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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월 님의 서재입니다.

주사위 군주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게임

강월
작품등록일 :
2020.02.01 12:14
최근연재일 :
2020.04.26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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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2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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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종말의 의지(2)

DUMMY

[···먹을··· 멸망···.]

[빌어··· 세상··· 해 버려···.]


섬뜩한 울림이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악령에게 붙들려 어두운 구렁텅이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데, 저주 섞인 한탄이 자꾸만 운서의 심상을 어지럽혔다.


[개 같은 놈들!]

[용서할 수 없어!]

[강우란 녀석을 노려.]

[다 죽여 버릴 거야!]

[녀석이 구멍이야.]

[이 세계도 폐기한다!]

[폐기! 폐기! 폐기!]

[녀석을 살살 자극하기만 하면, 더욱 쉽게 알파 렐름에 개입할 수 있겠어.]

[알파 렐름?]

[어디가 됐든 종말의 의지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파멸을 불러일으키자!]

[최후의 희망이 절망으로 변하는 그 순간까지 우리는 멈추지 않는다!]

[또 하나의 가능성을 깔끔하게 세상에서 지워 버리는 거야!]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들이 중구난방으로 떠드는 것 중에는 꽤나 귀에 거슬리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뭐지?’


운서는 모닝글로리에 빛을 밝히며 움츠러드는 정신을 바로 세웠다.


[발터를 키워!]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그냥 병력을 많이 보내기만 해도···.]

[녀석에게 ···의 가호가 느껴져. 무작정 기운을 때려 박는다고 능사는 아니란 말이지.]

[음···.]

[발터를 대적자로 세우는 거야. 제대로 힘을 실어 줘서 녀석이 다시는 일어설 수 없도록 단번에 숨통을 끊어 버려야 돼.]


이 대목에서 운서는 미간을 찌푸리며 헛웃음을 터트리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쩐지 발터란 녀석이 이상할 정도로 운이 좋다 했더니, 뒤에서 수작을 부리는 흑막에게 상당한 지원을 받았던 것이다.


[으아아아! 발터, 이 머저리 같은 놈이!]

[찢어 죽여 버릴까 보다!]

[하필 그곳으로 가서 죽음을 자초하다니. 판을 깔아 줘도 못 주워 먹는군.]

[그러게 그냥 물량으로 밀어 버리자고 했잖아!]

[폐기해! 이 빌어먹을 세상을 어서 짓뭉개 버리자!]

[병력을 전부 때려 박자. 지금 가능한 것이 고블린인가?]

[몰라! 그냥 있는 대로 다 보내 버려!]

[약점을···.]

[어떻게 해서든지 이 세계를 무너트리기만 하면 되는 거야!]

[녀석의 약점을 찾아야겠어.]


수많은 실루엣이 어둠 속을 날아다니며 시끄럽게 떠들어 댔다.

지금이 아니라 과거에 이루어진 사건의 잔영 같은 것을 보여 주는 것이라 생각해서 긴장을 조금 풀었더니, 한 녀석이 묵묵히 서 있다가 퍼뜩 고개를 돌리며 이쪽을 노려보는 것이었다.


‘어?’


순식간에 그림자를 늘이며 아가리를 벌리고 달려드는 모습에 깜짝 놀라 몸을 피해 보려 했지만, 가위에 눌리기라도 한 것처럼 전신이 통제를 잃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

녀석의 거대한 아가리에 삼켜지는 순간, 운서는 지독한 현기증을 느끼며 한쪽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세상이 빙글빙글 돌며 한 점으로 수축해 들어갔는데, 고개를 돌려 반대쪽을 바라보자 한 가닥 빛줄기가 희미하게 새어 들어오고 있었다.


‘이대로 잡아먹혀선 안 돼!’


본능적인 위기감에 운서는 필사적으로 몸을 움직였다.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 팔다리에 의식을 쏘아 보내며 어떻게든 빛줄기에 닿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제발 좀!’


가까스로 움직인 손이 빛줄기에 닿은 순간 의식이 급격히 부상하며 바깥쪽으로 끌어올려졌다.


“쿨럭!”


흐릿한 시야 속에서 어둠이 사라지고 찬란한 빛이 솟구쳤다.

가녀린 손아귀에 팔목이 붙들린 채 허공을 날아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충격에 정신을 차려 보니, 빛나는 검을 꼬나들고 악령에게 달려드는 레이닐의 뒷모습이 보였다.

벌벌 떨리며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두 손을 힘겹게 들어 올려 보았지만, 손에는 모닝글로리가 들려 있지 않았다.


“사장님, 괜찮으세요?”


유림이 다급하게 외치며 치유 주문을 걸어 주었다.

차디찬 냉동 창고에 갇혀 있다가 쨍쨍하게 내리쬐는 한낮의 태양을 마주하는 느낌이었다.


