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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월 님의 서재입니다.

주사위 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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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월
작품등록일 :
2020.02.01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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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26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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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2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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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귀환(2)

DUMMY

“악!”


20면체 주사위를 굴렸을 때의 기댓값은 10.5지만 실제로는 양 극단의 숫자가 나오기도 한다.

강우는 응당 20에 가까운 숫자가 떠 주기를 바라며 주사위를 굴렸지만, 아쉽게도 반대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망했네.”


나름 괜찮게 진행하던 중에 건강과 지력에서 죽을 쒀 버렸다.

2와 4. 운서와 유림이 보여 주었던 저질 스탯과 비슷하거나 좀 더 못한 수치가 나온 것이었다.

다행히 금장은 5번의 추가 굴림이 가능했기에, 횟수로 벌충할 수 있었다.

그렇게 보험을 사용했음에도 본신 스탯과 크게 다를 바가 없어 한숨이 절로 나왔지만 말이다.


‘이 녀석은 동장으로도 충분한 놈이었어.’


운서는 괜히 강우에게 금장을 허락해 줬다는 생각을 했다.

심사가 고단해서 깊게 따져 보지 않은 것이 패인이었다.

애초부터 스탯이 좋은 사람은 주사위 굴림으로 인해 이득을 볼 확률이 떨어졌다.

차라리 자신이나 유림처럼 빈약한 스탯을 지닌 사람이야말로 금장을 사용하기에는 적합한 인재인 것이다.


‘유능해서 금장을 주자니 효율이 떨어지고, 효율을 생각해서 무능한 이에게 금장을 주자니 빛 좋은 개살구가 될까 걱정이야.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로군.’


운서가 속으로 한탄할 때 강우는 투덜거리며 스탯을 조정했다.

총합은 전과 비슷했지만 가감을 통해 효율을 높일 수 있으므로, 전사에 맞춰 새로이 구성해 보는 것이었다.


[근력] 20 [민첩] 17 [건강] 12

[지력] 8 [의지] 10 [정신] 10


“야, 이거 괜찮은 거 맞냐? 밸런스 어디 감?”

“전사로 활동할 거면 나쁘다고 할 순 없지.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근력을 좀 줄이고 건강에 포인트를 줬으면 좋겠는데···.”


조장 고블린의 예기치 못한 돌팔매질에 요단강을 건너야 했던 강우의 모습을 떠올리며 운서가 말을 덧붙였다.

하필 급소를 맞은 탓도 있었지만, 건강이 좀 더 높았다면 충격을 버텨 내고 상황을 반전시켰을 수도 있었다.

파티의 버팀목이 되어야 할 인물인 만큼, 안정성에 좀 더 비중을 두었으면 하는 바람이랄까?


“공격이 최선의 방어야. 맞으면서 버티겠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지는 거라고.”


물론 자기만의 신념이 확고한 강우는 그런 운서의 조언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전의 사망은 고블린들을 좀 더 빨리 없애지 못했기에 벌어진 사고일 뿐이었다.

경험이 적어서 의식의 배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을 때 우연히 얻어걸린 한방이었던 것이다.


“다음에는 실수 안 할 거니까 걱정하지 마.”

“그래라, 그럼.”


운서는 결국 설득을 포기했다.

누군가를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다면 고집하는 바를 긍정하고 새롭게 판을 짜는 것이 차라리 나은 일이었다.

근력과 민첩이 높은 딜러도 파티에 있어야 할 역할이기는 했으니.


“스탯 설정은 완료···. 다음으로 외모를 좀···. 얼굴은 됐으니까 덩치만 좀 키워 볼까?”


강우는 이런저런 내용을 건드리며 캐릭터 시트를 자기 입맛에 맞게 편집했다.

그러는 사이 금장식이 서서히 빛을 발하며 강우의 신체와 공명했는데, 강우는 그 사실을 의식하지 못하는 듯했다.


“됐어!”


