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은 준비와 기회가 만날 때.3
***
동쪽 바위산으로 돌아온 일행은 서둘러 배를 띄웠다. 명진이 만든 목선은 길이는 삼장이고 폭은 반장이었다. 일렬로 나란히 앉은 일행의 선두에는 명진이 있었고 그 뒤로 민충, 나천우, 기목성과 호강 마지막에는 윤손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 폭이 너무 좁지 않습니까? "
윤손은 덩치에 맞지 않게 미간을 찌푸리며 엉덩이를 달싹거렸다. 배가 작으니 제대로 운신을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 갈 수 있는 데까지 목선으로 이동하려면 어쩔 수 없잖아. 불평 그만하고 노(櫓)나 잘 챙겨. "
" 네. "
일행을 태운 목선은 지하수의 물길을 타고 앞으로 쭉쭉 뻗어나갔다.
동굴안은 어두웠다. 낮인지 밤인지 분간이 안되니 한참을 가도 시간의 개념을 잘 알지 못했다. 그저 때에 맞춰 조금씩 씹어 삼키는 오도미 육포와 교대로 잠을 청하는 것이 그들이 할 수 있는 전부였으니.
그렇게 지하수의 물길은 계속 흘러가고 있었다.
" 충영감. 혈왕귀미 풀어 봐. "
" 네. "
민충이 소매를 펄럭이자 시커먼 개미떼들이 동굴벽을 타고오르며 스산한 소리를 만들어 냈다. 순식간에 뻗어나간 혈왕귀미들이 빠르게 전방을 살피더니 곧장 되돌아왔다.
스르르륵- 스르르륵
" 어때? "
" 공자님 말씀대로 앞으로 나아갈수록 길이 좁아집니다. 내기가 튕겨나오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니. "
" 며칠이나 지났지? "
" 출발한지 못해도 사흘은 지난 것 같습니다. "
그렇게 몇 시진을 더 나아가자 민충의 말대로 더 이상 동굴은 이어지지 않았다. 목선이 겨우 통과할 정도의 좁은 입구를 지나자 당도한 곳은 반경이 삼장 정도 되는 호수였다. 사방은 바위로 막혀 있었고, 중앙으로 갈수록 물살이 빠르게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 여기가 동굴의 끝이로군. "
" 그런 것 같습니다. "
" 기노인, 동굴 벽으로 목선을 데. 윤은 중앙의 소용돌이에 휩쓸리지 않게 벽에 구멍을 내서 밧줄로 묶어 놔. "
" 네."
퍼억. 퍽.
윤손이 권을 내지르자 한쪽 벽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팔뚝까지 쑥 들어가는 것을 보니 그동안 땅을 파면서 갈고 닦은 솜씨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그리고 그 바로 아래 구멍을 하나 더 만들고는 둘 사이에 구멍을 뚫어 연결하니 목선을 고정시켜 놓을 튼튼한 간이선착장이 완성되었다. 똑같은 방법으로 앞쪽에도 하나 더 만드니, 물살에 이리저리 출렁이던 목선이 안정을 되찾았다.
" 각자 멧돼지 방광에 공기를 채우고 잠수한다. 밖으로 통할 것 같은 길을 찾아봐. 분명 물살이 빠지는 곳이 있을 거야. 혹 벽을 장으로 파괴 해야 할 것 같으면 꼭 밖에 나와서 보고해. 갑자기 물살의 방향이 바뀌면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으니 조심하고. "
" 네."
" 내려가기 전에 밧줄로 몸을 묶어서 목선에 연결시켜고 기노인과 호강은 목선에서 기다려. "
" 알겠습니다. "
" 네. "
윤손과 민충, 명진이 밧줄로 몸을 묶더니 물속으로 잠수했다.
" 기노인은 이 주위에 내기의 비틀림이나 진법의 영향이 있는지 알아봐. 그리고 수중에서도 목선을 찾을 수 있게 횟대의 불이 꺼지지 않게 잘 관리하고."
" 네."
나천우가 멧돼지 방광 서너개를 챙겨 허리춤에 묶었다.
풍-덩.
물속으로 잠수해 들어가니 너무 어두워 한 치 앞도 볼 수가 없었다. 물 위로 어렴풋이 보이는 횟대의 불만이 목선의 위치를 알려주고 있었으니. 그러나 곧 영천신기를 끌어올려 눈에 내력을 집중했다. 순간 안광이 검게 빛나더니 서서히 주변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목선을 중심으로 서서히 벽을 타고 자리를 옮기기 시작했다. 주위를 유심히 살펴보고는 점점 더 깊은 물속으로 내려갔다. 수심은 생각보다 휠씬 깊었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물살을 점점 더 거세지고 있었다. 어느새 도착한 지하수 바닥에는 이장 넓이의 동공(洞空)이 보였고 그곳을 중심으로 물살이 빠르게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얼마나 거칠게 휘몰아치고 있는지 내공없이 그곳으로 갔다간 삽시간에 몸이 갈기갈기 찢어질 것 같았다.
' 젠장, 저곳으로 물들이 빠지는 것인가? '
나천우는 주변을 둘러보고 다시 위로 올라갔다.