“괜찮아.”


운서는 고개를 흔들며 자리에서 일어서다 갑작스러운 빈혈로 인해 한 차례 휘청거렸다.

HP는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지만, 전체적으로 몸이 붕 뜬 느낌이어서 기력이 모자랐다.


“괜찮기는!”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던 것을, 지켜보던 강우가 급히 다가와 부축하는 바람에 무사할 수 있었다.

크르나가 유령의 방해를 힘겹게 버티며 고블린 좀비를 막아 내는 사이, 운서와 강우, 유림, 준혁, 옌스 사제 등은 허겁지겁 언덕길을 올랐다.

악령과 싸우는 레이닐, 길을 뚫어 주기 위해 밑으로 내려온 크르나 말고 알루와 스이리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알루랑 스이리아는?”

“두 사람은 영주관에 은제 무기를 가지러 갔어요.”

“은제 무기? 그런 게 있으면 처음부터 휴대하고 있지.”


운서가 아쉬움을 표시하자, 유림이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사장님 허락 없이는 함부로 물건을 건드리려고 하지 않더라고요.”

“응?”

“충실한 사람들이라서 다행이죠, 뭐.”


말을 들어 보니, 좀 더 일찍 들어와서 물자 정리를 하고 장비도 새롭게 갖출 것을 그랬다.

은제 무기만 있었다면 보다 수월하게 언데드의 습격을 막아 낼 수 있었을 테니까.


“조금 늦었어요.”

“신운서, 살아 있지?”


빠른 속도를 살려서 번개처럼 영주관을 왕복한 알루와 스이리아가 은제 무기를 꼬나들고 근방의 유령을 퇴치하기 시작했다.

유령은 자유분방하게 움직이는 대신 속도가 느린 편이라, 대비책만 잘 갖추면 어렵지 않게 구축할 수 있었다.


“눈이 핑핑 돈다, 야. 뭐 저리 빠르냐?”

“민첩이 한계치라서 그래. 내가 일당백이라고 했잖아.”

“나중에 내 캐릭터 시트 업그레이드할 때, 네가 대신 주사위 굴려 주면 안 되냐?”

“그게 되겠어?”


NPC 여성들의 놀라운 활약에 강우가 괜찮은 계책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아무리 봐도 운서의 주사위 굴림이 심상치 않으니 그 혜택을 자신도 보겠다는 것이었는데, 안타깝게도 대신 굴리는 것은 NPC에게만 효력이 있었다.


“어느 세월에 따라가냐, 이걸···.”


유령의 위협에서 벗어난 강우가 입맛을 다시며, 흐느적거리는 좀비에게 철퇴를 먹였다.

준혁도 슬금슬금 걸어 나와 거리를 재며 장검으로 좀비를 베어 넘겼다.

이제 레이닐이 상대하고 있는 거대 악령만 어떻게 해결하면 큰 어려움 없이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고블린 좀비는 그렇게 위협적인 몬스터가 아니었으니 문제될 것이 없었다.


‘정신이 높아서 그런지, 홀리 라이트가 사기에 밀리지 않네.’


모닝글로리의 마법 효과는 그냥 라이트가 아니라 홀리 라이트였고, 정신이 높은 레이닐이 사용하자 언데드에게 상성인 부분이 극대화되었다.

악령의 기세에 눌려 깜빡거리는 형광등을 들고 싸우던 운서와 달리, 레이닐은 빛의 전사가 되어 광선검으로 악령을 불살라 버리고 있었다.


“끝난 거 같은데?”

“정말 끝날 때까지는 그런 말을 입에 담으면 안 돼.”

“뭐래? 끝났으니까 끝났다고···. 억!”


강우가 무심결에 뱉은 말의 꼬리를 잡았더니, 정말 문제가 발생해 버리고 말았다.

멀리 어둠에 싸인 지평선 너머에서 우글거리는 고블린 떼의 움직임이 포착된 것이었다.

사실 지금까지는 어제 있었던 전투의 마무리를 짓는 것일 뿐이고, 오늘은 오늘대로 새로운 전투가 진행되는 것이 정상적인 흐름일 것이다.

악령에게 휩쓸렸을 때 살짝 엿보았던 실루엣들의 광기라면, 이보다 더한 전개를 이어 붙여도 이상하지 않았다.


“미친!”

“정말 이런 식으로 매일 싸워야 되는 겁니까?”


사방을 가득 메우며 폐허가 된 마을로 진입해 들어오는 고블린 무리의 규모는, 정상적인 인간의 범주에서 벗어난 두 사람의 관점에서도 기를 죽이게 만드는 것이었다.

오죽하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강우가 입맛을 다시며 운서에게 이런 말까지 전했을까?