설정을 마무리한 강우가 고개를 들었다.

운서가 눈앞에 있음에도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것이, 마치 다른 세상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또 보네요, 아저씨.”


강우는 느닷없이 혼잣말을 하면서 롤플레잉에 돌입했다.

간간이 튀어나오는 대사로 인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대략적인 예측이 가능했다.

그 행동이 유별나게 보이기는 했지만 실제보다 많이 억제된 감이 있어 조금 특이한 콘셉트의 플레이를 하고 있는 거라고 오해할 만한 여지도 있었다.


“음···.”


자신과 유림도 이런 식으로 강우의 눈에 비쳤을 것을 생각하니 미묘한 기분이 되었다.

운서는 잠시 강우의 롤플레잉을 지켜보다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강우라면 알아서 잘할 테니까, 나는 나대로 할 일을 해야지.’


전화번호부를 뒤져서 본사의 번호를 띄운 후 그대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헬릭스에 대해 궁금한 점이 너무 많았다. 프랜차이즈 점주니까 직접 연결해서 하나하나 차근차근 물어 보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다시 확인하고 걸어 주십시오.]

“응?”


그러나 세상일이란 생각한 대로 순조롭게만 흘러가지 않았다.

분명 해당 번호로 통화해서 프랜차이즈 상담을 받기까지 했는데, 여기서 이렇게 없는 번호라고 뜨는 것이었다.

운서는 절로 눈살이 찌푸려졌다.

자리를 이동해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을 뒤져 보았지만 역시나 인터넷에서도 그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귀신에 홀린 것도 아니고···.’


아무리 생각해도 본사 측에서 더 소통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

판을 깔아 줬으니 앞으로는 혼자 알아서 하라는 무언의 메시지 같은 것을 느낀다.


‘불친절하구먼.’


운서는 휴대폰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의자에 몸을 기댔다.

계속 백수(?)로 지내는 것이 뭐해서 그럴듯한 간판 하나 달고 싶었을 뿐인데, 어쩌다 사태가 이런 식으로 전개되었는지 모를 일이었다.


‘괜히 저 필요할 때만 접촉하려고 하는 건 아니겠지?’


속으로 조금 불안한 생각도 들었다.

현실에서 갑질로 피해를 보는 점주들이 많다는 것을 생각하면, 얼른 플레이어를 100명쯤 유치하라거나 관련 물품을 얼마간 사들이라는 식으로 압박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어차피 최악의 상황이 닥친다면 운서가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없었다.

상대는 초월적인 무언가라서, 현대 사회의 법칙으로 규제할 만한 존재가 아니었다.

그 전까지는 그냥 그러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평범하게 지내는 편이 나을 것이다.


‘당장 할 수 있는 건 룰북을 읽는 정도인가?’


운서는 책장에 가지런히 정리된 수많은 헬릭스 관련 서적들에 시선을 주었다.

대학에 들어간 뒤 처음으로 전공 서적의 산에 파묻혔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지만, 그쪽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한창 왕성해져서 크게 부담스럽거나 하지는 않았다.


“응?”


적당히 손에 잡히는 책을 꺼내서 펼쳤는데, 종이 한 장이 팔랑거리며 떨어졌다.

뭔가 싶어 허리를 굽혀 주워 드니, ‘프랜차이즈 통신’이라는 제목이 시선을 붙잡았다.


[프랜차이즈 통신]

귀하의 프랜차이즈가 최종적으로 승인되었습니다. 점주 또한 플레이어로서 최소 기준을 갖춰야 하기에 절차가 다소 늦춰진 점 양해를 구합니다.