푸아-
그렇게 몇 시진의 시간이 흘렀다. 일행은 모두 목선에 앉아 나천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 주인. 이제 어떡합니까? "
" 역시 중앙의 소용돌이를 통해 나가야 할 것 같다. "
" 저도 혹시 벽에 길을 만들 수 있을까 살펴봤지만 너무 두꺼워 가능성이 희박해 보였습니다. "
윤손이 제법 심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도 소용돌이를 봤으나 과연 그곳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 혈왕귀미 한 마리 빠져 나갈 구멍도 안 보이니. 에잉- "
모두 삼매진화로 몸을 말리고는 한숨을 쉬었다. 한참을 장고에 잠겨있던 나천우가 침중한 눈빛으로 모두를 쳐다본다.
" 일단 충분히 잠을 자 두도록 해. 최대한 배도 채워 두고. "
" 어떡하실 생각이십니까? "
명진이 물었다.
" 저 소용돌이를 뚫고 지나가려면 체력이 있어야지. "
" 하지만 물살이 너무 거친데. 가능할까요? "
" 다른 수가 없잖아. "
" 생각보다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자칫 잘못 했다간 길을 찾기도 전에 사지가 찢어질 것 같은데요. "
" 분명 저 소용돌이는 밖으로 연결되어 있을 거다. 사지가 찢어지기 전에 길을 찾아야지. "
" 네. 그럼 전 눈을 붙이겠습니다. "
명진이 씹던 육포를 마저 삼키고는 새우잠을 청했다.
" 내가 망을 볼 테니 모두 쉬어. "
나천우가 가부좌를 틀고 눈을 감았다.
호강은 명진의 옆에서 잠을 청했고 기목성과 민충, 윤손은 가부좌를 틀고 운기행공에 들어갔다.
그렇게 몇 시진이 지났다.
번쩍-
눈을 뜬 나천우의 동공은 짙은 어둠으로 가득했다. 영천신기를 단전으로 옮기는 작업이 끝난 것이다. 이제 그의 등에는 세 마리의 영천신룡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모두 네 마리를 단전으로 옮길 수 있게 되었으니.
그동안 기형수와 홍인들을 상대로 수련하며 영천신기의 운용이 더 자유로워졌고, 혈기를 얻은 후로는 단전도 더 커져 있었다. 혈기를 얻음으로 일갑자의 내공이 더 생겼으니, 어느덧 4갑자의 내공으로 4마리의 영천신룡을 단전으로 옮길 수 있게 된 것이다.
" 명진 준비해. "
" 네. "
자리에서 일어난 명진이 포포와 멧돼지 방광을 챙겼다.
" 밧줄로 서로의 몸을 묶어. 저 소용돌이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일단 최대한 튼튼하게 묶도록 해. 호강은 나한테 업히고. "
나천우가 등을 내밀었다.
" 대.대협. 저도 호신강기로 몸을 지킬 수 있어요. "
" 하지만 지금 네 내공으로는 얼마 버티지 못할 거다. 괜찮으니 부담 갖지 말거라. "
그의 말이 옳다. 고작 40년 내공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괜히 자존심을 지키려다 목숨을 잃을 수도 있으니.
" 죄.죄송합니다. "
호강이 등에 매달리자 그의 몸과 자신의 몸을 귀사살로 꽉 동여맸다. 귀사살에 영천신기를 덧입혔으니 호강이 혈기를 빼앗기는 일은 없을 것이다.
" 내가 길을 잡을 테니 모두 방광에 공기를 가득 채워. "
" 네. "
" 크크크. 이제 이곳을 나가겠구먼. "
호강을 업은 나천우의 뒤로 명진, 기목성, 민충, 윤손이 차례로 몸을 묶었다.
" 윤, 동굴 벽에서 바위 하나 만들어. "
" 바위를 말입니까? "
" 소용돌이에 휘말리면 아무리 나라고 해도 얼마나 버틸지 알 수가 없다. 우리는 소용돌이 중심으로 들어가야 해. 거기서 일직선으로 하강해야 하니 되도록이면 무게가 많이 나가는 바위로 만들어. 물길이 얼마나 길어질지 장담하지 못하는데 벌써부터 쓸데없이 힘을 낭비할 필요는 없잖아. "
" 알겠습니다. "
퍼.퍼퍽.
윤손이 권으로 벽을 내려치자 거미줄 모양으로 쫙 갈라졌다. 다시 그 중심으로 주먹을 꽂자 딱 주먹 부위만 구멍이 뚫리면서 어깨까지 쑥 들어갔다. 그 구멍으로 팔을 집어 넣더니 장을 날렸다. 그러자 벽이 안에서부터 금이 가기 시작했다. 어느새 폭은 세 척, 길이는 네 척의 바위가 떨어져 나왔다. 섬세한 내기의 조정으로 완성한 바위였다.
" 굉장합니다. 손영감님. "
그 모습에 명진이 감탄사를 뱉어 냈다.
" 뭘 이 정도 가지고 그러나. 흠흠. 땅을 파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네. "
윤손이 어깨에 힘을 주며 나천우를 쳐다보았다. 따뜻한 칭찬 한마디 바라는 눈빛이었다.