“야, 아무리 봐도 여긴 완전히 망한 서버 같은데, 우리 차라리 다른 헬릭스 프랜차이즈나 찾아가 볼까? 원래 신입은 잘 안 받아도 경력직은 잘 받아 준다.”

“미친놈아, 네가 입이 있으면 나한테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미안···.”


물론 괜히 머쓱해서 농을 쳤다가 더 무안해지기만 했다.

강우는 웬만하면 분골쇄신해서 싸워 보려 했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캐릭터 시트만 하나 더 소모하는 꼴밖에 되지 않을 것 같아 준혁과 함께 뒤로 물러섰다.


‘진짜 암담하기는 하네.’


어제와 달리 시작부터 노곤한 몸을 이끌고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운서는 모르겐하임에 우글우글 들끓는 고블린 무리를 보며 종말의 의지에 대한 생각을 전개해 보았다.

설정상의 존재인지 게임 마스터에 대적하는 존재인지 모르겠지만, 운서 자신이 운영하는 알파 렐름을 완전히 엉망진창으로 만들고자 했다.

발터야 어떻게 처리할 수 있었지만, 계속해서 극악한 난이도를 기반으로 쉴 새 없이 몰아붙이면 버티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삼년초 정원을 영주관 옥상에 설치하고 하루하루 근근이 버티면서 HP를 늘려 나가는 수밖에 없··· 어?’


희박한 가능성을 바탕으로 미래를 구상해 보는데, 갑자기 먼 곳의 땅바닥에서 거대한 기둥 같은 것이 하늘 높이 솟구쳐 올랐다.

거의 10m쯤 치솟은 기둥은 직경이 1m를 훨씬 넘는 괴물의 동체였다.

괴물은 흉측한 아가리를 쩍 벌리고 급강하해서 사방에 득시글한 고블린 무리를 짓뭉개더니, 되는 대로 씹고 삼키며 깊고 깊은 구멍 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뭐, 뭐야, 씨팔! 저런 녀석까지 상대해야 되는 거야?”


아연해져서 운서에게 시선을 보내는 강우의 표정은 그야말로 다른 프랜차이즈가 있으면 당장이라도 그쪽으로 옮겨 가고 싶은 사람의 그것이었다.

사실 운서라도 아무런 정보 없이 저런 괴물을 목격했다면 별다를 것 없는 반응을 보였을지도 몰랐다.


“데, 데스 웜이잖아!”


기겁하며 소리를 지르는 토벤의 목소리에 운서는 자신의 생각이 맞았음을 알 수 있었다.

지금 이런 식으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어찌 됐든 본인이 만들어 낸 괴물이었으니 겁먹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저 녀석이 고블린을 잡아먹고 배가 불러서 이쪽은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운서는 식욕만 잘 충족시키면 불필요하게 공격성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데스 웜의 설정을 믿었다.

어차피 삼년초 정원 말고는 마땅한 대안도 없었기에 지금은 과감하게 나가야 할 때였다.


“케르륵!”

“끄루카!”


고블린들이 당황하며 데스 웜과 전투를 벌였지만, 압도적인 신체 능력의 차이를 극복할 수는 없었다.

멋대로 전장을 휘젓다가 상황이 불리해진다 싶으면 땅속으로 숨어들어 가 버리는 데스 웜의 뒤를 잡을 수도 없었다.

결국 고블린들은 많은 수의 희생만 내고는 데스 웜을 피해 우회해 들어왔다.


“어쩌자고 저런 놈을 불러들인 겐가?”


무시무시한 위용을 과시하는 데스 웜의 모습에 내막을 아는 사람들의 시선이 운서를 향했다.

토벤에 이어, 원래부터 그 생김새 때문에 꺼리는 바가 있었던 유림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데스 웜이 우리까지 노리면 어떡하죠?”

“몰라.”

“예?”

“지금은 안 그러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어. 일단 성문을 닫아걸고 아래쪽으로 내려가서 싸우자.”


땅속을 이동하는 데스 웜에게 성벽은 아무런 장애물도 못 되었다.

관심을 최대한 덜 끌기 위해 운서는 고블린과의 전투를 언덕 아래에서 치르기로 했다.

데스 웜이 땅 위에서 벌어지는 소란을 구경만 하고 있을 리 없으니, 문제가 벌어져도 평지에서 틀어막을 수 있게 미끼 역할을 겸할 생각이었다.


“이봐, 신운서! 저거 정말 괜찮은 거 맞아? 우리 드워프들도 광산을 파 내려가다가 종종 그레이트 웜 계열과 붙어 봐서 아는데, 보통 지독한 녀석들이 아니야. 설령 별의 목소리를 듣는다 해도 이해할 만한 지능이 있는 것도 아니라고.”