헬릭스는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기존의 항목을 이용하여 원하는 방향으로 얼마든지 확장해 나갈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스스로에게 속한 자원을 아낌없이 사용하여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십시오. 헬릭스의 흥망은 이방인들의 활약 여하에 달려 있으니, 이방인 길드를 키워서 강력한 전력을 육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 위대한 행보의 첫걸음은 최소 두 명의 NPC를 만들어 내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기본적으로 캐릭터 시트는 플레이어 전용으로 사용되지만, 특정한 조건을 만족할 경우 NPC를 생성하는 일도 가능합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헬릭스넷을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귀하의 무운과 건승을 빕니다. 때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위협이 있을 수 있겠지만 모쪼록 슬기롭게 극복하고 새로운 기원을 열기를 희망합니다.


종이 한 장을 전부 다 읽어 내려가자 휴대폰이 부르르 떨리며 알림을 보냈다.

꺼내서 확인하니, 자동으로 다운로드가 이루어지며 헬릭스넷이라는 이름으로 앱이 깔렸다.

대부분 잠긴 항목이어서 이용이 제한적이었지만, 당장 필요한 부분은 적당히 확인할 수 있었다.


“음···.”


운서는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차분히 생각에 잠겼다.

누군가를 끌어들여야 한다는 점은 여전히 꺼림칙했지만, 이 헬릭스라는 특이한 시스템이 지닌 매력은 한층 더 강해졌다.

점주라는 입장이 상상한 것 이상으로 굉장한 이점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내가 원하는 대로 판을 깔 수 있어.’


언젠가 대작 게임의 모드질에 몰두하며 타임머신을 탔던 기억이 떠올랐다.

게임을 플레이 하며 느꼈던 미진한 부분을 자기 취향에 맞게 채워 넣으며 새로이 만들어 나가는 것은 꽤나 재미있는 일이었다.


‘해 볼까?’


결국 충동이 찜찜함을 밀어냈다.

강우가 말했던 것처럼 아무나 들이지 않고 폐쇄적으로 카페를 운영한다면 어느 정도 길드 규모를 늘리는 것도 가능할 듯했다.

뭐, 없으면 없는 대로 개인적인 만족을 추구하며 소수 정예로 노는 것도 나쁘지 않고.

결정을 내린 운서는 꺼내 든 책에 눈길을 주었다.

프랜차이즈 통신이 떨어지며 관심을 흐트러트리기는 했지만, 읽어 두면 좋을 만한 책인 것은 분명했다.

강우가 현실로 귀환할 때까지 시간도 있겠다, 느긋하게 내용을 읽어 나갔다.

중간중간 혼잣말을 하는 강우의 모습을 살피며 진행 상황을 확인했기에, 그가 저녁 무렵 현실로 귀환했을 때쯤에는 적절하게 독서를 끊을 수 있었다.


“뭐 하냐?”

“헬릭스 시스템이란 놈을 좀 파악하고 있었어.”

“잘돼?”

“글쎄, 아직 잘 모르겠다.”


운서가 가이드를 덮자 강우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한테는 안 읽히는데?”

“못 읽는다고?”

“뭐랄까, 갑자기 난독증이라도 생기는 것 같아. 내용이 영 눈에 안 들어오네.”

“설마 점주만 읽을 수 있는 건가?”

“점주만?”

“플레이어는 몰라도 되는 내용이라는 뜻이지.”


필요성을 느끼기는 했지만, 역시나 알 수 없는 방식으로 정보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는 듯했다.

점주의 역할이 특이한 만큼, 굳이 그 내용을 일반 플레이어에게까지 다 공개하지는 않는 것이다.


“이건 읽히는데?”

“카피가 많은 책이니까 당연히 손님들도 읽을 수 있지 않겠어?”

“그런가? 그럼 단권으로 된 것들은 내가 읽을 수 없겠네.”

“아마도 그렇겠지.”


강우는 잠시 책장을 떠들어 보다가 다시 테이블 근처로 왔다.


“밥이나 먹으러 가자. 고블린 새끼들은 개털었는데 그 다음부터 할 일이 없네. 성공의 탑인지 뭔지는 가 봐도 문전 박대다. 나 참 서러워서.”

