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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월 님의 서재입니다.

주사위 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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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월
작품등록일 :
2020.02.01 12:14
최근연재일 :
2020.04.26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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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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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25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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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고립된 장원(4)

DUMMY

모르겐하임의 병영은 성문 근처에 있었다.

커다란 석조 건물이었는데,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고릿한 냄새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애초에 위생 개념이 현실만 못한 곳에 남자들만 득시글하니 환경이 좋을 수가 없었다.


“어이 프랭크, 그치들은 뭐야? 처음 보는 인물들인데?”


한창 밖에서 활동해야 하는 시간임에도 적지 않은 수의 병사들이 안에서 죽치고 있었다.

오면서 들은 바에 따르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성내에 일부 병력을 상주시킨다고 했다.


“외부에서 온 용병들이야. 발터 경이 데리고 왔어.”

“외부에서? 바깥으로 나가면 불귀의 객이 되는 거 아니었나?”

“꼭 그렇지는 않은가 봐. 자세한 내용은 나도 잘 모르겠지만, 길을 헤매기는 해도 운이 좋으면 오늘처럼 마을을 발견할 수도 있는 모양이더라고.”


누군가의 질문을 시작으로 건물 내부의 시선이 모여들었다.

뜬금없이 세상 밖으로 튕겨져 나와 어둠 속에 파묻힌 영지의 사정을 감안하면, 외부인의 존재는 일대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었다.

몇 번인가 바깥으로 정찰을 보낸 동료들이 다시 돌아오지 못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 그랬다.


“이 시국에 여자를 둘이나 거느리고 다니다니, 팔자도 좋은 녀석이로군.”


안쪽에서 늘어지게 쉬고 있던 커다란 덩치의 남자가 웅성거리는 소리에 이끌려 바깥으로 나왔다.

다른 이들이 슬슬 길을 비켜 주는 것을 보면 병영의 실세 같은 존재가 아닐까 싶었다.


“이쪽은 무서워서 벌벌 떨었는데 생각보다 위험하지는 않았나 봐? 어때, 그쪽은 지낼 만하던가? 셋이서 밤일을 해도 좋을 만큼 아늑했어?”

“마르쿠스! 발터 경의 손님에게 뭐 하는 짓이야?”


마르쿠스의 방자한 태도에 프랭크가 눈살을 찌푸리며 나섰지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마르쿠스는 어깨를 들먹이며 프랭크를 차게 식은 눈으로 흘겨볼 따름이었다.


“그게 뭐 어쨌다는 거야, 딸랑이 놈아! 알다시피 병영 내부의 규율은 내가 정해. 내키지 않으면 다른 곳에서 지내면 되는 거야. 설령 그게 발터 경이 지정한 사람이라도.”

“너···!”


프랭크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마르쿠스를 쏘아보았을 뿐, 그 이상으로 어떤 행동을 취하지는 못했다.

실력이 그만큼 출중한 것인지 어떠한 뒷배가 있는 것인지, 운서는 그 내막을 짐작해 보기만 할 따름이었다.

영주부터 병사에 이르기까지 썩 마음에 들지 않는 장소인 것만큼은 확실했다.


“글쎄, 너 같은 돼지 새끼가 꿀꿀거리며 싸돌아다니기에는 조금 벅찬 환경이지 않을까?”


속으로 참을 인(忍) 자를 새기고 있는데, 레이닐이 성큼 앞으로 나서며 마르쿠스에게 반격을 가했다.

소울킵에서 온 이 긍지 높은 소녀는 하류 잡배의 같잖은 도발을 용납하고 싶지 않은 듯했다.


“뭐라고?”


순간 마르쿠스의 표정이 험상궂게 일그러졌다.

이내 여유를 가장하며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좌중을 돌아보는 식으로 얼버무리기는 했지만.


“하, 이 계집이 지금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참아, 마르쿠스! 여자가 뭘 알겠어?”

“제 딴에는 다 똑같은 지방인 줄로 아는 거야. 남자와 여자의 몸이 어떻게 다른지 모르는 거지.”

“거 잘됐네. 오늘 날 잡아서 남녀의 차이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 보는 건 어때? 물론 침대 위에서 말이야. 큭큭!”

“마르쿠스 침대가 널찍하기는 하지.”


한통속이라고 대다수의 병사들이 마르쿠스를 두둔하며 말을 거들었다.

시커먼 남자들이 모여서 생활하는 곳이라 딱 그네들스러운 화제를 입에 담는 것이 참 듣기가 민망했다.

점점 독살스러워지는 유림의 눈초리가 어지간히 신경 쓰이기도 했고.


“이게 어딜 봐서 돼지라는 거야? 모자란 계집의 눈에는 이 근육이 무살로 보이나 보지? 엉?”


마르쿠스가 여봐란듯이 커다란 팔뚝을 드러내며 힘을 주었다.

울끈불끈 굼니는 근육과 힘줄이 보디빌더를 떠올리게 만들 정도로 우람했지만, 레이닐은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코웃음을 쳤다.