" 수고했어. "
그 눈빛에 마지못해 한마디 해 준다.
" 뭘 이정도 가지고 그러십니까. 하하하. "
" 가자. "
그가 내기를 끌어올려 바위를 챙겨 들더니 물 속으로 들어갔다. 곧 일행이 그의 뒤를 따라 차가운 지하수로 몸을 날렸다.
풍-덩.
밧줄로 서로를 묶은 일행은 열심히 발을 굴려 나천우를 따라갔다.
중앙으로 갈수록 점점 거칠어지는 물살. 사방에서 휘몰아치는 수류(水流)의 압력에 방향을 잡기도 힘들었다. 순간 그들의 눈이 동굴만큼이나 커졌다. 보통 내공의 힘으로는 이 거친 지수(地水)에 자신의 몸 하나 가누기도 힘들 텐데. 작은 주군은 저 커다란 바위를 들고 자신들을 이끌며 빠르게 아래로 잠수해 들어간다.
곧 회오리 강풍보다 더 빠르게 회전하는 소용돌이가 보이자 그속으로 돌진했다.
파팟- 파팟-
순간 나천우의 몸에서 검은 기류가 피어오르더니 호강의 몸과 일행을 묶은 밧줄을 감싸 안았다. 그 모습에 일행은 각자 자신의 호신강기를 끌어올려 거센 물회오리에 저항하기 시작했다.
' 젠장. 생각보다 물살이 거세군. "
' 아.아악. '
' 크으. '
호쇼쇼숏- 호쇼쇼숏-
일행은 순식간에 소용돌이에 휩싸여 뱅글뱅글 돌았다.
나천우의 표정이 점점 일그러진다. 바위의 무게에 뒤에 딸린 녀석들까지, 일일이 신경을 쓰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며 나아가고 있으니 내기의 소모가 만만치 않다.
겨우 중앙에 도착했지만 물살은 여전히 사납기만 하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물살은 빨라지고 소용돌이가 통과하는 입구는 좁아졌다. 그 상태로 수직 하강하니 어느새 지수의 바닥이 보였다.
점점 좁아지는 입구.
나천우는 들고 있던 바위에 내기를 집어 넣어 앞으로 힘껏 내던졌다. 영천신기를 가득 품은 바위가 바닥에 부딪히자 광폭한 굉음을 만들어 냈다.
퍼펑. 퍼펑. 펑펑!
' 으.아악. "
' 커.어억. '
' 흐흠. '
모두 그 충격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구멍으로 던져진 바위가 터지자 입구는 넓어졌고 물살의 속도는 배로 빨라졌다. 깊이를 짐작할 수 없는 시커멓고 커다란 동공. 제어할 수 없는 광폭한 물회오리가 순식간에 일행을 집어 삼켰다.
-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흑천입니다.
오늘 엄청난 일이 발생했습니다.
드디어 제가 혼과 육체가 분리되는 현상을 겪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컴퓨터를 켜고 외장 하드를 클릭했지요. 제 원고와 애니를 보관하는 저의 생명과도 같은 녀석입니다. 그런데 뜬금없이 포맷하라고, 아니 그 전에 E드라이브를 읽지 못하는 겁니다.
네. 전 컴퓨터로 애니보기, 글쓰기, 인터넷 서핑만 간간이 하는 컴맹입니다. ㅜ,ㅜ 순간 너무 놀래서 급히 USB를 뽑고 컴퓨터를 점검했지만 이상이 없다고 나와서 다시 외장하드를 꽃았습니다. 급하면 통한다고 여기저기서 방법을 찾아 급히 외장 복구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과연 전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아 제발 복구 되야 할텐데요.
전 원고를 노트패드로 쓰고 있습니다. wps가 컴퓨터에 있지만 복사로 붙이기는 되지만 한글을 쓰면 깨지거든요. 그래서 띄워쓰기 프로그램이랑 오타수정 프로그램같은 건 말로만 듣고 써 보질 못했습니다. 그래서 눈에 불을 켜고 매번 수동으로 교정을 하고 있습니다만 죄송스럽게도 아무리 잘 본다고 해도 오타는 늘 발생합니다. 왜 제 눈에만 그게 안 보이나 모르겠어요. ㅠ,ㅠ
아. 이야기가 삼천포로 갔습니다. 그래서 제 원고들이 패스포드[외장하드 이름]에 저장되어 있는데, 오늘 정말 지옥을 다녀온 기분입니다. 사실 아직도 지옥에 있어요. 2시간이 지난 현재 10% 복구 되었습니다.제 원고가 잘못되어 사라져 버린다면 전 아마 한 두달, 아니 일년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할 겁니다. 1테라바이트라 저장된 녀석들이 제법 많습니다. 아. 다른 것들도 물론 너무너무 중요하지만 제 원고와 애니는 꼭 살려야 하는데. 아 죽을 것 같아요. ㅠ,ㅠ 사.사.살려주세요. 제발.
본체에 세이브 해 놓은 것도 없고 외장에만 세이브 해 놨는데. ㅠ,ㅠ 큰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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