“아직 메인스트림이 시작될 여건이 아닌 거지.”

“메인스트림?”

“뭐, 그런 게 있어.”

“그렇구먼. 그럼 여유가 있을 때 회원 모집 방법이나 구상해 봐야겠다.”

“회원?”

“어중이떠중이 다 받으면 시끄러워질 테니까 회원제 비밀 카페로 운영해야지. 대충 우회 프로그램으로 접속해서 광고를 띄우고 멀리그램으로 유인한 다음에 찬찬히 평가해 볼 생각이기는 한데···.”

“괜찮은 생각인데?”


아직 확답을 하지 않았는데, 강우 혼자 이미 결정된 사항인 것처럼 다음 수순을 구상하고 있었다.

들어 보니 썩 나쁘지 않은 생각인 듯해서 굳이 태클을 걸지는 않았다.

지금은 운서 본인도 그래야 한다고 사고의 축이 많이 기운 상태였으니.

두 사람은 근처 식당으로 이동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했다.

평소에는 상당히 빠르게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편이었지만, 이마를 맞대고 향후의 일을 고민하다 보니 제법 오랜 시간을 앉아 있게 되었다.


“그럼 그 부분은 너한테 맡길게. 어설프게 사람을 늘리는 것보다는 소수 정예라도 좋으니까 입이 무겁고 믿을 만한 사람들로 부탁해.”

“OK. 그래도 최종 단계에서는 같이 사람을 보자고.”

“알았어.”


회원 모집과 카페 운영에 관한 틀이 얼추 잡히고 나서야 운서는 강우와 헤어졌다.

집으로 돌아온 후에는 카페에서 들고 온 자료들을 연구할까 했지만, 생각보다 너무 피곤해서 좀처럼 책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뜬금없이 이세계로 이동해서 고블린과 사투를 벌여야 했으니, 심신에 과할 정도로 부하가 걸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결국 운서는 숨을 돌리기 위해 글이야에 접속했다.

가볍게 장르 소설을 읽으며 주의를 환기하면 잠도 잘 올 것 같았다.

겸사겸사 유림에게 미안한 마음을 담아 후원금을 좀 보낼 생각이기도 했다.


‘오늘 일이 지우지 못할 트라우마로 남을 수도 있어.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 있을 만한 경험은 아니니까.’


운서 본인도 혼자가 되자 모르는 사이에 으슬으슬 몸이 떨리곤 했는데, 여자인 유림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었다.

운서는 씁쓸한 마음을 어쩌지 못하며 노베르또바조의 판타지 스타를 클릭했다.

그런 일이 있었음에도 용케 다음 화가 올라와 있었다.

당연히 비축분을 사용한 것이겠지만 변함없는 모습에 조금의 위안을 얻을 수는 있었다.

갑작스레 연중하고 잠적하기라도 했다면 속깨나 끓였을 것 같다.

최신 화를 읽고 난 후 잘 읽고 있다고, 앞으로도 건필 해 주시라고 댓글이나 달아 보려 했는데 댓글 창의 분위기가 뭔가 이상했다.

평소보다 댓글 수가 많아서 괜찮은 전기를 마련한 줄 알았더니 웬걸, 예전에 유료화 한 이후로는 보기 힘들었던 악플들이 주르르 달려 있는 것이 아닌가?


-이것도 소설이라고 썼냐? 재미 더럽게 없는 설명문이잖아. ㅉㅉ

-소재 살릴 능력도 없는 게 중구난방으로 설정만 늘어놔서 이것저것 선점해 두고 비슷한 거 하나 걸리니까 잘 걸렸다 이 지랄 하면서 노이즈 마케팅···. 작가 수준 나오죠.

-아니, 저는 조용히 제 글 쓰고 있었을 뿐인데 왜 님들이 나대요?