“시험해 보든가?”

“하, 나 원 별 거지 같은 꼴을 다 보는군.”


마르쿠스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릭, 가볍게 팔씨름으로 상대해 줘. 철모르는 꼬마 계집에게 남자의 힘이 어떤 것인지 보여 주라고.”

“알았어. 나한테 맡기라고.”


마르쿠스의 지시에 땅딸막한 남자가 소매를 걷어붙이며 탁자에 앉았다.

마르쿠스만은 못해도 제법 튼실한 팔뚝을 지닌 사람이었는데, 레이닐을 향해 느끼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살다 보니 이런 예쁜이 손도 다 잡아 보는··· 흑!”


레이닐이 냉큼 손을 맞잡아 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희롱을 시작한 릭은 생각보다 강한 악력에 놀라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켜고 말았다.


“내가 심판을 보지.”

“막스!”


그런 사정도 모르고 수염이 덥수룩하게 난 남자가 심판을 자청했다.

공정하게 시합을 진행하기 위해서?

아니, 그냥 재미있어 보이는 놀이에 끼어들고 싶어서였다.


“손이 참 곱군. 이런 손으로 무기를 들고 싸우는 거야? 차라리 다른 걸 쥐고 좀 더 생산적인 활동을···.”

“관심 없으니까 저리 꺼져. 정 그런 게 하고 싶으면 네 손으로 직접 하든지.”


레이닐의 일침에 탁자를 둘러싼 병사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걸작이로구먼!”

“막스 애인이 자기 손인 건 어찌 알았대?”

“이런 씹팔! 시작해!”


레이닐의 손을 주무르며 사심을 채우던 막스는 붉으락푸르락한 얼굴로 인상을 구기며 시작 선언을 했다.

일단 시합이 시작되자 막스에 대한 비웃음은 사라지고 동료에 대한 응원이 들불처럼 일어났다.


“죽여 버려, 릭!”

“망할 계집의 손목을 분질러 버리라고!”


릭은 동료 병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등에 업고 최선을 다했다.


“익! 이익!”


팔뚝에 힘줄이 도드라지고 이마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그런데 레이닐의 가녀린 팔뚝은 도통 넘어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봐, 뭐 하는 거야?”

“그 정도면 많이 봐줬어. 이제 쇼는 그만하고 확 자빠트려 버리라니까!”

“평소에는 하지 말래도 마을 처녀들 자빠트릴 궁리만 하는 놈이 이게 도대체 뭐 하는 짓이야?”

“지금 장난해? 왜 넘기지 않는 거냐고!”

“아, 아니 그게···.”


릭으로서는 억울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었다.

본인은 죽을 똥을 싸며 힘을 쓰고 있는데, 도깨비 씨름을 하는 것도 아니고 상대방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하게 버티고 앉은 것을 어쩌란 말인가?


“어?”

“어어?”


도리어 점점 뒤로 넘어가는 릭의 팔뚝을 본 병사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릭이 장난을 치고 있는 것이라고 착각하는 이들도 있을 지경이었다.

툭!

이윽고 릭의 손등이 탁자에 닿았을 때 병사들은 아연해하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미친!”

“농담이지?”

“이런 개 씨팔!”

“악!”


웅성거림이 극에 달했을 때, 분노를 참지 못한 마르쿠스가 앞으로 뛰쳐나오며 릭의 뒤통수를 강하게 후려쳐 버렸다.

마르쿠스는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구르는 릭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의자를 끌어다가 그 위에 엉덩이를 붙였다.


“비실비실한 놈 하나 쓰러트렸다고 착각하면 곤란해! 난 보통 사람들과는 수준이 다르단 말이다!”

“인정해. 넌 보통 ‘사람’들과는 수준이 다른 ‘돼지’ 새끼지.”

“쌍년이!”


레이닐의 도발에 마르쿠스가 이성을 잃고 달려들었다.

솥뚜껑 같은 손으로 그녀의 가냘픈 손을 거머쥐더니, 단번에 비틀어 꺾을 기세로 강하게 잡아당겼다.


“아주 그냥 아작을 내 버리겠어! 열 번 스무 번 탁자 위에 내리찍어서 손뼈를 곤죽으로 만들어 버릴 테다!”


호기롭기는 역발산기개세가 따로 없었지만, 막상 힘을 쓰고 보니 조금 전과 별반 다를 바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익! 이익! 익?”


분명 용을 쓰며 전신의 힘을 끌어다 쓰고 있는데, 마치 쇠기둥을 쥐고 팔씨름을 하는 것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툭 건드리기만 해도 부러질 것 같은 얇실한 팔뚝으로 어떻게 이런 완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설정상 레이닐의 근력은 20으로, 인간이 낼 수 있는 한계치에 도달해 있었다.

웬만한 사람이 어중간한 깜냥으로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던 것이다.

캐릭터 시트로 만들어진 사람은 신체 능력이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몰랐던 마르쿠스의 뼈아픈 실책이었다.


“악!”


