척할 필요는 없어. 황금 주사위를 사용하면 실패해도 큰 손해는 입지 않을 거야.’


그렇게 운서는 두 사람을 대상으로 정하고, 주사위를 굴릴 준비를 했다.

3레벨이 되면서 황금 주사위를 다시 발동할 수 있게 되었으니, 적당히 캐릭터 시트를 작성하고 황금 주사위의 가호를 받아 외계로 나가면 될 것 같았다.


[NPC] 벨라 스테어

[종족] 인간 [나이] 38 [성별] 여

[레벨] 11 [직업] 구도자

[HP] 245 [MP] 427

[근력] 10 [민첩] 20 [건강] 20

[지력] 20 [의지] 20 [정신] 20

[직업 스킬] 언령 조합(A)


[NPC] 발터 에른스트

[종족] 인간 [나이] 34 [성별] 남

[레벨] 5 [직업] 흑기사(배후성)

[HP] 126 [MP] 33

[근력] 2 [민첩] 20 [건강] 20

[지력] 20 [의지] 20 [정신] 20

[직업 스킬] 철벽(C)

[직업 스킬] 영혼 흡수(E)

[직업 스킬] 사령 폭발(E)

[직업 보정] 근력 22 고정


두 사람의 캐릭터 시트를 작성한 결과는 매우 좋았다.

벨라의 스탯을 굴릴 때는 무엇을 해도 다 할 수 있을 것처럼 손끝이 움직였고, 발터의 스탯을 굴릴 때는 배후성의 영향으로 근력 스탯을 버려도 된다는 점이 굉장한 메리트로 작용했다.

최종 결과에다 근력 수치를 적당히 빼서 옮기니, 다른 스탯을 모두 20으로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발터 이놈 물건이네. 영혼 흡수랑 사령 폭발이 잡몹 사냥에 특화되어 있어.’


벨라야 물론 보이는 것 이상의 능력을 지니고 있었지만, 발터도 굉장히 유용한 스킬을 지니고 있어, 현재 모르겐하임의 상황에 적합한 인재가 아닐까 싶었다.

영혼 흡수는 자신이 죽인 상대방의 영혼 스택을 쌓아 일시적으로 HP를 늘리는 기술이었고, 사령 폭발은 쌓은 영혼 스택을 소모하여 단번에 큰 피해를 입히는 기술이었다.

강력한 개체를 상대할 때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었지만, 다수의 약한 개체를 상대할 때는 무류의 강함을 발휘할 수 있었다.


‘고블린을 빠르게 잡아서 HP를 늘리고, 적들이 운집한 쪽에다 사령 폭발을 펑펑 터트리기만 해도 혼자서 웨이브를 막을 수 있겠네.’


이론상의 이야기지만, 생각대로만 된다면 넘치는 EP에 대한 부담감이 상당히 줄어드는 부분이 아닐 수 없었다.


“어머?”


운서가 NPC들의 스펙을 놓고 머리를 굴리고 있을 때, 정신을 차린 벨라가 흠칫 놀라며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운서의 얼굴을 알아본 듯했지만, 이내 무언가에 사로잡힌 것처럼 몽롱한 표정으로 광대무변한 우주를 바라보았다.


“이건···.”


뒤이어 발터도 눈을 떴다.

운서는 조금 긴장된 마음으로 발터의 동정을 살폈지만,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스스로의 엇나간 과거를 괴로워할 따름이었다.


“끔찍한 패배였어.”

“······.”

“헛된 욕망에 눈이 팔리는 바람에 영혼은 악마의 꾐에 넘어가 버렸고, 단련한 육체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미숙한 젊은이의 공격 하나 제대로 감당하지 못했다.”

“거 듣는 사람 기분도 좀 생각해 줬으면 좋겠는데···.”


운서가 불만을 표시하자, 발터가 고개를 들어 물끄러미 운서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그대는 나 같은 패배자에게 무엇을 원하는 것인가?”

“너무 그렇게 자학할 필요 없어. 우리라고 어중이떠중이가 모인 것도 아닌데, 혼자서 그걸 다 이겨 낸다면 솔직히 너무한 일이잖아. 겪어 보니까 종말의 의지란 녀석들이 그렇게 허술한 존재들도 아니었고.”

“······.”

“여러 가지로 석연치 않은 감정이 남아 있겠지만, 지금은 힘을 합쳐서 함께 발버둥 쳐 보자는 이야기야. 좀 더 근본적인, 공통의 적을 눈앞에 두고 있잖아. 현세에 미련이 있다면 어느 정도는 뒤를 봐줄 수도 있다고.”


운서의 제안에 발터가 잠시 주저하는 기색을 보였다.

그러나 흔들리지 않는 운서의 두 눈동자를 보며, 그 또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그대의 별은 정말 찬란하군.”

“······.”