-그쪽이 먼저 선빵 치니까 나서죠. 이런 식으로 구설수에 오르면 독자 좀 몰릴 거라고 생각했나 본데, 님은 이 따위로 글 써 가지고 성공 못함. 딴 생각 하지 말고 필력이나 키우세요.


경과는 이랬다.

원래 글쑤시개라는 노베르또바조 소설의 신봉자가 있었는데, 판타지 스타의 설정을 교묘하게 빼 가서 대박을 친 기성 작가를 디스하다가 의도치 않게 어그로를 끌어 버린 것이었다.

유림에게는 그야말로 난데없는 봉변이 아닐 수 없었다.

본인이 직접 해당 작가나 작품에 불만을 표출한 것이 아니었음에도, 상대 팬덤의 억지에 가까운 비난을 감당해야 했으니.

무료 첫 편에 테러 수준의 댓글이 우후죽순으로 달리는 것은 물론, 적지 않은 유료분을 읽고 최신 화까지 쫓아와 나름 사실에 근거한 듯이 헐뜯는 경우도 있었다.


-얘 글 졸라 재미없음. 눈 썩으니까 보지 마셈.

-레알, 내가 써도 이거보단 나을 듯.

-함부로 말하지 마요. 제 글이 마이너하기는 해도 재미있게 읽어 주시는 분들도 계시니깐.

-진짜 뭐 하는 새끼들이냐? 어디 볼 게 없어서 이딴 글을 처봐?

-시간이 넘쳐 나는 백수들이 아닐까?

-나 같으면 정신과 시간의 방에 들어가도 얘 글은 안 볼 듯.

-이런 식으로 밑도 끝도 없이 비아냥거릴 거면 댓글을 달지 마, 그냥. 다 차단해 버릴 거야.

-우쭈쭈, 화났어요?

-뭘 좀 재미있게라도 쓰고 표절 운운하면 이해는 가겠다. 근데 이건 아니지. 재료를 이상하게 섞어서 쓰레기로 만들어 놓고 독자들한테 내밀었으면 창피한 줄이나 알아. 같은 재료인 줄도 모르게 환골탈태 수준으로 꽃단장해서 대박을 쳤으면 새삥 작가님의 재활용 능력에 경의를 표해야지, 거기서 질투하고 앉았네. 네가 지금 그런 사람을 질투할 만한 깜냥은 되냐?

-쌉인정.

-댓글 달지 말랬잖아. 내가 왜 내 글 가져다 쓴 사람 때문에 욕먹어야 되는데? 어? 말이 안 되잖아, 말이!

-아무리 그래도 표절을 편드는 건 좀 아니지.

-윗님, 백 보 양보해서 그렇다 했을 때의 이야기지 표절이라고 인정한 건 아님. 뭣도 모르면서 바조 편들지 말고 양심에 손을 얹고 생각해 봐, 그걸 같은 내용이라고 볼 수 있는지.

-쥐뿔도 못 쓰는 게 잘나가는 애먼 작가 소설에 태클 거네. 너처럼 재능 없는 사람은 그냥 깔끔하게 포기하고 살길 찾아가는 게 정답이야. 괜히 독자들 안구 테러하지 말고···. 아무리 용을 써 봐라, 네 건 거들떠도 안 본다니까.

-야, 그래도 낙수 효과로 돈은 좀 벌리겠네. 어그로 끌려서 읽어 주는 사람도 생겼잖아. 나중에 꼭 새삥 작가님한테 고맙다고 쪽지라도 보내라.

-레알, ㅋㅋ. 꼭 쪽지 보내라. 새삥 작가님 일회분도 못 벌겠지만.

-야 이 개씨발 새끼들아, 니들이 나에 대해 뭘 안다고 지껄이는데! 어? 니들이 창작의 고통을 알아? 열심히 밤잠 안 자고 고민해서 이야기를 만들어 놨더니 홀라당 좋은 것만 까먹고는 저 잘났다고 셀럽 행세하는 놈팡이가 정상이니? 그게 바람직한 사회야? 그런 거면 싹 다 망해 버려라! 내가 꼭 그 고블린 새끼들 풀어놔서 남자는 강간하고 여자는 때려죽이게 만들 거야. 너희들 전부 기억해 뒀어!