“어린 드워프는 믿음이 부족하군요. 작은 체구만큼이나 도량도 작아요.”

“씨, 너한테 물은 거 아니잖아! 풀 냄새 나는 것들이야 데스 웜이랑 친할지 몰라도 우린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고!”


제 한 몸쯤 지켜 낼 수 있는 일당백의 전사들만 이끌고 언덕길을 내려가는데, 알루와 스이리아가 자그락거렸다.

크르나도 무거운 갑옷을 철커덕거리며 투덜거리듯이 말했다.


“난 오크랑 싸우겠다고 했지, 거대한 지렁이의 아가리 속에 들어가겠다고 말하진 않았어. 저게 섀도 렐름으로 이어진 포털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합리적인 의문이었다.

운서 자신도 아무 부담이 없냐고 묻는다면 그런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저 이미 결정된 사항이니까, 기세에 이끌리듯 앞으로 전진할 따름이었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운서는 카이사르가 루비콘 강을 건너며 외쳤다던 명언을 입에 담으며 고블린 무리를 향해 짓쳐 들어갔다.

레이닐에게 돌려받은 모닝글로리를 움켜쥐고 거칠게 전장을 헤집으며, 고블린의 목을 사정없이 베어 버렸다.

판금 갑옷의 방어력을 체득했기에, 어설프게 엉덩이를 뒤로 빼는 일 없이 공격력을 극대화하며 보다 효율적인 전투를 수행해 나갔다.

성벽에서 지켜보고 있는 강우와 준혁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저도 모르게 탄성을 발할 정도로.


“키약!”

“크루크아!”


운서의 사나운 기세에도 고블린들은 뒤로 물러서지 않고 벌 떼처럼 달려들었다.

운서는 몸을 부딪치며 고블린 무리에게 둘러싸여도 어제처럼 당황하지 않고 착실하게 빈틈을 노려 빠져 나가며 주변 동료들을 이용했다.

크르나와 함께 단단히 벽을 세우면 그 다음은 알루와 레이닐, 스이리아가 알아서 살육전을 벌일 것이었다.

데스 웜이라는 변수만 없었다면 말이다.


“커어어엉!”


순간 운서 주위의 땅거죽이 출렁거리더니, 데스 웜이 바닥을 뚫고 솟아오르며 괴성을 질렀다.

고블린들이 깜짝 놀라며 몸을 피하는 와중에 운서 일행이 데스 웜의 거체에 의해 양쪽으로 갈려 버렸다.


“로드!”

“신운서!”

“안 돼! 공격하지 마!”


요동치는 대지에 휘청거리다 간신히 균형을 잡은 운서가 건너편에서 자신을 도우려고 나서는 알루와 레이닐을 막았다.

자신이야 죽어도 다시 캐릭터 시트를 사용하면 되지만 NPC들은 그게 안 된다.


“하지만 지금···.”

“내 말 들어!”


혹시 모를 불상사가 생기더라도 그 피해는 오롯이 자기 자신이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운서는 고개를 들어 데스 웜을 올려다보았다.

크게 벌어져 핏물을 뚝뚝 떨어트리는 데스 웜의 아가리가 무저갱처럼 비쳤다.

등줄기로 오스스 소름이 돋았지만, 운서는 오연하게 서서 눈을 피하지 않았다.


“······!”


거짓말처럼 전장에 정적이 감돌았고, 밤하늘에 홀로 어둠을 밝히는 별이 은은하게 두 존재에게 빛줄기를 내리쬐었다.

짧았지만 길었던 순간.

무언가의 교감이 오갔던 것인지, 데스 웜이 동체를 뒤틀며 고블린 쪽으로 공격해 들어갔다.

가까이에 서 있던 운서가 공격 대상이 되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인 일이었다.


“신운서, 너 미쳤어?”

“거기서 그렇게 멈춰 버리시면 어떻게 해요? 충분히 피할 수 있으셨잖아요!”

“맞아, 그러다 죽으면 어떻게 하려고.”


동료들이 운서의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을 책망하며 모여들었다.

운서는 쿵쿵 떨리는 가슴을 남몰래 진정시키며 작게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주사위 싸움이라면 난 자신이 없어.”

“예?”

“뭐라고?”

“질 자신이.”

“······.”

“···무슨 개소··· 얼토당토않은 소리를···.”


영문 모를 소리를 늘어놓는 운서의 태도에 눈살을 찌푸리거나 고개를 갸웃거리며 짜증을 억누르는 동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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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최고난도(1) +2 20.03.25 108 5 14쪽
40 최종 보상 +1 20.03.22 110 11 12쪽
39 문제 풀이 +2 20.03.21 102 7 13쪽
38 발터(4) +2 20.03.20 103 8 14쪽
37 발터(3) +4 20.03.19 100 1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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