“나 같은 가짜는 별의 그림자 노릇이나 하면서 살아가는 게 제격일 거야. 세계가 종말을 향해 간다면, 그걸 막아 보임으로써 속죄하는 수밖에 없겠지. 자네를 비추는 별의 선명함이라면 이런 나라도 미혹에 흔들리지 않고 소임을 다할 수 있을 것 같아.”


발터의 합류 의사에 운서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당장 완벽하게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벨라까지 있으니 적당히 통제를 하며 알파 렐름을 발전시켜 나가다 보면 나중에는 크게 문제가 될 수준은 아닐 것이다.

번쩍!

그렇게 훈훈하게 파티원 모집을 끝냈을 때, 이번에는 벨라가 눈부신 섬광을 발하며 우주의 심연을 밝혔다.

화들짝 놀라 얼른 벨라의 정보를 살피니, 레벨 업에 이어 한계 돌파까지 진행되어 버려 벌어진 입을 쉬이 닫을 수 없었다.

세계의 경계에서 진리의 편린이라도 맛본 모양이었다.


“뜻하지 않게 도움을 얻었군요. 정말 고마워요.”

“원래 서로 돕고 사는 거잖아요.”


운서는 앞으로 당신의 도움을 좀 받아야겠다는 의사를 에둘러 표현했다.


“꼭 성공의 탑에만 진리가 있는 줄 알았는데, 그런 건 아니었나 봐요.”


어떻게든 성공의 탑을 지키기 위해 다른 구도자들과 함께 필사적으로 싸웠던 벨라였지만 역부족이었다.

진리의 빛이 없다면 생사가 무슨 의미인가 싶어 옥쇄할 각오로 끝까지 소울킵에 남았는데, 그 생각은 아무래도 잘못되어 있었던 것 같다.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죠?”

“모르겐하임이에요. 여기 이 발터란 사람이 잘 알고 있습니다.”

“발터?”


벨라의 시선이 발터를 향했다.


“아마 지금 육신은 소울킵에 있을 거예요. 같은 장소에 있으니까, 음···.”


문득 운서는 소울킵이 복마전이 되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인재가 아까워서 두 사람을 살리기는 했는데, 혹시라도 채 꽃을 피워 보기도 전에 다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면 어떻게 되는 거지?


“알겠어요. 사실 당신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당신을 비추고 있는 어마어마한 별빛 때문에 싫어도 눈이 가게 되거든요. 조만간 이 사람과 함께 그쪽으로 넘어가도록 할게요.”

“어, 그래 준다면야 저야 기쁠 따름이죠.”


역시 믿을 건 구도자밖에 없었다.

운서는 한층 강화된 벨라의 능력에 기대를 하며, 거대한 나선 팔을 돌리며 운행하는 은하의 한 점을 향해 날아갔다.

벨라의 인도가 있어 더욱 쉽게 이동한 그는 빙글빙글 돌아가는 나선 팔에 휘감기듯이 알파 렐름으로 복귀해 들어갔다.


“음···.”


눈을 뜨자 사방이 흐릿하게 보였다.

전신에 기운이 없어 제대로 몸을 가눌 수도 없었다.

차츰 기력이 돌아오며 어느 정도 상태가 호전되고 있는데, 노래를 하는 것처럼 운율이 담긴 낭랑한 목소리가 운서의 귓가에 닿았다.


“오랜만이에요, 운서.”

“오랜만이라고?”

“당신이 삼년초 정원에서 잠이 든 후로 몇 달이란 시간이 흘러 버렸는지 몰라요.”

“몇 달?”


달이 비치는 정원.

빛을 산란하며 반짝거리는 은발을 곱게 넘기며 아리따운 엘프가 미소 띤 얼굴로 운서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마치 어제 헤어졌던 지인을 다시 만나는 것처럼 감정의 기복이 크지 않아, 운서는 쉬이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멍하니 눈만 껌뻑거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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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최고난도(1) +2 20.03.25 108 5 14쪽
40 최종 보상 +1 20.03.22 110 11 12쪽
39 문제 풀이 +2 20.03.21 102 7 13쪽
38 발터(4) +2 20.03.20 103 8 14쪽
37 발터(3) +4 20.03.19 100 10 14쪽
36 발터(2) +2 20.03.18 101 7 13쪽
35 발터(1) +2 20.03.17 97 8 14쪽
34 드로 배틀 아레나(5) +3 20.03.14 141 11 14쪽
33 드로 배틀 아레나(4) 20.03.13 124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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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상대는 고작 고블린이다(2) +2 20.02.05 506 29 11쪽
4 상대는 고작 고블린이다(1) +2 20.02.04 678 34 12쪽
3 헬릭스(3) +4 20.02.03 735 35 11쪽
2 헬릭스(2) +3 20.02.02 925 42 12쪽
1 헬릭스(1) +4 20.02.01 1,351 4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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