-ㅋㅋ 통렬한 일침 보소. 캬, 패왕색인 줄.

-이 작가 왜 이렇게 인성이 꼬였어요?

-피해 의식 쩔어서 괜히 여기저기 질러보고 다니는 듯. 누가 또 내 거 베끼지 않았나 하고.

-병먹금 합시다. 이 작가는 진짜 아닌 거 같아요.

-혹시나 해서 여기까지 들러 본 내가 병신이네.


운서는 폭발해 버린 유림의 멘탈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일일이 유림의 댓글에 좋아요를 눌러 주었지만, 마지막 댓글에는 차마 좋아요를 누르지 못했다.

후원금을 연달아 쏴서 100만 원을 맞춘 뒤 마음속으로 연신 사죄할 따름이었다.

평소의 그녀였다면 이런 식으로 막 나가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원래 싫은 말을 들어도 소심하게 자기 탓인 것처럼 댓글을 다는 사람이었는데, 아무래도 오늘 있었던 특수한 체험이 심대한 영향을 끼친 모양이었다.

기실 조장 고블린을 때려죽인 후 유림은 심각한 아노미 상태에 빠져들었다.

내면에 자리한 기존의 가치와 도덕이 무너지며 무엇이 옳고 그른지 분간이 되지 않는 상황이랄까?

당장은 자기방어에만 급급해 하며 속으로 움츠러들고 있었는데, 하필 악플러들이 그녀의 뇌관을 건드린 것이었다.

유림의 억눌린 공격성이 인터넷을 통해 세상 밖으로 과도하게 표출되는 것을 본 순간, 운서는 한 사람의 인격을 파탄 내어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이끈 책임감을 절실히 느끼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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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최고난도(5) 20.03.29 88 9 13쪽
44 최고난도(4) +1 20.03.28 87 8 14쪽
43 최고난도(3) +2 20.03.27 136 7 13쪽
42 최고난도(2) +1 20.03.26 95 8 13쪽
41 최고난도(1) +2 20.03.25 108 5 14쪽
40 최종 보상 +1 20.03.22 110 11 12쪽
39 문제 풀이 +2 20.03.21 102 7 13쪽
38 발터(4) +2 20.03.20 103 8 14쪽
37 발터(3) +4 20.03.19 100 10 14쪽
36 발터(2) +2 20.03.18 101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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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고립된 장원(3) +1 20.02.24 229 11 12쪽
17 고립된 장원(2) +7 20.02.22 265 18 12쪽
16 고립된 장원(1) +3 20.02.21 279 15 13쪽
15 붕괴(2) +3 20.02.20 315 23 12쪽
14 붕괴(1) +4 20.02.19 347 27 12쪽
13 의미 있는 질문 +5 20.02.17 389 33 13쪽
12 주사위를 굴려라 +7 20.02.16 404 35 13쪽
11 캠페인 마스터 +8 20.02.15 454 31 11쪽
» 귀환(2) +4 20.02.12 426 29 18쪽
9 귀환(1) +4 20.02.11 476 38 11쪽
8 상대는 고작 고블린이다(5) 20.02.10 444 27 12쪽
7 상대는 고작 고블린이다(4) 20.02.09 445 27 14쪽
6 상대는 고작 고블린이다(3) +5 20.02.08 473 34 12쪽
5 상대는 고작 고블린이다(2) +2 20.02.05 506 29 11쪽
4 상대는 고작 고블린이다(1) +2 20.02.04 678 34 12쪽
3 헬릭스(3) +4 20.02.03 735 35 11쪽
2 헬릭스(2) +3 20.02.02 925 42 12쪽
1 헬릭스(1) +4 20.02.01 1,351 4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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