마르쿠스를 비롯하여 주위를 둘러싼 병사들의 표정이 눈에 띄게 변화했을 즘, 레이닐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전광석화처럼 마르쿠스의 손목을 꺾어 탁자에다 내리꽂더니 튀어 오르는 여세를 몰아 두 번 세 번 연달아 찍어 눌러 버린 것이었다.


“악! 아악! 자, 잠깐만···! 으헉!”


레이닐은 마르쿠스가 한 말을 그대로 돌려주었다.

다만 중간에 탁자가 부서져 버리는 바람에 열 번 스무 번까지 모두 실행하지는 못했다.


“끄아아악!”


마르쿠스는 바닥에 주저앉아 엉망진창으로 뒤틀린 자신의 오른손을 감싸 쥐며 고통스럽게 울부짖었다.

멀리서 봐도 확연히 손뼈가 부서져 버린 것을 알 수 있었다.


“······!”


장내에 갑작스러운 침묵이 감돌았다.

오직 마르쿠스만 고통에 겨운 신음을 흘렸고, 모두가 넋이 나간 표정으로 부서진 탁자 옆에 오연히 선 레이닐을 바라볼 따름이었다.

레이닐이 고개를 돌려 막스를 바라보자, 흠칫 놀란 막스가 뒤로 물러서다가 발을 잘못 디뎌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아까 어디를 어떻게 쥐어 달라고 했지?”

“헉!”


레이닐이 가까이 다가서며 내민 손을 움켜쥐자 오도독 소리가 섬뜩하게 공기 중에 울려 퍼졌다.

막스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다리를 오므리더니, 두 손으로 가랑이를 감싸며 엉덩이를 뒤로 뺐다.

실로 굴욕적인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씹파알!”

“마르쿠스, 안 돼!”


레이닐의 위세가 범상치 않은 것이기는 했지만, 병사들 또한 칼밥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었다.

특히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마르쿠스의 경우 눈에 보이는 것이 없었다.

마르쿠스가 동료의 무기를 빼앗아 들고 레이닐을 향하는 순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주위를 살피던 운서가 빈틈을 노려 빠르게 사이로 파고들었다.

벼락처럼 로 킥을 날려 균형을 흐트러트리고는, 휘청거리는 마르쿠스의 턱에 팔꿈치를 정통으로 먹였다.

마르쿠스는 그대로 뻣뻣하게 몸을 굳히며 뒤로 나자빠졌다.

몇 번인가 몸을 꿈틀꿈틀 떨더니, 한동안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이런 개새끼가!”

“미쳤어? 이것들이 어디서 행패야?”


그러자 마르쿠스와 긴밀한 관계에 있는 이들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기 시작했다.

맨몸이면 모르겠는데 무기까지 꼬나들어서 꽤나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그만둬! 손님이라고 했잖아!”


프랭크와 몇몇 이들이 만류하고 나섰지만, 점차적으로 마르쿠스 패거리를 지원하는 녀석들이 늘어났다.

아무래도 실세인 녀석의 의사를 따라가는 것이 마초적인 사회의 일반적인 모습이 아니겠는가?

그렇게 만들어진 일촉즉발의 대치 구도였다.

레이닐은 미간을 찡그리며 칼자루에 손을 가져갔고, 운서 또한 어쩌지 못해서 고블린의 단창을 꼬나들었다.

좀 쉬어 가려고 찾은 마을에서 고블린 상대하랴 머리 검은(?) 짐승 상대하랴, 이게 도대체 뭐 하는 일인지 모르겠다.


‘하여튼 만만치 않은 곳이구먼, 이 헬릭스라는 세상은.’


여차하면 정말 큰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운서는 슬쩍 유림을 안쪽으로 이끌며 문가로 시선을 주었다.

정면으로 붙어 파국을 초래하기보다는 적당히 방어를 하면서 바깥으로 나가는 게 일차적인 목표였다.


“쳐!”

“이 씹어 먹을 연놈들!”

“죽이지는 않으마. 대신 병신이 되는 것은 각오해야 할 거야!”


심장이 고동이 높아지는 와중에, 팽팽하게 당겨진 이성의 끈이 끊어져 버리고 말았다.

누군가의 선창에 건물 내의 병사들이 호응하며 들고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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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호접 +1 20.04.04 79 6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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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최고난도(4) +1 20.03.28 87 8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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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최고난도(2) +1 20.03.26 96 8 13쪽
41 최고난도(1) +2 20.03.25 109 5 14쪽
40 최종 보상 +1 20.03.22 111 11 12쪽
39 문제 풀이 +2 20.03.21 102 7 13쪽
38 발터(4) +2 20.03.20 104 8 14쪽
37 발터(3) +4 20.03.19 101 10 14쪽
36 발터(2) +2 20.03.18 101 7 13쪽
35 발터(1) +2 20.03.17 97 8 14쪽
34 드로 배틀 아레나(5) +3 20.03.14 141 11 14쪽
33 드로 배틀 아레나(4) 20.03.13 124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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